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3화 〉153화 기싸움 (153/177)



〈 153화 〉153화 기싸움

“대 첼슨 왕국의 국왕 전하이신 프레드릭 첼슨 전하시다! 첼슨 왕국의 백성은 당장 성문을 열고 예를 갖추어라!!!”

“귀  먹었으니 조용히 말씀하시지!”

“뭐, 뭣이! 감히 이 대 첼슨 왕국의 국왕 전하인 프레드릭 첼슨님을 대변하는 장군 코르도프에게 무례한 언사를 하다니!”

성벽 위에서 아래를내려다보며 시끄럽게 떠들던 코르도프에게  마디 날린 남자는 코웃음을 치면서 그들을 계속 내려다보았다.
왕도와 후작령을 이어주는 관문을 지키는 제니리스 후작가의 충성심 깊은 귀족가인 렌딜 자작가의 주인이면서 자신도 굉장한 실력의 검술을 자랑하는리어 렌딜 자작이었다.
렌딜 자작은  아래로 자란 수염을 멋들어지게 휘날리며 왕국의 국왕을 자처하는 프레드릭과 그런 그를 받들고 모시는 귀족들을 썩은 물고기를 바라 보듯한 눈길로 바라보는 중이었다.

“코르도프 자작이었군. 반갑소.  제니리스 후작령의 후방 관문을 책임지는 수문장 리어 렌딜 자작이오. 그래 무슨 일로 이 변방까지 행차하셨는가!”

“네이노옴!!! 내 말을 허투루 들었느냐! 난 지금  첼슨 왕국의 국왕 전하를 보필하고 이곳에 왔다! 그리고  몸은 이제 자작 따위가 아닌 대 첼슨 왕국의 백작 신분이니 말을 조심하거라! 당장 성문을 열고 첼슨 왕국의 국왕 전하를 맞이하라! 만약 그렇지 않으면 제니리스 후작령은 첼슨 왕국에 반역을 꾀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모조리 도륙을 낼 것이다!”

그 말에 렌딜 자작은 또 코웃음을 치면서 맞장구를 쳐주듯이 그를 조롱하였다.

“이런! 감히 대 첼슨 왕국의 국왕전하를 몰라보고 제가 결례를 범한 듯합니다. 그리고 백작이 되신 코르도프 백작께도 사죄를 드리지요.”

“흥! 알면 되었다. 당장 성문을….”

“하지만 성문을 열  없습니다.”

“이노옴!!! 무슨 꿍꿍이더냐!!!”

“난 이 성문을 지키는 수문장이오. 상관의 지시가 없는 한 이 성문을 열 수 없소. 대 첼슨 왕국의 성문이 어디 함부로 열리고 닫히는 곳인 줄 아십니까. 상관의 명령이 떨어질 때까지 거기서 조용히 기다리셔야겠습니다.”

“네놈은 귓구멍이 막힌 게로구나. 지금 이곳에 계신 분이 바로 그 첼슨 왕국의 지배자란 말이다! 이분보다  높은 분이 어디 계시다고 감히 상관의 명을 기다리겠다는 것이냐! 이 이상의 무례를 범했다간 네놈의 목이 성루에 걸릴 것이다!”

“흥! 목이 성루에 걸리는 한이 있어도 안 되는 건  되는 겁니다.  상관이신 제니리스 후작님의 허락이 떨어지면 즉시 성문을 열겠소. 그러니 기다리시오!”

“가, 감히 저놈이!  이놈! 당장 내려와서 죄를 사죄하거라! 네놈이 지금 누구에게 그런 망발을 하는지 알고는 있느냐!”

“망발이라니!!! 언행을 조심하라! 만약 조금만  우릴 자극하거나 건드린다면 고슴도치가되는 것은 누가 될지 다음 순간 알게  것이다!”

“뭐, 뭣이!!!”

코르도프가 점점 기세 싸움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니 뒤에서 조용히 말을 타고 기다리고 있던 프레드릭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앞으로 나섰다.

“저, 전하!”

“코르도프 물러나라. 내가 이야기하겠다.”

“하, 하지만 전하!”

“물러나라. 했다.”

“아, 알겠습니다.”

코르도프가 물러나고 프레드릭이 단기 필마로 모두의 앞으로 나서니 성문 안에서는 침을 삼키는 소리가 밖까지 들려올 정도로 모두가 긴장한 듯한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하지만 그런 병사들의 모습에서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는 렌딜 남작의 모습에 긴장했던 모두가 다시 마음을 다잡고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지키고  있을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성루에 꼿꼿이 서서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렌딜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프레드릭이 천천이 입을 열었다.

“렌딜 자작이라 했나?”

“그렇습니다. 프레드릭 전하.”

“본인은 첼슨 왕국의 국왕이다. 무지는 죄가 아니지만, 계속되면 죄가 될 수 있으니 앞으로는 내 이름이 아닌 정식으로 성을 부르도록 하라”

“본디 무지한 무부를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 감사할 따름이옵니다.”

말에 뼈가 있었으나 프레드릭은 그런 자잘한 것에 흥분하지 않았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프레드릭인 4 왕자일 때 숨겨두었던 그의 카리스마를 마음껏 표출하고 있었다.
하여 과거의 모습이라면 벌써 흥분을 해도 모자라지 않았을 상황에도 여유를 부리고 있을 정도로 그는 확실히 왕좌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점점 변해가는 중이었다.
1 왕자에게 없는 냉정하고 비열한 면모, 그리고 2 왕자에게 없는 남을 쉽게 쳐내고 새로 들이는 결단력까지 있는 지금의 4 왕자는 어쩌면 가장 거대한 적이라 해도  것이다.

“본인이 명하니 당장 성문을 열라.”

“죄송하지만, 전하. 이것은 수문장이 해야 하는 아주 기본적인 방침이옵니다. 나라의 누가 온다 하여도 이 성문을 지키라 명한 상급자의 명이 없다면 일정 이상의 병사를 끌고 온 그 누구도  안으로 들일  없습니다.”

“난 이 나라의 왕이며 그러므로 군을 이끌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왕이 행차하는데 혼자 온다는 것이 말이 된다 보느냐? 당연히 왕의 길에는 그를 호위하고 시중을 드는 행렬이 함께하는 법이다. 이들은 모두 그러한 인원들이니 군으로 볼  없음이다.”

“그것은 일반 영지에서는 상관없이 통하지만, 이곳은 변경의 그것도 적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전선 지역입니다. 이런 곳에서는 아주 작은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는 것만으로도 국경이 밀리는 최악의 사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국왕 전하의 호위와 시중 중에 적과 내통하는 자가 없다는 증거조차 없는 상황에 어찌 상급자의 명령 없이 제가 성문을 열 수 있겠습니까.”

“내가 보증하지 그런 자는 일절 없다.”

“죄송합니다. 전하 믿을  없습니다.”

“…….”

“네 이놈!!!”

“이 발칙한 놈!”

“당장 내려와 전하께죄를 고하고 머리를 찧어 자결하거라!”

“더러운 놈! 감히 국왕 전하를 믿지 못하겠다는 말을 내뱉다니!”

“혀를 도려내고 3족을 멸해야 할 자로다!!!”

“전하! 저 당돌한 자를 당장 벌해야 합니다!”

“명령만 내려주시면 저 작은 성 따위 당장에 함락시켜 보겠습니다!”

“그만!!!”

렌딜의 행동에 프레드릭을 제외한 모두가 성토를 시작하자 그들의 말을 듣고만 있던 프레드릭이 강하게 외치며 모두를 자중시켰다.
냉정한 표정을 하고는 있지만, 그의 눈빛에서는 불이 타오르다 못해 이글거려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릴 듯이 무시무시한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자네의 상관은  왕국의 후작이 아니란 말인가? 어찌 왕국의 국왕이 직접 찾아 왔는데 선문을 여는 것은 고사하고 이리 기다리게만 한단말인가. 왕국에 반역을 꿈꾸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표방해야 할 것이야.”

“얼마 전부터 불칸 왕국의 태도가 심상치 않습니다. 만약 국경이 뚫리게 되면  뒤는 전면전으로 이어집니다. 이에 후작님이 직접 국경 방어지에 나가 하나하나 물자와 방어진 배치도를 점검하고 계십니다. 오늘까지는 돌아오시기로 예정이 되어 있으니 너무 역정을 내지마시고 진득하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전하.”

“하….”

프레드릭은 시니컬하게 한 번 웃은 뒤 고개를 뒤로 돌렸고 그의 표정을 바라본 국왕 친위대와 그를 위시하여 몰려온 귀족들의 안색이 파리하게 변하였다.
그렇게 대쪽같은 성격의 렌딜은 성문을 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또 지나고  지나자 슬슬국왕쪽 인사들의 인내심에도 한계라는 것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프레드릭은 참아냈다. 사람들을 그의 냉정한 얼굴로 다독이며 참으라, 참으라 지시하며 슬슬 땅거미가 져오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을 무렵 성루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도 여기 있는가?”

누구에게나 당당한 목소리로 호감을 사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루를 천천히 올라오고 있는 그녀는 바로 제니리스 후작, 미레뉴였다.
양옆에 벨과 유크의 호의, 아니 양팔이 단단히 부축되어 천천히 계단을 오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많이 힘들고 불편해 보였다.

“후작님 오셨습니까.”

“그래 수고 많았어. 휴우.”

힘들게 계단을 다 올라와 잠시 자리에 앉은 미레뉴, 그녀는 갑옷을 입지 않았다. 오히려 허리가 펑퍼짐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원래를 허리에 차고 있어야  그녀의 검 문세이버 또 한 그녀의 부관인 남자가 들고 있었으며 만삭이 지나도 훨씬 지나 보이는 크게 부푼 복부가 매우 불편해 보였다.
아인의 씨를 임신한다는 것은 인간에게 힘든 일이지만, 워낙 몸이 튼튼한 그녀였던지라 옆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만 있다면 이렇게 거동도 가능했다.
인간보다 훨씬 태어남과 자람이 빠른 아인의 피를 받은 아이, 지금 그런 아이가 미레뉴의 배 안에서 태동을 하는 중이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힘든 방문을 하게 만들어서요.”

“후후, 괜찮다. 다 내가 선택한 일인데 누굴 탓하겠나. 어이쿠….”

배가 떨려오는지 깜짝 놀란 미레뉴가 몸을 살짝 비틀지만,  무엇보다 소중하고 사랑스럽다는 듯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노래를 불러 진정을 시켰다.
그 모습을 본 렌딜은 과거의 보았던 후작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겹쳐 보이며 모성애까지 가지게 된 그녀가 이젠 더욱 높게만 보일 뿐이었다.

“그…. 공자님이 쌩쌩하신 모양입니다.”

“응? 누구 마음대로 공자님이래? 렌달 자네 혹시 미래를 보는 통찰력 같은 거 생긴 거야?”

“아,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후작가의 튼실한 공자님이 계시면 뭐랄까…. 안정감도 들고 그렇지 않습니까.”

“아들을 바라는 건 내 이해하는데 딸이라도 우리 후작가 인사들이 과연 싫어할까?”

“그건……. 아니지요.”

“그래. 그리고 내 배에 들어있는  하나 아니야.”

“예엣?!”

그랬다. 미레뉴의 배가 이리 거대한 것은 아인의 피를 가진 씨를 잉태한 것도 한몫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미레뉴의  안에는 세쌍둥이가 자라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법으로 확인한  내용을 안 후작가가 발칵 뒤집힐 정도로 이날의 일은 화제가 되었는데 특히나 집사장은 눈물이 앞을 가려 하루 내내 훌쩍이고 돌아다녔다 할 정도로 축복받을 일이었다.
유크와 벨이 그녀를 도와서 전선의 일과 기타 잡무를 모두 도맡아 하며 그녀의 배가  불러오기 전에 그녀의 일을 죄다 자신들이 흡수해 능숙하게 처리할 있게 되었고 그로 인해 미레뉴는 안전하게 산모로서 쉴수 있게 되었다.
오늘 같은 이례적인 일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몸조리를 하고 있어야 할 그녀였는데 눈치도 더럽게 없는 저 4 왕자가 자신들이 모시는 상관의 몸을 상하게 했다며 벌써 병사들이 이를 갈기 시작했다.

병사들에게는유쾌하고 지휘관들에게는 냉정하고 아주 무서운 상관이지만, 그렇기에 누구보다 믿을 수 있었든 상관, 그런 상관에게 수고를 끼쳤으니 어찌 죄송하지 않을쏘냐.
그리고 그런 수고를 끼치게 만든 그 대상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씹어 먹을 준비가 이미 끝난 병사들과 지휘관들의 시선은 오로지 자칭하여 왕이 된 남자를 향하고 있었다.
성루의 상황이 급변한다는 것은 아래쪽에 있더라고 한눈에 알 수가 있었다.
웅성대는 소리가 조금 지나가니 성루에서는 누군가가 고개를 내밀어 아래쪽에 인원들을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미, 미레뉴. 아아…. 미레뉴구나”

그의 사랑은 아직 식어버리지 않았던 것일까? 멀리 성루에서 얼굴만 내밀었을 뿐인데 마치 눈앞에 있는 생생하게 그녀를 알아보고 있었다.
아진 상반신이 다 올라오지 않았기에 그 아래에 그를 절망으로 빠트릴 부분이 남아 있다는 것만 빼면 지금 그의 상황은 행복에 겨운 얼굴이 괜히 불쌍하기만 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미레뉴가 성루에 완전히 섰고 그녀의 모습을 본 프레드릭은 그 자리에 동상처럼 얼어붙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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