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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화 〉whos your papa(2) (7/429)



〈 7화 〉whos your papa(2)

“잠시 사소한 오해가 있었을 뿐입니다. 딱히 불순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맞습니다! 단장 대리님. 요즘 기사단의 기강이 해이해진 것 같아서 정신 교육을, 아니! 대장으로서 인생에 소중한 충고를 해 주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래? 그러면 황제 폐하를 향해서 검을 휘두르려고 했던 거에도 뭔가 대단한 사정이 숨어있으셨겠군.”

“헙?!”


아이크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설마, 그렇게 노골적으로 살기를 드러내놓고 단장님과 내가 알아차리지 못할 줄 알았냐? 멍청한 녀석.”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저도 함께 사죄드리겠습니다. 부디 이 녀석의 목숨만은…”

“됐다, 됐어. 너희들을 처벌할 생각이었다면 단장님이 벌써 손을 쓰셨겠지. 그것보다 어때? 갑갑한 이야기는 치우고 오랜만에 한잔하러 갈까?”


손사래를  발터가 입술에서 검지를 똑!하며 튕겨 올리며 사인을 보냈다.


이 모습에 잠시 시선을 교환하는 두 사람.

“죄송하지만 단장 대리님. 오늘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서 집에서 쉬고 싶습니다만…”

“에이, 저희 밑으로 애들이 몇인데 술 상무 노릇을 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혼자서 드시는 게 쓸쓸하다면 몇 명 붙여드리겠습니다.”


까드드득!


이를 가는 소리가 살벌하게 울려 퍼졌다.


“그으으래에에? 어이구, 내가 아주 대단하신 분들에게 커다란 실수를 저질렀네.커다란 실수를 저질러 버렸어! 너희들 요즘 눈에 보이는 게 없지? 라떼는 말이야. 상관 마마께서 마시러 가자고 하면 불알 두 쪽을 떼어내서라도 탬버린처럼 흔들어댔어. 그렇게 회식이 싫으면 우리 동심으로 돌아가서 훈련병 시절처럼 재미있게 놀아볼래? 자이로 드롭도 하고 무중력 후룸라이드도 타주고 말이야!”


무시무시한 협박이 쏟아졌지만 두 사람은 절대로 굴복할 수 없다는 결연한 표정으로 어깨동무를 하며 단호하게 맞섰다.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저희가 아직도 훈련병 시절의 어리바리들로 보이십니까? 탬버린이 아니라 붐뱁트랩랫치로 분위기를 띄워드릴 테니까 각오하십시오!”

“아이크의 말이 맞습니다. 저는 도저히 자신이 없어요. 오늘 밤을 불태우지 않고 집으로 돌아갈 자신이요!! 너희들도 그렇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면서 자리를 벗어나려고 하던 기사단원들은 제레미의 물귀신 작전에 끌려들어 가자 일사불란하게 오와 열을 맞추며 외쳤다.

처처처척!


“물론입니다. 대장님!”

“제국 영공의 수호자들은 불지옥의자유낙하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마셔라! 죽어라! 마셔라! 죽어라!”

잠시 후.

기사단원들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양 떼처럼 발터의 뒤를 줄줄이 따라가게 되었다.

하지만 헬파티가 펼쳐질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그들이 도착한 장소는 폭스 테일이라고 불리는, 제국 수도 메테오폴에서도 손에 꼽히는 고급 클럽이었다.


멍-


“후후후후. 자식들이 얼빠진 표정  봐라. 속이는 거 아니니까 쫄 필요 없어. 오늘은 특별히 너희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마련한 자리다. 전세 냈으니까 마음대로 놀아!”


“다, 단장 대리님!”

“으허허헝! 믿고 있었습니다. 젠장!!”


순식간에 지옥에서 천국으로 승천한 기사단원들이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동서남북으로 울부짖었다.


화려한 클럽 내부로 들어서자 테이블마다 상다리가 휘어질 만한 주안상이 차려졌고, 아름다운 선남선녀 도우미들이 옆자리를 차지하며 분위기를 띄워주었다.


처음에는 발터를 어려워하던  대장도 격식을내려놓고 주거니 받거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완전히 긴장이 풀어져서 그동안 쌓아놓았던 흉금을 자연스럽게 털어놓게 되었다.


쿵!

“젠장! 빌어먹을 양아치 황제 같으니라고. 제까짓 놈이 감히 제국의 위신을 운운해? 도대체 누구 덕분에 이 정도로나마 나라의 체면을 유지해왔다고 생각하는 거야? 배은망덕한 것도 유분수지.”


거나하게 취해버린 아이크가 술잔을 내려찍으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심정은 이해하지만 참아라. 어전에서는 무슨 실태냐? 너 때문에 수명이 10년은 줄어드는기분이었다.”


“흥! 말이 나와서 하는 소린데 제레미. 네가 말리지만 않았어도 지금쯤 황제의 모가지를 날려버렸을 거야. 지엄한 제국의 옥좌에 그런 애송이를 앉혀놓다니 다들 정신이 어디로 가출해버린 게 틀림없어.”

이 말에 여자 도우미의 무릎베개를 하고 누워있던 발터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그랬다가는 네 못생긴 얼굴이 대전 바닥을 굴러다녔을 거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것도 아니고 감히 단장님 앞에서 검을 뽑으려고 하다니. 주제를 알아야지.”

“그, 그건. 끄응.”

명치를 때리는 소리에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아이크의 심정도 이해할 있습니다. 단장 대리님. 도대체 언제부터 우리 제국의 무장들이 힘도 없는 세습 황제의 명령에 따르게 되었습니까? 아무리 돌아가신 선황 폐하가 훌륭하셨다고는 해도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게 말이다. 어쩌면 좋으냐?”

부하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면서도 발터는내심 술이 쓰다는 생각을 지워버릴 수가 없었다.

“원래대로라면 귀족 신분과 무장으로서의 능력.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이 황제가 되는 게 전통이었는데 말이야. 호부견자라고 하더니 엘리트 무장교육까지 받은 황실의 후손이 저렇게 약해빠질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


이 세상에 신분의 벽이 공고한 이유는 철저한 빈익빈과 부익부의 원칙이 지켜지기 때문이었다.

그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태중양생술과 엘리트무장교육.

아무리 많은 백성들이 세상을 뒤집어 보겠다면 반란을 일으키더라도 혼자서 수백, 수천을 학살해버리는 무장들의 능력을 뛰어넘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귀족 집안에서는 무인 전통을 중요시하며 후계자 교육을 철저히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원칙이었다.


하지만 디아도 3세는 역대 어느 황제와 비교하더라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약했다.

저주받은 몸치. 노력 부족. 태만, 재능 부족 등등.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테지만 오죽했으면그가 황실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사실은 비천한 출생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을 정도였다.

“저는 황제만이 아니라 귀족 회의도 이해할  없습니다. 황제가 자격이 없다면 새롭게 선출하는 것이 역할인데 도대체 언제까지…”


똑! 똑! 똑!


제레미가 열변을 토해내고 있을 때 테이블 앞에 나타난 매력적인 여인이 곰방대로 노크를 해왔다.


“실례지만 여기에 남은 자리가 있을까요? 매력적인 신사분들.”

층층이 흘러내리는 회색의 머리카락.


어딘가 퇴폐적으로 느껴지는 공허한 눈동자와 새빨간 입술.

커다란 가슴라인과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가터벨트 차림에 검은 스타킹과 털가죽 외투ᄁᆞ지 두르고 있는 모습이 고급 창부라고 해도 믿어질 만한 외견이었다.


“로티나?”

“오랜만이구나. 어지간하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은요호대의 대장이 여기는 어쩐 일이냐?”

“어머나? 단장 대리님. 소녀의 프라이버시를 함부로 캐물으려고 하다니 매너가 없으시군요. 궁금하시면 나중에 둘만 있을 때 가르쳐드리죠. 후후후.”

그렇게 대답해버리고는 앉으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들어와서 자리를 꿰차버렸다.

‘발터 부단장님이 단장대리라고 부르라고 말한 것은 도대체 어떻게 알았지?’


제레미가 품은 의문을 뒤로하고 다리를 꼬더니 스읍! 하고 담배 연기를 빨아들이는 그녀.

“오, 그래? 도대체 무엇을 가르쳐주려고 이러는지 기대되는구나.”


“상대하실 필요 없습니다. 보나 마나  뒤에서 뭔가를 꾸미고 있었을 테죠.”

“아이참, 제레미 선배님도 음란하셔라. 앞보다 뒤로 하시는 것이 취향이군요. 설마 성향 자체가 그쪽은 아니시겠죠?”

쿵!


친구를 향한 조롱에 분노한 아이크가 테이블을 내려쳤다.

“적당히 해라. 암코양이가!”

“하아- 걸핏하면 이렇게 힘으로 윽박지르다니 쥬란님도 불쌍하시지.주변에 이렇게 융통성 없는 머저리들만 모여있으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하실까?”


“뭐라고?!”

발끈하면서 일어서려고 했지만 제레미가 그를 말렸다.

“그만! 쓸데없이 자극하지 말고 여기까지 찾아온 이유나 말해라. 로티나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냐?”


“글쎄요? 굳이 말씀드리면 세계에서 제일 강하다고 일컬어지는 무장들께서 한심하게 술집에 틀어박혀서 신세 한탄이나 하는 꼬라지가 가소로웠다고나 할까요.”

“이런 빌어먹을 년이, 으윽?!”


후우우욱!

참지 못하고 달려들려고 했던 아이크는 로티나가 뿜어내는 담배 연기를 고스란히 들이마시고는 눈이 풀려버리고 말았다.


물컹!

풍만한 가슴을 베개로 삼아서 의식을 잃어버리는 아이크.

“어머나. 많이 취하셨네요. 이만 주무세요~”


“드르렁~ 쿨.”

잠든 그를 아기를 달래는 것처럼 토닥거리고는 주저 없이 바닥으로 밀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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