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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4화 〉134화 2왕자 파의 위기 (134/177)



〈 134화 〉134화 2왕자 파의 위기

얼마 후 첼슨 왕국의 수도 카프리온 공작의 집무실

얼마 전에 광란의 파티를 열었던 그는 다시금 자신을 따르는 이들을 불러 모아 집무실에 앉아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파티를 시작하기 전에 누군가 마음에 쏙 드는 의견을  기억이 있었는데 침대에서 바이올렛의 마담과 질펀하게 논 뒤로(비올라가 주술 같은 것을 걸어 그에게 환각을 심어 놓아 꿈을 꾸는 동안에 그녀와 열심히 논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정신이 몽롱해서  기억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팔몬 자작을 부른 그는 저번에 자신에게 이야기했던 그 의견을 다시 한번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했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탁자에 둘러앉은사람들을 향해 조금 높은 음의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마이올 자작이 파면당하면서 저희 쪽은 자작을 한 명 잃고 1 왕자 측은 새로이 자작을 하나 얻은 추세입니다. 이대로라면 얼마  가 힘의 차이로 점점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 될 테니 여기서는 새로운 동지를 찾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테죠. 그리고 전 그 동지를 모으는 일을 중립을 지키고 있는 귀족들을 겨냥해 움직여야 한다고 봅니다.”

팔몬 자작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고 사람을 설득하는 묘한 아우라가 있었다. 그러나 그 의견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였으니 집무실에 모여 있는 귀족들의 표정에는 회의감이 짙었다.

염소수염을 잘게 기른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점잖은 목소리를 내며 팔몬 자작을 다독이듯 했으나 다분히 핀잔을 주지 않는 선에서 그를 저지하려는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자자- 팔몬 자작의 뜻은  알았습니다. 그러나 중립 귀족이 달리 중립 귀족입니까? 그들을 끌어들인다는 말이야 쉽지 그 행동이 너무 어렵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지요. 그리고 애매한 중립 귀족 하나 우리 편으로 끌어들인다고 해서 이 상황이 나아지는 건  아니에요. 좀  현실적인 방도를 우리 찾아봅시다.”

“제 말을   들어 주시지요. 전 중립 귀족을 끌어들이되 아직  끌어들인 대상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말하나 마나 뻔한 이야기인데 그걸….”

“그만하시게.”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던 카프리온 공작이 나서서 염소수염의 남자를 막았다. 그리고는 씩 미소를 지으며 마치 믿고 있다는 듯한 표정을 보인 공작은 팔몬 자작에게 계속 이야기해 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힘을 얻은 자작은 다시 한번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힘있게 목소리를 내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시작했다.

“제가 끌어들이고자 하는 귀족은 저 변경을 지키는 후작 제니리스 후작 각하입니다. 그분을 우리 쪽으로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이 왕권 다툼은 얼마 안  종결되겠지요.”

모두의 머릿속에서 번개가 튀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제니리스 후작이라니. 그는 현 첼슨 왕국의 국왕에게 충성을 맹세한 여자였다. 전투에 있어 누구보다 냉혹하고 전략과 전술에 뛰어나며 적은 수의 군대로 많은 수의 군대를 이겨내는 신장이라 칭해도 전혀 모자람이 없는 전장의 여신이다.

그녀는 본디 왕에게만 충성할  중앙 귀족계에 발을 들이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여자다. 군인이 정치에 몸담는 순간 그건 군인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머릿속에 전장만 가득한 독보적인 존재로 정말 큰 행사가 아닌 한 자신이 지키는 변경을 떠나 수도에 들어온 적도 없을 정도다.

그런데 그런 존재를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자니 이건 뭐 막 나가는 것도 너무 막 나가는 행동이었다.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차분하게 듣고 있던 염소수염의 남자는 그의 의견에 학을 치며 일어나 그를 성토하였다.

“보자 보자 하니  하는 말이 없습니다!!! 아니 제니리스 후작님이라니. 누군 뭐 말을  줄 몰라서 안 하는 줄 아는 겁니까?! 그런 말도  되는 말은 나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실현할  있냐고 묻는다면 절대 안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그분은 국왕 폐하께 충성을 맹세한 몸입니다. 2 왕자 전하가 이번 왕권 다툼에서 이겨 국왕이 된다면 모를까 지금의 왕자님께서는 그분을 통제할 수도 없을뿐더러 자칫 잘못하면 중립 귀족 전체를 우리의 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팔몬 자작! 당신은 지금 우리 2 왕자 파를 망하게 하려고 하는 겁니까!!!”

“자자 너무 흥분 했군 일단 이야기를  들어 보세나.”

흥분한 염소수염 남자는 카프리온 공작의 말에 하는 수 없이 씩씩거리면서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팔몬 자작은 카프리온의 뒷배를 믿고 자기 뜻을 굽힐 생각이 없는지 당당한 어조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물론 실현 가능성이야 낮습니다. 하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은 또 아니지요.”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제니리스 후작은 안된다는 말  들었습니까?”

“어허 다들 그만둘 두게!”

팔몬 남작의 말에 딴지를 걸기 위해 들고 일어나는 다른 사람들을 제지하는 공작, 그는 더 이야기해 보라는 듯 팔몬 자작을 두둔했다.

“자 걱정하지 말고 계속 이야기해 보게. 어차피 의견이야 여기서  뒤 채택되지 않으면 조용히 묻어버릴 일이니 말이야. 들어보는 거야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하, 하지만 공작님.”

“내 저택의 보안을 의심하는 건가?”

“아, 아닙니다…. 경청하겠습니다.”

이미 비올라와 휘하 여인들에게 대차게 뚫려버린 보안을 두고 이야기하는 아둔한 공작의 말에 귀족들은 찔끔하여 자리에 앉았고 팔몬 자작은 다시 힘을 입어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니리스 후작의 현 나이가서른둘입니다. 그런데 아직 그녀는 남편이 없지요. 후사를 보아야 하는데 전 제니리스 후작 부인은 이미 고인이 되신지 오래이며 전 후작 각하는 원체 정치나 집안 대소사에 관심이 없는 소박한 분인지라 작금의 제니리스 후작님은 전혀 결혼에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점점 문제가 되어 지금 터지기 일보 직전이라 하는군요.”

“호! 그런가? 어디 계속해 보게.”

“예 공작님. 집안의 가신들이 후사가 없는 것을 걱정하며 매일같이 후작님을 닦달하여 후작님도 귀가 따가운지 얼마 전에 남편감을 들이겠다 공표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후작령이 아주 뜨겁게 달구어졌습니다. 후작님의 미모야 정평이 나 있고 성격이 당차고 근엄하여 의외의 인기가 있으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후작령 남자들이 자기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자 아주 몸에 열이 나고 있다 합니다.”

“흠…. 하긴 다음  후작가의 주인이 될 후사가 괜한 귀족가에게 넘어가 버리면 안될 테니 남편은 되도록 낮은 항렬의 귀족이나 기사 쪽에서 찾을 확률이 높겠지. 정략결혼이라 해도 후작가의 힘을 이기지 못하는 남작이나 자작 정도면 적당한 상대겠지. 그렇다면 뭔가? 그 남편 자리에 우리 쪽 인사를 한번 밀어 넣어 보자 이말 인가?”

공작도 아예 무식한 인사는 아닌지 척하고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을 알아들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비릿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가 순식간에 미소를 지운 팔몬 자작은 미끼에 고기가 걸려들었다는 생각을 하며 그에 맞장구를 쳤다.

“그렇습니다. 공작님. 제니리스 후작 측의 남편감으로 우리 쪽 남작이나 자작을 추천하는 겁니다. 백작 이상을 추천하면 괜히 우리가 후작가의 힘을 끌어들이려 한다는 음모론이 제기될 수도 있으니 힘이 약한 자작쯤에서 추천하여 혼인을 추진하는 겁니다. 원래 팔은 안으로 굽는 법입니다. 아무리 그녀가 정치에 관심이 없다 하여도 남편이 몸을 담고 있는 곳을 아예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겁니다. 그러니 이 기회에 1 왕자 측보다 먼저 움직여 그녀를 우리가 포섭하지요. 남편감으로 말입니다.”

“호…. 괜찮은 방법이군.  되면 제니리스 후작이라는 걸출한 동맹을 얻을 수 있고 못되어도 잃는 것은 추천한 귀족가를 치장하는데 사용하는 금액 조금뿐이니 말이네.   추진해 보는 게 어떻겠나?”

“으음….”

“뭐 혼인 대상 추천 정도야….”

“나쁘지 않다 봅니다. 아니 얻을 것은 있는데 잃을 것은 없으니 아주 좋은 조건이지요. 해보는 게 좋겠습니다.”

“저도 동감입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반대로 일관하던 자들이 점점 팔몬자작의 말에 설득이 되어 가고 있었다. 끝까지 고집을 피우고 있던 염소수염의 남자까지도 결국 동의를 했고 이로써 만장일치로 제니리스 후작의 남편감을 찾기 위해 2 왕자 측의 귀족들을 모두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팔몬 자작이 한 남자를 추천하여 후작가로 보냈다. 그는 평소에도 얌전한 성격으로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것에만 급급하여 2 왕자 측에 소속은 되어 있으나  드러나지 않은 남작가의 자제였다.

다만 그런 점이 오히려 후작에게 먹히리라 생각한 것이다. 특출난 것은 전혀 없지만, 매사에 성실하고 제법 얼굴도 반반한 편이었으며 절대 사고를 치지 않는 진중한 성격이니 후작가의 데릴사위로는 안성맞춤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하였다.

*****

다시 얼마 후 자줏빛바이올렛의 가장 안쪽에 설치된 암실

“후작가에  남작 자제가 사형을 당했다고요?!”

리그릿 후작은 암담해진 표정으로 비올라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고 비올라는 침통한 표정이 되어 그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 하였다.

“하…. 뭐가 어떻게  겁니까?”

“무핀 남작 자제는 원체 말이 없고 조용한 성격에진중하고 남에게 원한을 살만한 짓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후작가에서 보내온 성명에 따르면 그자가 먼저 후작님을 겁탈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고 하더군요. 결국, 화가 난 후작님에게 그 자리에서 목이 베이고 말았답니다.”

“허….”

말이 없는 리그릿 후작, 아니 말문이 막혀서 할 말은 많은데  수가 없었다. 2 왕자 측에서 추천한 남편감이 무례를 저지른 것도 모자라 자신보다 항렬이 높은 귀족을 겁탈하려고 했다? 1 왕자 측에서 공격하기 딱 좋은 빌미였다.

상황이 너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팔몬 자작이 자신의 의견대로 일을 진행하고 그렇게 진행된 일에 열쇠가  남작 자제인 무핀, 그리고  무핀이 행한 행동으로 인해 그냥 얌전히 돌아오기만 해도 아무 일이 없었을 행동이 크나큰 실책으로 이어졌다.

즉…. 심증이 확신으로 변하였다. 팔몬 자작은 1 왕자 측이 2 왕자 측으로 파견한 첩자이며 그는 확실하게 카프리온 공작을 겨냥해 그를 완전히 정계에서 축출해 버릴 생각이었다.

“어렵네요…. 제니리스 후작가에서 카프리온 공작가를 향해 정식으로 문서를 보내 그들의 무례함을 성토했어요. 아마 다음 정기 귀족 회의에서 이 일이 제대로 다루어질 테고 그때가 되면 카프리온 공작은 끝장이에요.”

“막았어야 했는데…. 너무 안일했습니다. 왕자님이 잠자코 두고 보자고 하여도 그냥 제가 막았어야 했습니다…. 후…. 이대로 가면 저희는 힘 싸움에서 완전히 저들에게 밀리게 됩니다.”

“…….”

한동안 암실에서는 말이 없었다. 리그릿 후작은 벙어리 속앓이하듯이 가슴을 꾹꾹 눌러 지압할 뿐이었고 비올라는 조용히 파이프 담배를 물고 그 연기를 크게 빨아들인 다음 후하고 시원하게 밀어 뱉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밀크의 말에 비올라는 잠시 고민에 휩싸였다. 그리고는 그 옆에 있는 밀크를 한 번 들여다보고는 알 듯 말 듯 한 미소를 지어 보인 뒤 다시 리그릿 후작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후작님. 아무래도 이번 일은 저희가 처리하기 어려울 듯해요.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여기까지 말한 비올라는 다시 밀크를 돌아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주인님의 도움을 받도록 해요.”

“응?”

“네?”

두 남자가 황당한 얼굴로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표정으로 물어 오자 비올라는 다시 살 떨리게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밀크의 몸에 팔을 감아 그의 품에 파고들었다.

“여기 계시는 저의 주인이신 밀크님의 힘이면 아마 제니리스 후작도 움직일 수 있으리라 전 믿고 있어요. 그러니 후작님은 돌아가셔서 왕자님께 밀크님이 알아서 처리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1 왕자 측의 공격을 버틸 생각만 하시라. 굳건하게 버텨 달라고 말만 해주세요. 아둔한 자여도 공작의 힘은 지대하니 여기서 그를 잃어서는  됩니다. 이참에 목줄이라도 채울 겸 그를 확실하게 구제해 주는 것으로 길을 잡아요. 우리”

조금 떨떠름한 표정이 되긴 했지만, 이미 리그릿도 밀크가 숨은 힘이 많이 있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완전히 믿을 수는 없지만, 지금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니 하는 수 없이 그녀의 말에 따르기로 하고 그는 조용히 바이올렛을 나서서 왕성으로 돌아갔다.

“제니리스 후작은 누군지도 모르는데 내가 무슨 수로 그녀를 설득해? 비올라 이건  아닌 거 같지 않아?”

“우후후훗- 전혀요.”

다시 파이프 담배를 깊이 들이마신 그녀는 밀크의 반대쪽으로 연기를 내 뿜은 뒤 파이프를  버리고 그의 가슴으로 달라붙어 붉게 닳아 오른 볼을 하였다. 그리고는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그에게 이야기했다.

“하아…. 여자인 이상 밀크님을 이길 존재는 이 세상에 없어요. 제니리스 후작이 여자인 이상 그녀는 절대 밀크님을 이길  없답니다.”

“나…. 참….”

묘하게 설득력이 넘쳐나는 그녀의 말에 밀크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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