〈 57화 〉문샤인 로즈(2)
아토스가 준비해놓은 야식으로 배를 채운 두 사람은 식후 운동으로 가볍게 6번의 사랑을 나눈 후에 밤새도록 수련에 매진했다.
비록 태중양생술로 만들어진 이상적인 신체 조건은 아니었지만 마스터 코어의 힘으로 유사한 상태에 도달해 있었던 그녀는, 리한이 명문혈에 손을 대고 진기 유도를 하면서 자상하게 지도해주자 새벽이 밝아오기 전까지 소주천을 완성하고 만족감에 지쳐서 곯아떨어지게 되었다.
‘오성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군. 귀족처럼 강해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수련에 매진하면 괜찮은 성취를 이룰 수 있겠어.’
마스터 코어로 회복시켜서 쉬지 않고 수련하도록 몰아세울수 있었지만, 정신고문에 가까운데다가 호신용 이상으로 가르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달콤한 꿈을 꾸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리고 스스로는 체력을 회복해서 다시 수련에매진했다.
해가 중천에 떠오르며 나디아를 치료해주기로 약속한 시간이 다가왔다.
“잘 들으세요. 오라버니. 만에 하나라도 치료하는 모습을 엿보거나 방해하려고 하면 평~~~생 미워할 거예요!”
쿵!
“그, 그럴 수가…”
“아무리 그래도 오빠한테 너무 심하게 대하는 거 아니야?”
“죄송해요. 브리카님. 하지만 오라버니한테는 이렇게 확실하게 선을 그어놓지 않으면 약속을 지켜주시지 않거든요. 툭 까놓고 말하면 지나쳐서 성가실 정도라고요!!”
“성가…커흑!”
“그만해. 아토스의 라이프는 이미 제로라고!”
항상 예의바르게 행동하며 과격한 표현을 삼가던 그녀가 이례적으로 적의를 드러내자 시스콘의 연약한 유리심장은 산산이 부서져서 가루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나디아는매정하다싶을 정도로 차갑게 돌아서며 리한을 향해서 허리를 숙였다.
“오늘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후계자님.”
“그래.”
잠시 후.
두 사람은 어제같은 차림으로 병실에 들어섰다.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말이야.”
“네, 사양하지 말고 소녀에게 무엇이든지 하문해주세요.”
“아토스와는 정말로 친남매 사이가 맞는 것이냐?”
엉뚱한 질문에 나디아는 다소 언짢은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질문의 의도를 모르겠다는 것처럼 고개를 갸우뚱했다.
“확실하게 피가 이어져 있는 친남매가 맞습니다. 죄송하지만 무슨 의도로 그러한 것을 물어보시는지 소녀는 이해할 수가 없군요.”
“후후후. 그렇다면 상당히 성가시겠군. 오빠가 저렇게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면서 싸고도니까 연애도 마음대로 하지 못할테고 말이야.”
이 말에 대번에 표정이 날카로워졌다.
“죄송합니다만 후계자님. 아무리 은인이라도 오라버니를 나쁘게 말씀하시는 것은 삼가주세요.”
“후후후. 조금 전에는 상당히 매몰차게 대해놓고서 이제는 감싸는 것이냐?”
“확실히 오라버니께서 과보호하시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전부 소녀가 몹쓸 병에 걸려서 지금까지 무거운 부담을 짊어지게 했기 때문이예요. 여기에 유감이나 불만을 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흠. 그렇다면 참관을 허락하지 않은 것은 창피해서가 아니라 아토스가 더 괴로워하고 노심초사하지 않게 배려하려는 뜻으로 들리는군. 내 말이 맞느냐?”
“…”
나디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여전히 쓸데없이 속이 깊은 녀석이로군.”
“후계자님에게는 아무리 감사를 드려도 모자랍니다. 부족한 오라버니지만 부디 오래도록 잘 부탁드릴게요.”
“마치 헤어질 사람처럼 말하는구나. 부담을 지우기 싫어서 아예 사라져버리겠다는 거냐? 아토스가 과연 그것을 좋아할까?”
“…”
이번에도 역시 대답하지 않았다.
“이런 맹랑한 녀석 같으니라고. 은혜를 베풀었더니 감히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려고 하다니! 어쩔수 없군. 가신의 멘탈을 관리하는 것도 주군의 책무다. 아무래도 혼쭐을 내줘야겠어.”
“…네?”
“그러면 치료를 시작해볼까?”
파지지지직!
“자,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혼쭐이라니…햐앗?!”
어깨를 붙잡아버리자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그녀는 침대에 발라당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그 위에 마운트 포지션으로 단숨에 올라타버리는 리한.
숨이 닿을락말락하는 가까운 거리에 도달해버리자 당황하면서 겁을 집어먹은 표정으로 움츠러들어 버렸다.
“죄, 죄송하지만 후계자님. 아무리 그래도 이것은 너무 가까이 다가오시는 게 아닌지…”
“어제는 뒤를 마사지했지. 오늘은 앞을 마사해주려는 거야. 자연스러운 흐름이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게 정말이신가요? 힉?!”
그의 손길이 뺨을 훑어내리면서 미끄러져 내려오자 흠칫하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서 목선을 타고내려가 둥그스름한 가슴의 라인까지 쓸고 지나가서는 무방비하게 풀어헤쳐진 맨살의 배 위로 얹어져 올라가는 손바닥.
“숨을 크게 들이마셔라.”
“…네? 흐읍?!!”
퉁!!
파지지지직!
복부를 관통하는 엄청난 충격에 나디아의 몸이 격렬한 발작을 일으키면서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케흑! 케흑, 케흑, 케흑!!”
“장이 꼬여버리기 직전이었어. 보아하니까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닌데 소화되지 않는 음식까지 억지로 집어삼켰던 모양이군. 주변의 눈치를 보고 체면을 차리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겨우 이틀 전에 봐줬는데 이게 무슨 꼬락서니냐.”
“콜록, 콜록! 가, 감사합니다. 후계자님.”
눈물을 글썽거리면서도 감사 인사를 해왔다.
“고마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네가 체질에 맞게 생활한다면 별다른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너도 어렴풋이 알아차리고 있지 않느냐? 마혈병은 모두 나았어. 몸도 정상이라는 것을 말이야.”
“네?”
“계속 인간의 흉내를 내는 것이 지치지 않느냐?”
쿵!
다음 순간에 멱살을 사로잡힌리한은 침대의 끄트머리까지 단숨에 밀어부쳐져버리고 말았다.
고오오오오오!
“후후후후. 암회색의 눈동자가 짐승을 닮은 금색으로 빛이 나는구나.이게 바로 너의 본성이었느냐?”
“도대체 언제부터 알고 계셨던 건가요?”
“의심한 것은 처음부터였지. 아무런 힘도 없는 나약한 인간이 마혈병을 그렇게 오래 견뎌낸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느냐? 그리고 확신을 가진 것은 네 병을 치료했을 때였어. 정확하게는 가슴을 촉진하려고 주물러봤을 때였지.”
화아아아악!
나디아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사, 사람이 정신을 잃어버린 틈을 타서 무슨 짓을 햐앗?!”
그가 두 손으로 엉덩이를 움켜잡아서 주물러대자 새된 비명을 토해내면서 멱살을 붙잡고 있던 손이 풀려버리고 말았다.
“어디까지나 치료를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었을 뿐이야. 네 신체상태와 체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부작용이나 후유증 없이 병을 고칠 수 있지 않느냐?”
주물주물
“으그으읏. 마, 맞는 말씀이기는 하지만…하아. 알겠어요. 어찌 되었든 제 목숨을 구해주신것은 사실이니. 그래도 엉덩이는 제발 그만…”
“마혈병에 걸린 이유는 역시 변환 시술의 부작용이냐?”
이 말에 당황해서 몸부림치던 그녀의 눈동자가 크게떠졌다.
“저, 정말로 한 번에 거기까지 꿰뚫어 보신 건가요?”
“소문으로 들었을 뿐이다. 2등 시민이나 노예로 전락한 종족의 일원이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 상당히 무리한 시술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말이야. 아토스도 그런 것이냐?”
“네…”
“가엽고 딱한 일이로구나.”
“!!”
나디아의 표정이 대번에 험악해졌다.
“가엽고 딱하다고요? 가식적인 소리는 집어치우세요! 어떻게 감히 인간이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죠? 당신들이 얼마나 많은 이종족 노예를 착취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어쩌면 그렇게 가증스럽고 뻔뻔한 말을…”
“하하하하!”
“뭐, 뭐가 우습다는 거예요?”
“아니.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 중에서 가장 솔직하게 화를 내는 것 같아서 말이야. 그래. 그렇게 폭발시키기도 해야지. 항상 그렇게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으니까 스트레스가 쌓이는 거야. 역시 자신의 성격대로 살아가는 게 좋지?”
“!! 아까부터 일부러 저를 도발하시면서 유도한 거군요. 으으으읏! 너무 짓궂으세요. 정말!”
팔짱을 낀 그녀가 새침한 표정으로 뺨을 부풀려 보였다.
“미안하다. 솔직하게 사과하도록 하지. 하지만 기왕 염치없는 와중에 하나만 더 부탁해도 되겠느냐?”
“무엇인가요?”
“네 진짜 모습을 보고 싶다.”
이 말에 흠칫하면서 팔짱을 풀었다.
“죄송하지만 그럴 수는 없어요. 오라버니와는 다르게 소녀는 변환 시술이 완전하지 못해서 야생을 개방했다가는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가…”
“그래서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같은 종족에게 돌아가려고 했다는 것까지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너도 자신의 체질에 문제가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 노예 신세로 돌아가더라도 원래 모습으로 살아간다면 병에 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 아니냐.”
“…소녀가 하려는 말을 가로채시는 것은 신사의 소양이 아니라고요?”
“후후후. 그런 사소한 결점 따위는 메우고도 남을 매력이 있으니까 걱정해줄 필요는 없다.”
리하은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일으켜 세우고 그녀의 양손을 붙잡았다.
“나를 믿고 야생을 개방해라. 책임지고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려주마.”
“하, 하지만 그런 방법이 존재할 리가…”
“모든 사람이 마혈병을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결과는 어땠지? 나를 믿느냐? 아니면 그런 작은 편견에 사로잡혀 있을 것이냐.”
이 말에 머뭇거리기는 했지만 다시 세차게 고개를흔들어 저었다.
“여, 역시 안 되겠어요!”
“어째서 거부하는 거지?”
“소녀의 진짜 모습을 보시게 되면 경멸하시거나 무서워하실 거라고요! 후계자님이 아무리 이타적이시라고 해도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을리가…으읍?!”
격렬하게 흔들리는 머리를 사로잡으며 키스를 했다.
“?!!!!?”
극심한 혼란에 빠져서 휘둥그레지는 눈동자를 무시해버리고는 막무가내로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을 마음대로 탐닉하는 리한.
“대, 대, 대, 대, 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갑자기 키, 키, 키스를?!!”
“조금은 진정했느냐?!”
“그럴 리가 없잖아요!! 으아아아앙! 소녀의 첫 키스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