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4화 〉bad joke(4) (54/429)



〈 54화 〉bad joke(4)

“내려놔라.”


“주군!”


“걱정하지 마라. 어차피 길드에서 정체를 밝힌 순간부터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하였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계산한 대로움직여주는 것은 고마울 정도야.”

“그게 무슨…”

“덕분에 좋은 선전이 되었어. 잘했다. 가이슨.후후후후.”


“??”

유쾌하다는 것처럼 웃음까지 터트려버리자 두 사람은 영문을   없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잠시 후에는 표정을 싹 바꾸며 진지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리한.

“그래도 공은 공이고 과는 과지. 나를 배신하려면 3개의 무덤을 준비하라고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느냐?”

“무, 물론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만 부디 목숨만은…”

“일단 두드려 패라. 아토스.”

“그 말씀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주군!!”

쿵!!

“커흑!!”


커다란 체구를 들어 올리는 강력한 바디 블로우에 두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부릅떠지는 가이슨.


“아직 멀었어. 개자식아!!”


배를 붙잡고 허리를 수그리는 그에게 양손 깍지를 끼고 철퇴를 내려찍듯이 등짝을 찍어버리자 으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뼈가 부서져 나가는 살벌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바닥으로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크어어어억! 자, 잠시만 기다려라. 아토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배신자 새끼가 무슨 말대꾸를 하고 지랄이야!!”

“큭!”

바닥에 쓰러진 가이슨에게 마운트 포지션으로 올라탄 그가 주먹을 들어 올리자 당황하면서 급하게 가드를 올리며 금강투합체를사용했다.


“하!그따위 알량한 방어기 따위!!”

쾅!

“크아아아악!!”


아토스의 팔근육이 부풀어 오르는가 싶더니 새빨갛게 달아오른 주먹으로 해머처럼 찍어버리자, 금강투합체를 단숨에 뚫어버리고 왼쪽 팔목에 정통으로 부딪히면서 이상한 각도로 꺾여나가며 고통에 가득한 비명을 토해내었다.


“아직 멀었어. 새끼야!!”

쿵!


거기에 연이어 들어오는 펀치에 정통으로 얼굴을 얻어맞아 버리고는 바닥에 뒤통수를부딪쳐버리며 해롱거리는 가이슨.


그 후로 완전히 무방비해진 상대를조금도 인정사정없이 두드려 패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퍽! 퍽! 퍽! 콰직! 쿵! 빠각!!

코뼈가 부러져서 덜렁거리고 광대뼈는 주저앉아버렸으며 사방으로 이빨들이 튀어 나가고, 피멍으로 원래 형태를 알아볼 수가없을 정도로 망가져 버린 끝에 의식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거기까지만 해라. 아토스.”

우뚝!

이성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였던 그가 놀랄 정도로 쉽게 움직임을 멈췄다.

“그냥 여기서 죽여버리면 안 되겠습니까?”


“활용할  있는 자원을 낭비하는 취미는 없어서 말이야.”


“알겠습니다. 카악, 퉷!”

얼굴에 침을 뱉어버리는 것을 끝으로 자리에서 손을 털고 일어나버렸다.

‘이만하면 적당한 훈계는 되었겠지. 그나저나 아토스 녀석의 전투력은 다른 용병과 차원이 다르군.’


아무리 자신의 주요 분야가 아닌 육탄전으로 맞붙었다고 해도, 겨우 한 단계 아래 등급인 미스릴의 실력자를 이렇게 일방적으로 두드려 팰 수가 있는 것은 압도적인 실력 차이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리한은 아토스를 시켜서 그를 의자에 주저앉혔다.


“일단 얼음물을 뿌려서 깨워라. 의식을 잃어버린 상태로는 죽도 밥도 지을 수 없지.”


“네, 주군!”

촤아아아아악!!


“흐어어어어억!!”

미리 준비해놓은 양동이를 뿌리자 어눌한 비명을 토해내면서 의식을 찾았다.


“흠. 역시 튼튼하군. 동공이 풀리지 않았어. 불빛에 반응하는 것을 보니까 딱히 치료하지 않아도 되겠지?”

“요, 용혀해 듀십시오. 휴계댜님.”


턱을 붙잡고 살펴보면서 말하자 이빨이 나가서 어눌한 발음으로 그렇게 용서를 빌었다.

“일단 아가리만이라도 고쳐놔야 하겠군.”

파지지직!


부르르르!


그렇게 말하고 마스터 코어의 힘을 끌어올리자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세차게 떨다가 고개를 흔들며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여기까지 다소 잔인한 행보가 이어지기는 했지만 리한은 적당한 선에서 그를 용서해줄 생각이었다.


어차피 인간 5명이 모여있으면 한 명은 쓰레기가 있다는 누군가의 명언처럼, 처음부터 계약한 용병 중에서 자신을 배신하는 사람이 나올 거라는 것은 계산에 두고 있었던 일이다.

비록 아토스에게 형편없이 당했다고는해도  명의 전력이 아쉬운 상황에서 살려두는 편이 여러모로 이득인 실력자.


게다가 그가 기억하고 있는 후계자시절에는 일반 상식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이런 제왕학까지 교육받은 적이 있었다.

배신자를 용서해라.

왜냐면 그자는 자신에게  번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여 실수를 만회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자유롭게 그를 감시할 수 있으며 적으로 대하고 항상 의심하도록 해라.


그래도 그는 그 모든 처분을 감수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 번도 당신을 배신하지 않았고 같은 편이라고 믿어왔던 자들은 당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실망시키며, 언제 어느 이유로 당신을 배신할지 모르지만 당신이 적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은 절대로당신을 배신하지 않는다.

왜냐면 그들이 적이라는 사실은 절대로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대체 누가 제왕학에다가 이런 글귀를 새겨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인간을 수하로 다루기 위해서는 100번은 새겨들어야 하는 내용이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리한은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 그와 두 눈을마주쳤다.

“후, 후계자님.”

“이렇게 보니까 가이슨. 네놈의 수염은 검은색이군.”


“네? 네, 그렇습니다만…”

“어째서 푸른 수염이라는 별명이 생긴 것이냐?”


“지, 지금 이런 상황에서 그것을 말씀드려야 하는 겁니까?”


“아직 덜 맞은 모양이군.”


“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후계자님. 알려드리겠습니다. 알려드릴 테니 제발 여기에서 멈춰주십시오!!”

그가 아토스를 부르려는 듯한 손짓을 하자 화들짝 놀라서 애원했다.

“너에 대해서 떠들어봐라. 원래 생면부지의 사람도 이름과 가정 사정을 알면 죽이기 어려워지지 않느냐?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게도 그런 자비심이 솟아오를지도 모르지.”

반쯤 용서해주겠다는 늬앙스를 풍기며 채찍으로 때린 후에 당근을 꺼내서 흔들어 보이자대번에 낯빛이 밝아지면서 굽실거리기 시작했다.


“아아아아!! 그, 그런 뜻이! 감사합니다. 후계자님.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만! 사정을 들어본다고 했지 알랑방귀에 휘둘릴 생각은 없다. 시시한 내용이라면 거기서 끝이다. 그러니까 네놈의 잘나신 무용담을 재주껏 포장해 봐라.”

“아, 알겠습니다. 그런 거라면 맡겨주십시오. 사실은 이 별명에는 제법 재미있는 사연이 엃혀있어서 말입니다.”

“호오? 상당히 자신만만하구나.”


이 말에 가이슨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면서 있는 힘껀 지뢰를 밟아버리고 말았다.

“물론입니다. 왜냐면 이게 3년 전에 종말의 마수를 토벌하면서 얻은 별명이라서요. 일생의 무용담이었으니까 제법 자신이 있는 이야깁니다.”


우뚝.


때마침 돌아서서 적당히 떨어져 있는 의자로 걸어가던 리한의 움직임이 그대로 멈췄다.

“…뭐라고?”

공교롭게도 두 사람에게는 표정이 보이지 않는 상태.

그의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아토스가 대신 끼어들어서 말을 받았다.


“아아. 그러고 보니까 저도 용병 길드에서 어렴풋이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이 녀석은 데피리스교가 모태 신앙이라고 하더군요. 구세의 성전에 뛰어들어서 상당한 활약을 펼치고 미스릴 등급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혼자서 거의 100여 마리가 넘는 마수를 쓰러트렸다고 하지? 소문이 사실이냐?”

“후후후후. 매일 혼자서 겉돌았던 것 치고는 잘 알고 있군. 하지만 여기니까 하는 말인데 솔직히 운이 좋았다. 우연히 마주친 녀석들이 등에 커다란 공을 달고 다니는 벌레형 몬스터였는데, 덩치는 커다란 주제에 별로 강하지는 않더군. 게다가 새하얀 어린 개체들을 보호하고 있더란 말이야. 혹시나 해서 인질로 사로잡았더니 꼼짝도 하지 못하더라고. 괴물 주제에 모성애라도 있었던 건지.”

“으음. 별로유쾌한 이야기는 아니군. 그래서 어떻게 했나?”

“어떻게하기는  어떻게 해? 달린 공을 터트려버렸지. 그러니까 굉장히 맥없이 죽어 자빠져버리더라고. 그런 식으로 새끼들까지 모조리 태워버렸어. 징그러운 벌레들을 깔끔하게 소탕해버렸지.”


“그래? 그렇다면 네놈의 별명은 어떻게 생긴 것이냐?”


중간에 끼어들은 리한은 스스로 생각해도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게 말하고 있었다.

“하하하! 아니, 그게 말입니다. 공을 터트리니까 피도 아니고 이상한 파란 액체가 쫘악! 하고 뿜어져 나오는 바람에 모조리 뒤집어 써버리고 말았지 뭡니까? 한동안 씻고 다닐 수가 없어서 그대로 내버려 두고 다녔는데 동료들이 그 꼴을 보고 푸른 수염이라고 부르더군요. 설마, 그게 이렇게까지 유명해져 버릴 줄은 몰랐지 뭡니까? 나, 참. 어이가 없어서.”


하지만 거기에서 재미있다는 듯이 반응하는 사람은 가이슨밖에 없었다.


아토스 또한 무슨 이유에서인지 눈살을 찌푸리면서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어 보이는 상태.

그러나 리한에게 비할 바는 아니었다.

“설마, 네놈은 지금 이것을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떠들어댄 것이냐?”


어딘가 억누르는 듯한 분노에 가득한 음성.


“네? 아, 저기. 후, 후계자님?”

“다시 한번 물어보겠다. 네놈은 지금 이것을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신나서 떠들어 대었냐는 말이다.”


“죄, 죄송합니다. 말재주가 별로 없어서 불쾌한 기분을 들게 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사과? 하하하.사과라고? 하하하하하하하!!”

리한이 이마를 부여잡으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제야 분위기를 파악해서 불안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가이슨에게 다가가서 양쪽어깨를 몇 번 토닥거렸다.

파지지지직!

“내가 지금 어떤 기분으로 이러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함부로 사과하지 마라. 어차피 너희 인간들은 이해하지 못할 테지. 그러니까 자신의 농담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눈치를 보지 말고 웃어라. 어째서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냐? 웃어, 웃으라니까? 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하하하!!”

“네, 네! 후계자님. 지, 지금 웃겠습니다. 하하. 하하하하하-”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름 끼치는 광기에 압도당해서 어색한 표정으로 메마른 웃음을 토해내었다.

하지만 한번 시작한 것은 멈추어지지 않았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자, 잠깐 아하핫핫핡학?!! 뭐야 이게 하랅하아아아아아악?!!”

중간에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몸부림치는 가이슨.


도저히 멈추지 않고 쏟아져 나오는 웃음을 참아내기 위해서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지만, 그래도 계속되는 바람에 얼굴은 점점 고통으로 일그러졌고 땀을 뻘뻘 흘리는 가운데 자신의 별명처럼 정말 새파랗게 질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이내 고통을 참지 못하고 바닥으로 머리를 찍는상황.

“갑자기  그래? 가이슨. 주군? 지금 무슨 마법을 사용하신 겁니까?”

“…”

아토스가 질문했지만 리한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뢀라라락아아?! 하와라랄락?!! 하아아아아악!!”


이제는 웃음이라기보다 허파에서 뿜어져 나오는 비명과도 같은 무엇인가를 뱉어내는 가이슨이 기어서다가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그는 미동도하지 않고 차가운 표정으로 마지막까지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숨이 끊어져 나갔다.

“주군.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닥쳐라.”

“!!”


“더러운 배신자를 처리했다. 단순하게 그것뿐이야.”

“…저에게도 말씀해주시지 못할 일입니까?”


 말에 그가 기가 차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 네놈이 도대체 나한테 뭐지? 정말로 중요한 문제는 아직도 숨기고 있는 주제에 말이야.”


“그, 그것은…”

“아니. 아니지. 방금 했던 말은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유치한 화풀이였다. 미안하구나. 아토스.”


이성을 되찾은 그가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며 사과하자 오히려 당황하면서 손사래를 쳤다.


“천부당만부당하십니다. 고개를 들어주십시오. 주군! 저는 딱히 이런 처분에 불만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주군의 어떤 연유로 이런 처분을 내리셨는지 심정을 헤아려드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연유? 그래…연유라? 후후.”


짧게 웃음을 터트리면서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굳이 털어놓으라면 이 녀석이 하는 농담이 너무 재미없었기 때문이겠지.”

“농담이…재미가 없었다고요?”


“그래. 나는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농담을 혼자서 떠들어대는 녀석을 세상에서 가장 경멸하거든. 그런 녀석을 보면 괜히 목을 졸라서 죽여버리고 싶어지는 병을 가지고 있다.”


“확실히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만! 여기에 대해서는 더이상 떠들어대고 싶지 않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지. 시체는 적당히 처리하고 들어가서 쉬어라.”

“…알겠습니다.”

그렇게 여러 가지로 찝찝한 결말을 맞이한 사건은 흐지부지 마무리되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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