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1화 〉131화, 공작가의 파티
첼슨 왕국의 수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한 저택
이곳은 전날 2 왕자가 한 번 방문한 적이 있던 저택으로 바로 카프리온 공작이 기거하는 곳이다. 오늘 이곳에서 은밀한 모임이 생겼으니 2 왕자를 따르는 세력 중에서 카프리온 공작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모임이었다.
상석에 앉은 카프리온 공작의얼굴을 죽을상이었으니 그 이유는 바로 자신의 실책 때문에 애꿎은 자작세력이 적에게 넘어가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클레어 마이올 자작은 평민으로 파면 되었고 그 자리는 1 왕자 측의 서기로 일하던 젊은 남성이 차지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2 왕자와 밀크 간의 조용한 뒷거래로 인해 클레어는 아주 안전하게(?)(목숨은 보전했지만….) 자줏빛 바이올렛에서 보호를 받는 중이었으나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카프리온 공작에게는 치명적인 실수로 다가올 정치적 실책이었다.
그리하여 평소에 자신을 잘 따르던 귀족들을 모아 잃어버린 2 왕자 파 내부의 신용을 다시 찾기 위한 방도를 모색하자. 이런 취지로 불러 모은 것이었고 딱히 주고받는 내용 중에는 밖으로 새어 나간다고 큰일이 벌어질 내용은 전혀 없었다.
1 왕자 세력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 그리고 요즘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그 에스타 상단도 골치가 아팠다. 여기에 점점 더 왕자의 신임이 두터워 지고 있는 젊은 후작 리그릿의 존재도 역시나 무시할 수가 없었다.
“끄응…. 주변 모두가 다 적 같구려. 이거야 원 실책 한 번으로 내가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한다니…. 왕국의 공작으로서 모두에게 체면이 말이 아니요. 후우….”
본디 어려서부터 연재로 이름난 남자였으며 주변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일을 크게 벌이는 성향이 강했고 자신의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잘해주고 그 외에는 별로 챙기지 않는 성격이기에 친해지면 강한 우군을 만들지만 조금만 틀어져도 크게 적이 되어 버리는 그의 성격이었다.
마이올 자작과는 그리 면식도 없고 자신과 연줄도 없어 자신의 책략으로 써먹어 최대한의 이점을 끌어낼 생각으로 일을 진행하는 바람에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다. 물론 그도 자기 잘못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귀족이라는 자존심에 반성의 기미는 적었고 스스로 벌인 일을 수습하는 능력이 한 참이나 부족한 남자였다.
기상과 꿈은 남다르지만, 본인의 힘이 미약하고 노력도 부족하다. 언감생심 높은 곳만 바라보고 일을 꾸미니 웅장하긴 하나 실속이 전혀 없어 소탐대실이 일어나는 전형적인 소인배였다.
주변에 모여 있는 사람들도 전형적으로 그러한 인물들이 가득했다. 욕심이 많고 적고의 차이지 대부분 여기 모인 사람들은 자기 힘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높은 자리를 꿰차고 있는 자들이었다. 특출난 이들이 몇 있긴 하지만, 이들 역시 공작의 이름값이 아니었으면 모이지 않았을 위인들, 즉 머릿속으로 얼마나 이익이 있을지 주판을 튕기는 자들이었다.
“공작님. 누구나 다 실수는 하는 법입니다. 그러니 너무 심려치 마시지요.”
“그렇습니다. 2 왕자 파를 지금까지 이끌어 온 사람이 누군데 말입니다. 다 카프리온 공작님의 머리에서 나온 작전 덕분 아닙니까?”
“2 왕자님도 참 너무하시구려. 아니 실수 한 번 한 거 가지고 그리 면박을 주실 게 뭐랍니까.”
“허허 자자 2 왕자님도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러셨겠습니까? 실수는 실수이니 감수할 것은 감수해야지요. 공작님도 너무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왕자님이 마이올 자작을 아끼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더 그런 겁니다.”
하라는 대책은 나오지 않고 여기저기서 풀이 죽어 있는 카프리온 공작을 위로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생각이 있는 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밖으로 꺼낼 때까지 앞으로 좀 더 시간이 필요하리라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자자 이 자리는 날 위로하러 모인 자리가 아닙니다. 이제 모두 위로는 그만하시고 앞으로의 방책을 한 번 마련해 봅시다. 2 왕자 파 내부에서의 내 위치와 입지를 다시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리그릿 후작이나 에스타 상단보다 훨씬 나은 공적이 필요해요. 어디 뭔가 좋은 생각들이 없습니까?”
아부를 일삼던 이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자 드디어 생각이 있는 자들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하나하나가 다 영양가가 없는 탁상공론에 불과할지라도 일단 뭐라도 던져 봐야 하나라도 건지게 될 일, 카프리온 공작은 허황한 이야기라 할지라도 절대 핀잔주지 않고 모두 귀담아들으며 이야기를 하도록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이어 나갔다.
다행히도 능력이 부족한 카프리온 공작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여 그는 휘하 귀족들을 다루는 실력을 연마하였고 주변 사람들을 이용하는 법을 잘 알게 되었다.
다만 주변 사람을 부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커버하는 것에만 집중했으면 좋았을 텐데, 모든 일의 결정적인 마지막 순간엔 자신이 직접 진두지휘를 맡길 원하여서 항상 끝에 가서 일을 그르치곤 한다.
지금도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을 하고는 모두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머리로 넣으려고 애쓰는 중이었다. 하나만 좋은 것이 걸리면 그것을 자신이 진두지휘하여 그 공을 오롯이 자신이 가지려고 하는 것이다.
여기 모인 이들 모두가 그런 공작의 성격을 알고 있지만, 다들 쉬쉬할 뿐이었다. 어차피 그 공로를 인정받아 봐야 자신들에게 떨어지는 것은 별로 없다. 그러나 카프리온 공작이 떨궈주는 콩고물은 차라리 얼마 떨어지는 것이 없는 보상보다 더 가치가 있기에 그냥 그에게 공을 넘기고 콩고물을 주워 먹는 것이 나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탁상공론이 이어지는 와중에 모두가 모여 있는 공작의 처소에 문이 열리고 자줏빛 머리카락을 한 여인이 풍만한 몸을 이리저리 흔들면서 자신이 이끌고 온 여인들을 대동하여 안으로 들어섰다.
“오오오! 드디어 왔군.”
모두 놀라고 있는 와중에 공작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침을 질질 흘리며 이 미모의 여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인들 모두가 가면을 쓰고 있었으며 올라오면서 준비를 한 것인지 하늘거리며 안쪽이 다 비쳐 보이는 얇은 옷 안으로 속옷만 아슬아슬하게 걸치고 있는 다소 민망한 옷들이었다.
눈을 어디에다 둬야 할지 모르고 있는 귀족들이 있는가 하면 헤벌쭉한 얼굴이 되어 여인들을 눈으로 강간이라도 하듯이 쳐다보는 이들도 있었다.
삽시간에 탁상공론장 안의 온도가 달아올랐고 선두로 들어온 여인은 카프리온 공작에게 다가가 그의 허벅지를 쓸어 올리며 교태 섞인 목소리를 내며 그에게 아양을 부렸다.
“공작님- 자줏빛 바이올렛 출장 서비스를 이용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려요. 오늘 술 시중을 들 아이들과 함께 왔답니다.”
“오오! 어서 오시게. 자자 인사들 하게 이 여인이 바로 그 소문이 자자한 마담 바이올렛이네. 안 그래도 머리가 아주 어지러웠는데 이거 잘 되어서 지금부터 다들 한 잔씩 하도록 하지.”
아직 회의가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신이 나서 날뛰는 여자 좋아하는 공작의 모습에 더러는 환호를 더러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렇게 공작의 저택은 왁자지껄한 술판이 벌어지게 되었다. 그녀들을 부른 경로는 비밀에 부쳐져 있으며 귀족의 저택에서 자기가 뭘 하던 그것은 자유였다.
술이 질펀하게 들어가자 귀족들의 눈에 하나둘 욕망이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담 바이올렛, 비올라는 미리 준비한 대로 술 시중을 드는 여인들을 뒤로 물리며 방 밖에서 대기 하고 있던 다른 여인들을 불러들였다.
술 시중을 들고 있는 여인들을 다소 젊고 아직 덜 여문 느낌이 강한 귀여운 인상의 여자들이었고 뒤이어 방으로 들어와 그녀들과 교대를 한 여인들은 모두 다 풍만한 몸매 여인의 매력이 물씬 풍겨 나오는 아주 잘 익은 한창때의 여인들이었다.
단계를 나누자면 술 시중 여인들은 아직 가게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교육이 부족한 아이들이고 뒤이어 교대하고 들어온 여인들은 가게에 오랫동안 몸을 담은 베테랑들이었다.
술 시중을 들고 있는 여인들의 몸을 질펀하게 만지고 있던 귀족들은 여인들이 나가고 다른 여인들이 들어오자 처음에는 조금 분위기가 깨진 것 같아서 잠시 미적거렸지만, 뒤이어 들어온 여인들이 화끈한 행동으로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하자 다시금 욕망을 표출했다.
그리고 방 안에서는 집단 성교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웃는 얼굴로 남자의 모든 것을 받아 주는 가면 여인들의 교성, 그리고 유혹에 아닌 것처럼 버티던 귀족들도 모두 다 넘어가서 행위에 동참했다.
비올라는 그런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방을 빠져나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술 시중 여인들을 이만 먼저 들어가 보라며 지시를 내렸고 자신 역시 이쯤에서 슬슬 돌아가 보려고 하려는 찰나 그녀의 팔목을 잡아채는 남자가 있었다.
술이 잔뜩 들어가 볼까지 붉게 물들어 버린 배불뚝이 남자 카프리온 공작이었다.
“낄낄낄- 이봐 마담. 마담은 어디를 가려는 건가? 분명 돈을 많이 지급한 거로 아는데 말일세.”
“아. 공작님 물론 저희 아이들이 성심성의껏 섬길 겁니다. 그러니 안으로 들어가셔서 짝이 없는 아이와 마음껏 즐겨 주시면 된답니다.”
“어허!!! 감히 이 나라의 공작을 그런 천한 년들에게 상대하게 시킬 셈인가?! 이거 안 그렇게 봤는데 마담이 아주 안 되겠어. 내가 자줏빛 바이올렛에 그렇게나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데 이렇게 나오겠다 이건가?”
“공작님. 죄송하지만, 말씀하고 싶으신 것을 제가 잘 모르겠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해 주시지 않겠나요?”
“그거 눈치 없긴, 마담이 직접 날 상대해 줘야지 않겠나? 그래야 급이 좀 맞지.”
“후훗.”
비올라는 살이 다 떨려올 정도로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그를 비웃었다. 그러나 눈치가 없는 것은 오히려 카프리온 쪽이었다. 명백하게 비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도 헤벌린 표정을 하며 이제 다 넘어왔구나 하고 받아들여 버린 것이다.
“낄낄낄 그래그래 자자 내 방으로 가자고 하인들이 최고의 와인과 안주, 그리고 잠자리를 마련해 두었다.”
그러면서 그녀를 품으로 끌어들여 자기 마음대로 엉덩이를 만지며 히죽이며 웃기 시작했다. 마치 벌레를 바라보는 듯한 비올라의 표정도 너무도 아름다운 나머지 술 취한 카프리온 공작은 더 그녀의 얼굴을 보며 웃을 뿐이었다.
공작의 침실로 들어간 비올라는 만면에 가식적인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를 침대 위로 밀어 쓰러트렸다. 그리고는 상의를 반쯤 내려 그 풍만한 젖가슴을 조금 드러내 보이며 카프리온 공작의 혼을 다 빼놓았고 그와 시선을 나란히 했다.
“어…. 어….”
“얌전히 자렴.”
그리고 그 순간 실이 끊어져 버린 인형처럼 그대로 풀썩 자리에 쓰러져 코를 골며 잠을 자기 시작했다. 카프리온 공작의 위에서 옷을 벗어 내리려던 그녀는 다시 옷매무새를 단정히 정리하고는 방금 그 약간의 가슴을 보고도 발기해 있는 작은 자지의 그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
“간에 기별도 안 갈 크기로군. 넣어도 느낌도 안 들겠어. 크다고 다 좋은 건 아니지만, 공작님은 얼굴도 별로고 자지도 작으니까 아내분이 고생이 많을 거 같네? 잘 들어요. 공작님. 날 안을 수 있는 남자는 이제 이 세상에 오직 단 한 분뿐이에요. 당신 이랑은 하늘과 땅 차이로 비교가 될 분이니 그 작은 자지나 혼자 흔들면서 조용히 살길 바랄게요.”
들리지도 않을 그에게 속삭이며 옷을 다 정리한 그녀는 주변에 뿌린 수면의 기운을 다시 끌어들였다. 그 기운에 제대로 노출돼 버린 카프리온 공작은 이제 여간해서는 깨어나지 않을 것이다.
비올라가 나오자 남자의 성 접대를 하던 여성들도 모두 밖으로 나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방 안쪽에는 지쳐서 쓰러져 잠들어 있는 나체의 남자들뿐이었다.
“돌아가자꾸나. 알아낸 정보들은 모두 문서로 남긴 다음 올리거라.”
“예. 마담.”
한껏 공작가를 휘저은 바이올렛의 여성들은 모두 값진 정보들을 가지고 본부로 귀환했다. 그런 그녀들이 지나온 길은 모두 어디선가 나타난 부랑자들이 차지하거나 청소를 한 뒤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등 뒤를 밟힐 수 있는 모든 부분을 차단해 버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얼마 후 비올라와 밀크는 한 남자의 방문을 받아서 그와 만나게 되었다. 공작가에서 정보를 캐내 달라는 의뢰를 한 이 남자의 정체는 카프이온 공작이 경계하던 그 남자 리그릿 후작이었다.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밀크님. 편하게 리그릿이라 부르십시오. 2 왕자 전하를 도와주시는 점에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2 왕자와 은밀한 것까지 모두 공유하는 그였기에 이미 밀크의 존재 또 한 알고 있었다. 그런 그가 2 왕자의 사람인 카프리온 공작의 정보를 캐달라고 하다니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보통 일은 아니리라 생각되었다.
정중한 인사를 한 그에게 밀크 역시 마주 인사를 하였고 부드러워진 분위기 속에서 여자들이 공작의 처소에 모인 귀족들에게서 캐낸 정보들이 적힌 문서가 잔뜩 테이블 위에 펼쳐졌다.
리그릿 후작은 찬찬히 문서들을 확인하였고 잠시 후 한숨을 푹 내쉬면서 한 문서의 내용을 내밀었다. 팔몬 자작이라는 자에게 붙어 있던 여자가 자신이 들은 것을 빠짐없이 적은 문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