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2화 〉152화 새로운 국면
밀크 그리고 미레뉴가 사랑을 나눈 밤이 지나고 다음 날이 되었다.
렘톤을 방문했던 2 왕자 파와 미레뉴는 각자의 장소를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그들이 돌아가기 전에 대장간에서 그동안 훈련으로 실력이 월등히 높아진 파티마와 드워프들의 보조를 받아 명작 무기를 여러 개 탄생시킨 밀크는 그것을 2 왕자와 미레뉴 그리고 유크, 벨에게 선물했다.
원래 명작 무기를 탄생시키면 다음 명작이 탄생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여신의 힘을 받게 된 이후로는 명작 탄생의 불이익이 사라졌다.
대신 명작 이상인 역작, 영웅의 작품, 전설의 작품 등등 새로이 모습을 드러냈고 만들어 낼 수 있는 기간이 따로 설정되었다.
톨메오와 미레뉴까지는 선물한 것은 그렇다 치고 유크와 벨에게 까지 무기를 선물한 이유는 그녀들이 미레뉴를 따라 후작령을 이동을 하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밑에서 좀 더 배움을 받고 싶다는 것이 그녀들의 뜻이었다.
어차피 이곳에 있어 보았자 밀크의 호위는 린다와 칸젤라가 도맡아서 하니 자신들이 할 일이 적다는 것도 큰 이유였다.
밀크는 잠시 고민했지만, 두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몸 건강히 돌아오라는 뜻에서 린다의 셰이크에 버금가는 명작 무기를 각각 쥐여준 것이었다.
은백색인 미스릴과 특유의 강렬한 흑색 광택을 가진 흑철을 베이스로 제작된 미레뉴의 장검 문세이버
미스릴과 강철로 만들어진 톨메오의 소검 세스터, 통짜 강철과 흑철로 만들어 무게는 무겁지만, 그만큼 강력한 무기로 만들어진 쌍둥이 장검 유크와 벨의 진&준
다른 자들도 밀크의 무기를 보고 가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그 자리에서 무기를 요구할 배짱이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자신들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을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는 밀크의 뒷모습을 끝으로 세월이 조금 지나갔다.
끝나지 않으리라 예상되던 엄청난 추위의 겨울이 지나 다시 봄이 되자 잠시 소강상태에 빠져 있던 왕권 다툼이 슬금슬금 그 머리를 쳐들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단연 4 왕자 파였다.
왕도를 점령하고 겨울 동안에 다시 왕도를 수복하는 것에 온 힘을 다 쏟아부어 내정은 엉망으로 치달았지만, 그것을 빠르게 복구한 것은 아인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촤악!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네년의 딸들을 벌하겠다 했을 텐데! 왜 젖이 이거밖에 모이지 않았지?”
부족 생활이 아닌 왕도에서 왕국 국민으로서 생활을 하고 있던 한 홀스타우로스 여인은 지금 인간들의 식량, 그리고 그들의 내정을 위한 돈의 수급을 위해 젖을 생산하고 있었다.
팔과 다리가 포박되어 있지만, 입과 기타 다른 부분은 크게 손상시키지 않고 손으로 젖을 짤 수 있도록 거대한 항아리를 앞에 두고 있는 젖 생산 시설이었다.
그녀 말고도 이 시설에는 몇몇의 홀스타우로스들이 잡혀와 이같은 고생을 하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하, 하지만…. 나오지 않는다고요…. 매일매일 이렇게 영양가 없는 음식만 먹고 그렇게 많이 짜내면 저희라 해도 젖이 마른다고요.”
“말대꾸할 시간이 있다면 젖이나 더 짜내라 이 아인년아!”
“흐윽….”
회초리 모양의 채찍을 들어 올리자 홀스타우로스 여인은 그것에 맞지 않기 위해 몸을 움츠리며 뒤로 물러났다.
채찍을 들고 있는 남자, 이 시설의 젖 생산 부분을 담당하는 담당자인 이자는 잠깐 고민을 하더니 기다란 피리의 주둥이를 입에 물고는 그것을 강하게 불러 신호를 보냈다.
피이이이잇!!!
그러자 그 남자의 옆으로 다가오는 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이년 이거 젖 생산량이 점점 안 좋아 지고 있어. 지금 종마 쉬고 있나?”
“아- 예, 예 약물에 절여져서 생식만을 위해 행동하는 미노타우로스 한 마리가 상대가 없어 쉬고 있습니다.”
“잘 되었군. 이년을 그놈과 교배시켜라. 생산량이 줄어들면 강제로 늘려야지 어쩌겠어. 데려가라.”
“그, 그만두세요! 쉬지도 못하고 벌써 아이를 수십이나 낳았다고요!!! 그리고 내 아이들을 볼수도 없게 만들면서 이렇게 아이만 낳게 하다니 너무하다고요!!!”
“닥쳐! 육등급 아인 주제에 감히 삼등급 시민인 나에게 소리를 높이다니! 당장 이년을 데려가 놈과 교배시키고 한동안 젖 생산량을 높이도록 약물을 써라!”
“예 나리!”
“으흑!!! 이 잔인한 인간들!!! 저주하겠어!!!”
이러한 현상은 비단 왕도에서만 행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4 왕자 파의 영지에서는 모두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등급을 정해 두고 일등급이 왕족, 이등급이 귀족, 삼등급이 고위 종사자, 사등급이 일반 시민 오등급이 천민과 노예였고 육등급이 아인이었다.
4 왕자파는 육등급으로 책정한 아인들을 핍박하고 잡아들여 성국과의 우호를 다지는 한편 그들을 착취하여 돈을 벌어들이고 그 돈을 이용해 내정을 강화하고 왕도를 빠르게 수복했다.
오등급부터 삼등급까지의 시민들은 세금이 줄어들었으며 그로 인해 자신들의 생활이 풍족하니 육등급의 아인이 착취를 당하건 말건 그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빠른 성장을 보인 4 왕자 파는 아익을 착취했다는 추악한 내용이 있었지만, 2 왕자 파는 성국과 바로 맞닿아 있는 카프리온 공작 영지를 본거지로 삼는 바람에 성국의 계속되는 도발적인 무력시위로 인해 중앙 수도에 크게 관여할 수가 없었다.
1 왕자파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공간에 자리 잡고 있었으나 힘은 적게 들고 얻는 것이 많은 4 왕자파의 행동에 편승하여 조용히 비밀스럽게 아인들을 착취하는 전략으로 4 왕자 파와 힘의 균형을 맞추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제니리스 후작가는 주적인 불칸 왕국이 호시탐탐 국경을 침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에 왕권 다툼에 큰 힘을 보탤 수 없었으나, 불칸 왕국이 당장 공격해 오면 제니리스 후작의 도움 없이는 막기가 힘들다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기에 불가침 영역과도 같은 공간이 되어 있었다.
그외 자잘한 다른 영지들도 다들 주알판을 튕기며 자신이 어디에 속할지 또 얼마나 이익이 있을지를 판가름하며 점점 1 왕자 파인지, 2 왕자 파인지, 4 왕자 파인지 견해를 밝히기 시작했다.
활발한 움직임이 보이는 첼슨 왕국, 하지만 그런 활발한 움직임에 찬물을 끼얻는 사건이 일어났다.
4 왕자 파가 군을 이끌고 제니리스 후작령으로 진격을 시작한 것이다.
“수도에서 군을 움직였다?”
“예 대족장님. 수도에 다시 시작한 에클레드에서 보내온 소식입니다. 목표는 제니리스 후작령이라고 합니다.”
자줏빛 바이올렛이 전소한 뒤에 조용히 인간 위주로 이루어진 창녀 인원과 로크웰을 전면에 내세워 다시금 운영을 시작한 왕도의 어두운 골목의 신생 창관 에클레드
물론 뒤에서 모든 것을 조율하는 것은 비올라였으나 과거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성국에게 괜한 빌미를 줄 수가 있어 부득이하게 이름을 바꾼 것이다.
그론 에클레드에서 4 왕자 파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비올라에게 전문을 보내왔다.
비올라의 보고를 받으며 탁자를 톡톡 두드리는 밀크, 그의 예상을 뛰어넘어 버리는 4 왕자의 행동에 혀를 내두르고 싶었다.
“불칸 왕국은 첼슨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곳인데 그런 곳과 싸우며 국경을 지키는 후작가를 공격하다니 머리에 뇌가 있는 놈인지 없는 놈인지.”
“그것에 대하여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두 가지 이유?”
“예. 첫째로 그들과 연계하고 있는 성국의 끄나풀들의 성화가 이만저만이 아니랍니다. 제니리스 후작님은 밀크 대족장님의 아내가 된 이후로 아인들에게 좀 더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게 성국 끄나풀들의 눈에는 아니꼽게 보인 모양입니다.”
“아인을 죽도록 싫어하는 그놈들이 목에 핏줄까지 세우며 후작을 성토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군, 그렇다면 두 번째 이유는 뭐지?”
“4 왕자 프레드릭이 정통성을 내세워 후작을 맞이하겠다는 것입니다. 아직 마음을 접지 못한 모양이더군요.”
“미친놈이…. 감히 누구 아내를 탐내”
“하여 비어버린 왕도를 방어하기 위해 반돌프 백작이 군을 이끌고 왕도로 출발했다 합니다. 하여 반돌프 백작령은 지금 완전히는 아니지만, 많이 비어있는 실정이고요.”
“아하…. 그만큼 우리 아인 연합을 얕잡아 보고 있다 이거로군.”
“왕도 전역을 주름잡던 에스타 상단이 2 왕자 파와 제니리스 후작령에서만 가동되고 있으며 작디작은 렘톤 하나를 차지한 저희가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 거겠죠. 이 안에 쌓여있는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전혀 모르고 말입니다.”
“어차피 제니리스 후작령은 미레뉴가 잘 지켜줄 터. 프레드릭이 뭐라 난리를 쳐도 미레뉴가 눈 하나 깜짝할 여인도 아니니 그쪽은 걱정하지 말고 슬슬 우리의 울분을 좀 그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시간이 되기도 하였지.”
4왕자가 왕도를 점령하고 겨울이 지나 봄이 오는 동안 왕도와 각지에서 생활 중이던 아인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당해 왔는지는 이미 너무도 잘 알고 있던 밀크였다.
상황을 봐서 그들을 구출하는 것이 아인 연합의 제1차 목표였으니, 그로 인해 아인들의 수를 늘림과 동시에 놈들의 자금력을 말살해 버릴 수 있었다.
거기다 반돌프 백작령을 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의미가 컸는데 4 왕자를 지지하는 이들 중에 가장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자이기 때문이다.
“아 참 공작이 되었다지?”
“예. 프레드릭이 자기 멋대로 왕좌에 앉아 첼슨 국왕을 스스로 자칭하며 논공행상을 치렀다고 합니다. 이제 필립 반돌프 공작이 되셨더군요. 눈꼴시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레이나는 요즘 어떤가?”
“아버지가 왕국을 배신한 매국노라는 사실에 잠시 방황하는 듯했으나 지금은 다시 회복했습니다. 다만…. 반돌프 라는 성을 버렸더군요.”
“이런…. 아버지 때문에 딸이 계속 고통을 당하는 군 조만간 한 번 찾아가 봐야겠어.”
“그럼 대족장님. 앞으로의 행동 방침은 어떻게 하실 계획입니까?”
“제니리스 후작령이 목표가 되어 있는 틈에 반돌프 공작령을 공격한다. 일반 민가에는 피해를 주지 않고 최대한 생산 시설을 파괴하여 아인들을 구출하는 것에 중점을 두겠어. 자세한 것은 내일 회의에서 다루도록 하지. 각 부족의 장들은 내일 아침에 내 집무실에 모일 수 있도록 소식을 보내줘.”
“알겠습니다. 대족장님.”
“흠….”
비올라가 자신의 방을 빠져나가자 혼자가 된 밀크는 벽에 걸린 공작가의 지도를 바라보며 이글거리는 눈빛을 발산했다.
“우리가 뭐 괜히 조용히 있어 준 줄 알아?”
지도 앞으로 다가간 그는 그것을 거칠게 잡아 손으로 가져왔다.
“명분을 다 쌓았다. 이제 회수할 시간이지.”
핍박당하고 착취당한 아인, 그리고 아인을 대 놓고 배척하는 4 왕자 파의 행동들, 그것을 이제 아인 연합이 움직일 명분으로 삼아 인간들의 영역으로 나아갈 생각이었다.
물론 그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하니 민간인에 대한 학살과 약탈은 일절 없을 것이다.
앞을 가로막는 병사와 성벽을 때려 부수고 시설을 파괴하여 아인들을 구조해 그들의 개 같은 착취의 구조를 아래서부터 부숴줄 생각이었다.
“쉽고 편한 길만 가면 그만큼 단단한 기반을 마련하기 힘들지. 그리고 그 단단하지 못한 기반이 무너졌을 때 쉽게 쌓아 올리기도 힘들고.”
그들의 주요 생산원인 아인, 그런 아인들을 모조리 구조해서 자신들의 세력으로 편입한다면 그들은 극심한 자금 압박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아인을 착취하는 것으로만 모든 자금을 수급했으니 아마 한동안은 새로운 자금 수급 원을 찾아내지 못해서 공황에 빠질 공산이 컸다.
공작령이 그런 공황에 빠지면 4 왕자 파는 하는 수 없이 당장에 공황을 해결하기 위해 남은 아인들을 공작령으로 파견한 터.
밀크는 공작령으로 향하는 모든 길목에 하나하나 체크를 했다는 듯 X 표시를 그려 두었다.
“오는 족족 우리가 구출하면 4 왕자 파 전체가 머지않아 자금 부족에 허덕이게 될 것이야.”
이미 그의 머릿속에서는 아인들의 능력을 십분 발위한 작전들이 세워지고 있었다.
그렇게 밀크가 지도에 하나하나 세심하게 작전을 적고 다음 날 그것을 이용해 각 부족장과 아인 구출 작전의 내용을 회의하고 공작령 공격을 준비할 무렵이었다.
왕도에서 빠르게 진격한 4 왕자의 군세는 머지않아 후작령의 후박 성곽에 닿아 후작의 군세와 대치 상태를 이루고 있었다.
“대 첼슨 왕국의 국왕 전하이신 프레드릭 첼슨 전하시다! 성문을 열고 예를 갖추어라!!!”
목소리 하나만큼은 대단히 큰 엄청난 성량의 남자가 후작령의 성곽을 바라보며 외친다.
하지만 후작령에서 들려오는 것은 야유도 환호도 아닌 그저 무시로 일관하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미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거대한 성량의 남자는 다시금 후작령을 향해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