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7화 〉127화, 치킨게임. (127/177)



〈 127화 〉127화, 치킨게임.

2 왕자는 일단 클레어 마이올의 본권을 위해 힘쓰는 척했지만, 실제로는 시간을 벌기 위해 1 왕자 측이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해올 때마다 고민하는 모양새를 보이다 최종 결정 순간에  발을 빼는 등 결정적으로 요구조건에 응하지 않았다.

2 왕자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1 왕자 측은 그가 어떻게 해서든지 간에 클레어를 복권 시키기 위해 포기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그들이 요구조건에 응할 때까지 조금씩 내용을 바꿔 최대한 많은 이권을 빼앗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2 왕자는 조금씩 그들의 요구조건이 변화해 갈 때마다 그들의 요구조건을 들어주려는 듯한 뉘앙스를 보였고. 이에 2 왕자 측의 귀족들이 반대를 대신 하고 나서며 결과는 계속 흐지부지되었다. 그에 따라 클레어의 파문, 또는 복권에 대한 회의는 길게 늘어지기만 했다.

그리고 그러한 2 왕자의 노력은 음지에서 조용히 움직이고 있는 에스타 상단이 아무런 장애물 없이 마이올 상단을 상대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주었다.

“절대 안 됩니다. 저희 상단의 실질적인 주인이신 클레어 마이올 자작님이 오신다면 모를까 대행인지 뭔지 몰라도 알지도 못하는 당신에게 상단을 넘기라니 누굴 바보로 아시는 것도 아니고 참나….”

처음에는 2 왕자가 클레어에게 대필 문서를 받아 퍼슨에게 마이올 상단을 넘기게 하여 그가 상단을 정리하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마이올 상단은 대신하여 관리하는 제퍼슨이라는 남자였다. 상단의 주인은 클레어지만 실질적인 운영을 하는 것은 이 남자였고 그의 휘하는 대부분 그가 빼돌린 돈으로 재미를 보았기에 똘똘 뭉쳐서 이 상단을 지키고자 하였다.

아무리 대필 문서와 함께 새로운 주인이라고 그들에게 떠들어 봐야 공식적으로 인정된 문서인지 아닌지 확인을 하겠다. 클레어 자작이 오지 않는 한 절대 상단을 넘길 수 없다. 상단에서  거래를 진행 중이기에 나중에 다시 자리를 잡자 등등 수십 가지의 핑계를 대며 자리를 피하려 했다.

“제퍼슨 행수. 이렇게 나오면 이쪽도 곤란합니다. 난 엄연히 2 왕자님의 대필 문서를 받아 마이올 상단의 운영을 대행 받았습니다. 자작님의 허락도 있었고 이렇게 자작가를 증명하는 인장까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갖은 이유를 대며 이리 피하기만 하려 하다니 바로 관청으로 가서 해당 문서에 대한 시시비비를 따져 볼까요? 그렇게 하면 피를 보는 건 어차피 당신이 될 텐데요.”

“흥! 2 왕자든 대행이든 난 모르는 일이오. 애초에 그런 일이 있다면 실질적인 주인이신 마이올 자작님이 직접 제게 뭔가 명령을 내렸을 터인데  그런 말을 단 한마디도 듣지 못했소. 시시비비라? 좋군요. 어디 따져 보도록 하죠. 그러나 지금은 상단에서 큰 거래를 진행 중입니다. 그러니 관청에 알아서 탄원하시고 시일이 정해지면 그대 다시 만나도록 하지요.”

“허…. 후회하게 될 거요 행수.”

“이야기 끝났으면 이만 나가주시죠. 손님 나가신다! 배웅을 해드려라!”

“예!”

그렇게 제퍼슨의 축객령과 함께 등장한 거한 둘에게 거의 반강제적으로밖에 나오게 된 퍼슨, 그를 기다리고 있던 건장한 오거 상단원들에게 호위를 받으며 상단으로 돌아온 그는 밀크에게 마이올 상단에서 있던 일을 보고했다.

“좋은 말로는 해결될 인물이 아닙니다. 우리 쪽에서 문서를 보여주었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더군요. 아마 진짜 마이올 자작이 와야 뭔가 움직임이 있을 하군요. 돈맛을 너무 봐서 그에 맛이 들인 모양입니다.”

“현실적으로 감옥에 들어가 있는 마이올 자작이 상단에 직접 방문하는 것을 불가능한 일이지 아마 놈들도 마이올 자작이 감옥에 있다는 것을 알고 더 배짱을 부리는  거야.”

“해서 마지막으로 강경하게 관청에 탄원 제기를 할 것이라 말했지만, 자신들의 거래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되니 탄원은 알아서 넣으라고 대답하더군요. 그리고 탄원 날짜가 정해지면 그때 자신들에게 통보하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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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청에서 탄원을 처리하기 위해선 시간이 많이 소요될 테지. 그리고 만약 우리가 관청에 이런 문서로 탄원을 제기한다면 1 왕자 측에서 우리 움직임을 눈치챌 수도 있어. 수면 밑에서 조용히 움직여야 하는데 그래서는 안 돼”

“그럼 어떻게 하시렵니까?”

“음….”

고민에 빠진 밀크, 그러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상단 안쪽에 있는 상단의 주요 물품인 아인들만 생산이 가능한 물품들을 확인했다.

“우리 주 수입원은 다른 상단에서 흉내 낼 수 없지. 그렇기에 이만한 부도 손에 넣을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잠시 망하긴 했지만, 다시금 왕국 최대 규모의 상단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어.”

“알고 있습니다.”

“신사적으로 말할 때 응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줄 때도 되었어. 다른 어중이떠중이 상단들에 에스타 상단이 과거와 다르게 녹록지 않다는 것도 보여줄 수 있을 테고…. 퍼슨”

“예 대족장님.”

“지금부터 마이올 상단이 취급하는 모든 물품을 조사해서 그와 같은 물품을 우리 상단에도 준비시켜, 그리고 마이올 상단이 있는 곳에는 무조건 우리 분점을 설치하고 마이올 상단이 판매하는 모든 물건을 마이올 상단보다 조금씩 싸게 팔도록 해.”

“예?! 그래서는 저희 쪽의 손해가 너무 커질 겁니다. 마이올 상단이 우리와 경쟁하여 가격을 내리면 결국 가격 경쟁이 시작될 테고 둘 다 공멸하고 말 겁니다.”

“그러라지. 어차피 우리의 주 수입원은 다른 곳에 있어.  물품은 그대로 판매하면서 마이올 상단이 취급하는 물건을 마이올 상단 바로 옆에서 판매하자는 것뿐이야. 우리가 원래 판매하는 상품의 가격은 변동이 없지만 마이올 상단과 같은 상품에 관해서만 가격을 싼값으로 판매하는 거지. 그렇게 되면 결국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은 마이올 상단이 될 거야.”

“드, 듣고 보니 이해가 가는군요. 확실히 당장에 자금적으로 적자를 면하지 못하겠지만, 마이  상단과 경쟁에서 이기면 그들이 유통하던 모든 물품까지 저희 에스타 상단이 유통할 수 있게 될 테니 나중을 생각하면 이득입니다. 가격 경쟁을 붙여서 마이올 상단을 말려 죽이실 생각이시군요.”

“바로 그거야. 저들은 우리가 싼값에 물건을 판매하면 울며 겨자 먹기로 일단 따라서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어. 그렇지 않으면 지금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전혀 팔려나가지 않을 테니까. 그러나 우린 그들보다 한발 앞서서 가격을 계속 그들보다 싸게 내려 버리는 거야. 이러다 보면 자금력에서 우수한 우리 상단이 그들을 무조건 이길 수밖에 없지. 부패해서 자기들끼리 이익을 나누어 가지는 놈들이 이런 공격을 버틸 재량이 있을 리가 없어.”

“하지만, 저희도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겁니다. 마이올 상단을 말려 죽인 뒤 그들의 것을 모두 받아들인다 해도 한동안 피해 복구를하는데 정신이 없을 거라 예상이 되는군요. 클레어 자작님에게 드릴 보상금까지 잠시 동결시켜야  수도 있습니다.”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어. 내가 있잖아.”

“예?”

“명검 다섯 개 정도 팔지 뭐.”

“아…….”

단순하고 명쾌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그 효과는 매우 뛰어날 것이다. 밀크가 만들어낸 무기들은 상단에서 특별히 소량만 판매하고 있음에도 재고가 들어올 때마다 불티나게 팔려버릴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뛰어난 검사, 또는 주군을 지켜야 하는 기사, 그리고 하루가 위험함의 연속인 용병과 모험가들, 그들에게 좋은 무기란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임과 동시에 실력의 상승으로 매울 수 없는 부분을 보완해 주는 전장의 동료이다.

밀크표 무기들은 그런 사람들의 요구조건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최고의 무기였고 명작이 아닌 무기들인데도 명검이나 명창 등으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여 진열대에 올려지면 그야말로  깜짝할 사이에 이미  팔려버릴 정도로 그 위명이 자자했다.

그런데 그런 밀크가 만든 명작 검이 상단에서 한정으로 판매된다? 모르긴 몰라도 유명한 검객부터 기사, 그리고 용병과 모험가들이 너도나도 돈을 바리바리 싸 들고 와서 구매하려 것이 분명했다.

차라리 경매에 부치는 것이  확실한 가격을 받을 수 있으리라. 자금에 대한 압박도 없어질 것이고 에스타는 정말 거의 피해 없이 마이올 상단을 짓밟아 버릴 수 있을 것이다.

"베라밀프님의 가호로 명작을 탄생 시키는 주기가 짧아졌어. 언젠가 명작을 넘어 더 뛰어난 명품을 만들어 낼 수도 있겠지."

“무시무시한 방법이군요. 제국의 상단이라면, 능히 가능할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저희 같은 왕국의 상단은 꿈도 꾸지 못할 방법입니다.”

“이젠 아니지. 이 상단을 내가 이끌어 가는 이상 앞을 막아서는 것들을 철저하게 부숴 놓아야 나중에 탈이 없어. 마이올 상단은 우리가 접수하고 클레어 자작에게는 보상금을 지급한다. 그리고 한동안은 우리 에스타 상단에서 그녀의 신변을 보호할 거야. 아마 2 왕자가 미리 말을 해두었을 테니 고분고분 따라 주겠지. 상단의 호위 무사 정도로 일하게 하면 문제가 없을 거로 생각해.”

“그, 그래도 한때 귀족이었던 분인데 어느 정도 대우는 해드려야 하는 것이….”

“그런 건 불필요해. 만약 그녀가 정말 2 왕자의 도움이 되고자 한다면 이러한 굴욕 적도는 버텨내야지. 이 정도의 굴욕적인 일도 버티지 못하고 엇나가 버린다면, 그녀는 도움이 되지 않을 테니 그냥 배제해 버리는 것이 더 속 편할 거야.”

“알겠습니다. 대족장님.”

“왕자는 오늘 밤 내가 만날 테니 퍼슨은 바로 준비시작해. 내일 당장은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삼 일 후에는 마이올 상단과 제대로  가격 경쟁이 가능해야 할 거야. 명검은 이미 만들어  것이 있으니 마을에 연통은 해서 가져오라고 해둘게.”

“명령대로 이행하겠습니다.”

마을을 떠난 지도 시간이 꽤 되었지만, 들려오는 소식들은 모두 무탈하다는 것과 마을의 발전 눈부시게 빠르다는 것이었다. 렘톤 마을의 재건이 완료되었고 주변으로 마을을 더 확장해 마을이 아닌 소도시 정도의 크기로 변모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밀크를 대신하여 마을의 대소사를 책임지고 있던 밀리의 소식에 의하면 새로이 합류를 원하는 아인족 드워프와 와일드 엘프, 코볼트 부족을 잠시 렘톤에 기거하게 하였고 이들의 처우를 결정해 달라는 글이 눈길을 끌었다.

‘각 종족을 짧게 설명해 주겠어?’

[‘드워프, 산에서 생활하는 산 드워프와 들에서 생활하는  드워프가 있습니다. 둘 다 손재주가 높은 장인 일족으로 산 드워프는 채광에 특화되어 있으며 들 드워프는 채집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다음으로 와일드 엘프는 숲이 아닌 초원에서 생활하는 엘프입니다. 조상이 오크와 엘프의 결합으로 태어난 혼혈 종족이며 엘프의 속도와 오크의 전투 능력을 조금씩 나눠 받은 유능한 전투 종족입니다. 마지막으로 코볼트 족은 뛰어난 정찰 능력을 갖춘 종족입니다. 코와 귀가 매우 좋아 냄새로 적을 찾거나 소리로 거리와 위치를  수 있죠.’]

‘전체적으로 모두 나쁘지 능력들이네. 코볼트들은 정찰에 능하니 위도레빗들과 짝을 지어 주면 최고의 정찰조가 될 테고 드워프들은 우리 대장간의 보조로 바로 투입할 수 있잖아. 와일드 엘프들은 상단 전투병력으로 기용하면 될 테고 말이야.’

[‘받아들여서 나쁘진 않을  같네요. 다만 최종 결정은 어디까지나 밀크 당신에게 있으니 기거만 허락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나중에 돌아가서 결정하겠다고 답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내 생각도 그게 맞는 거 같아. 밀리를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괜히 이상한 분란이 생기는 것은 나 역시 바라는 일이 아니거든.’

그렇게 밀크는 마을로 보내는 편지에 렘톤에 기거시키되 받아들이는 문제는 자신이 돌아간 뒤로 미룰 것. 이라고 적어 돌려보냈다.

그 뒤 바이올렛으로 돌아가 2 왕자를 만난 밀크는 마이올 상단이 자신들의 요청을 무시했고 그에 따라 상단의 힘을 이용해 그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에 2 왕자는 제대로 된 보상금만 클레어에게 돌아갈  있다면 무슨 방법을 사용하든 관여치 않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그리고 시작된 에스타 상단의 공격적인 가격 경쟁, 마이올 상단에서 취급하는 모든 물건이 에스타 사단의 분점에도 팔리기 시작했고  가격은 모두 마이올 상단보다 저렴했다.

처음에는 별로 체감되지 않았으나 점차 날이 갈수록 자신들의 물건이  팔리지 않자 슬슬 뭔가 이상함을 느낀 그들은 시장에 조사를 나갔고 에스타 상단에서 자신들을 완전히 저격하여 같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다는 것을 알 게 되었다.

퍼슨의 말에 코웃음을 쳤던 마이올 상단의 제퍼슨 행수,그는 설마 에스타 상단이 이런 방법으로 나올 줄 상상도 못 했는지 처음에는 당혹감을, 그리고 점점 현실을 파악하고 분노를, 마지막으로  분노가 최대하기까지 올라와 애꿎은 테이블에 표  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쾅!!!

“개새끼들!!! 감히 이런 짓을 해?! 지금 우리랑 한 판 해보자 뭐 이거야!!!”

한동안 마이올 상단 지점에서는 호통과 욕설, 그리고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와 누군가가 얻어맞는 소리 등등 흉흉함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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