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0화 〉140화, 마성의 남자 밀크
한동안 자리에 멈춰 있던 2 왕자는 정적을 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곤 눈앞에 덤덤히 앉아 있는 비올라의 얼굴을 마주 보며 다시 자리에 앉은 뒤 자초지종을 물었다.
“아, 아니…. 그렇게 결과만 이야기하지 말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좀 자세하게 이야기해주게. 마담. 그 변방의 귀신 여제 제니리스 후작이 밀크 대족장과 혼인을 했다니…. 당최 이게 믿어져야 말이지.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긴 건가?”
“사실인 것은 믿고 있지만, 역시 내용을 들어야 머리가 온전히 이해하겠습니다. 저희에게는 이번 일을 조용히 넘어가 주십사 후작에게 부탁하러 간다고 하셨는데 이렇게 덜컥 후작의 남편이 되었다니. 충분히 저희가 당황할 일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두 남자의 당황하는 모습에 속으로 조소를 뿜어낸 비올라, 그도 그럴 것이 한 사람은 이 나라의 2 왕자요. 또 한 사람은 그런 2 왕자의 최측근인 리그릿 후작이다. 그러한 두 사람이 자기에게 애걸복걸 정보를 구걸하는 모습이 어찌 즐겁지 아니할까.
‘이거야…. 대족장님을 따르기로 한 것이 일생일대의 조커였군.’
밀크를 따르기로 했던 과거의 선택을 다시 한번 칭찬한 그녀는 조용히 파이프 담배를 내리고 후! 연기를 뿜어낸 뒤 조곤조곤 일의 경위를 밝혔다.
“우선 한 가지 짚고 넘어가지요. 혼인의 주체는 대족장님입니다. 후작가에서 발표한 내용은 주변의 이목을 피하기 위함이고 원래의 내용은 대족장님의 아내로 후작님이 들어오는 것입니다. 데릴사위가 아니라요.”
“그, 그럴 수가…. 그 후작이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과거 현 국왕인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만난 적 있던 제니리스 후작의 그 아름답지만 냉정하고 싸늘해 보이는 표정이 아직도 뇌리에서 잊히지 않는 2 왕자는 그런 여자가 어떻게 남자의 아내로 들어가길 자청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가 새로운 내용을 받아들일 시간을 충분히 주지 못했지만, 지금은 서로 바쁜 시기다. 비올라는 2 왕자의 반응에도 상관없이 다음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대족장님께서는 후작님께 접근하기 위해 후작령에 새로이 에스타 상단을 열었지요. 그런데 그 지역 상권에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던 주먹패들과 시비가 붙게 되었고 그들을 격퇴하는 와중에 대족장님의 호위로 같이 간 벨의 활약상을 본 후작님의 눈에 들어 그다음은 일사천리로 이야기가 진행되었습니다. 뭐…. 후작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어디까지나 대족장님의 활약이었지만요.”
물론 그 일에 관해서는 자신 역시 놀라웠다. 그녀가 조언을 해주긴 했어도 소식을 접하기 전에는 밀크가 미레뉴의 남편으로 후작가 데릴사위가 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는 그 반대로 나왔다.
밀크가 후작가와 연계하여 이번 2 왕자 파의 실책만 조용히 넘어가게 할 수 있다면 최고의 결과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오니 조금 당황했지만, 밀크를 너무 과소평가한 자기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빠르게 인정하고 다시금 그를 우러러보게 되는 사건이었다.
“그럼 일단 이번 귀족 회의에서는 후작이 나오지 않을 확률이 높겠군?”
“아니요. 원래는 그럴 계획이었는데 후작님은 이번 귀족 회의에 나온다 하십니다. 그리고 저번에 일어난 일은 단순히 그 귀족 혼자의 우발적 행동이지 2 왕자님과는 아무 연관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 주실 겁니다. 원래는 그냥 입을 다물고 조용히 넘어갈 생각이었지만, 남편과 동맹인 2 왕자님에게 딱 한 번 도움을 주기 위해 오신다는군요. 2 왕자님의 측근으로 소문난 카프리온 공작이 그를 추천했으니 아예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지만, 후작님이 너그러이 용서해주는 것으로 후작가의 명성을 높이고 2 왕자 파에 올 피해도 없애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만 해준다 해도 감사한 일이군, 공작을 잃어버리면 우린 힘의 균형이 너무 크게 깨져버리게되니까…. 후작이 아예 내 사람이 되어 준다면 더 바랄 것도 없긴 한데….”
일이 잘 되어 기쁘긴 하지만, 묘하게 아쉽다는 표정을 하는 2 왕자였다. 뭔가 헛된 생각을 하는 듯하여 비올라는 딱 잘라 그가 생각을 이어 나가지 못하게 막았다.
“후작님은 대족장님의 아내가 되는 조건으로 자신이 이끄는 중립 귀족들이 중앙 귀족 세력과의 충돌, 그리고 협력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자신들이 정치적인 희생양으로 전락해 버리는 것을 방지해 달라고 했습니다. 대족장님 역시 이를 받아들이셨고요. 그러니 공연히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간 대족장님과의 관계도 소원해질 테니 아쉽더라도 왕자님의 생각은 접어주셔야 할 거 같네요.”
그녀의 말에 2 왕자는 뜨끔한 표정을 지었지만, 다시 시원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 말에 동의를 표했다.
“그 말이 맞아. 제아무리 후작이 대족장과 눈이 맞았다 해도 변방의 귀신 여제가 어디 가는 건 아니지. 그리고 대족장이 우리와 함께하고 있으니 싫어도 최후의 순간에는 그녀도 움직일 수밖에 없을 터. 지금은 피해를 최소화한 것만으로 만족하자고. 리그릿 후작.”
“예. 왕자님.”
“지금 당장 카프리온 공작가로 가지. 가서 이번 귀족 회의에서 그가 쓸데없는 말을 하지 못하게 미리 단속해야겠어. 후…. 공작만 아니었어도 이미 내가 그자를후방으로 보내 정치적 일에서 배제해 버렸을 텐데…. 그놈의 공작가가 뭔지….”
“예 왕자님.”
“아! 그렇지. 대족장은 언제 돌아온다 하던가?”
“후작님이 왕도로 오시는 편에 같이 오신다고 합니다. 혼인은 오늘 막, 후작가에서 치러졌습니다. 하지만 아직 신혼이시니 시간은 드려야죠. 이쪽의 일은 저와 대행수 퍼슨이면 충분히 해결 가능하니 뭔가 일이 있으면 절 통해 이야기해주시면 됩니다.”
“그렇지…. 내가 배려가 없었군. 그럼 그렇게 알고 우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겠네. 가세 리그릿 후작.”
“예”
바이올렛을 나가자마자 마차에 오르는 왕자, 그런 그의 뒤에서 뚱하게 말이 없던 리그릿은 그가 마차에 오르기 전에 잠시 그를 불러 세웠다.
“저 왕자님.”
“뭔가?”
“대족장에게 너무 큰 힘이 생긴 것이 아닙니까?”
“그게 무슨 소리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는 왕자, 리그릿은 그런 왕자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한낮 아인 나부랭이입니다. 아인들을 모아서 세력을 구축했다고는 해도 그 세는 왕국에 미치지 못할 터…. 지금까지는 써먹기 좋은 동료로 인식하고 있었지만, 후작가의 세력을 등에 업었으니 이젠 무시 못 할 세력이 되었습니다.”
“나부랭이라니…. 말마따나 동료에게 너무 적나라한 표현이군, 그런 표현은 좋지 않으니 자제하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가….”
“내부의 적만큼이나 무서운 것도 따로 없습니다. 더 세력이 커지기 전에 약간의 목줄은 걸어 둘 필요성이 있지 않겠습니까? 후에 왕자님이 이 나라의 왕권을 정통으로 이어받게 된 후에도 그의 힘이 저리 강성하다면 자칫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니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인들의 세력은 점점 커질 테고 그들은 결국 인간의 영역을 탐하게 될 겁니다. 그것이 저희 왕국이 될 수도 있고요.”
“아인들이 인간의 영역을 탐낸다? 그렇게 당연히 그럴 수 있어. 그럼 반대는 생각해 보지 않았나? 인간도 아인의 영역을 탐내고 그들을 착취하고 죽이고 빼앗지! 틀렸는가!”
“그건….”
“아인을 동료로 신뢰하고 받아들이면 그들은 절대 먼저 배신하지 않아. 이것은 내가 잘 알고 있어. 적어도 우리가 먼저 그들을 배신하지 않는 한 말이지. 그리고 난 지금 형님과 대적을 하고 있네. 그 뜻이 뭔지 잘 알지 않는가. 우리 왕국과 신성 왕국과의 관계에도 금이 간다 이 말이야. 이때 신성 왕국과 마찰이 심한 아인들의 도움을 받으면 좋은 방파제의 역할도 해줄뿐더러 신성 왕국과의 직접적인 무력 충돌도 피해갈 수 있네. 내가 어느 정도 왕권을 공고히 한 다음, 그 후에 아인들이 준동하여 걸림돌이 된다면 다시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지 몰라도 지금 당장은 우리의 힘도 미약하니 내 그 말은 못들은 걸로 하겠네. 그리고 알다시피 난 그런 좋지 못한 방법은 별로 내키지 않아.”
“알겠습니다….”
아쉬운 표정이었지만, 자신의 주인이 그렇다고 하는데 그에 대놓고 반대 의견을 피력한 리그릿이 아니었다. 그는 뼛속까지 2 왕자의 충실한 심복이었으며 그의 조력자였으니 말이다.
마차에 오르는 왕자를 따라 마부석 옆으로 올라간 리그릿은 마부에게 마차를 출발시키라 명령했고 마차는 잘 정리된 길을 따라 카프리온 공작의 저택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분명 왕자님의…. 이 나라의 걸림돌이 될 것이다. 미리 제약할 방법을 생각해 두어야 나중에 큰일이 생기기 전에 미리 방지할 수 있다…. 생각해라 리그릿.’
그러나 생각에 잠긴 그는 연신 경고음을 보내오는 밀크의 존재에 관하여 어떻게 그의 행보에 제동을 걸어야 할지 고민의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마차는 밤거리를 달려 카프리온 공작의 저택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달이 참 밝고 예쁜 밤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달은 제니리스 후작령에서도 똑같이 떠올라 있었다.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달빛에 의지하여 불 꺼진 방에서는 조용하고 은밀하게 진행되는 밀회가 벌어지고 있었다.
조용히 입을 마주친 두 남녀는 서로의 혀를 교환하며 뜨거운 입맞춤을 즐기고 있었다. 미레뉴와 밀크, 두 사람은 날을 잡아서 올린 혼인의 첫날밤까지 기다린 사랑을 드디어 나누는 중이었다.
후작가 집사인 필의 단호한 음성에 질린 미레뉴는 당장 그와 잠자리를 하고 싶던 마음을 접어야 했다. 과거의 일까지 들먹이며 어디 혼인도 안 한 남녀가 잠자리를 같이하냐는 전통을 고수하는 그의말에 미레뉴가 할 말이 없었다.
물론 필은 밀크와 미레뉴의 혼인까지 반대하고 나서지는 않았다. 정해진 일을 번복하여 후작가의 명예를 깎아내리는 행위를 집사인 자신이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밀크가 아인이긴 해도 왕국 최고의 상단 주인이라는 점과 여러 종족이 모인 대 부족을 이끄는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되어 능력도 인정한 것이었다.
그렇게 필의 결사반대 덕분에 거사는 바로 치르지 못했지만, 두 사람은 좋은 날을 잡아 오늘 후작가 내에서 조용히 혼인을 치렀다. 귀족가의 전통이 살아 있는 혼례 예식이라 밀크가 조금 힘들어하긴 했지만, 필의 도움을 받아서 안전하게 혼례가 끝이나고 오늘 드디어 기다리던 거사가 치러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례적으로 한가지 필의 집념이 꺾여버린 일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두 사람이 입을 맞추고 있는 침대 위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밀크의 하반신을 반쯤 덮고 있는 이불, 그 이불이 밀크의 자지라고는 생각지 못할 정도로 불룩 튀어나와 연신 꿈틀거리고 있었다.
분명 미레뉴는 이불 밖에서 밀크와 입을 맞추고 있는데 이불에 있는 것은 뭐란 말인가? 답은 간단했다. 이불 속 인물의 정체는 바로 벨이었다.
쪽…. 츄릅…. 하아…. 츄릅….
벨 역시 밀크의 아내라는 것을 후에 알게 된 미레뉴는 항렬 상 자신이 그녀의 동생이 되는지라 그 후부터 그녀를 부르는 호칭을 언니, 벨 언니 등으로 바꾸었다. 물론 존대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그녀에게 조심하며 절대 무례를 범하지 않았다.
일이 이렇게 되자 당황한 것은 벨이었다. 강하고 늠름한 그녀가 자신의 동생이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나이야 미레뉴가 더 많아도 항렬이 그럴지니 벨도 후에는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긴 했지만, 소동도 그런 소동이 따로 없었다.
지금 벨이 이 자리에 함께하는 것 역시 미레뉴의 뜻이었다. 비분강개하여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막아서는 필 역시 이 뜻만큼은 저지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신 그녀는 이렇다 할 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가족이 아닌 시녀들에게 받은 성교육으로는 부족하니 이미 밀크의 아내인 벨이 옆에서 같이 지도를 해주면 첫날밤이 더 수월하지 않겠느냐는 뜻이었지만, 뭐 실상은 벨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리라.
그리하여 후작가에서 치러지는 첫날 밤은 전례가 전혀 없는세 사람의 하룻밤이 되고 말았다.
키스를 나누고 있던 미레뉴는 밀크의 입에서 입을 떼어내고는 입술을 핥았다. 그냥 볼 때는 멋지고 남자다운 사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얼굴을 보니 앳된 모습도 아직 남아 있어서 이상하게 가슴에 모성애가 자극당해서 두근거리는 그녀였다.
밀크의 하반신을 덮고 있는 이불을 살짝 올리는 미레뉴, 그러자 그 안에서 열심히 밀크의 바지를 입으러 빨고 있는 벨이 보였다.
그 큰 자지를 입에 받아들이고도 전혀 힘들어하지 않는 모습을 보니 역시 그의 아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 큰 게 다 들어간단 말이야? 언니도 참 대단한 거 같아. 후후후.”
스멀스멀 침대 위를 기어 벨의 옆으로 다가온 미레뉴는 그녀가 빨고 있는 밀크의 자지 아래쪽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의 고환이 보이자 볼을 살짝 붉힌 그녀는 천천히 그 고환에 입을 맞추면서 혀를 내밀어 그곳을 자극했다.
“하!”
허리를 살짝 튕긴 밀크는 두 사람의 공격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한 사람은 이미 자신에 대하여 잘 알고 있는 아내요 다른 한 사람은 처음이지만 흥미가 너무 많은지 기세가 등등한 사람이 아닌가.
그렇게 두 여인에게 주도권을 내어준 밀크였지만, 상황이야 나중에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