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6화 〉126화 클레어 구출작전 (126/177)



〈 126화 〉126화 클레어 구출작전

“공작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시종이 알려오는 소식에 카프리온 공작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깨어났다.  더 정확히는 눈앞에 있는 어여쁜 여자  누굴 먼저 상대해야 할지 결정하기 위한 고민에 잠겨 있었다고  수 있다.

귀찮아 보이는 것이 얼굴에 다 드러난 공작을 보며 시종을 입을 다물었고 그런 시종을 향해 공작의 호통이 이어졌다.

“이 야밤에 손님은 무슨 손님이야. 예의에 어긋나니 내일 아침에 오라고 하면 될 일 아닌가. 그런 일로 감히 날 방해했다. 이 말인가!”

“저 그, 그것이 박에 와 계신 분이 2 왕자 전하입니다. 감히 그분께 내일 다시 오시라 전할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뭐라? 그분이 이 밤에 여길 오셨단 말인가?”

“예 지금 밖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런 멍청한 놈을 보았나! 그걸  이제 이야기하는 것이냐! 정체를 먼저 말했어야지!!! 당장 옷을 준비해라 내가 마중을 나가야겠다.”

이미 그에게 잡혀들어간 마이올 자작에 대한 일은 뒷전이었다. 조금이라도 생각이 박여 있는 자라면 무리를 해서라도 자기 측 인물을 구하려는 방법을 모색해야  것만, 이자는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을 나 몰라라 하며 여자 놀음이나 생각하고 있었다.

지낭이라는 그의 이명도 부풀려진 것에 불과했다. 어쩌다가 입을 잘 놀려서 그것이 맞아 떨어지는 바람에 공작이라는 위치까지 더해져 이명이 붙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저 권력에만 심취한 소인배에다 목소리만 크고 자기주장만 강한 자가 바로 카프리온 이었다.

2 왕자는 카프리온 공작을 그리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권력에서 직위 또한 좋은 무기가 되기에 1 왕자에게 공작이 하나 붙어 있으니 권력의 힘으로 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하는 수 없이 영입한 인사에 불과했다.

자신이 옆에 있으면서 대부분 결정권을 가지고 그가 내는 지략은 취사선택을 한다면 돈을 밝히는 자인 만큼 조종하기는 편하리라 생각했는데. 설마 자기 입지 때문에 이런 멍청한 짓을 저지를지는 전혀 상상도  했다.

또 한 자기  인사라는 이유로 2 왕자 특유의 성격에 그를 반쯤 믿어 준 것도 문제였다. 뼈저리게 반성을 한 2 왕자는 자신을 맞이하러 온 카프리온 공작의 면상을 보자마자 언성부터 높여 화를 냈다.

“카프리온 공작! 마이올 자작을 1 왕자 측의 인사와 혼인시키려 했다는 것이 사실인가!!!”

카프리온 공작은 뜨끔한 기분이었다. 2 왕자의 결정 없이 조용히 움직인 일이었는데 결국 이 사달이 일어나 2 왕자가 알아 버렸다.

그러나 당황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능구렁이 같은 표정으로 변한 카프리온 공작, 그는 당당한 얼굴을 하며 2 왕자의 질문에 대답했다.

“예 제가 지시한 일입니다. 마이올 자작을 이용해 1 왕자  인사를 끌어들이기 위해 제가 고안한 책략입니다.”

“책략? 지금 책략이라 했소!!! 대체 어떤책략이 아군에겐 전혀 이득이 없고 적에게만 이득을 준단 말인가. 당신의 그 알량한 작전 덕분에 지금 마이올 자작은 감옥에 있고 우린 그녀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자네는 지금 아무 살판이 벌어져서 계집질이나 하고 있으니 내가 화가 안 나게 생겼나!”

“그…. 그걸 어떻게….”

그는 모르고 있겠지만, 왕자를 맞이한 시종은 왕자가 왔다는 사실에 너무 놀란 나머지 자신이 모시는 사람이 한 짓을 모조리 고한 것이다. 덕분에 왕자는 카프리온 공작이 계집질이나 하고 자빠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알 거 없어! 당신이 뭐 그렇지. 보석금을 지급하든 아니면 뭔가 권리를 하나 넘겨주던 마이올 자작을 구해내시오!”

“왕자님. 물론 제가 짠 작전 때문에 그녀가 심적으로 힘들이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이 일은 어느 정도는 그녀가 스스로 벌인 일이지요. 누가 멍청하게 신분도 숨기지 않고 집창촌을 가라 했습니까?”

“그러나!  일의 발단은 결국 공작 그대요! 무예를 누구보다 우선시하는 그녀에게 남자와의 혼례를 그것도 생각도 없는 상대를 유혹하라고 시키지 않았소! 일이 잘 되어도 우린 겨우 1 왕자 측 인사하나를 얻을 수 있을 뿐이고! 일이 잘못되었으면 우린 자작 하나를 잃는 것이 아니라 구설에 오를 수도 있는 멍청한 일이었어요! 이런 멍청한 짓을 작전이라고 세운 것도 유분수인데 그것을 자작에게 강요하여 이 상황을 만든 것은 바로 당신이 아니오!!!”

“끙…. 예 인정 하지요. 제가 작전을 잘못 세워 이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를 구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지요. 우리가 구태여 실수로 이루어진 이 일을 어렵게 처리할 필요가 어디 있습니까?”

“뭐요!”

“마이올 자작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어쩔 없습니다. 보석금은 어림도 없을 테고 권리를 주자면 1 왕자 파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차라리 마이올 자작가가 아무런 힘도 없는 서기 따위에게 넘어가 1 왕자 측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 마이올 자작은 그저 왕자님이 호위라는 명목으로 다시 왕실로 들이면 될 일입니다. 나빠지는 것은 그저 자작의 자리 하나가 적에게 넘어간다뿐이지 그 이상의 피해는 없습니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요? 지금 우리  인사를 그냥  몰라라 하자 이겁니까!!!”

“허- 왕자님 냉정하게 보셔야지요. 이건 괜히 건드려서 좋아질 게 전혀 없다니까요.”

“이놈!!!”

왕자는  참지 못하고 칼을 빼 들었다. 그대로 공작의 머리를 반으로 갈라버릴 기세였다. 깜짝 놀란 공작은 바닥으로 쓰러졌고 뒤에서 상황을보고 있던 리그릿 후작도 당황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그는 좀  냉정하게 상황을 보고 왕자를 막아섰다.

“비키시오. 후작!!!”

“왕자님! 왕자님 참으십시오!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하셔도 상대는  나라의 현 공작입니다. 아무 이유 없이 이리 죽이시면 세간에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끼리 이리 자중지란을 벌여 봐야 1 왕자만 도와주는 꼴입니다!”

“후작!!!”

“고정하십시오!”

확고한 얼굴로 버티는 리그릿 후작 때문에 왕자의 검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원래의 자리인 검집으로 돌아갔다. 경멸하는 표정으로 공작을 쳐다보던 왕자는 말을 타고 돌아가 버렸다.

“공을 세우려고 혈안이 되어 계시더니 결과가 고작 이겁니까?”

“뭐라! 후작 지금 나에게 그 무슨 말인가!!!”

왕자가 사라지자 차가운 눈으로 변한 리그릿 후작이 공작을 바라보며 그를 비웃었고 공작은 화를 내며 그에게 소리쳤지만 이어지는 리그릿 후작의 말에 입을 다물어야 했다.

“귀족이 5부로 계급이 정해져 있지만, 왕국의 경우  명의 공작이 그저 형식상 존재할 뿐이라는 거  알지 않습니까?”

“뭐, 뭣이?”

손을 들고 카프리온 공작의 두꺼운 뱃살 위에 집게손가락을 가져다 댄 후작, 그는 천천히 그 손가락을 올려 그의 정 중앙이 심장을 향해 이동했고 그곳에 도달하자 톡톡 두드리며 그에게 경고를 날렸다.

“리그릿 후작가의 저력이야 당신이 더  알고 있으니 다른 말은 하지않겠습니다. 앞으로 왕자님의 명령 없이 함부로 입을 놀리거나 휘하 귀족들에게 지시를 내리지 마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다음에 저와 만날 때는 리그릿 공작님이라 불러야 할 겁니다.”

“이…. 이…. 놈….”

“그런 것도 머리라고 달고 있다니 한심합니다. 왕자님이 손 쓸 필요도 없이 당신은  선에서 충분히 없애 버릴 수 있습니다. 당신의 공작자리가 우리 2 왕자 파에 도움이 되어 조용히 있을 뿐이지요.  제가 너무 젊은 나이에 공작자리를 차지했다간 이것 역시 1 왕자 파에게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에 당신을 그냥 두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제발 제 손에 피를 묻히지 않도록 자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번 더 이딴 어이없는 짓을 저지른다면 빌미를 제공하는 한이 있더라도 리그릿 가문을 공작가로 만들 겁니다. 공작님의 안위를 위해 해드리는 진심 어린 충고입니다.”

“…….”

상황을 파악한 카프리온 공작은 입을 다물고 조용히 저택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간 그렇게 두문불출하다가 다시 나타난 그는 볼살이 쪽 빠져 있어서 혼이 빠져나간 사람 같았다.

그로부터 계속된 왕국 회의에선 마이올 자작의 처우가 결정되지 않았다. 그녀가 아예 공을 세우지 않을 것도 아니고 전 전대의 마이올 자작의 공도  커서 함부로 그녀를 내치게 하기 힘들었다.

영양가 없는 싸움이 계속되자 2 왕자는 다시 신분을 숨기고 바이올렛을 찾았다. 아직이곳에 머물고 있던 밀크와 그를 따르는 비올라, 그리고 퍼슨이 다시 한자리에 모여 왕자를 맞이했다.

‘음…. 그나저나 폭탄 수준이 아니라 핵폭탄이 떨어졌군…. 마이올 자작이 잘못하긴 했지만, 저대로 두어선 2 왕자에게 부담이 클 터…. 도움을 주긴해야겠는데 말이지.’

왕자가 오기 전에 이미 비올라를 통해 왕국에서 있던 일을 속속들이 듣고 있던밀크였던 지라 왕자의 설명은 그저 조금  자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을  딱히 새로운 정보는 아니었다.

그는 왕자의 말을 한 귀로 들으면서 머릿속으로는 어떻게 그를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돈이야 얼마든지 지원을  줄 수 있지만, 이미 보석금으로 어떻게 할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1 왕자 측에서 보석금이 아닌 실질적인 2 왕자 파의 힘이 줄어드는 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자면 할 수는 있지만, 보석금이 천문학적으로 높아질 수도 있었다. 차라리 그녀를 자작으로 다시 복권 시킬 거라면돈이라도 많이 받아서 그들이 나누어 먹을 생각일 테니 말이다.

“그럼 왕자님은 어떻게 해주시길 원하는 겁니까?”

“나도 그 점이 너무 어려워서 이렇게 머리를 좀 모으려고 하는 거라네. 보석금은 이미 저쪽에서  된다고 잡아떼고 있으니 다른 방법을 좀 모색해야 하는데…. 그 방법이 너무 없어서….”

“마이올 자작이 물러나면 평민이 되고  자리에는 1 왕자 측의 서기인 자가 채운다고 했으니 이렇게되는 것이 가장 최악의 이야기인데…. 혹시 마이올 자작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물론 평민이  마이올 자작은 우리가 어떻게 해서든 거둘 예정이네. 내 호위 기사를 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지. 평민을 왕도로 들이는 것은  재량이니 그건 걱정 없으나. 막을 수 있다면 막아야 하지 않겠나?”

“뭐…. 자작이 하나 줄어들고 저쪽에는 자작이 하나 늘어나는 것이니 전력이 줄어들어 버리는 격이지요. 그런데 혹시 마이올 자작이 따로 운용하는 정예 병사들이나 기사단은 없습니까?”

“음? 아니 없네. 병사들 대부분은 나와 형님이 나누어서 가지고 있고 기사단을 이끄는 것은 후작 이상만 가능하지.”

“혹시 마이올 자작가에 거대한 상업적 가치라든지 아니면 그녀가 2 왕자 파의 부를 책임지는 겁니까?”

“그것도 아니지.”

“그럼 차라리 자작가를 정리하시지요.”

“뭐라?”

“마이올 자작이 복권될지 아니면 평민이 될지 싸워서 힘을 빼느니 차라리 마이올 자작가의 재산을 전부 조용히 처분한 뒤 평민으로 풀려난 마이올 자작, 아니 클레어에게 주고 왕자님 말대로 호위 기사든 뭐든 시키는 겁니다. 자작가가 운용하고 있는 마이올 상단도 크진 않아도 적당한 상단이라 알고 있습니다. 그곳을 조용히 정리하는 겁니다. 어차피 빼앗기게 될 거라면 공연히 힘을 빼서 소모전을 하지 말고 그냥 시원하게 클레어를 마이올 자작가에서 분리한 뒤를 생각하시는 것이 나을 거라 생각됩니다.”

밀크의 말에 2 왕자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러자니   가지 문제가 있었다.

마이올 상단이었다. 아무리 에스타 상단보다는 작은 상단이라 해도 그 규모가 제법 크다. 그저 그런 작은 상단이면 2 왕자 재량으로 알아서 처리할 테지만 규모가 크니 마이올 자작의 허가가 필요했다. 그런데  중요한 마이올 자작이 당장에 운신할  없는데 어떻게 상단을 정리한단 말인가.

왕자가 나선다면 1 왕자 측에서 알아차릴 공산이 컸다. 그래서는 이쪽의 작전을 눈치채고방어에 들어올 것이다.

“그 방법도 어렵군…. 상단 정리에 리그릿 후작을 움직이는 방법도 있지만, 그래서는 리그릿 후작의 도움이 없이 마이올 자작을 변호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일에 너무 힘들어지니 말이네.”

“그럼  일은 에스타 상단이 하도록 하지요. 마이올 상단의 모든 것을 빼앗은  정확한 수치를 돈으로 환산하여 풀려난 클레어에게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클레어는 에스타에서 보호하도록 하지요.”

“그래도 괜찮은가?!”

“이미 함께하기로 하였으니 물질적 도움이 아닌 제대로 된 도움을 드려야지요. 그냥 후원금만 넘기고 나 몰라라 했다가 나중에 공연히 잘못되면 저희도 문제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여기선 저희에게 맡겨 주시고 왕자님은 최대한 아무 피해 없이 클레어가 감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조치를 해주시면 됩니다.”

“그건 걱정하지 말게.”

“어차피 기사단도 없고 병사들도 없는 자작가입니다. 상단만 고스란히 챙겨서 빠져나오면 1 왕자는 그냥 애물단지 하나 받아가는 것으로 끝납니다. 이쪽은 상단의 돈과 클레어가 온전히 남아 있게 되니 애물단지 하나 잃어버리고 끝나는 거지요. 계산상 피해는 이쪽이 단연 최소화됩니다.”

“하하하…. 이거 카프리온 공작이 좀 보고 배워야겠군…. 믿고 있겠네! 대족장.”

밀크에게 대족장이라 부른 왕자는 마음의 짐을 내려두고 바이올렛을 벗어났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마이올 상단에서거대한 비상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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