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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화 〉(H이벤트)일장춘몽(6) (33/429)



〈 33화 〉(H이벤트)일장춘몽(6)

여관에 출근한 종업원들의 떠들어대는 소리가 들려오자 리한은 자신이 경솔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채음보양에 정신이 팔려서 증거인멸을 소홀히 하다니…’

자신이야 문제가 될 것은 없었지만 이대로 내버려 두었다가는 브렌다의 입장이 곤라해질 것은 불을 보듯이 뻔했다.


“어쩔  없군. 귀찮은 일에 말려들고 싶지는 않지만 모르는 척 버려둘 수도 없어.”

리한은 임페리얼 가드를 호출했다.

투타타탁! 퍽! 퍽!

기습공격을 받은 종업원들은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져 버렸다.


자신들이 누구에게 공격당했는지도 모르고 기절해버린 상황.

리한은 그들을 비어있는 방의 침대로 데려와서 자신의 팔뚝을 가르고 피를 짜냈다.


주르르륵-


파지지지직!

블러드 디자이어.

“너희들은 대마초 연기에 중독되어서 헛것을 보았다. 어지럽혀진 여관은 전부 환각이었고 로비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버렸다. 안주인은 드런 너희들을 침대로 데려와서 친절하게 간호해 주었다. 이것을 기억해라. 안주인은 너희들의 은인이다.”

“은인…”

“안주인님은 우리들의 은인이십니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잠꼬대처럼 리한이 하는 말을 되풀이하는종업원들.

블러드 디자이어로 이미 본 것을 기억에서 지워버릴 수는 없었지만, 대신에 마스터 코어의 능력으로 효과를 극대화해서 진짜로 일어났던 것처럼 생생한 꿈을 꾸게 해서 진짜로 일어났던 일이라고 생각하게 할 수 있었다.


그렇게 1차 증거인멸을 마치고 상처를 치료하는 그.

“이제는 여관을 청소하고 브렌다를 깨워야겠군. 임페리얼 가드. 미안하지만 너희들이 조금 더 도와줘야겠다. 시시한 일에 말려들게 해서 미안하구나.”

[그런 말씀 마시옵소서. 폐하! 정도는 당연한 일이옵니다!]

씩씩하게 대답한 그들은 놀라운 속도로 어수선한 여관을 깨끗하게 정리해 주었다.


어떻게 보면 신하들에게자신의 배설물(?)을 치우게 하는 셈이었기에 괜스레 겸연쩍어지는 순간이었지만, 왕의 사생활이라는 것은 원래 오픈되어 있는 것이라면서 애써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잠시 후.


어찌어찌 원만하게 사태를 수습한 리한은 브렌다를 깨워서 나머지 상황을 정리하게 하고 오랜만에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마스터 코어 덕분에 딱히 피곤하지는 않았지만 너무 많은 일을 하느라 정신이 피로해져서 순수하게 리프레쉬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덕분에 눈을 감는 순간에 곯아떨어져서 속절없이 시간이 흘렀고 체크아웃 타임을 지나서 오후가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나가라고 재촉한다거나 방을 청소하려고 문을 두드리는 눈치 없는 훼방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평화로운 적막을 깨트린 사람은 오리나였다.

“하우우우웅! 잘잤다! 꺅?!”

전례 없이 상쾌한 기분으로 신나게 기지개를 켜다가 리한을 발견하고 소리를 지르는 그녀.

그는 바로 옆에서 알몸으로 누워있었다.

동시에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지난밤, 광란의 연회.


“으으으으으. 도,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기억을지워버릴 수만 있다면 모조리 지워버리고 싶은 창피하고 부끄러운 순간들이 떠오르자 침대에 머리를 파묻고 한참이나 격렬하게 바둥거렸지만, 잠시 후에 진정하고 일어나서 슬그머니 무방비하게 잠들어 있는 리한을 살펴보았다.

자연스럽게 밑으로 향하는 시선.

꿀꺽.

“저, 저렇게 커다란 물건이 어젯밤 내내 내 안으로…”


끝없이 부활하던 지난 밤과는 다르게 지금은 완전히 풀이 죽어서 얌전해진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크고 흉측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시선을 사로잡는 신비로운 생물.

‘남자한테는 모두 저런 터무니없는 것이 달려있는 거야? 말도  되게 불공평해. 저런 것을 어떻게 감당하라는 거야!’


계속 쳐다보고 있으려니 불현듯이 건드려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두근두근!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세차게 뛰는 심장과 말라오는 입술.


“아, 안 돼! 정신 차려. 오리나! 함부로 만졌다가 주인님이 화를 내시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당연하다는 듯이 리한에게 존칭을 사용한 그녀는 간신히 충동을 억제하며 도망치듯이 욕실로 향했다.

욕조의 물은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고 수도관으로 흐르는차가운 물밖에 쓸 수가 없었지만 달아오른 몸을 식히기에는 오히려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며 무심코 전신 거울을 살펴본 오리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라?”


낯선 자신의 모습.

“주근깨가 전부 사라졌잖아?”

평생 콤플렉스로여기고 살았던 것이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자 당황했지만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니 변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가슴과 엉덩이의 사이즈가 하나씩 커졌고 허리는 잘록해졌으며 카빙 위즐에게 입은 자잘한 상처도 씻은 듯이 사라져서 피부가 매끈거렸다.


모두 마스터 코어가 일으킨 변화.


하지만 그런 내막을 알 리가 없는 오리나로서는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한편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기도 했다.


왜냐면 그녀에게는 이것과 유사한 일을 경험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었다.

깡마르고 수척한 모습에서 불과 반나절 사이에 미청년으로 변신해버렸던 리한.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어쩌면 그의 주변에는 이런 마법 같은 일이 당연하게 일어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틀림없이 주인님이  몸을 바꾸어주신 거야.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다…자신의 것으로.”

어떻게 생각하면 무서운 일이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오리나는 가슴이 벅차오르는기쁨을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서 그가 있는 장소로 향했다.

스- 스- 스-


두 눈을 감고 조용한 숨소리를 뱉어내고 있는 리한.


살금살금 다가가서 그 모습을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하아. 하루종일 쳐다만 보고 있어도 행복할 것 같아. 너무나 고맙고 사랑해요. 오리나는 영원히 주인님만 바라보면서 살아갈 거예요!”

“뭐라고?”


“꺄악!!”


갑작스럽게 눈을 뜨며 대답버리는 바람에 놀라서 뒤로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어, 어, 어, 언제 일어나셨어요? 주인님?!”


“네가 열렬하게 사랑을 고백하는 바람에 일어났다. 세상에 이런 부끄러움도 모르는발정난 메이드 같으니라고.”

“으긋으읏?!!”


따가운 질책에 이상한 비명을 내지르면서 뒷걸음질을 쳤다.

다시 한번 지우고 싶은 흑역사를 갱신해버린 그녀는 쥐구멍이 있다면 숨어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창피해하며 얼굴을 붉혔다.

“뭐,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일어나기는 했지만 잘 깨워줬다. 생각보다 너무 오래 잤어. 슬슬 떠나야 하는 시간이니까 준비해라. 오리나.”

“네, 네! 주인님.”


가볍게 몸을  리한은 스스로의 힘으로 르네처의 점장, 르빌이 자신에게 해주었던 메이크업을 완벽하게 재현해 내었다.


“어떠냐? 오리나.”


“세상에. 너무 멋지세요. 주인님!”

“흠. 그렇다면 망토로 가리고 나가야겠군.”

“앗! 아아…”


왕자님처럼 멋진 모습을 허름한 망토로 가려버리자 안타까운 심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탄식을 뱉어내었다.


하지만 리한은 그런 반응을 가볍게 무시해버리고 밖으로 나섰다.


체크아웃을 위해서 계단을 내려와 카운터로 향하자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핫?! 리, 리한님. 버, 벌써 가버리시는 건가요?”


마주치기가 무섭게 수줍게 얼굴을 붉히면서 베베 몸을 꼬는 브렌다.

“오래있고 싶어도 시간이 부족해서 말이야. 두 사람과 계속 있다가는 여러모로 끝이 없을 것 같더군. 아니면, 오리나라도 두고 갈까? 어제는 내가 없어도 굉장히 사이가 좋아보이던데 말이야.”


짓궂은 소리에 두 여자는 서로를 보지 못하며 헛기침을 했다.

떠나기 전에 상체를 기울인 리한은 브렌다에게 귓속말로 뭔가를 속삭였다.


“네?!! 세,세상에 어떻게 그런 말씀을…”


“후후후후. 한번  생각해 보거라.”

화들짝 놀라는그녀를뒤로하며 가볍게 손을 흔들어 보인 그는오리나와 함께 들국화 향기를 빠져나왔다.

“뭐라고 하신 건가요?”


“네가 알아서 뭐하지?”

“으으으으. 너, 너무하세요!”


자신을 내버려 두고 은밀한 대화를 나누었다는 사실에 질투를사로잡힌 오리나가 분한 기분을 억누르지못하며 발만 동동 굴렀다.


****


[아이를 낳아서 소중하게 키워라. 돌아오면 다시 한번 뜨겁게 안아주도록 하지.]


리한이 귓가에 남기고 간 말을 떠올린 브렌다는 자신의 복부를 조심스럽게 양손으로 감싸 안았다.


그 속에는 아직도 그가 남긴 흔적들이 생생하게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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