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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5화 〉135화, 후작령 진출 (135/177)



〈 135화 〉135화, 후작령 진출
왕도 중앙 귀족 회의가 앞으로 2달 남짓 남은 시점이었다. 지금 당장 움직여야 늦지 않게 시간을 맞출 수 있는바, 밀크는 바로 움직여 바로 에스타 상단의 행수 퍼슨을바이올렛으로 불러들였다.

“찾으셨습니까 대족장님.”

“그래. 별일 없지?”

“상단은 나날이 흑자를 보고 있습니다. 마이올 자작이 새로 부임하기 전에 빼돌린 마이올 상단의 지점들을 모두 에스타로 개명하여 운영 중이라 잠시 가격경쟁으로 생겼던 손해도 빠르게 메꿔졌습니다.”

“그렇겠지. 아무튼, 부른 이유를 말해 줄게. 에스타 상단을 제니리스 후작령에 열어 줘야겠어.”

“제니리스 후작령에 말입니까? 물론 후작령에 상단을 개설하는 거야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그곳은 상업이 발달하지 못한 변경의 땅입니다. 위험성은 높고  위험성만큼의 이득을 보장받지도 못하는 곳입니다만….”

퍼슨은 냉정하게 상단의 이득 측면에서 따져 밀크에게 조언을 하였다. 확실히 제니리스 후작령은 상업적으로 낙후된 곳이었다.

언제 어떻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왕국 간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위험천만한 곳, 그곳이 바로 변경이다.

왕국에서 발행하는 돈도 목숨을 잃을 경우 하등 쓸모가 없기에 사람들끼리 물물 교환이 성행하고 그나마 가치가 있는 부분은 자신의 목숨을 지켜줄 수 있는 무기와 방어구,  무구상점이다.

에스타 상단이야 밀크와 그 휘하 대장장이들이 만들고 있는 질 좋은 무기들을 팔고 있으니 어쩌면 제니리스 후작령에서도 충분히 먹히겠지만,  정도의 이득을 얻기 위해 진출할 만큼 장점이 없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상단을 이끄는 행수의 관점에서 그는 진심 어린 조언으로 제니리스 후작령으로 진출하는 것을 다시 한번 고려해 줄 것을 그에게 조언한 것이다.

그러나 밀크가 제니리스 후작령에 진출하려는 것은 이득을 취하기 위함이 아닌 첼슨 왕국의 2 왕자를 돕기 위함이었다. 그렇기에 당장에 피해를 좀 보더라도 일단 움직일  있는 자신의 힘으로 제니리스 후작령에 진출해야 했다.

2 왕자 측 인물이라는 것을 이용하기엔 이미 카프리온 공작이 저질러 놓은(정확히는 그 휘하 팔몬자작의 스파이 행위지만) 일이 있어서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자신을 나타낼  있는 위치인 에스타상단주라는 위치가 필요했다.

“부탁 좀 하지. 이득을 취하기 위함이 아니라 2 왕자를 돕기 위해 그곳에 가야 할 일이 있거든. 자네도 소식 들었지? 카프리온 공작이 제니리스 후작에게 남편감으로 귀족을 추천했는데  귀족이 패악질을 부린 것 말이야.”

“예…. 확실히 그 소문이 상단 내부에서도 파다합니다. 오는 손님들이 하는 이야기가 모두 그쪽이거든요. 그렇다면 최대한 빨리 준비하겠습니다. 어차피 다른 물건들을 가져가 봐야 큰 이득을 취하기 힘들 테니 물건은 무기와 방어구 등으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마을에 말해서 질 좋은 무구를 많이 보내라고 할 테니까. 그걸 이용해서 제니리스 후작령에 녹아 들어가 보자고.”

“알겠습니다. 대족장님.”

퍼슨이 나가고 그 뒤를 따라 들어온 로크웰을 통해 마을에 편지를 전달하는 밀크, 다음 켄타우로스 마차 편에 무구들을 실어 보내라는 것이었다.

다시 시간이 조금 지나 제니리스 후작령에는 화려한 마차들의 행진이 이어졌다. 왕도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소문을 가진 에스타 상단이 제니리스 후작령에 그 지점을 차리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물물 교환이 성황을 이루는 곳이지만, 돈이 아예 없는 곳은 아니기에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상단 내부에서는 첫날부터 손님들이 몰려와 붐비기 시작했다. 필요한 생필품 아주 조금, 그리고 여러 잡화를 취급하지만, 그것은 왕도보다 빈약하기 그지없는 수준이었다.

어차피 이런 물건들이야 동내에서 물물 교환으로 얼마든지 구할 수 있어 사람들은 이런 물건들의 빈약한 수준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무기, 그리고 방어구였으니 말이다.

따로 상점을 분리하여 에스타 무구점이라 칭하면서 팔고 있는 지점, 이곳에는 왕도에서 소문난  좋은 유광 처리의 무기들이 싼값에 팔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바로  에스타 무구점에  때처럼 몰려들어 있는 것이다. 단검부터 시작해서 농기구를 더불어 한 손에  감기는 데빌베어 가죽으로 만든 손잡이가 멋들어진 장검까지 모든 물건이 다 손님들의 눈길을 끌기 충분하였다.

첫 시작은 제법 성황이었고 그 후로도 소문을 듣고 찾아온 병사들, 그리고 기사들부터 모험가들까지 퍼슨의 예상대로 무구점의 소요는 확실히 대단했다. 그러나 첫 시작이 좋은 만큼 그런 그들을 시기한 모양인지 방해가 들어오기도 했다.

“주인 나와!!!”

한 남자가 에스타 상단 무구점 앞에서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술에 취한 것은 아니지만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얼굴이 벌겋게달아올라 잔뜩 성이나 있었다.

그런 그를 상대하기 위해 상단 안쪽에서는 말끔하게 차려입은 한 남자가 밖으로 나섰다. 그는 바로 인간들의 옷을 차려입어 제법 때깔이 나오고 있는밀크였다.

“그래 내가 이 상단의 주인인데 당신은 누군가요?”

머리 위에 뿔이 돋아나 있지만, 그냥 바라보고 있으면 인간과 다름없는 모습, 아인인지도 모르고 그냥 같은 인간이라 생각한 남자는 나선 밀크를 보고 잔뜩 패악을 부리기 시작했다.

“야야! 여기가 어딘지 모르는 거냐? 그 유명한 기플님의 영역이다. 이거야! 감히 이곳에서 마음대로 장사를 하면서 기플님께 인사도 오지 않다니 간이 밖으로 튀어나온 거냐!”

뭐 대충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이 거리는 기플이라는 자가 어둠 속에 숨어서 지배하고 있는 듯했다.

변방의 일에는 철두철미하지만, 내부의 치안은 그리 좋지 못한 모양인지 이런엄청난 일이 대낮에 이루어지고 있는데 병사들이 나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필이면 기플이라니….”

“에고…. 이 가게도 오늘까지인가?”

“아니 보호비만 내면 녀석들은 그냥 물러가잖아. 에스타면 돈도 많을 테니 원만하게 처리하지 않으려나?”

“그러면 좋겠지만….”

손님으로 들어와 있는 병사들이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무래도 이 근방에서는 유명한 양반인 모양이다. 그들 역시 치를 떨면서 에스타가 문을 닫을 것인지 말 것인지 토론을 하는  봐서는 아무래도 토벌에 난항이 되는 뒷골목 패거리라 생각된다.

병사들도 나서지 않자 더 의기양양해진 기플의 부하는 밀크를 향해  가지 문서를 들이 밀었다. 협박은 충분히 되었을 테니 이제 뜯어낼 생각인 듯했다.

“자 거기에 이름을 적어. 그리고 이 상단은 앞으로 기플님의 보호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럼 보호비를 내야겠지? 이 상단이 벌어들이는 이익의 20%가 보호비고 상황에 따라보호비는 변화할 수도 있으니까 미리미리 보호비를 걷을  물어보라고. 뭐  궁금한 점 있나?”

그가 뭐라 떠들든 말든 밀크는 그가 내민 문서를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현실에서 보험 가입 약관 같은 느낌으로 복잡한 내용은 없고 갑은 기플, 그리고 을은 이 에스타 상단과 자신, 갑은 을을 보호하고 을은 갑에게 보호비를 낸다. 뭐 이런 내용이 다였다.

그래도 이런 약조 문서 따위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면 법이 왜 존재할까. 이렇게 문서를 들이밀며 안심을 시킨 뒤 뒤에서는 무슨 이유를 잔뜩 갖다 붙여서 뽑아먹고 뽑아먹다가 기둥뿌리까지 뽑아 가려고 할 이들이었다.

“뭘 그렇게 고민하는 거야? 궁금한 게 있어 없어?!”

“아- 하나 궁금한 점이 있긴 하군요.”

“그래, 그래 친절한내가 있을 때 다 물어보라고 다음에 오는 수금원 녀석은 그리 친절하지 못하단 말이야.”

“그럼 기쁜 마음으로 질문하죠. 여기서 당신을 때려눕히면 우리 상단은 가해자입니까? 피해자입니까?”

“어? 뭐라고?”

자기가 뭘 잘못 들었나 하고 갸우뚱하는 놈의 얼굴에 주먹이 틀어박혔다. 녀석은 끽소리도 하지 못하고 뒤로 날아가 뻗어 버렸고 주먹을 날린대상은 씩씩거리면서 놈에게 다가가 발로 놈의 배를 밟은 뒤 꾸깃꾸깃 지르밟았다.

“킁! 감히 어디서 행패야. 죽으려고.”

린다의 가르침을 받고 매일같이 열심히 몸을 훈련하여 몸에서 확실히 전사의 품격이 흘러나오고 있는 유크였다. 벨과 함께 언제나 밀크를 밀착 호위하는 그녀는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벨과 다르게 호전적으로 나서며 놈을 묵사발로 만들었다.

“그만. 적당히 하고 돌려보내.”

“알겠습니다.운 좋은  알아 개 같은 녀석아.”

검을 뽑을 필요도 없이 주먹으로 놈을 정리해 버린 유크는 손을 탁탁 털고 놈의 위에서 내려왔다. 의기양양한 미소를 띠며 밀크의 옆으로 돌아오는 유크를 맞이한 것은 벨의 서슬 퍼런 눈빛과 매서운 속도로 움직여 엉덩이에 자국이 남을 정도로 경쾌하게 질러진 손찌검이었다.

“햐악!!!”

벨에게 일격을 당한 유크는 화들짝 놀라서 벨에게서 멀어졌고 벨은 그런 유크를 바라보며 꾸중을 주기 시작했다.

“대족장님 명령도 없이 뛰어나가? 정신 나갔어?”

“아…. 음…. 죄송합니다.”

“휘두르기 천  추가.”

“아우….”

두 사람 사이에 있던 묘한 신경전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서열이 정리되었고 조금 더 일찍 태어났던 것과 먼저 전사가  것, 그리고 무엇보다 실력으로 우세한 벨이 위였고 유크가 그 아래가 되었다.

자주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일방적으로 벨이 위에서 갈구는 형식이고 유크가 그런 갈굼을 받으며 시무룩해지는 형국이 펼쳐졌다. 전사가 된 이상 자신보다 항렬이 높고 강한 벨의 말에는 절대복종해야 하기에 그녀로서는 자기가 선택한 길에 시련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다만 벨이 유크를 맨날 갈구는 것도 아니고 실수가 많은 그녀를 계속 옆에서 엇나가지 않게 도와주고 있는지라 그것을 알고 있는 유크도 크게 화를 내지 않는 것이었다.

뭐 싸우면서 큰다고 하지 않던가. 두 사람은 이제 우정을 초월해서 서로 하나처럼 움직일 수 있는 전우였다. 서로 등을 맡길 수 있는 좋은 파트너 말이다.

린다가 없어도 밀크의 호위는 두 사람으로 전혀 문제가 없었다. 여차하면 상단에 있는 아인들이 모두 전투 요원으로 돌변할 수도 있기에 안전은 떼놓은 당상이다.

기플이 솔직히 누군지는 몰라도 이 거리에서 침을 좀 뱉는 거 같지만, 밀크의 입장에서는 가소로울 뿐이었다. 어차피 협박을 당한 쪽은 이쪽이다. 나중에 법적으로 문제를 따져도 자신들은 전혀 꿀릴 것이 없었다.

물론 변방이라 2 왕자의 도움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래도 자신들이야 큰 문제가 생기면 상단을 접고 여기서 나가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되면 2 왕자를 도울 길이 영영 힘들어지지만, 그와는 같은 배를 타기로 한 것이지 목숨까지 바쳐서 도와줄 것까지는 없었다.

있는 힘을 다하여 돕긴 하겠지만, 그래도 해결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는 동지지만 가족은 아니니까.

“이이!!! 후, 후회하지마라!!!”

‘와…. 도망치면서  대사를 하는구나.’

클리셰라면 클리셰인 대사를 치면서 도망치는 끄나풀 1호를 바라보며 밀크는 쓴웃음을 지었다. 어차피 저렇게 도망친 녀석 대부분이 어디서 처맞고 왔느냐면서 보스한테 또 얻어맞거나 심하면 어둠을 틈타 쓱싹! 하고 정리돼 버릴 운명이다.

그리고 밀크의 그 예상은 빛나가지 않았다.

퍽!!!

“크엑!!!”

어디서  터지는 소리와 함께 주먹을 맞고 날아가는 끄나풀 1호. 그는 벽에 완전히 파묻혀서 꿈틀거리다가 움직임을 멎었다. 죽지는 않았고 그대로 기절한 모양이다.

“멍청한 새끼가! 가서 처맞고 왔다는 게 자랑이냐!!!”

씩씩거리는 남자. 온몸이 근육 덩어리에 배가 조금 나와 있지만. 그것 역시 복근이 잔뜩 섞여 있는 근육과 살이 섞인 몸이었다.

여기에 나 딱 봐도 개 같은 성격이라도 광고라도 하듯 팍! 쓰고 있는 미간의 인상과 살벌하게 깎아버린 대머리, 어디를 봐도 전형적인 뒷골목의 깡패 비주얼인 이 남자의 정체가 바로 이 뒷골목을 아우르고 있는 기플이었다.

그가 폭주할 기미가 보이니 주변의 똘마니들이 당장에 굽실거리며 그의 비위를 맞추었는데 놈에게는 그리 큰 효과를 보지 못하였고 불똥이 결국 똘마니들에게도 튀었다.

“내가!!!”

퍽!!!

남자 한 명이 그의 주먹에 또 날아갔다.

“아랫것들!!!”

퍽!!!

이번에는 발길질이었다. 마찬가지로 남자  명이 공중으로 날았다.

“교육  하랬지!!!”

퍼버벅!!!

연속적인 펀치와 킥이 이어지고 남자들이 여기저기 날아가자 조금씩 분이 풀리는지 그는 화가  인상을 피고 자리에 앉았다.

“후….”

“어휴~ 우리 두목이 왜 이리 화가 났을까나?”

그때 기플이 있는 방 안으로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 들어왔다. 그러자 똘마니들이 살았다! 하는 표정으로  들어온 대상을 향해 구원의 눈길을 보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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