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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화 〉promotion(2) (19/429)



〈 19화 〉promotion(2)

“저, 정박이? 어떻게 네가 멀쩡하…”

[입을 다물라고 하지 않았느냐!]

심각한 표정으로 다그치자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인도대로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대체 무슨 일인데?]


[…일단은 상황이 상황이니까 무례한 말투를 써도 용서하도록 하지. 하지만 이것만은 명심해라. 여기에서 살아서 빠져나가고 싶으면 최대한 조용하게 움직여라. 그리고 어떤 것을 보더라도 놀라서는 안 된다.]


‘뭐야, 얘는? 갑자기 애늙은이처럼…’


갑작스러운 리한의 변화에 당황하고 있을 사이도 없이 주변에서 들려오는 오싹한 신음에 움찔하면서 몸을 떨었다.

으으으어어어어어.


아그작아그작

수풀 너머에서 웅크리고 있는 인영.


바닥에 떨어져 있는 끔찍한 형태의 무엇인가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모습을 목격한 오리나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세, 세상에. 도대체 저게 뭐야?]

떨리는 손으로 리한을 붙잡으려는 순간에 세차게 물어뜯으면서 튀어 오른 덩어리 하나가 발치로 굴러왔다.


사람의 눈알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히이이그으읍?!!”


크아아아악!

쿵쿵쿵쿵!

비명이 터져 나오자 검은 인영이 둔탁한 발소리를 내면서 뛰어왔다.

[숨어!]


절체절명의 순간.

리한은 그녀의 입을 틀어막으면서 근처에 있는 덤불로 몸을 던졌다.


두근두근


그오오오오?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자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자리를 떠나버리는 인영.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너덜너덜해진 모습이었지만 오리나는 그 괴물이 살아생전에 마커스라고 불렸던 인물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다음 식사 거리가 되고 싶지 않다면  번 다시는 이러지 마.마지막 경고야. 이번에야말로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겠지?]

끄덕끄덕끄덕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주변 동태를 살피던 리한은 앞장서서 덤불 밖으로 빠져나갔다.

[지금이 기회야. 살고 싶으면 최대한 조용하게 내 뒤를 따라와.]


[엄마와 아빠는 어디에 있어?]

[모르는 나을 거야.]

[모르는 게 낫다니…]

불길한 예감밖에 들지 않는 대답이었다.

[미안하지만 한가하게 잡담이나 하고 있을 시간은 없어. 서두르지 않으면 녀석들에게 둘러싸여 버릴 거야.]

‘녀석들이라고?’


의문을 품기가 무섭게 사방에서 음산한 울음소리와 기척이 들려왔다.

바스락바스락


으어어어어어어어.


“히끅?!”

너무 놀라서 딸꾹질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이번에는 간신히 양손으로 틀어막아서 저지했다.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는 수많은 인영.


사방에 괴물이 득시글거린다는 생각에완전히 겁에 질린 오리나가 그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계획대로 무난하게 흘러가는군.’


이런 모습에 리한, 아니 퍼스트 선은 남모르게 쾌재를 불렀다.

지금 일어나는 일들은 모조리 짜여진 연극에 불과하다.

마커스의 시체를 좀비처럼 움직이게 했던주체는 내부로 파고 들어간 블랙하드비틀.

바닥에 떨어져 있었던 고깃덩어리나 날아온 눈동자도 전부 그의 신체 일부에 불과했으며, 사방에서느껴지는 기척과 검은 인영, 음산한 신음도 벌레들이 어설프게 좀비의 흉내를 내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자세히 살펴보면 어린아이라도 알아차릴  있는 어설픈 트릭이지만, 마커스의 시체를 이용해서 보여준 연출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기에 오리나는 감히 주변 상황을 알아보려는 시도도 하지 못하고 벌벌 떨면서 리한의 뒤꽁무니만 졸졸 따라오고있었다.


[죄송하지만 폐하. 솔직히 저는 이런 연극을 하시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겨우 이런 계집 하나를 속이려고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있습니까?]

상황을 통제하고 있는 네비로스가 사념파로 질문해왔다.

[전부 필요한 조치니까 걱정하지 마라. 이래 보여도 3년 동안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 인간에 대해서는 더 원의 누구보다도  알아. 나를 믿어라.]

[그러시다면 따르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하고는 다시 임무로 돌아갔다.


스스로 발언한 것처럼 퍼스트 선은 지난 3년 동안 끝없이 인간을 학습하면서 공부해 왔다.

그것도 단순하게 노예로 지내던 기간만이 아니라 백작 가문의 후계자로서 살아온 리한이라는 인간의 16년 기억을 기록 형태로 공유했기 때문에, 그가 받아온 엘리트 교육과 경험. 귀족으로서의 소양을 완벽하게 흡수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내었다.

지금의 그는 또 하나의 리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존재.


휘청!


“어맛?!”


“조심해라.”

어둠 속에서 발을 헛디뎌서 넘어질 뻔한 오리나를 잽싸게 받아서 부축해 주었다.

“고마워. 정박아.”


“리한이라고 불러라. 도대체 언제까지 나를 그런 불쾌한 호칭으로 부를 셈이지?”

“미안해. 나도 모르게 그만…”


“알아들었다면 되었다. 보아 하니까 위험한 지역은 거의 빠져나온 모양이군. 하지만 아직 방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까 경계를 늦추지 마라.”


“으, 응. 고마워.”

그렇게 대답하기는 했지만 시선을 마주치지 못해서 고개를 떨어트려 버렸다.

콩콩콩콩!

오리나는 자신의 심장이 묘하게 들떠서 주체하지 못하는 것을 느꼈다.


‘아까부터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 리한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어.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이 멈추지를 않아. 설마? 미쳤어. 미쳤어! 눈앞에있는 것은 정박이잖아. 그 찌질한 침흘리개 정박이! 그런데 오늘따라 얘 등은 또 왜 이렇게 듬직해 보이는거야?’


도저히 이해할  없는 감정에 혼란스러워하는 그녀.

자신이 잠들어 있는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수가 없었지만 리한의 모습은 달라져도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덥수룩하고 떡이 졌던 머리는 어느새 가지런하게 정리해서 포니테일로 묶여져 있었고,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했던 얼굴도 깨끗하게 씻겨져 나가서 귀족의 명성에 부끄럽지 않은 준수한 외모로 돌아와 있었다.

옥에 티라면 심각한 영양실조 때문에피골이 상접한 체구였지만 그것마저도 자신이 기억했던 것보다 살집이 붙어있는 것으로 보였다.


물론, 착시가 아니었다.

파지지직!

‘역시 어느 정도 체중을 늘려놓은 편이 확실히 도움이 되는군.’


퍼스트 선은 마스터 코어의 능력을 사용해서 섭취한 음식물을 다이렉트로 변화시켜서 자신의 체형을 만들어 내었다.


영양소의 주 공급원은 마커스의 스튜와 그가 가지고 있던 비상식량


그래봤자 겨우 3kg밖에 늘어나지 않았지만 오리나가 의문을 품을 정도로 달라진 변화를 육안으로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리한은 그녀를 자상하게 에스코트해줬다.

“넘어지지 않게 손을 잡아라. 어디 다친 곳은 없나?”


귓가를 간지럽히는 매력적인 중저음.

거기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긴박한 상황 속에서 흔들다리 효과까지 더해지자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할 지경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괘, 괜찮아. 요…”

‘요?’

이런 사정을 모르는 퍼스트 선은 갑작스러운 말투 변화에 당황했다.

[뒤따라오는 인간의 심박 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졌습니다. 폐하.]


[사방에 괴물이 도사리고 있으니까 겁을 먹은 거겠지.]


[그런 것치고는 얼굴도 붉고 체온까지 올라가 버린 것 같습니다만…]

[안면홍조 증상이군. 날씨가 특별하게 춥지는않지만 호르몬에 이상이 생겨서 그럴  있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극한 상황이니까 말이야.]


[과연, 그렇군요. 역시나 대단한 통찰력이십니다. 폐하.]

솔직하게 말해서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는 했지만, 자신을 염려하는 신하의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기 때문에 힘껏 허세를 부리며 강한 척을 했다.


[후후후. 이렇게 단순한 소녀의 사고 정도야 나의 손바닥 안에 있다. 믿어라! 네비로스. 이제는 마무리 단계를 실행할 때다!]

[존명!]

잠시 후.


주변의 기척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이동하던 두 사람은 나무 뒤에서 검은 인영이 지나갈 때까지 숨어있다가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우.  녀석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군.”


“도대체  괴물들의 정체가 뭘까요?”


“글쎄. 아마도 좀비나 구울 같은 언데드 몬스터인 것 같은데 나도 자세히는…이런, 숨어!”


바스락바스락-


갑작스러운 기척에 리한이 빠르게 오리나를 자신의 품속으로 끌어당겼다.


“어맛, 어맛어맛어맛?!”


[쉬잇. 조용히 해!]


“넷!!”

급하게 경고했지만 대성박력으로 대답해버리고 말았다.


덕분에 계획이 틀어져 버린 리한의 표정이 찌푸려졌지만 어차피 상황은 클라이막스를 향하고 있기 때문에 플랜 B로 작전을 변경해서 밀고 나가기로 했다.

“으어어어어어-”

커다란 외침에 반응한  마리 언데드가 음산한 울음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정체를 확인한 오리나의 눈동자가 세차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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