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0화 〉150화 적과 아군 (150/177)



〈 150화 〉150화 적과 아군

피곤함에 밀리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편안하게 잠을 자던 밀크는 잠시 후 잠에서 깨어났다.
이대로 좀  그녀의 따듯함을 느끼고 싶었지만, 매우 급한 상황 속에서 시간은 금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여기 모인 모두가 흩어지기 전에 앞으로의 일을 논의해 두어야 했다.

“다시 소개하죠. 톨메오 왕자님을 따르는 리그릿 후작입니다. 먼저 이번 사태로 인해 앞으로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인지 확실히 구분해 둔 뒤 앞으로의 일을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후작님 말씀에 찬성합니다. 저희 아인 연합은 아무래도 에스타 상단의 정보망이 아니면 인간들의 정보가 부족한 실정이니 여기선 리그릿 후작님이 확실하게 아군과 적을 나누어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먼저 지도를 봐주시죠. 다른 나라의 정세는 당장 중요하지 않으니 저희 첼슨 왕국령 지도로 가져왔습니다. 이 중앙에 있는 것이 첼슨 왕국의 수도 왕도 첼슨입니다. 현재 왕도 첼슨은 반역도당들의 수중으로 넘어간 실정입니다. 이어서 이곳을 기점으로 북쪽에는 다른 두 왕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제니리스 후작님의 제니리스 대영지가 있습니다. 제니리스 후작님을 따르는 중립 귀족들의 각 영지는 이곳에 속해 있으며 아마 반역도당들이 멍청한 선택을 하지 않는 한 이쪽에는 손을 대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렇겠지. 만약 내 영지를 공격해 조금이라도 틈이 생기는 순간 국경을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왕국들이 물밀 듯이 쳐들어올 테니 말이다.”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어지간한 멍청한 자가 위에 있지 않는 한 이곳으로 검을 겨누진 않을 겁니다.”

“다만…. 내 영지도 아인들에게 관대하다. 이것 때문에 성국, 그리고 4 왕자가 움직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확률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왕도 재건과 더불어 눈앞에 닥친 1왕자, 그리고 톨메오 왕자님과의 삼파전을 조금이라도 걱정한다면 일단은 그냥 두고  테죠. 이득이 전혀 없을뿐더러 잘못하면 성국과는 전혀 다른 적국의 침공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테니까요.”

“역시 첼슨의 지낭은 뭔가 달라도 달라. 그 멍청한 카프 머시기 공작보다 훨씬 나아.”

“과찬이십니다.”

“북쪽은 잠재적 적국을 상대하고 있다는 거로군요. 미레뉴는 그곳을 막아 내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테니 내전에는 힘을 보태줄  없을 거야. 그러니 이쪽은 아군이지만, 전력에서 제하고 생각을 해야겠지.”

“천만에 만약 상황이 악화한다면 외적들이고 뭐고 무조건 밀크 네게 달려올 테니 사양하지 말고 부르라고”

이미 지켜야 할 나라, 그리고 왕은 반역을 일으킨 4 왕자 무리와 신성 왕국에 사라진지 오래였다. 남은 것은 자신의 남편인 밀크를 지키는 것 그 이상 이하도 없었다.
2 왕자가 이 말에 조금 충격을 받긴 했지만, 묵묵히 말을 아꼈다.
지금 상황에 입을 잘못 놀려 보았다 좋을  하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말 하지 마. 2 왕자님이 정권을 잡고 아인과 평화 협정을 내놓으면 그보다  좋은 이야기가 없잖아. 아직 아인 연합은 성국과 전면전을 하기엔 전력이 부족하고 여기에 4 왕자 파가 집권한 첼슨 왕국까지 참여한다면 버티기 힘들 거야. 첼슨이라는 든든한 우방을 만들어야 서로 상생을 하면서 살아갈  있는 거야.”

“흠…. 알았어. 듣고 보니 밀크의 말이 일리가 있군. 한순간에 국왕 전하와 나라가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포자기했던 모양이군. 후우…. 순간의 흥분으로 자제력을 잃어버리다니 나도 멀었어.”

미레뉴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안정을 되찾자 리그릿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제니리스 후작가의 양옆으로 그러니까 북동쪽과 북서쪽에 있는 영지는 북동에 카프리온 공작령, 북서에 이밀 공작령이 있습니다. 이번 화재를 피해 안전하게 공작령으로 돌아간 카프리온 공작이 2 왕자 전하를 보필하겠다 연락을 취해 왔으니 앞으로 저희 본진은 카프리온 공작의 영지가  겁니다. 그리고 이밀 공작의 경우 1 왕자 파이니 저희와 적대하는 관계지만, 4 왕자를 먼저 치기 위해 저희와 연합을 할 수도 있는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1 왕자님과 2 왕자님은 왕위를 쟁탈하기 위해 경쟁을 한 것이지만, 4 왕자 프레드릭은 경쟁이아닌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에 현시점에서는  적이라  수 있겠지요.”

“하긴…. 왕위를 계승하기 위해 다른 외세의 힘을 빌리는 것만큼 어리석은 행동은 없겠죠. 지금으로서는 1 왕자와 2 왕자가 서로 손을 잡고 외세의 힘을 빌린 매국노를 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지만, 1 왕자 측이 과연 우리와 손을 잡아 주겠느냐가 문제지요.”

“1 왕자 파의 실질적인 두뇌인 이밀 공작은 그리 어리석은 인사가 아닙니다. 1 왕자에게 왕위를 주기 위해 다소 냉정하게 움직이긴 했어도 어디까지나 따르는 주군을 위해 헌신한 것뿐이니 그것을 두고 뭐라 하는 것은 좋지 않다 판단됩니다.”

“이 문제는 나와 리그릿 후작이 처리할 내용이로군, 카프리온 공작령으로 이동한 뒤에 내가 형님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지. 아마 형님도 마다하지는 않을 거야. 성국 세력이 왕도에 들어와 있는 이 상황에서 우리끼리 싸워 봤자 프레드릭만 좋아하겠지.”

“좋습니다. 그건 2 왕자님이 맡아서 해주세요. 다음은 어디입니까 후작님?”

“다음은 동쪽과 서쪽입니다. 동쪽에는 이스텐 백작령과 류스 백작령이 있습니다. 이곳 모두 4 왕자 파에 가담된 대영지입니다. 서쪽에는 제가 받은 후작령과 2 왕자님을 따르는 유스터 백작령이 있습니다. 다만…. 유스터 백작은 화재 현장에서 2 왕자님을 탈출시킴과 동시에 성국 놈들의 손에 죽었습니다. 하여 그의 백작 자재가 이번에 새로이 백작이 되어 저희와 함께할 뜻을 나타내긴 했지만, 새로운 유스터 백작의 나이가 어려 전면에 나서는 것을 무리라 판단해 전력에서는 제하여 두었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정국이 펼쳐질지 모르는데 나이가 적다는 이유로 전력에서 제하는 것은 너무 이른 판단이 아닐까 싶은데….”

“후작…. 후작의 말은 내 이해하지만, 나와 리그릿의 판단으로도 너무 이른 나이에 이런 더러운 곳에 발을 담그게 하는 것도 미안한 일이라오. 대신 유스터 백작의 기사단이 우릴 돕기 위해 리그릿 후작령으로 이동해 있다고 하니 고마운 일이라오.”

“왕자님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말은 없지만…. 아쉬운 일입니다. 유스터 백작은 제가 가르친 자 중에 꽤 실력이 있는 자였는데.”

말을 하는 미레뉴도 슬픈 표정을 감추진 않았다. 그녀도 속으로는 어린 백작 자제가 전선에 선다는 것이 말이  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지금은 상황이 아주 급했다.

“마지막으로  북쪽입니다. 현재 북쪽은 4 왕자 파인 반돌프 백작령과 1 왕자 파인 레인 백작령이 있습니다. 이 램톤도 원래는 백작령에 속하는 마을이었지요. 램톤과  아인 연합이 속한 산맥은 백작령에 가까이 있으니 가장 위험하면서도 적들에게 가장 골칫거리가 될 지역이라  수 있습니다.”

“음…. 자작이나 남작의 영지는 따로 없는 겁니까?”

“정확히는 자작이나 남작은 대 영주라 할 수 있는 백, 후,  세 작위를 가진 분들에게 따로 영지를 하사받게 되는 형태입니다. 국왕 직할지인 왕도를 제외한 나머지 영토를 공이 있는 백작, 후작, 공작에게 일임을 시키고 그 안에서 재량을 발휘해 공을 가진 자작과 남작에게 영토를 조금씩 나누어 주는 것이지요. 그래서 자작령과 남작령은 지금 말씀드린 동서남북의 대 영지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음…. 지금 이 렘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은 다행히도 작슨 자작의 영토입니다.”

“작슨이라면 저번에 반돌프 백작의 멱살을 잡았던 거한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반돌프 백작령에 속해 있다고 모든 귀족이 전부 4 왕자 파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나  대 영지에는 중립 귀족들이  이상 포진해 있지요. 이들 중 태반은 여기 계시는 제니리스 후작님을 따르고 있습니다. 특히나 이번에 작슨 자작은 반돌프 백작의 연설 덕분에 아예 2 왕자님의 밑으로 전향을 했습니다. 그도 무사히 왕도를 탈출했으니 조만간 움직임을 보일 겁니다.”

“당장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은 역시나 반돌프 백작의 움직임이겠군요.”

“예 안 그래도 반돌프 백작은 골수에 사무친 아인 멸시 사상이 있으니 더더욱 조심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거대한 램톤 도시와 성벽을 보니 여간해서는 쉽게 지지 않으리라 예상이 되는군요. 적들도 아인에게 이런 성벽이 있고 그런 성벽을 가진 아인과 싸워야 한다는 것만큼 피곤한 일이 없을 겁니다. 아인들은 초원에서 부족 단위 생활을 하며 뿔뿔이 흩어져 있기에 약하게 보일 뿐인지 알고 보면 개개인의 힘은 인간을 초월하고 각자의 영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안된 방어 전법이 있습니다. 그것을 한곳에 집중하여  부족으로 만든 대 족장님의 세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아마 후방에 이런껄끄러운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백작이 느낄 압박감은 상당하겠죠.”

“하지만 그만큼 노려진다는 위험이 있겠지요. 거기다가 반돌프 백작과 함께 공격해올성국의 인원들도 문제겠고요. 그들이 얼마나 침투해 온 겁니까?”

“상단으로 위장하여 조금씩 이 나라에 들어온 모양입니다. 국왕 전하께서 몸져눕기 이전에 왕국의 상업을 증진 시키기 위해 저희와 교류가 있고 사이가 좋은 라온 왕국과 상단 협력 관계를 맺었는데 이것을 이용해 침투해 들어온 겁니다. 몸을 지킬 최소한의 무기를 가진 상단을 우리나라 영토에서 장사시키고 반대로 저희 상단을 라온 왕국에서 장사할  있는 권한을 주는 협력내용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미리 성국에서 출동시킨 성기사들과 병사들이 조용히 백작령으로 이동해 상단으로 꾸며 내부로 들어온 거라 추정됩니다. 라온 왕국은 하필 반돌프 백작령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니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었을 겁니다.”

“은밀하게 움직였으니 알아낼 방도는 없었겠죠. 거기다 반돌프 백작은 조용히 중립을 지키면서 4 왕자의 뒤를 보필한 모양이니 더더욱 관심을 가지기 힘들었을 겁니다. 하아…. 저희 바이올렛도 요즘 들어 상단의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그리 큰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넘겨버린 것이 화근이었네요.”

“마담. 어느 한 곳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미 벌어진 일이니 잘잘못은 따지지 말도록 하지요. 어쨌든 그렇게 침투해온 인원이 대략 1천에 달합니다.”

“많이도 왔군…. 대략 100명씩 이루어진 상단을 열 개 침투시켰다고 생각하면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백작령의 전력은 어떻게 됩니까?”

“숨겨진 전력을 제하면 병력이 약 오백 명입니다. 백작은 군권이 없으므로 성을 지킬 최소한의 병력 사백 명과 사병으로 저택을 지킬 백 명을 둘  있으니까요. 만약 이 상황을 생각해 병력을  키워 숨겨 두었다면 백작이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은 그  배인 천명이라 예상합니다. 백작의 힘이라면 오백 정도의 인원은 충분히 숨길 수 있을 테니까요.”

“천에 천, 이천이라…. 도칸, 트루칸”

“예 대 족장.”

“말씀하십시오.”

“우리 쪽 병력이 어떻게 되지?”

밀크의 물음에 도칸과 트루칸 형제가 하나씩 대답했다.

“현재 아직 이곳으로 합류하지 못한 병력을 빼고 램톤에 들어와 있는 병력은 홀스타우로스 전사들이 이백 미노타우로스 전사들이 백 명 켄타우로스 전사들이 또 백 명에 위도레빗 공전사가 삼백 정도 됩니다. 오거들은 회복이 끝났지만, 성국에 의해 다들 손과 발의 힘줄이 잘려 전투가 가능한 것은 칸젤라를 중심으로 한 열  정도이며 서큐버스 일족도 대략 상황은 비슷하죠.”

“이곳으로 합류하기 위해 나열하지 못한 부족들도 이동하고 있긴 하지만, 모든 이동이 다 끝나려면 적어도 두 달의 시간은 필요합니다. 램톤 부지에 건물을 세우고 살 공간을 마련하고 또 식량 수급 문제도 해결이 되어야 하니 당장은 이동을 할 수 있어도 와서  같이 배를 곪게 되니 부족간의 자급자족을 위해 쉽사리 이동할 수 없습니다.”

“이백에 백, 그리고  백에 삼백이라. 그렇다면 우리 병력은 칠백이 되는군. 수성한다면 해볼 만한 수이지 않나?”

“저…. 그건 그렇지만, 저희는 수성의 경험이 전혀 없는데 괜찮을는지….”

“우리가 언덕  그리고 적들이 언덕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면 편할 거야. 높은 고지를 가진 성벽에서 활과 투창, 그리고 바위 같은 것을 던지면서 버티면 공성 무기를 가져오지 않는 한 저들에게 승산이 없지. 그리고 공성 무기를 가져온다손 치더라도 이 성벽은 드워프와 내가 고안한 고강도 성벽이라 그리 쉽게 함락시키기 어려울 거야. 그저 적들이 한곳에 힘을 집중해서 우리의 다섯 배 이상의 병력을 가지고 찍어 누르는 일만 없으면 말이지.”

밀크의 말에 리그릿이 설명를 보탰다.

“수성하는 측보다 공성 측의 병력이  배 이상이 되어야 해볼 만하기 때문이죠. 그게 정석의 방법입니다. 그러니 다섯  이상의 병력으로 누른다면 버티기 힘들 겁니다. 거기가 성벽이 있다 해도 렘톤은 수비에 적합한 진형이 아니니 더더욱 적의 병력이 많아지면 곤란한 상황에 봉착할 겁니다.”

“요는 방어에 적합한 지형을 먼저 차지하고 적들이 성에 다가오기 전에 선제 타격을 주어야 한다는 뜻이로군.”

“예. 그렇다면 많은 군세가 오더라도 쉽사리 이곳을 넘보기 힘들 겁니다.”

“음…. 생각을  해두어야겠네요. 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시간이 밤이 돼버렸군요. 내일부터는 각자 맡은 위치로 움직여야 하니 이제 정리를 하고 자리를 파하죠.”

앞으로의 일을위해 회의를 가진 이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흩어졌다.
밀크 역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쉬려고 하였는데 그의 뒤를 따라 다가오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미레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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