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8화 〉148화 4 왕자의 계략 (148/177)



〈 148화 〉148화 4 왕자의 계략

어머니인 워 베어종족 특유의 힘을 이어받은 건지 작슨은 호리호리하지만, 키가 훤칠하게 크고 근육질의 몸을 하고 있었다.
특히나 다소 가벼워 보이는 필립 백작이지만  손으로 멱살을 잡아 들어 올리는 것을 보면 힘 또한 괴력을 소유하고 있다 보아도 무방해 보였다.
필립이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손을 풀어보려 애를 쓰지만, 그의 손은 당최 풀리지 않아 점차 곤란한 표정을 지어 보이기 시작했다.

“어디 또 지껄여 보시지? 우리 어머니가 가축이라고? 이 자리에서 그 머리를 터트리는 수가 있어. 잘 생각하고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이놈!!! 감히 하급 귀족 주제에 상급 귀족을 겁박하다니! 왕국 법이 두렵지 않느냐!!!”

“내가 검술만 잘하는 힘센 머저린 줄 알아! 왕국 법에는 가문을 욕보였을 때 귀족이 어떤 행동을 할  있는 지도 명백하게 적혀 있지! 지금 이 자리에서 결투라도 신청해 줄까! 그것도 아니면 가문의 명예를 건 영지전은 어떨까! 선택해! 편한 거로 내가 따라 가주지.”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뭐가 욕을 보였다는 말이냐! 아인은 가축이다. 그러니 네놈의 어미 또한 가축이다!!!”

“개자식!  자리에서 혀를 뽑아버리고 말겠다!!!”

눈이 반쯤 돌아간 작슨이 반대쪽 팔을 들어 진짜 그의 입을 벌리고 혀를 잡아 빼려는 듯한 모습을 취했다.
그때 왕궁 경비대가 빠르게 들어와 작슨의 팔을 잡았고 공중에 뜬 필립을 잡아내려 그 몸을 구속했다.

“이놈들이 감히! 내 몸에서 손을 떼라! 난 이 왕국의 백작이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말이 좀 심하셨습니다. 아까까진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수준이었지만, 이번엔 귀족 가문 자체를 모욕하셨으니 조용히 따라오셔야겠습니다. 현재 이 왕국에서 왕비님의 말씀이 왕자님들의 말씀보다 많이 우선됩니다. 그러니 따라오십시오.”

“이놈들! 내가 얼굴을  기억해 둘 것이다! 흥!”

찬물이 뿌려진 만찬장은 결국 왕국 경비대가 난입하는 것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필립 백작과 더불어 먼저 도발한 쪽이 필립이라도 손을 댄 쪽은 작슨 자작 쪽이라 그 역시 같이 경비대에 끌려가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나 끝까지 추함을 보이는 백작과 다르게 그를 향해 시니컬하게 한 번 웃어준 작슨은 당당하게 경비대를 따라 이동했다.
양팔을 잡혀 끌려가는 백작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그때

“우윽!”

머리를 강하게 찌르는 듯한 감각에 밀크가 잠시 휘청이자 뒤에 있던 유크와 벨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를 부축했다.

“대족장님!”

“무, 무슨 일입니까?  그러세요?!”

“아니…. 잠깐 두통….”

몸에 이상은 없는 거 같은데 점차 그녀들의 목소리가 멀게 느껴지는 느낌에 밀크는 고개를 한 번 흔들었다.
그러자 머릿속에서 자애가 넘치는 어머니의 목소리 같은 베라밀프의 음성이 맴돌았다.

[“왕성을 나가야 한다.”]

‘여신님?’

[“위험하단다 아가. 어서 나가야 한다.”]

‘이건 대체….’

여신의 목소리가 점차 멀어지기 시작하자 다급한 어조의 루의 목소리가 이어 들려왔다.

(“여신의 계시입니다. 저 역시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습니다. 왕성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여신님에 이어 루까지…. 이건 정말 상황이 나쁘다는 뜻인데….’

정신을 차린 밀크의 시야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고 주변을 감싼 여인들의 목소리가 다시 귀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가야 해.”

“네?”

“밀크 무슨 일이야. 왜 갑자기 쓰러진 거야.”

“위험해. 뭔가 기분이  좋아 왕성을 빠져나가야 해.”

“왕성을….”

밀크의 다급해진 목소리에 세 여성은 단 하나의 의심도 하지 않고 그가 몸이 좋지 않다는 것을 핑계 삼아 만찬장을 빠져나왔다.
어차피 찬물이 강하게 뿌려진 자리라 그런지 아까까지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도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왕비의 허락을 받아 만찬장을 빠져나온 다섯 사람은 얼마 가지 못해 앞을 가로막는 한 사람과 마주했다.

“로크웰!”

“무사하셨네요! 마담이 보내서 왔습니다. 왕성을 빠져나갈 루트를 미리 파 두었으니 절 따라오세요.”

바이올렛의 유일한 남자이자 몸을 숨기는데 특화된 암살자 로크웰, 그가 밀크를 마중 나왔다.
중요한 물건은 거의 없고 챙길 것은 무기뿐이었으니 잠시 그들의 휴게실에 들려 무기만 챙긴 뒤 로크웰의 뒤를 따라 왕성을 빠져나오니 등 뒤에서 후끈한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뒤돌아본 밀크의 눈에는 불타오르고있는 왕성의 모습이 보였다.

“와, 왕비…. 이모님!”

충격을 받은 미레뉴가 다시 왕성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 것을 톰이 필사적으로 막아섰다.
벨과 유크 역시 그녀를 말렸고 잠시  냉정을 되찾은 그녀는 밀크의 옆으로 다가왔다.

“후... 왕비님은... 왕궁 경비대가 알아서 모셨겠지... 괜찮을 거야. 그보다 밀크.  남자는 누구지? 실력이 제법 뛰어나 보이던데”

“왕도의 어두운 부분에서 가당 세가 큰 자줏빛 바이올렛의 일원이야.  의동생이기도 하고.”

“그렇군. 그렇다면 적은 아니라는 말이니 다행이군.”

“그보다 어떻게 된 거지? 비올라가 뭔가 언질을  건 없어?”

“안전한 곳에 가면 모두 알려드리겠습니다. 다만 한가지 4 왕자의 소행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4 왕자가?!”

“일단 따라오세요. 형님. 여긴 아직 위험합니다. 마담께서 후작님과 형님이 왕도를 빠져나가기 전 머물 곳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흐음. 자줏빛 바이올렛…. 소문을 들었지만, 설마 그곳까지 밀크의 수중에 있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걸?”

“미안해 미레뉴 설명할 시간이 부족했어.”

“아니지. 큰일을 하는 남편이 필요 때문에 곁에  부하를 두고 아녀자가 왈가왈부하다니 언어도단이야. 내가 비록 무부지만, 여인의 내조라는 것은  잘 알고 있거든. 물론 밀크가 잘못된 길로 간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말리는 것도  역할이지만, 어두운 세력을 하나쯤 거느리는 것은 큰일을 하는 남자에겐 필수 소양이나 다름없어.”

“아…….그, 그래 이해해 줘서 고마워.”

확실히 그녀는 생각이 달라도 다르구나 라고 속으로 생각한 밀크는 로크웰의 안내를 받아 하적한 곳에 설치된 작은 가옥에 도착했다.
밖에서 암호를 대니 바이올렛의 소속인 듯한 여성, 아니 정확히는 야릇한 창부처럼 차려입은 클레어 마이올 자작이 밀크 일행을 맞이했다.

“다치신 곳은 없으신지요. 주인님?”

“그래. 걱정해 줘서 고마워 클레어. 그보다 왕성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실은 신성 왕국이 4 왕자의 요청을 받아 일을 저지른 겁니다.”

“아니 뭐야? 또 신성 왕국이라니…. 그보다 1 왕자가 아닌 4 왕자의 요청을 받았다니 이건 또 무슨 말이야?”

그의 질문에 로크웰이 대답을 했다.

“헤베나 신성 왕국과 1 왕자의 사이는 깨졌습니다. 정확히는 1 왕자는 신성 왕국과 긴밀하게 연결된 것이 아니라 죽은 성기사 단장인 파달로크와 모종의 인연이 있어 서로 이용하는 관계로 연합을 했을 뿐입니다. 그에 반해 4 왕자는 아인 멸시, 인간 우월주의까지 갖춘 성국과 떼려야 뗄  없는 사이지요. 그의 요청으로 긴밀하게 움직인 성국의 성기사들이 움직여 왕도에 불을 지른 겁니다.”

“미쳤군. 2 왕자는 왜 반응하지 않았지?”

“알리지 않았습니다. 아니…. 알릴 수 없었습니다.”

“뭐야?!”

“자줏빛 바이올렛에 자주 오시던 2 왕자님도, 그리고 그분 대신 상담을 하러 오시던 리그릿 후작님 역시 근래에 들어 바쁜 일정 때문에 저희와 연락이 뜸했고 더하여 저희가 보낸 정보원 또한 두 분에게 닿지 않았습니다.”

“닿지 않았다?”

“모두 죽었습니다. 누군가가 손을  듯한데 이건 나중에 성국 성기사들의 소행이라 밝혀졌고 저희도 어떻게 해서든 필사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려 했는데 마치  알고 있다는 듯 저희의 루트가 발각되어 아까운 정보원들만 줄초상을 치렀죠….”

“아무튼…. 저 불길은 4 왕자, 그리고 성국의 소행이라 이거군. 그렇다면 문제가 심…. 윽!!!”

[“왕도를 나가야 한다. 아가! 어서!”]

‘또 인가….’

[“찾아가거라. 네가 받아들인 아이들을….”]

‘아이들….’

“제길…. 여기도 안전하지 않다는 건가.”

여신의 기운이 멀어진 기분을 느끼는 밀크, 두 번의 계시로 인해 그와 이어져 있던 충만했던 여신의 기운이 조금 사라진 느낌이었다.
계시라는 미래를 바꿀 수도 있는 엄청난 일을  번이나 행했으니 당연한 순서였다.
현저히 떨어진 여신의 기운, 이제 마을로 돌아가 다시 그녀의 기운을 몸에 받아들이기 전에는 다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빠져나가야겠다. 이곳도 안전하지 못하겠어.”

“형님?”

“바이올렛의 정보원들은 차례차례 죽였다고 했지? 그렇다면 이곳도 안전하지 못할 거야. 로크웰의 능력이 뛰어나 놈들의 시선을 벗어났지만, 우리와 함께 이동한 이상 분명 누군가의 눈에는 움직임이 포착되었을 거야. 일단 왕도를 벗어나야 겠어.”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로크웰!!!”

가옥의 문이 열리며 비올라가 뛰어들었다.

“큰일이다. 자줏빛 바이올렛이 공격당했어! 어서 대족장님과 일원들을 탈출시켜야해!”

“그런!!!”

“시간이 없다. 어서 출발해야 해! 대족장님 무례를 용서하세요. 마차가 모두 파괴되어 뛰어야 할 거 같습니다.”

“난 괜찮아. 2 왕자 소식은 없나?”

“다행히 리그릿 후작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화재가 일어나지 직전이지만, 다행히 전달한 정보원이 돌아왔고 2 왕자와 리그릿 후작이 왕비님을 보호해 왕성을 탈출했다고 합니다.”

“다행이군. 그런 우리 살길만 찾으면 되는 건가.”

뭔가 떠오른 밀크는 일행들의 선두에 서서 길을 잡았다.

“대족장님! 그 길은 오히려 왕도에 들어가는 길입니다! 탈출하려면 반대쪽으로….”

“아니야. 우리끼리 가다가 대군이라도 만나면 큰일이야. 날 따라와! 우리가 살 길은 이곳이야!”

그가 향하는 곳에 존재하는 것. 그것은 바로 상가였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그의 뒤를 따라 이동하는 일행들, 그때 유크와 벨은 그가 향하는 곳을 깨달아 얼굴에 이체가 서렸다.

“서라!!!”

“저기다! 더러운 아인 놈들이 저기 간다!”

“잡아라! 놈들을 잡으면 2 왕자의 힘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후작은 생포하라! 나머진 죽여도 무방하다!!!”

다만 왕도 중앙으로 다시 들어가는 길이라 그들을 찾아다니던 성국의 병력과 계속 마주치는 것은 어쩔 수 가 없었다.
그래도 내부 수색을 위해 뿔뿔이 흩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 군세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탈출로를 지키는 병력이 훨씬 많은 상황이라 멋모르고 그냥 탈출을 감행했다면 지금쯤 큰 위험에 빠졌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그들이 도착한 곳은 왕도의 상가였다. 왕도의 모든 상단이 모여 있는 상가 말이다.
그리고  왕도의 상가에는 그곳을 주름잡는 한 대 상단이 있었고  상단의 주인은 다름 아닌 밀크 그 자신이었다.

“대족장님이 오셨다!!!”

“좋아! 모두 준비해라! 단숨에 탈출한다!”

“대족장님! 어서 마차에 오르십시오!”

“전열 켄타우로스 부대 출발하라!!! 마차에 탄 미노타우로스와 홀스타우로스는 투창으로 놈들에게 지옥을 선사해라!”

“오거 부대는 뒤를 따라가며 살아남은 것들을 으깨어라!!!”

상가를 지키는 아인 부대는 모두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서 정예 중에 정예를 뽑아 배치했었다.
지휘하는 각 종족 부대장의 목소리에 반응하여 켄타우르스가 전투용으로 막 개조를 끝낸 마차를 이끌고  마차 위에서는 투창을  두 종족, 미노타우로스와 홀스타우로스가 맹렬한 기세로 적들에게 창을 내던졌다.
뒤를 이어 달려나간 오거들이 당황한 성국의 병사들과 성기사들을 압살했다. 놈들은 상단에서 튀어나온 군세에 놀라 신성력이 서린 마법도 사용하지 못하고 그대로 땅에 누웠다.
마지막으로 튀어나온 것은 살기를 담은 붉은 눈동자를 띤 위도레빗의 발 빠른 공전사들이었다.
그녀들은 대족장의 목숨을 노린 저 간악한 자들의 목숨을 단 하나도 남김없이 모조리 주살했다.

“대족장님의 마차를 엄호한다! 여기서 죽더라도 대족장님을 피신시켜야 한다!”

“북문에 선발 부대가 대치 중이다! 그곳을 뚫고 나간다! 오거 부대!!! 날 따라라!!!”

“우리 위도 레빗 부대는 뒤이어 따라오는 적의 잔당들의 발을 묶는다. 독침 사용을 허가한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아인 부대의 힘에 그 대단하다는 신성 왕국의 일원들은 지리멸렬하고 말았다.
급기야 북문으로 나타난 2 왕자의 세력까지 합세하니 북문의 포위망은 완전히 박살 나고 말았다.
그렇게 왕도를 탈출한 2 왕자의 세력까지 한데 모아 밀크의 부족으로 탈출을 감행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왕도에서는 큰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었다.
왕자가  작정했는진몰라도 그의 뚝심과도 같은 불길은 계속 타올랐다.
그 아비의 시신까지 땔감으로 삼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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