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7화 〉157화 박살난 자신감. (157/177)



〈 157화 〉157화 박살난 자신감.

“끄음!!! 도착하였는가?”

“예 백작님. 이곳이 이들을 총 통솔하는 아인 족장이 기거하는 관저라 합니다.”

“어디 어디…. 허. 크군. 왕국 영주의 관저보다 더 크다니. 감히 아인 주제에 이런 건물에 기거해? 이거 오늘 혼쭐을 내줘야겠어.”

“그건 참으셔야 할 같습니다. 백작님.”

“이보게 자작! 이게 말이나 되는가! 가축이나 노예처럼 구르고 굴러야 할 아인놈들이 호의호식하면서 살고 있다네. 자신들이 무슨 인간이라도 되는 양 말이야!”

“성문 앞에서 했던 그대로 하시면 정말 일을 그르칠  있습니다. 다른 아인들은 몰라도 이곳의 대족장에게 만큼은 왕국 후작을 대하듯 해야 합니다.”

“못 알아들을 소리로군. 뭐 그래 자네가  보좌겸 협상 담당으로 이곳에 함께 있으니 나에게 조언을 한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지만, 아인에게 머리를 숙이라는 조언이라니 이건  들은 것으로 하겠네. 뭐? 후작? 감히 후작이라니 아인 주제에 흥!”

“백작님. 설마 아인 연합의 정보를 전혀 알아보지 않고 오신 겁니까? 사신 행렬의 책임자시면서요?”

“아인놈들 정보가 무에 그리 중요하다고….”

“그 아인이라 깔보는 자가 우리 왕국의 변방을 지키는 제니리스 후작가의 데릴사위입니다. 설마 그런 뒷배가 있는 자에게 백작님의 작위를 앞세워 방금처럼 윽박지르고 시작하려던 것은 아니겠지요?!”

“쿨럭…. 쿨럭….”

길버트가 한 말대로 행동하려고 했던 이스텐은 제니리스 후작가의 이름이 튀어 나오자 헛기침을 하며 사색이 되었다.
왕도를 차지하고 외세의 힘을 빌리긴 했어도 어쨌든 왕위를 차지한 4 왕자 프레드릭의 1등 공신에 해당하는 이스텐 백작도 자기 이름이 먹히는 상황과 안 먹히는 상황은 구별할 수 있었다.
백작에도 급이 있다. 이스텐 백작은 자신과 같은 1등 공신 반열에 있는 류스 백작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귀족 위에 군림하는 형세였다.
공작이 된 반돌프 공작 휘하에 영지를 가진 작은 백작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영지의 크기로나 힘으로나  백작을 상대할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
머지않아 나라가 통일된다면  백작은 후작이 되는 것이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무소불위의 이스텐 백작이라 할지라도 제니리스 후작이 상대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제니리스 후작은 말이 후작이지 공작이라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영지를 가지고 있으면 그 일신의 무력도 강하고 휘하에 따르는 자들 역시 정예중에 정예이며  수도 일반적인 공작의 병력보다 많았다.
변방을 지키고 있다는 특수성 때문이기도 했지만, 과거에서부터왕국의 변방을 수호하던 가문이라서 더욱이 이스텐 가문의 이름은 제니리스의 이름 앞에서 거리에 굴러다니는 돌맹이나 마찬가지였다.

꿀꺽

다시금 제니리스라는 이름을 머릿속에서 떠올린 것인지 조용히 침을 삼키는 이스텐 백작이었다.

“그 정보는 사실인가?!”

“아니…. 백작님. 저번 쿠…. 아니 왕위 쟁탈을 위한 혁명을 일으켰을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그때 제니리스 후각 님의 옆에 웬 아인 청년이  있었지 않습니까. 그자가 바로 이 아인 연합을 이끄는 대 족장인 밀크님입니다. 그저 아인 들의 대 족장으로 생각하시면 정말 큰일 납니다. 어디까지나 왕국의 후작인 제니리스가의 데릴사위로 상대해야 합니다.”

“으잉…. 쯧쯧…. 그러고 보니 기억이 나는군. 왕국의 고고한 가문이 어찌 아인 따위를 데릴사위로 들였는지. 말세로군…. 왕국의 수치야 수치 으잉…. 쯧쯧쯧”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마 아인 멸시 사상을 가진 당신네뿐일 겁니다.’

“아무튼, 알았네. 내 조금 성질을 죽이고 머릴 숙이진 않겠지만, 예의는 차리도록 하지. 그 정도면 되겠는가?”

“예 백작님. 협상은 제가 해볼 테니 백작님은 그저 자리를 지켜 주시는 그것만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아무렴 대 첼슨 왕국의 백작이니 있고 없고의 차이가 심하지요. 예.”

‘입은 제발 다물어 주시고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반은 갑니다….’

“카하하하! 자작이 뭘 좀 아는구먼, 알았네! 내 왕국 백작의 기세가 무엇인지 이 아인 도령에게 철저히 알려주도록 하지.”

‘어휴…. 단순해서 다행이군.’

그렇게 사신단은 밀크의 관저 가까운 곳에 있는 손님들을 위한 고급 여관으로 안내 되었고 길버트와 그를 호위하는 기사 버크, 그리고 이 사신단의 대표인 이스텐만이 밀크의 관저로 초대 되었다.
밀크가 오길 기다리며 이스텐은 그저 눈앞에 차려진 과자와 차를 먹고 홀짝이며 시간을 달랬지만, 길버트는  눈을 쉴 새 없이 움직이며 관저의 안을 철저하게 조사했다.

‘분명히 돌로 된 집이었다. 그런데 안쪽이 이리도 훈훈하다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로군. 본디 돌은 외부에서 열을 받으면 따듯해 지지만, 지금 같은 초봄 날씨로는 이런 훈훈함을 낼 수 없을 텐데….’

아직은 날씨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추운 바람이 부는 초봄이었다. 그런데도 돌로 된 건물 내부가 이리 훈훈하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1층에서 불을 지피고 있긴 했었지…. 그런데 그 열기가 여기까지 닿는다는 건가? 그리고 연기는  어떻게 되는 거지? 분명 들어올  공기 중에 연기가 퍼지진 않았고 이곳 역시 마찬가지다.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1층은 굴뚝으로 이어져 있는벽난로가 전해주는 열기로 따듯해지며 2층은 그 빠져나가는 뜨거운 연기를 이용해 굴뚝까지 향하는 작은 통로를 만들고  통로를 통해 연기가 빠져나가며 위에 깔린 돌에 열기를 전달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단 하나의 구멍도없이 빽빽하게 막혀 있는 타이거 호넷의 분비물로 만든 아교는단 한치의 연기가 건물 내부로 흡수되는 것을 막아 주었고 그에 따라 이런 이상적인 온기를 만들  있던 것이다.
너무 구불구불한 통로에는 연기가 잘 빠져나갈  없기에 그것도 고안하느라 손님용, 그리고 밀크의 침실 정도에만 연기 통로를 설치했고 남은 곳에는 간이로 만들어진 벽난로를 상용해야 했지만, 이 정도도 길버트가 느끼기에는 신세계나 다름없었다.
조잡하게나마 현실의 보일러를 따라 한 것이니 그가 느끼는 신비함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일 것이다.
따듯하게 데워진 물을 통로로 보내고 다시 차가워진 물을 통로를 통해 회수하고 데우고 또 보내어 그 열기로 돌을 데워 온돌을 만드는 순환식 방식도 있지만, 알다시피 이곳의 과학력을 그렇게 발달하지 못했다.
하여 알고는 있어도 실현할 수가 없어 이렇게 뜨거운 연기가 빠져나가는 통로를 통해 그나마 비슷하게나마 온돌을 재연한 것이다.

“방이 따듯하지 않습니까?”

기사 버크도 이 이상한 현상에 의문을 표했다. 그러자 과자를 열심히 먹고 있던 이스텐이 객쩍은 소리로 대답을 했다.

“따듯하지 좋지 않은가. 밖 날씨가 어찌나 삭풍이 부는지 뼈가 다 시릴 정도였는데 손님 접대가 나쁘지 않아서 나름 괜찮군. 허허허”

그런 태평한 소리나 하는 이스텐의 모습에 남은 두 사람은 고개를 살살 저으며 지금 이런 아인들의 문물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을 경멸하듯이 바라보았다.

‘하…. 아인들이 무식하다. 천박하다. 그리고 덜떨어진 가축과 노예나 다름없다. 그러니 인간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인간을 위해 일을 하고 그 부산물을 생산해야 한다. 아인은 인간의 아래다…. 한데 이들은 알고 있을까? 진짜 돼지우리에서 사는 것은 과연 누군지 말이다. 아인들이 무식하다고? 이 건물을,  거대한 성벽을 올릴 정도의 기술력이 있는데? 아인이 천박하다고? 방금 내가 보고 듣고 확인한 아인들은 거리에서도 옷을 입고 절대 야만스럽지 않았는데? 아인이 가축과 노예라고…. 그들은 이미 우리보다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있다. 이젠 누가 가축이고 노예의 생활을 하고 있는지 모를 지경이다.’

길버트는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차라리 이스텐처럼 아인 멸시 사상에 찌들어 있었다면 마음만은 편했으리라 스스로 생각할 정도로 자신이 사라지고 있었다.
협상을 위해 준비한 내용,  어떤 것도 무기가 되어줄 수가 없었다.
작금의 프레드릭의 첼슨 정통 왕당파는 생각 이상으로 궁지에 몰려 있다고 할  있다.
왕자도, 2 왕자도 살아남았기에 프레드릭의 정통성을 까내리며 그와 함께하려 하지 않는 것이  번째 이유다.
두 번째 이유는 그가 왕이 되었음에도 제니리스 후작이 그를 따르지 않고 계속 중립으로 남아 있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둘 중에 하나만 프레드릭의 편으로 돌아섰다면 이미 이 내전은 끝이 났을 수도 있는데 어쩌다 보니 중립을 제외하면 삼 솥발의 형국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중 두 개의 솥발이 하나는 되지 못해도 같은 적이 두고 반 연합의 형태를 갖추고 있으니 프레드릭으로서는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 아인들을 극도로 멸시하지만, 뒤에서 호시탐탐 자신들을 노리는 아인들을 진정시켜두고 남은 두 왕자를상대하기 위해 이리 사자를 보낸 것이다.
저번 습격도 불문에 부치고 원한다면 무엇이든 제공하라는 전권을 위임받고 왔지만, 그들에게 줄 것이 하등 존재하지 않았다.
사는 곳도 인간보다 좋고, 먹는 것은 보지 못했지만, 모두 건강해 보이니 그것도 필요 없어 보인다. 거기다….

‘저들의 무기와 갑주는 모두 드워프가 만든 제품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진다는 겁니다.’

‘미친 소리…. 드워프제의 무구들이 어디 길거리의 돌멩이인가?’

‘드워프도 아인입니다. 이곳에 드워프가 있다면 말이 됩니다.’

‘하….’

아까 이스텐이 잠들자마자 마을로 들어서면서 버크가 추가로설명한 말로는 그들의 무장은 드워프제로 무구 또한 제공해 보았자 왕국  무기는 쓰레기더미다.
제공된 무구를 녹여 드워프제로 다시 만들어 쓰라는 말도 이상했다. 그건 쓰레기 투기지 제공이 아니니 말이다.

‘결국, 좁혀지는 것은 무구를 만들 때 사용할 재료들과 이들이 가지지 않은 식료품 그리고 생필품인데…. 이것은 너무 협상 카드가 부족하다.  협상은 이미 반은 지고 들어가는군.’

그러다 문득 산더미만큼 쌓여 있다가지금은 반 이상이 이스텐의 배로 사라진 과자를 보고 눈에 이체를 띈 길버트가 그 과자를 하나 들어 올렸다.

“음!!!”

단단한 모양이었는데 입으로 베어 물면 부드럽게 잘린다. 그리고 입안에서 사각사각 씹히다가 달콤함을 남기며 사라져 간다.

‘참패로군…. 먹거리도 뭘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대충 홀스타우로스의 젖이 함유된 거 같은데 어떻데 만드는지는 전혀 모르겠군. 서민적인 맛도 아니다 진하지만,  건 과실이 있어서 상큼함이 입에서 느끼하지 않고 단맛이 있어 내어준 차와 어울린다.’

 쿠키는 인간과 아인의 합작이었다. 엘프들이 키우는 포도를 말려 건포도를 만들고 홀스타우로스들의 질 좋은 우유와 빅 호넷의 꿀 그리고 렘톤이 망하기 전에 이곳 사람들의 주식이었던 귀리를 오트밀로 만들어 이것을 조합해 만든 오트밀 쿠키다.
꿀과 우유를 머금어 섞이면 서로 끈끈하게 달라붙는 오트밀의 성질을 이용해 여기에 건포도를  섞고 구워내어 만들었다.
사용된 재료들이 재료인지라, 맛이 없을 수가 없었고 밋밋한 차도 맛있게 만들어 주는 이곳의 주요 먹거리 중 하나였다.
이미 그와 거래를 하는 2 왕자와 몇몇 중립 귀족들에게는 조금씩 풀어 제공되는 중이었는데 프레드릭 정통 왕당파와는 왕래가 전혀 없기에 그들은 이것이 언제부터 있던 과자인지도 모를 것이다.

‘저 입 고급스러운 양반이 허겁지겁 먹어대는 걸 보고 대충 예상은 했지만…. 점점 자신이 없어지는군.’

이대로면 시작도 전에 자신감이 박살나 버릴 상황이라 초조하게 밀크가오길 기다리는 길버트, 그의 바람대로 다행히 밀크는 그의 자신감이 다 사라지기 전에 접객실에 도착했다.

“회의가 너무 오래 걸려 죄송합니다. 제가  아인 연합을 통솔하는 대 족장이자, 대 첼슨 왕국의 변경 후작 제니리스 후작가의 데릴사위인 밀크 제니리스입니다.”

 개의 신분을 모두 소개하는밀크의 모습, 초반부터 단단히 위아래를 확실히 정해 주었으니 무례를 범하지 말라는 밀크의 속뜻을 길버트가 모를 리 없었다.

‘어떤 녀석인지 모르겠지만, 아인 멸시 사상 만든 놈을 만난다면 딱 하나 내가 지적하고 말겠다. 아인이 무식하다는  무슨 논리로 만들어낸 궤변 같은 사상인 거냐!’

속으로 애꿎은 상대를 향해 화를 낸 길버트는 먼저 소개를 시작한 이스텐의 뒤를 이어 인사를 했고 그 뒤로 기사 버크가 인사를 한 뒤 밀크의 허락에 따라 차례대로 자리에 앉았다.

“그래. 프레드릭 전하께서 보내셨다고요?”

“그렇습니다. 여기 길버트가 밀크 제니리스님께 국왕 전하의 뜻을 전할 겁니다. 길버트 시작하게.”

“아…. 예….”

심장이 떨리고 살이 떨릴 정도로 긴장한 길버트가 천천히 프레드릭의 친선 문서를 낭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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