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화 〉136화, 이권 다툼
“아이고! 이게 누구야? 엉? 내 눈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우리 부두목인 슈앙이 아닌가? 애들은 어디 가서 처맞고 돌아왔는데 부두목이라는 년이 늦게 쳐 나와서 아양을 떨고 있어!!!”
평소라면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화를 풀어버렸을 그였으나 이번에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는지 그리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슈앙이라고 불린 부두목이라고 소개된 여성의 행동이었다. 누가 보아도 시원스럽게 웃으며 종종걸음으로 기플에게 다가간다.
“아휴! 내가 뭐 어디서 놀고 왔을까 봐? 이 못 미더운 것들이 처맞고 온 곳에 가서 내부 확인을 조금 하고 왔지. 그러니까 화 좀 풀고 내 이야기 좀 들어 보면 어떨까?”
당당하게 나선 그녀의 행동에 기플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자신이 널브러뜨린 부하들에게 소리를 쳐서 일으켜 세운 뒤 두려움에 떨고 있는 녀석들을 바라보며 화를 누그러트리고는 자리에 다시 앉았다.
“하여튼 부두목 아니었으면 너희들은 다 죽은 목숨이었어! 어떻게 머리를 쓰는 놈이 하나도 없는지 원….”
마지막까지 부하들에게 한소리를 하는 기플, 그런 기플의 모습에 슈앙이 다가와 그의 한쪽 팔을 붙잡았다. 어디서나 볼 법한 몸매에 얼굴도 그럭저럭 반반할 뿐 그리 특출난 여인은 아니지만, 이 바닥에서 여인으로 이만한 자리에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이 있다는뜻이기에 누구도 그녀를 무시하지 못하였다.
기플은 아닌 척하지만 슈앙의 애교에 기분이 많이 풀린 모양이다. 애써 참고 있어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숨길 수는 없었다.
한껏 고양이처럼 애교를 부린 슈앙은 그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다고는 자신이 알아온 정보를 하나씩 알려주기 시작했다.
“에스타 상단, 알고 보니까 수도에서 방귀 좀 뀌는 모양이야. 변방에 뭐 주워 먹을 게 있어서 왔나 해서 알아보니까 무구를 팔고 있던데.”
“무기와 방어구를? 글쎄…. 그게 과연 잘 될까? 알다시피 이곳에도 무기와 방어구를 파는 가게는 여럿 있다고. 공연히 왔다가 적자만 보고 갈 거라면 안 오는 게 상책일 텐데?”
애써 접찍은 가게가 괜히 적자만 보고 빨리 접게될 운명이라면 괜히 애들을 보내 보았자 자신들에게 이익이 없을 터였다. 머리를 바쁘게 회전하여 좌판을 튕기는 기플, 그런 그에게 슈앙이 계속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무구의 질이 굉장해. 유광 처리까지 되어 있는 거 같아.”
“뭐야?! 그렇다면 놈들은 홀스타우로스하고 거래를 한다는 말이야?”
“애초에 그 지점의 주인이 홀스타우로스라고. 그냥 거래하는 정도가 아니라 놈들의 지점에서는 아인들이 일하고 있었어. 호위하는 년들도 다 오거나 홀스타우로스야. 괜히 건드려 봤자 우리가 손해 볼 대상이란 말이지.”
“음….”
“내가 볼 때는 그냥 두거나 아니면 확실하게 목줄을 채워야 할 거야. 어정쩡하게 대했다가는 오히려 이쪽이 손해 볼 거 같아. 그러니까 대장이 확실하게 정해. 실력 발휘를 해서 먹을 것인지. 아니면 그냥 내버려 둘 것인지.”
기플은 다시 머릿속으로 계산을 시작했다. 아무리 돈이 좋아도 상대는 아인들이다. 자신이라면 모를까 휘하의 똘마니들은 아인과의 전투에서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저것들은 인간이랑 패싸움이나 할 줄 알지 인간보다 강한 능력을 갖춘 아인과 싸워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능력 부족으로 그냥 두자니 참 아까운 것들이다. 홀스타우로스가 유광 처리를 한 무구라면 여기서 큰돈 주고도 사려는 사람이 많을 수요가 있는 물건이다.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벌어들이는 돈이 눈에 선할 지경인데 그냥 두는 것도 참 뭣했다.
맛좋은 먹이임이 확실한데 씹어 삼키려고 하니 가시가 많은 그런 상황, 어떻게 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그는 잠시 고개를 들고 슈앙을 쳐다보았다.
“우리 말고 이 주변으로 치고 들어오는 놈들이 어디 어디였지?”
“응? 발마, 빅터, 오리온 녀석들인데.”
“잘됐다. 오리온 녀석은 눈치가 빠르니까 제외하고 발마하고 빅터 녀석들한테 이 상단 내용을 은밀하게 풀어서 녀석들이 손을 대도록 유도하자고.”
“호! 그래서, 그래서?”
“녀석들이 알아서 있는 힘껏 그 상단을 먹으려고 용을 쓰겠지. 상황을 봐서 상단의 힘이 많이 빠져 있다면 그때 우리가 나서서 상단을 먹고, 만약 놈들이 상단을 먹으면 우린 놈들을 쳐서 상단을 먹어 버리는 거지. 만약 상단 놈들이 너무 강해서 생채기도 나지 않았을 때는 그냥 깔끔하게 포기하고 말지 뭐.”
괜히 먹지도 못할 고기에 너무 신경을 쓰다가 잘못되는 일이 있으면 안 되기에 그로서는 신중하게 일을 처리하기로 했다. 어차피 빅터파와 발마파에는 생각이 있는 놈들이 거의 없다. 맛좋은 먹이가 눈앞에 아른거린다면 바로 달려들 녀석들이니 이런 일에 안성맞춤이었다.
잘되면 대박이요 안돼도 자신들에게 피해는 전혀 없으니 나쁠 게 전혀 없는 작전이었다. 자기가 생각하고도 참 괜찮은 작전이라 생각하며 그는 슈앙에게 지시했다.
“바로 움직여 주점이든 어디든 다 정보를 풀란 말이야. 에스타 상단에서 유광 처리 무기를 판매하고 있으니 일확천금의 기회라고 말이야.”
“오리온 녀석들은 분명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알고 있어. 오리온 그놈이 이런 일에 냄새 한번 기가 막히게 잘 맞는 거. 그래도 말이지. 녀석들은 지금 후작 년의 공격을 받고 있잖아? 킥킥킥 병신 같은 녀석 같으니 아마 이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전혀 없을 거라고.”
“알았어. 대장. 야! 너희들 멍하니 서 있지 말고 따라 나와. 가서 일해야지!”
“아. 알았다고 부대장.”
“자자 가자고!”
“일하자 일!!!”
똘마니들은 기플에게 맞은 곳을 부여잡으며 자신들의 비밀 안가에서 쏜살같이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여기에 남아 있어 봐야 그가 기분 나빠지면 그 분노를 받아내는 샌드백 역할 말고 다른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바에 차라리 몸이 고생하고 말지 여기서 뼈까지 아픈 주먹과 발길질에 당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이들이 다른 뒷골목 패거리보다 일을 잘 하는 이유는 다른곳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기플 뒷골목 파가 인근에 걸쳐 소문을 내기 시작했고 황금알을 순풍순풍 낳아대는 에스타 상단의 소문은 일파만파 전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어두운 세력들의 움직임이 하나둘 포착되기 시작했다.
*****
제니리스 후작령 에스타 상단 지부
“누구 마음대로 여기서 장사를 하는 거얏!!!”
또 에스타 상단의 지부에 찾아와 난동을 부리는 남자, 이번에는 남자 혼자가 아니라 남자들이었다. 한 손에 하나씩 몽둥이를 들고 찾아온 그 것들은 가게의 기물에 마음껏 몽둥이를 휘두르며 주변에 있는 손님들을 위협하며 장사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병사들이나 모험가가 자주 찾아가는 무구 상점 쪽에서 행패를 부리는 것이 아닌 손님이 좀 뜸한 잡화를 취급하는 가게에서 행패를 부리는 용의 주도함을 보여주는 놈들, 덕분에 이때쯤이면 나설 것 같은 용기 있는 사람들의 도움이 전혀 없었다.
“음…. 차라리 이 가게도 무구 가게에 좀 더 가까이 지을 것을 수익만 보고 따로 만들었더니 이런 상황이 계속 벌어지는군.”
“죄송합니다. 저희 불찰입니다.”
가게의 행수로 따라온 남자가 밀크에게 사죄를 했지만, 이게 어디 에스타 상단의 잘못이란 말인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결정이었고 밀크 역시 그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은 점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기서 행패를 부리고 있는 것들이 문제였지 상단에는 아무 잘못이 없었다.
아직 후작에 관한 공작이 시작도 안 되었는데 어디서 저런 것들이 꼬이기 시작하는지. 오늘따라 그 수도 많고 여기서 좀 눌러 둬야 하루살이가 더 꼬이지 않겠다 판단한 그는 뒤에서 과묵하게 서 있는 벨을 불렀다.
“아무리 이쪽이 손님이 별로 없어도 이대로는 무구점 까지 영향이 갈 거 같으니 저대로 둬서는 안 되겠어. 벨 부탁 좀 할게.”
“예. 맡겨 주세요.”
호기 있게 앞으로 나서는 벨, 그녀는 몽둥이까지 들고 있는 남자들의 앞으로 나아가 조용히 그들을 불러 세웠다.
“남의 가게에서 행패 부리지 말고 나와. 내가 상대해 줄 테니까.”
그러나 가게에서 행패를 부리는 것에 여념이 없던 놈들이 그녀의 도발에 쉽게 걸려들었다. 놈들과 몸집이 비슷할 정도로 조금 작은 키를 가지고 있던 홀스타우로스 벨이었던 지라 놈들은 혼자인 그녀를 우습게 보며 밖으로 기어 나왔다.
“이건 또 뭐야. 아인 년이 혼자 우릴 상대하겠다고?”
“상단 호위병인가 뭔가인가? 아하하하! 그래 뭐 어떻게 상대해 주시려나?”
“이럴 거 아니고 침대로 가지 내가 혼자 상대해 줄 테니까 낄낄낄”
온갖 험담과 음담이 오고 같지만, 벨은 무덤덤했다. 그리고 이들은 빨리 알아챘어야 했다. 어깨 깡패라는 놈들이 자기들 키가 190이 정도가 평균인데 그녀의 키가 자신들과 비슷하다고무시를 하다니 바보도 이런 바보가 따로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물론 홀스타우로스 여전사 중에 키가 좀 작다고(유크가 205cm에 린다는 217cm이다) 그녀를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 이 작은 키로 그녀는 유크를 상대해서 정면으로 이길 힘, 그리고 유크보다 빠르고 날렵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퍼억!!!
어딘가 터져 나가는 소리와 함께 배를 가격당한 남자 하나가 속 안의 내용물을 잔뜩 쏟아내며 무너졌다. 놈은 눈을 뒤집어 까고는 그대로 실신이라도 한 듯 움직이지 않았다.
“짖기는”
콰직
발로 누워있는 놈의 등을 찍어 누르며 지그시 밟아주는 벨, 그리고는 주변의 남자들을 향해 상쾌한 눈빛으로 도발을 해대는 그녀, 손을 들고 가장 몸집이 큰 남자에게 까닥거리면서 혀를 살짝 내밀고 입술을 핥아 보인다.
“넌 좀 싸우는모양이지?”
“이 년이!!!”
화가 난 남자가 육중한 몸을 들이밀며 벨을 향해 위협적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벨은 자세를 하나도 바꾸지 않고 놈의 주먹을 고개만 살짝 옆으로 틀어서 피한 뒤 번개처럼 주먹을 휘둘러 놈의 오른쪽 턱을 가격했다.
“끄으으으….”
놈은 제대로 시선을 유지하지도 못한 채 그대로 어질어질하는 머리를 잡으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다리가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지 다시 일어나지는 못하고 땅을 기어서 동료들에게 나아가는 남자.
그 모습을 본 남자들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그제야 직감했고 한꺼번에 덤비기 위해 몽둥이를 들어 올려 소리치며 나아갔다.
“고, 공격해! 다 같이 덤벼!!!”
“여자라고 봐주지 마라!!!”
“으아아아!!!”
그렇게 벨을 포위하듯이 다가가는 남자들, 그러나 벨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남자의 등을 밟고 있던 다리를 들어 올렸다. 살짝 접은뒤 그대로 휘둘렀다.
적당한 근육이 잡힌 살집이 잘 잡혀서 보기 좋은 다리가 휘둘러지자 정면에서 다가오는 남자 둘이 휘둘러진 발차기에 맞아 뒤로 나동그라졌다. 발차기가 끝나자마자 몸을 회전한 그녀는 내린 발로 땅을디디고 반대쪽 발을 다시 휘둘러 또 달려오던 남자 세 명을 차버렸다.
“이, 이게….”
“도, 도망을…. 컥!!!”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주변을 감싸면서 같이 들이치다가 잠시 멈춰 선 두 명의 남자가 우물쭈물하다가 뒤로 물러나 줄행랑을 치려 했지만, 바닥을 박차며 달려든 벨의 공격에 한 남자가 그 자리에 쓰러졌다.
마지막으로 골목으로 들어서기 직전의 남자는 뒷덜미가 잡히고 말았다. 그대로 녀석의 등에서 몸을 밀착해 배를 안아 든 그녀는 놈을 들어 올리고는 그 녀석의 동료들이 있는 곳을 향해 놈을 집어 던졌다.
놈은 하늘에 붕 떠오른 상태로 시야가 빙빙 도는 체험을 한 뒤 낙하했다. 그리고는 동료들 사이에 완전히 파묻혀서 정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정리가 끝난 벨은 조용히 돌아와 다시 밀크의 뒤에 섰다. 그리고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에게 공손하게 고개만 숙였다.
“잘했어. 수고 많았어 벨.”
“아닙니다.”
칭찬해도 그녀는 담담할 뿐이었다. 그런 성격이기에 그녀가 밀크를 호위하는 여전사들의 장을 맡을 수 있었을 것이다.
소란이 끝나자 뒤늦게 나타난 치안 대원들이 행패를 부린 남자들을 잡아가 버렸다. 어차피 이 뒤는 그들이 알아서 해결할 일이니 밀크는 신경 쓰지 않기로 하며 후작에게 다가갈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강구에 들어갔다.
그러나 다음 날 에스타 상단의 앞에는 어제보다 더 많은 남자가 포진하고 상단의 종업원들이 출근하는 길목까지 막으며 장사를 방해하기 위해 아예 작정이라도 한 듯한 모습을 보였고 이를 본 밀크의 머리에도 결국 이성이라는 끈이 끊어지고 말았다.
“하…. 조용히 넘어가는 경우가 없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