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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화 〉선언(2) (36/429)



〈 36화 〉선언(2)

“뭐, 아무래도 좋아. 처음부터 고용할 사람은 미리 정해놓고 왔다. 듣자 하니  길드에 무장에 필적할 정도로 강한 용병이 있다고 하던데 말이야.”


그 순간에 뜨겁게 달아올랐던 주변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잠시동안 침묵이 이어진 후.


[아오, 씨팔.  그 새끼가 지명을 받네.]


[더러워서 용병을 때려치우던가 해야지. 빈익빈 부익부라더니 개나 소나 파티플레이도 하지 않고 독고다이로 뛰는 녀석만 찾아대고 말이야.]


[아니. 실망하기는일러. 아모른직다! 예전이라면 모르겠지만 최근에 녀석은…]


“크흠!!”

심상치 않은 이야기가 들려왔지만 캐논이 크게 헛기침을 하면서 눈치를 주자지방 방송이 잠잠해졌다.

“보아하니까 최소 미스릴 이상의 용병이 필요하신 모양이군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 길드에는 적안거검의 브리카와 푸른 수염 가이슨, 철완준족의 브롱크 같은 쟁쟁한 용병들이 등록되어…”

“그들이 혼자 힘으로 B급 무장을 쓰러트릴 수 있다는 말이냐?”


“하하하하! 다, 당연히 말도  되는 소리죠. 어디에서 그런 말씀을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소문이라는 게 원래  과장이 섞여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름이 아토스라고 하던데.”

“아~. 아토스씨를 찾으시는구나.”


기분 탓인지 대답하는 표정에서 혼이 나가버린 것처럼 보였다.

“혹시 지금 여기에 없는 것이냐?”

“아니요. 대기 인원에 있습니다. 있기는 하지만 그게…여기에서만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지금 상태가 많이 안 좋습니다. 손님에게 무례를 저지를지도 모릅니다.”

“실력이 있다면 그에 맞는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하지. 더 맘에 드는군. 직접 대화를 나눠볼 테니 어서 여기로 불러와라.”

리한이 호감을 보이자 캐논은 더욱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 아니. 그게 그렇게 되시면 안 되는데. 정말로 죄송합니다만 손님! 괜히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녀석은 귀족 자체를 싫어합니다. 어지간해서는 절대로 의뢰에 응하지 않을 텐데…”

“세상에 불가능한 거래는 없다. 저울추가 평행하다면 무엇이라도 살 수가 있지. 하물며 자신을 팔기 위해서 길드에 나온 용병이다. 원하는 게 없어서 대기하고 있을 리가 없지 않느냐? 협상은 내가 알아서 진행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말이나 전해라.”

“끄응.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일단 이야기는 해보겠습니다.”

캐논은 영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예상대로 아무런 성과 없이 돌아왔다.

“죄송하지만 역시나 글러 먹었습니다. 귀족의 의뢰는 이제 절대로 받지 않겠다는군요.”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것이냐?”

“글쎄요. 그것까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부터 남과 잘 섞이지 않는 성격이라서요…”


“그렇다면 내가 직접 말을 해봐야겠군. 어디에 있는지 안내해라.”


“진심이십니까?”

황당하듯이 물어봤지만 리한이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마지못해서 안내를 해줬다.


길드 2층의 구석진 테이블.

검은 장발에 지저분한 수염. 늑대의 가죽을 두르고 있는 야인野人같은 차림새로 맥주를 마시고 있던 남자는 리한 일행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욕지거리를 뱉어내었다.


“이런 젠장!”

“네가 아토스냐?”


“죄송하지만 그런 사람은 죽었습니다. 귀족 나리들의 딸랑이 노릇은 더 못하겠다고 묘비에 써달라고 하더군요.”

도망치려는 듯이 잠시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가 마지못해서 주저앉으며 대답을 했다.

“흠. 대단한 솜씨를 가지고 있는 용병이라고 들었는데 몰골이 말이 아니군. 폐인인 것이냐? 아니면 꼬리를 말고 도망치는 개새끼인 것이냐?”

“뭐라고라?”


갑작스러운 도발에 눈썹이 역팔자로 휘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네, 네. 좋습니다. 좋아요. 뭐라고 부르든지 마음대로 하세요. 어차피 세상 전체가 당신들 거 아닙니까? 카악! 퉤!!”

“원하는  뭐지?”

“…뭐요?”

“내 부하가 되면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 소원이 뭔지 말해봐라.”


“풉!”

 말에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린 그는 맥주잔을 완전히 비워버리고는 테이블에 쾅!하고 내리쳤다.


“당신 모가지를원한다면 어쩌실거요?”


“아토스!!”

“좋아.”

“네?!!”

선을 넘는 말에 캐논이 주의를 줬지만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수락해버리자 그만 아니라 아토스까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것이 정말로 원하는 조건이라면 얼마든지 받아들이도록 하지.”

“다, 당신은 여기가 조금 어떻게 되어버린 거 아니요?”

그가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면서 물었다.

“이상한 것은네놈이겠지. 정말로 원하는것은 따로 있는 주제에 쓸데없는 고집을 피우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자신을 완전히 꿰뚫어 보는 것처럼 말하는 리한에게 잠시 압도당해버린 그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이내 격렬하게 고개를 저으면서수비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어, 어쨌든 당신 같은 부류의 사람들과 일에 대해서 나눌이야기는 없소. 귀족의 변덕에 놀아나는 것도 한두 번이지 더는 절대로 안 속…크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니. 보아하니 네놈은 지금까지 가짜 귀족만 만나고 다닌 모양이군.”

이 말에 아토스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가짜 귀족이시라? 흥! 그러는 당신은 진짜 귀족이시오? 솔직하게 말해서 그렇게 당당하게 말씀하실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소만?”


예상하지 못한 말에 당황하는 리한이었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으면서 태연하게 말을 받았다.

“호오? 나에게 자격이 없다라.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그럴싸한 옷과 말투로 제 눈을 속일 생각은 하지 마십쇼. 퍼큘리어라는 말은 당연히 들어보셨을 테지? 일정한 경지에 오르면 일어나는 재능 개화, 엑스트라 스킬을 말하는 거요. 내 경우에는 그게 감정안이거든. 덕분에 당신 단전이 뻔히 보인다는 말이오. 많아봤자 겨우 100일 정도의 내공? 태중양생술로 태어난 고귀한 집안의 자제분께서 겨우 그것밖에 모으지 못하셨다고? 이런 사기꾼 같으니라고.”


웅성웅성

갑작스러운 폭로에 주변이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뭐야? 지금까지 있는 대로 잘난 척을 하더니 실제로는 귀족이 아니었던 거야?]


[내 이럴  알았다. 어쩐지 처음  때부터 뭔가 수상하다고 했어.]

[그래도 입고 있는 옷이나 말투를 보면 있는 집안의 자식 같은데…]

[흥! 그러면 뭐해. 귀족을 사칭한 죄는 즉결 처분이라는 거 몰라? 지금 이대로 죽여버려도 문제가 없다고.]

“주, 주인님.”

갑자기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주변 반응이 험악해지자 오리나가 불안한 표정으로 그에게 달라붙었다.

하지만 리한은 조금도 당황하는 기색 없이 태연한 표정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갑자기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가 했더니 겨우 그런 알량한 능력으로 나를 판단했던 것이냐? 의외로 간덩이가 아주 크구나. 아토스.”


“알량한 능력이라니! 내가 이것 덕분에 B급 무장을…끄응! 아무튼 됐수!”


“말을 얼버무리는 것을 보아하니 네놈도 자신이 없는 모양이군. 귀족을 사칭한 죄가 크다면 의심한 죄도 크다. 그것을 모르고 지ᄁᅠᆯ인 소리는 아닐 테지?”


“그, 그것은…”

너무나 자신만만한 태도에 아토스의 눈이 세차게 흔들렸다.

도발에 넘어가서 일단 질러놓기는 했지만  또한 헷갈리는 것은 마찬가지.

‘설마, 정말로 감정안을 속일 수 있을 방법을 가지고 있는 건가?’

“그게 바로 격의 차이라는 거다. 태중양생술이라고? 확실히 일반인은 사용하기 힘든 방법이지. 사용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 그리고 조건이이만저만 까다로운 게 아니니까 말이야. 하지만 진짜 귀족은 그런  없어도 자신을 증명할 있는 법이다. 지금부터 너에게 그것을 보여주도록 하지.”


“대체 무슨 소리를…엇?!”


리한은 아토스를 뒤로하고 2층 난간으로 다가가서 기둥을 두드렸다.


쿵! 쿵! 쿵!


“전부 이곳을 주목해라!”

갑작스러운 외침에 모든 용병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동시에 지금까지 가려놓았던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면서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불꽃 흉터를 드러내 보였다.

“내 이름은 리한 폰 아슈킬, 제니아를 통치하는 백작 가문의 유일하면서도 정당한 후계자이다. 너희들도 게시판에 있는 수배서를 봤다면 이 불꽃 흉터를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을 테지. 그리고 뒷소문을 알고 있다면 내 목에 2만 대륙 은화라는 현상금이 걸려있다는 소리도 들어봤을 것이다!”

!!!!!


“무, 무슨!”


충격적이라고밖에 할 수가 없는 폭로에 길드 전체가 경악에 휩싸였다.


“아토스. 내 부하가 되는대가로 목을 받고 싶다고 했느냐? 여기에 2만 대륙 은화가 있다. 원하면 지금 당장 무기를 꺼내서 덤벼라. 네가 본 것이 사실이라면 단숨에 끝장 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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