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3화 〉143화 같은 인물 다른 모습 (143/177)



〈 143화 〉143화 같은 인물 다른 모습

왕도의 정문을 지나 내부에 진입한 후작가의 마차는 바로 왕성을 향했다.
마차에 달린 후작가의 인장을 보고 감히  앞에 나설 생각을 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왕성 앞의 병사들도 인장을 보며 인사를 할 뿐 그 존재를 확인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나마 선임 병사로 보이는 자가 나와 쭈뼛거리며 겨우겨우 그녀의 모습을 본 뒤 문을 열어 마차를 드려 보냈다.
그 모습을 보며 미레뉴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왕도 입구와는 전혀 딴판이군, 명색의  왕국의 왕성을 수비하는 병력들이 이렇게 줏대가 없어서야 어디 써먹겠어?”

“그 정도로 후작가의 위상이 대단하다는 거 아닐까?”

“흥. 그건 그렇지 않아 밀크. 상대가 누가 되었건 당당히 상대의 존재를 확인하고 기록을 해야지. 필요하다면 마차 수색도 마다해서는 안 돼. 그것이 참된 병사의 본문이야.”

“하긴…. 제니리스 후작령의 외각 치안은 정말 대단했지. 입장할  절차가 짧아도 확실해서 긴장의 연속이었어. 그런데 내부의 치안은 어떻게 된 거야?”

“건달들이 판을 치는 걸 말하는 건가?”

“응. 그거. 어떻게 보면 미레뉴와 만난 것도 그 때문이긴 하지만,  번 연속으로 건달들의 습격을 받았다는 건 좀 문제가 있어 보이거든.”

“인정하고 싶진 않아도 왕도의 어두운 부분과 비슷하다 할 수 있지. 변경을 지키는 일과 내부의 치안을 조절하는 일은 병행하기 어려워, 인원이라도 좀 많았으면 모를까 왕국이 변경 후작에게 인정하는 병력은 그 두 가지는 모두 해낼 수준이 못 되지. 그래서 그리 대단한 발전 가능성이 없는 곳에 건달들을 몰아넣고 그곳에서만 관리하는 방법을 취한 거야. 한정된 장소에서 자기들끼리 작은 먹이를 가지고 싸우며 밖으로는 힘을 표출하지 못하고 만약 밖으로의 진출을 꿈꾸는 곳은 그 즉시 처벌한다. 최소한의 희생이 없다고  수는 없지만, 지금으로선 이것이 가장 나은 방법이지.”

“이런…. 그렇다면 제니리스 후작령에 설치된 에스타 상단 2번 지부는 그 건달들이 관리받는 곳에 설치되었다는 뜻이잖아?”

“한번 크게 혼이 났으니 다시 힘을 기르고 머리를 들기 전까지는 잠잠할 거야.  전에 그곳에서 지점을 빼는 것을 추천하지.”

“회의가 끝나면 바로 처리를 해야겠네. 좋은 부지 하나 봐 줄 수 있어?”

“물론이지  남편의 가게인데 야박하게  리가 없잖아.”

“고마워.”

서로의 얼굴을 보며 싱긋 웃는 두 사람, 그런  사람과 그 옆을 지키는 벨이 탄 마차는 후작가의 마차가 전용으로 보관되는 마차 보관소에 당도했다.
정중하게 인사를 한 뒤 마차와 말을 분리한 뒤 마차에 문제는 없나 목수들이 검사를 시작했다.
마차를 끌던 말  마리는 사육을 전담하는 일꾼들이 다가와 후작가라는 표식을 남긴 뒤 한쪽의 마구간으로 데려갔다.
그  왕궁을 관리하는 듯한 집사 복을 입은 멋들 어진 중년의 남성이 나타나 밀크와 미레뉴를 맞이했다.

“환영합니다. 후작님. 가신들과 함께 오신 겁니까?”

“이쪽은 우리 집사고 나머지 두 사람은 내 남편과 그 남편의 부인이야. 서열상으로는  언니에 해당하니 무례는 용서치 못한다.”

“나, 남편이라 하셨습니까? 그것도…. 유부….”

“귀가 안 좋은 녀석은 전장에서 빨리 죽는 법이야. 주의하라고.”

순간 미레뉴의말을 잘못 들었나 하고 재차 질문들 던졌던 그 남자는 이어지는 미레뉴의 말에 눈치 빠르게 반응하며 그들을 안내 했다.

“죄송합니다. 따라 오십시오 이쪽에 여러분을 위한 방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가지.”

당당하게  뒤를 따라가는 미레뉴와 함께 머리에  말고는 아인이라는 것을 알기 힘들게 인간처럼 옷을 차려입은 밀크와 벨이 뒤따랐다.
왕도 회의, 원래 밀크는 미레뉴만 참석을 시키고 자신은 다시 바이올렛에 돌아갔다가. 한차례 일이 해결되었으니 부족 마을로 가볼 예정이었다.
왕도 내의 일이 한  앞을 보기 힘든 상황이라 루피카와 밀리가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있다지만, 가끔은 돌아가 굵직굵직한 일들은 해결하고 돌아와야 마을에 별문제가 없으리라.
그래서 후작이 회의에 참석하고 왕도에 있는 동안 잠시 다녀올 생각이었다.
적어도 미레뉴가 이곳에 있는 한 1 왕자든 2 왕자든 함부로 행동하기가 극도로 꺼려질 테니 말이다.
그러나 밀크를 정식으로 자신의 남편이라 소개하고 싶다는 미레뉴의 말에 그는 하는  없이 왕도 회의에 같이 참석하기로 하였다.
바이올렛을 통해 수면 아래에서 2 왕자를 지원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어째 순탄하게 진행되는 일이 전혀 없던 것도 그가 왕도 회의에 참여를 마음먹은 계기가 되곤 했다.
아예 아인연합의 대족장이며, 에스타 상단의 상단주이자, 형식상 제니리스 후작가의 데릴사위라는 것을 공표하고 왕도 회의에 참석, 그리고 2 왕자를 지지하는 동맹 세력이라는 것을 공고히 밝혀버리고 자유롭게 왕국 내정에 참여할 권리를 얻어버릴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아인 연합의 대족장이나, 에스타 상단의 상단주의 권한은 왕국에  힘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대족장의 권한은 연합 내에서는 절대적이지만, 왕국에서 보기에는 더러운, 또는 천한 아인들 따위가 만들어낸 연합의 작은 수괴일 뿐이다.
상단주는 천문학적인 돈을 사용할  있어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은 가치는 있지만, 역시나 상인 나부랭이라는 인식이 있어 왕국의 귀족들과 왕자를 상대하기는 약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후작가의 데릴사위는 그 이름값이 전혀 달랐다. 특히나 변경에서 모든 외적을 막아내고 있는 어쩌면 공작보다 강력한 권한을 가진 제니리스 후작가의 데릴사위라면 더더욱 다르다.
밀크의 뒤에는 제니리스 후작이 있다. 이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그가 어디에 함께 하냐는 것이 이 회의의 주요 골자가 될 수도 있었다.
물론 제니리스 후작은 이번 회의에서 확실히 밝힐 것이다. 난 왕도 내에 그 어떠한 권력 다툼에 상관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중립 귀족을 건드리지 말고 너희들끼리 잘 해 보라고 말이다.
그러나 권모술수에 능한 귀족들이 어디 그녀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겠는가?  속에 숨은 뜻을, 그리고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는 그들은 밀크의 발걸음의 방향을 눈으로 살필 것이다.
그리고 밀크와 2 왕자의 관계가 돈독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자연적으로 후작가는 2 왕자와 함께한다고 억측을 하거나 오해를  여지가 충분했다.
비록 제니리스 후작이 아니 미레뉴 개인은 밀크를 위해 힘을 쓰겠지만, 후작가의 힘을 전혀 움직이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다 해도 귀족들이 알아서 오해를 해주며 2 왕자 파의 무게추의 무게를 늘려줄 것.
이것이 밀크가 최종적으로 왕도 회의에 참여하게 만든 것이다. 화려한 왕도 데뷔가 기다리고 있었다.
회의까지는 시간이 남아 밀크는 지금 미레뉴를 따라온 후작가의 집사 2 인자인 톰에게 잡혀 이 옷 저 옷을 갈아 입히는 인형으로 전락해 있었다.

“어우! 우리 안주인님 몸매가 상상 이상으로 좋으시네. 이 옷은 어떨까요? 후작님?”

“그것도 좋지만, 이건 어때? 우리 남편은 성숙한 보다는 앳된 귀여움을 풍기는 편이  먹힐 거 같은데?”

“그것도 정말 좋은 선택이죠! 다시 갈아입으러 가요 안주인님.”

“하….”

톰, 후작가의 집사장인 필의 직속 후배인  그대로 집사 2 인자이다.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활발하다. 남자란 것에 얽매이지 않고 꾸미기와 미를 너무도 좋아하는 예술가 같은성격이 강한 남자였다.
반지나 귀걸이 같은 것으로 몸을 치장하고얼굴에도 적당한 화장, 그리고 머리에 염색까지 하였는데 남자다운 멋이 전혀 상하지 않고서 아름다움까지 겸비한 정말 이색적인 남자다.
후작가 내부에서 남성임에도 후작의 벗은 몸을 볼 수 있는 단 한 명의 존재가 있다면 바로 이 남자였다. 그는 옷을 고르는 센스와 꾸미는 솜씨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그런 예술가의 손에 재탄생해 가는 밀크, 본인은  귀찮고 불편한 시간의 연속이었지만, 첫인상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그 지옥 같은 시간을 꾹 참았다.

“다 되었네요. 어떤가요. 안주인님?”

“괜찮…. 아니…. 이거 누구야?”

대부분 집안의 여자 주인을 뜻하는 안주인, 밀크를 부르는 단어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지만, 겉으로는 후작가의 데릴사위로 활동해야 하니 이 단어로 불려야 했다.
톰에게 불려가 거울 앞에  밀크는 그냥  괜찮으니 이제 끝내자는 생각으로 말을 하려다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거울 안에는 지금까지의 모습이 거지꼴이었다는 느낌을 받게 해주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남자가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거 나야?”

“물론이지요. 안주인님입니다.”

“미친…. 이게 사람의 손으로 가능한 수준인 건가?”

“톰의 솜씨라면 가능하지. 나도 가끔 거울 앞에 설때는 내가 내가 맞는지 헷갈리기도 하니까. 당연한 현상이야.”

머리 위에 달린 뿔을 제외하면 정말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고친 느낌이 바로 이런 느낌이라 생각되었다.
물론 아예 다른 사람이 된 것은 아니었다. 현재의 밀크라는 남자가 숨기고 있던 매력을 톰이 끌어내 그 매력이 더해진 결과가 바로 이것이라 할 수 있었다.

“자. 안주인님은 되었고 다음은 후작님이란 벨 부인의 차례네요.”

“그러지. 언니 바로 준비 하죠.”

“저... 저까지요?”

“후작가의 가족이니 이번 회의가 끝나고 시작될 만찬에는 참가해야 하니까요. 전 회의에 참석해야 하니 먼저 이동하겠지만, 밀크와 언니는 만찬에 같이 참가할 테니 꾸며야죠.”

“아…. 전 그냥 이대로….”

“안 됩니다! 왕도 회의에 후작가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는 없습니다. 저 같은 천한 자라면 모를까  부인은 항렬 상 후작님보다 높으니 절대로! 절대로 꾸미셔야 합니다!”

“윽….”

누가 필의 직속 후배 아니랄까 봐 사근사근한 그 성격 뒤에는 화끈함도 겸비하고 있었다.
결국, 그의 뜻에 이기지 못한 벨은 미레뉴와 함께 나란히 톰의 손길을 받아야 했다.
물론 말이 손길이지, 미레뉴와 벨을 꾸미는 것은 하녀들이 하고 그 지시를 톰이 하나부터 열까지 내리는 식으로 진행된 것이다.
그리하여 재탄생한 두 여인의 모습도 밀크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흔적을 정말  눈을 크게 뜨고 찾아야 할 정도로 변해 있었다.
치렁치렁한 드레스와 그것을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하였지만, 거추장스럽지 않았다.
이는 활동을 주로 하는 두 사람을 배려하여 과한 치장은 오히려 독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좋은 꾸밈이었다.
본판이 워낙 뛰어난 미레뉴, 그리고  역시 미모가 물이 오르고 있어 화장 역시 피부를 돋보이게 하는 선에서 끝, 가슴과 허리 라인 그리고 엉덩이를 강조하지만, 과하지 않게 모든 것이 완벽한 톰의 솜씨에 밀크도 혀를 내둘렀다.

‘나중에 우리 마을에 한 번 초청해야 하나? 저 정도의 미 의식을 가진 자에게 배우면 우리 마을 내에 좋은 영향을   있을 거 같은데.’

장인은 장인을 알아보는 법이었다.
밀크는 장인을 아주 좋아한다. 그리고 우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뿌리 깊이 박혀 있다.
이런 좋은 인재를 선생으로 초빙해 자신들 마을에도 이런 기술을 퍼트리면 좋은 영향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나중으로 미루어야지. 미레뉴에게 부탁하면 흔쾌히 들어줄 테니 조급할 필요는 없어. 그보다 지금은 회의 후에 만찬에 참여해서 실수하지 않는 것만 생각하자.’

“오오! 벨 언니 어디 갔지? 얼굴이 완전 다른 사람 되었네?”

“너…. 너 진짜 죽어?”

“아휴 그런 얼굴로 말하니까 귀엽기만 한걸?”

“이익….”

입고 있는  때문인지 벨을 유크의 도발에 크게 반응할 수 없었다.
왠지 모르게 조신해 지는 기분이 절로 드는 느낌이랄까? 하여튼 그런 기분이라 그녀는 쉬이 그녀를 징계하지 못하고 눈만 날카롭게 뜨며 노려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은 유크의 말마따나 귀엽기만 했다.
그런 유크의 말에 미레뉴가 맞장구를 치며 다가온다. 뒤에서 유크의 팔을 단단히 잡으면서….

“벨 언니도 꾸미면 얼마나 이뻐? 그런데 유크 언니는 같이 참가 안 할 건가?”

“에?! 저요?! 전…. 그런 자리는 별로….”

“맨날 오는 기회도 아닌데 같이 참가해요. 자자 후작가 가족인데 빠지지 말고.”

“어. 아니…. 어?! 어?! 자, 잠깐 왜 감싸고 그래요! 저기요?!”

힘으로는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그녀도 후작이 되에서 잡자 몸부림을 치는 것 말고는   없었고 그마저도 앞을 가려오는 하녀들 때문에 그녀들이 다칠까 봐 심하게 할 수도 없다.
잠시 그녀의 비명 아닌 비명이 지나간 뒤에 폴이 웃으며 하녀들을 물러나게 했고 그곳에는 마법의 힘인지 뭔지  풍채 좋고 근육질이던 유크를 가녀린  떨기의 꽃으로 변하게 만든 한 폭의 그림이 펼쳐저 있었다.

“시, 싫어…. 이게 뭐야…. 치렁치렁하고…. 부끄럽다고.”

볼을 붉히며 눈물을 글썽이는 유크의 모습이 겹쳐져 보호 본능까지 자극하니 밀크는 살며시 고개를 돌리고는 자리에 앉아 과거의 생각을 떠올리며 애국가를 불러야 했다.

(‘아래로 피가 몰리지 않게전력으로 서포트 합니다’)

‘고마워 루’

루의 도움은 서비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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