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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0화 〉 170화 패자의 밤과 승자의 밤 (170/177)

〈 170화 〉 170화 패자의 밤과 승자의 밤

* * *

패전 후 반돌프 공작은 스스로 몸을 포박하여 죄인이 되어 프레드릭의 앞으로 향했다.

그 모습에 패전을 들은 모든 대신이 그를 좋지 못한 눈초리로 보고 있다가 스스로 죄를 청하러 온 그에게 쓴소리는 할 수 없어 그대로 시선을 프레드릭에게 향하였다.

그들의 눈빛은 이제 어찌 일이 진행될지 궁금해 하는 눈빛이었고 표정들은 하나같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듯 했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던 프레드릭은 입을 열고 일단 공작을 성토했다. 저 아인들을 상대로 패전을, 그것도 괴멸 직전의 피해를 보며 패전했다는 것은 성국과 연합하여 아인들을 멸시하고 있는 지금의 프레드릭 첼슨 왕조로서 절대 없어야 하는 사태였다.

“어찌 이런 패전을 하였는가!”

반돌프 공작은 답이 없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프레드릭은 좀 더 성이 난 얼굴과 목소리로 다시 그를 다그쳤다.

“입이 있으면 말을 좀 해보시오. 공작!!!”

“죄송합니다. 전하…. 제 불찰입니다.”

“그런 말을 듣고자 함이 아니지 않소!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한 줌도 안 되는 아인 놈들에게 우리 대 첼슨의 정병들이 이리 죽어 나갔느냐 이 말이오!!!”

“모두 다 제가 그들을 너무 업신여긴 탓입니다…. 공작 위를 반납하고 전하께서 명하시면 목 역시 내놓겠습니다.”

“하…. 되었소. 공작의 목을 자른다고 패전이 승전이 되는 것은 아니니 일단 넘어갑시다. 이 일은 나중에 꼭 문책할 것이지만, 당장 급한 것은 아인놈들의 다음 행보이니 공작의 힘이 꼭 필요하오.”

“전하의 성은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 치욕과 불명예는 이후의 싸움에서 꼭 공을 세워 만회하겠습니다!”

“그거면 되오. 자 이제 다시 이야기들을 해보시오. 저 아인 놈들이 저런 강한 성을 무기로 농성을 펼치고 있소이다. 우리가 가는 길에는 무수히 많은 숲이 펼쳐져 있고 저들은 공격하기 좋은 산지에 매복해 독침과 바위, 그리고 화살과 통나무를 사용해 큰 이득을 보고 있소이다. 내 생이 같아서는 저 숲을 다 태워 없애 버리는 것이 좋겠다 싶은데 대신들의 생각은 어떻소?”

프레드릭의 말에 한 젊은 대신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뜻에 동의는 하지만, 너무 심한 감이 없잖아 있다는 듯 조리 있게 설명을 시작했다.

“현명하신 판단이지만, 그렇게 되면 이후 우리가 렘톤을 차지한 후에 산지의 식량이나 야생동물 사냥에 큰 차질이 빌어질 것입니다. 렘톤은 과거에서부터 산지의 식물이나 야생동물을 사냥해 연명하던 곳입니다. 지금은 아인들의 힘으로 그곳이 크게 발전했을지언정 저희가 차지한 후에는 그것이 어찌 변할지 모르니 화공은 최후의 수단으로 두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런가? 다른 의견은?”

이에 수염을 길게 기른 한 노년의 대신이 일어났다.

“전하. 지금은 수단과 방법을 가릴 때가 아닌 줄 나옵니다. 하여 화공을 바로 진행한 뒤 이번 전쟁에서 승전하여 아인들을 잡아 들인다면 그들이 다시 우리의 돈줄이 되어줄 겁니다. 그렇게 돈을 벌어들인 뒤 렘톤을 유지하면 아마 더더욱 큰 이익이 될 것이니 저 저주받은 땅을 지켜주는 숲을 전부 불태워 버려야 합니다.”

“그렇군. 또 다른 의견은?”

의견들 대부분은 숲을 불태워 버리자는 의견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처음 프레드릭의 의견에 뒤를 보자는 식으로 이야기 했던 대신도 흐름을 막을 방도가 없었기에 역시 불태워 버리자는 의견에 동참했고 대신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은 프레드릭은 다음 전쟁 일자를 잡았다.

“성국과 라온 왕국이 언제까지 전선을 유지해 줄지 모르니 되도록 빠르게 병력을 집결 하시오. 이번엔! 내가 직접 중군에 서서 친정을 하겠소!”

그의 폭탄 발언에 다들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그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패전한 반돌프 공작이 차라리 조금의 성과라도 가지고 돌아왔다면 그를 제지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패장이 되어 회의 내내 말을 할 수도 없을 정도로 그의 입지가 좁아졌다.

그렇다고 후작급이 나서서 그를 제지하기는 또 힘들었다. 여기에 젊은 대신들의 경우는 그의 친정을 반기는 분위기까지 형성되고 있었다.

“전하께서 친정하시면 군의 사기가 하늘까지 솟아오를 겁니다.”

“정말 현명하신 판단이옵니다.”

“전하께서 친정하시다니. 그렇다면 저런 간악한 아인들 따위 모두 바람 앞의 등불처럼 사라질 운명이겠군요. 아하하!”

대신들의 반응에 프레드릭은 흡족한 표정으로 회의를 파했고 그는 자신의 침실로 향했다.

차가운 침대 위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프레드릭은 그 위에 사랑스럽게 쳐다보며 이불 안으로 파고들었다.

이불 속의 존재 한 여인을 바라본 그는 주체할 수 없는 성욕을 발산하며 그대로 뒤에서 안아 들며 서로의 보지와 자지를 연결하기에 이르렀다.

이불이 밑으로 내려오며 드러난 얼굴은 미레뉴, 미레뉴 제니리스의 얼굴이었다.

그러나 이 미레뉴는 초점이 없는 눈동자, 그리고 밀크의 자식 세쌍둥이를 임신해야 했을 배가 홀쭉했고 어딘지 모르게 위화감이 상당한 모습이었다.

약으로 정신을 나가게 만든 셰이프시프터를 교육하여 원하는 모습으로 바꾸게 만든 것, 그것이 바로 이 미레뉴의 정체였다.

자신의 모든 욕망을 가짜 미레뉴의 몸에 싸지른 그는 죽은 듯 그의 것을 받아 들이기만 하는 그녀의 뒤에서 귓가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

“곧…. 곧 정말 널 내가 손에 넣을 거야. 곧.”

그의 욕망은 그걸로 끝나지 않았고 약에 떨어진 한 명의 셰이프시프터는 그렇게 미레뉴의 대역이 되어 그의 손아귀에서 더럽혀졌다.

*****

다른 곳에서는 사뭇 다른 모습의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도시 중앙에서 크게 불타오르고 있는 모닥불과 그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수많은 인간, 아인들의 모습

그런 이들의 가장 상석에 있던 이들의 지도자인 대 족장 밀크가 술잔을 높이 들었다.

“오늘의 승리는 누구 하나의 공이 아니라 모두의 공이 크다. 종족이 달라도 모두가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서 하나 되어 싸우니 같은 종족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런 끈끈함이 전혀 없는 인간들을 격퇴할 수 있던 것이다.”

좌중의 모든 이목이 밀크를 향해 집중되었다.

대 족장의 말씀 그 하나하나가 그들의 가슴을, 그리고 정신을 울리는 멋진 울림을 선사했다.

“앞으로도 이렇게 우리가 하나 되어 싸운다면 그 무엇도 두려울 것이 없을 거다. 내 형제들, 남매들, 그리고 아내와 아들, 딸과 모든 가족…. 잔을 들도 마시자. 승리를 축하하며.”

축하하며!!!

모두가 술잔을 들었고 모두가 그를 따라 외쳤고, 또 모두가 술잔을 입에 가져가 들이켰다.

파티를 즐기는 인간과 각 아인 종족, 종족은 달라도 모두가 한곳에 모여 즐겁게 대화하며 술을 마시고 또 서로 마음에 드는 상대를 골라 사랑을 싹틔워 나아갔다.

그중 단연 인기가 높은 것은 밀크의 아들인 엘프족의 후대 족장으로 예정된 윈델, 그리고 마찬가지로 밀크의 아들이며 켄타우로스족의 후대 족장으로 예정된 크리스티온이었다.

홀스타우로스 아내들과 낳은 딸들은 홀스타우로스 특성상 족장인 밀크를 위한 아내가 되기에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는 대부분 밀크의 아내가 되지만, 다른 종족 아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의 경우는 그런 특성이 없어 그녀들 역시 인기가 대단해야 정상이었다.

다만…. 그들 역시 밀크의 딸들 아니랄까 봐 홀스타우로스의 피가 이어져 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밀크에게 더 큰 호감을 느껴 다른 남자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아 인기는 있는데 건드릴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하여 그 반작용 때문인지 그의 아들들이 훨씬 더 많은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었다.

이미 두 사람의 옆에는 여성들로 이루어진 진이 형성되어 있었고 남자들의 접근 자체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의 금남 구역으로 변하였다.

그곳에 딱 하나 발을 들일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두 남자보다 위에 존재하는 존재, 바로 밀크 뿐이었다.

“너희 두 사람이 공이 많다고 들었어. 자랑스럽구나.”

과거의 키였으면 밀크가 두 아들보다 작을 뻔했으나 여신들의 배려 덕분에 이젠 밀크 역시 꽤 다부진 체격이 되어 있었다.

남자치고는 선이 얇아 여린 느낌은 남아 있지만, 불필요한 근육이 전혀 없이 잘 단련되어 압축된 근육은 여리지만 단단함을 선사하고 있었다.

“아빠!”

“아버지.”

활발한 성격인 크리스티온은 자리에서 일어나 밀크의 품에 안겨들며 그의 가슴에 볼을 문질렀고 윈델은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역시나 냉정하고 싸늘해 보이는 얼굴 표정이 부드럽게 풀리며 밀크의 앞에서는 화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두 사람의 머리를 잔뜩 쓰다듬어 준 밀크, 윈델을 왼쪽에 그리고 크리스티온을 오른쪽에 두고 중앙에 앉자 조금 쭈뼛거리던 여인들이 자신들도 앉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다들 괜찮으니 앉아.”

그러자 여인들이 자리에 앉았다. 다만 아직 쭈뼛거리며 아까처럼 노골적인 행동은 하지 못했다.

“이거 내가 방해한 거 같네?”

“에이! 그런 거 아니에요. 자 아빠 제가 한잔 드릴게요!”

“내가 먼저야.”

“아! 치사하게 형이라고 새치기하지 마!”

“먼저 하는 사람이 이기는 거지. 후훗”

전투에서는 누구보다 먼저 나서서 적들을 압도하던 두 아들, 하지만 밀크의 앞에서는 아직 어리광이 심한 소년들일 뿐이었다.

몸이 크긴 했어도 얼굴은 아직 앳되어 보이고 밀크의 미를 진하게 이어 선들이 얇아 미소년이라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미남들 그 두 사람의 사이에 낀 밀크 덕분에 부자가 아닌 세 형제가 술잔을 나누는 것 같은 모습이 연상 되었다.

이 소중한 장면을 한 시라도 더 감상하고 또 머리에서 기억하고자 하는 여인들은 이 자리에 있지만, 없는 것처럼 조용히 그 모습을 감상했다.

축제는 점점 더 격하게 진행되었다.

성에 개방적인 아인들은 벌써 웃통을 벗어 던지거나 아랫도리의 옷을 벗고는 자신이 원하는 상대와 함께 교미를 시작했다.

후세를 남기기 위한 성스러운 행위, 상대와 합의가 된 이상 밀크는 섹스에 대한 것을 금지하지 않았다. 특히나 이런 축제 도중에는 마을에서 난교가 일어나도 상대방과 충분한 합의가 있다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처리했다.

아인들을 인간보다 그 수가 적다. 그렇다면 그 수를 늘리기 위해 문란하긴 해도 이러한 난교 행위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넘어가야 했다.

‘내일부터 또 열심히 아이들 태어나는 소리가 들려오겠군.’

잉태가 빠른 아인들은 하루 만에 임신과 출산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과거엔 이렇게 잉태와 출산이 빨라도 좋지 못한 생황을 영위해 아인의 유아들은 태어난 만큼 그대로 죽어 나간다 해도 이상할 게 없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들을 위협에서 지켜줄 성벽이 있으며 인간들의 생활 문화를 받아들임으로 의식주가 제대로 해결되어 그런 위협이 사라진 이상 아인들의 인구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였다.

“자, 잠깐 아빠가 있다고.”

“음….”

어느세 술에 잔뜩 취한 두 아들 역시 옆에 여성을 하나씩 끼고 있다가 그녀들의 육탄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사랑을 나누기 위해 여인들의 애무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다 컸네. 자리 비켜줄 테니 순풍, 순풍 많이 낳아라.”

“아, 아니…. 아빠가 그렇게 말해 버리면….”

“노력하겠습니다.”

밀크는 두 아들들이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 주었다.

그 역시 이젠 아들들처럼 생산 활동에 들어가야 했다.

자신의 집 침실로 향한 그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각양각색의 피부를 가지고 각양각색의 몸크기를 가진, 여인들이 헐벗은 몸으로 거대한 침대 위에서 그를 기자리고 있는 광경이었다.

한 사람이 오지 못했지만, 그녀는 편지를 보내 이 승전을 축하했다. 그리고 밀크의 승전을 축하하기 위한 그녀들의 이런 이벤트에 밀크가 몸을 뺄리 없었다.

침대에 살며시 걸터앉은 그를 향해 여인들이 다가와 그의 몸 구석구석 빠짐없이 자신들의 몸을 밀착해 황제 부럽지 않은 애무를 선사하며 그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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