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0화 〉120화, 집창촌의 바이올렛 (120/177)



〈 120화 〉120화, 집창촌의 바이올렛

방금 나간 종업원의 태도로 미루어보건대 이 마담이라 소개된 여성이 실질적으로 이곳을 운영하는 주인이라 생각되었다. 가슴골이 그대로 드러나는 자줏빛의 드레스도 그렇고 머리카락의 색도 자줏빛이 감도는 여성 몰라보는 것이 더 이상할 것이다.

가면에 가려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아도 이제  30대 초반을 넘긴 듯 중년 여성의 매력과 더불어 온몸에서 색기를 뿜어내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그것은 결코 음란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살결이 드러난 모습이 그녀의 매력을 돋보여 주고 있기까지 하였다.

테이블에 앉은 그녀는 어깨에 걸친 숄을 벗었다. 그러자 어깨 부분이 훤히 드러나 매끄러운 곡선을 보인다. 미리 자기 자리에 준비되어 있던 곰방대를 집어  그녀는 천천히 불을 붙이고는 그것을 입으로 살며시 피워 연기를 작은 입술 사이로 후- 뱉어냈다.

“소개가 필요한가요?”

그들에게 연기가 닿지 않게 고개를 돌렸던 그녀가 다시 고개를 돌리며 물어온 질문, 그에 퍼슨은 짐짓  빨려 들어갈 듯한 매력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가 헛기침을 하며 자신의 본문을 떠올렸다.

“험험….  당신을 알고 있지만, 여기 계시는 분은 오늘 처음이니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되도록 무례는 저지르지 않아 주시길.”

“어머, 우리 퍼슨 대행수님은 제가 누군가에게 무례를 범하는 여성으로 보이는 모양이네요.”

이렇게 말한 그녀는 의자를 살며시 뒤로 빼내며 한쪽 다리를 테이블 위로 올렸다. 신발을 벗었는지 매끈하게  관리된 발이 보였고 그를 따라 이어지는 다리가 환상적인 그림을 연출했다.

나머지 한쪽 다리를 꼬아 올려 요염한 자세로 의자에 기대어 앉은 그녀는 다시 곰방대를 입으로 가져가 가슴을 부풀리며 연기를 들이마셨고 그대로 공중을 향해 조용히 내뱉었다. 꼬아진 다리 사이로는 그녀의 끈과 같은 팬티가 그녀의 보지를 겨우 가리고 있었으며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면 보일  듯 했다.

꿀꺽….

조용한 방에서 퍼슨의 침 삼키는 소리가 더 크게 울려 퍼졌다. 밀폐된 방이라 그런지 그윽한 곰방대에서 흘러나오는 연기가 그대로 밀크의 코를 간질였는데 뭔가 독한 향기는 아니었다. 그냥저냥 향은 버틸만한 수준이었다.

“우후후훗- 긴장할  없어요. 행수님. 이곳에서 무례를 저지르는 자에게만 저 역시 무례할 따름이니까요. 뭐…. 이분은 아직 제가 경험해보지 못했으니 아직은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지만요. 그러니까. 성함이?”

“밀크, 홀스타우로스를 비롯한 여타 아인들을 다스리는 대족장이지.”

적당히 소개하고 넘어가려 했지만, 기세 싸움이 될 거 같았기에 밀크는 자신의 위치를 확실하게 그녀에게 말했다. 효과는 있었는지 그녀의 가려진 눈에서 이채가 발한 것 같기도 했지만, 그 요염한 자세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윽….”

자극이 심한지 퍼슨은 결국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혼자서 뭔가를 열심히 외우며 심신의 안정을 꾀하였다.

[‘선천적으로 주변에 색을 뿌리는 여성이군요. 물론 일반적인 남성에게는 주체하지 못할 유혹이 될 수 있지만, 밀크에게는 위해를 끼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그녀가 태우는 약초 연기는 해가 없습니다. 뭔가 병을 다스리기 위해 저런 식으로 흡입하는 모양입니다만…. 덕분에 효과가 줄어들었습니다. 취향일지도 모르지만 정말 효율적으로 좋지 않은 방법이군요.’]

‘알려줘서 고마워.’

루의 존재로 인하여 밀크에게서는 큰 감정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없었지만, 그것은 별로 상관이 없는지 그녀는 다리를 반대로 꼬았다.

“흡!!!”

마음을 다잡았는지 다시 고개를 돌리려던 퍼슨은 결국 끈으로 가려진 작은 틈 사이로 보인 매끈한 그녀의 보지를  눈으로 보고 말았고 다시 고개를 돌려야 했다. 그러나 밀크는 담담하게 그녀의 행동을 보고도 자리를 유지했고 드디어 마담의 입이 열렸다.

“내색이 전혀 없으시군요. 숙맥이신가? 아니면 자지가 제구실을 못 하시는 건가?”

“둘  아니야.”

“흐응-”

작게 콧소리로 대답한 그녀는 테이블에 올려둔 다리를 내렸다. 그리고는 하늘하늘하는 우아한 걸음걸이로 천천히 밀크를 향해 이동했다.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있던 퍼슨은 그 장면을 보지 못했지만, 또각거리는 그녀의 발소리로 이동하고 있는 것은  있었다.

“이유가 뭘지 궁금한데요? 나한테만 살짝 가르쳐 줄래요? 밀크님-”

느릿한 발걸음이었는데 어느 사이엔가 옆에서 속삭이고 있는 마담의 모습, 연기에 취한 탓일까? 아니면 그냥 그녀의 움직임이 황홀하여 잠시 넋을 잃었기 때문일까. 뭐가 되었든 귓가에 들려온 감미로운 목소리는 한동안 밀크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목소리를 가까이서 들으니까 몸에 힘이 들어가 버리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전부 보조하고 있습니다.’]

‘적당히 해. 이러다가 정말 고자로 찍히겠다.’

[‘후후후’]

귓가에 속삭이는 마담의 얼굴 한쪽으로 흘러내린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올려 귀 뒤로 넘겨준 밀크는 천천히 고개를 가까이 가져갔다. 그리고 입술이 작은 사탕 하나 들어갈 공간까지 가까워졌을  밀크의 말이 이어졌다.

“가시가 너무 많아 보여서 말이야. 찔릴까 봐 겁이 나서 반응할 수가 없었다. 이런 대답이라면?”

“너무 배짱이 없어서 김이 빠지는 것요. 가시 정도는 꺾어버리시죠?”

“음, 글쎄 가시도 결국 일부분이라 꺾어버리면 상처가 날 거 같은데….”

그렇게 말한 밀크는 마담의 허리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보이지 않는마담의 눈이 그를 노려본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멈추지 않은 밀크의 행동, 그는 천천히 그 허리를 당겨 그녀를 자신에게 이끌었고 입술이 닿으려는 찰나에 옆으로 살짝 비켜나가 그녀의 귓가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

“내가 꺾어버리기보다는 마담이 스스로 가시를 없애는  어떨까?”

밀크의 속삭임을 들은 마담은 작게 웃었다. 마치 가소로운 듯이 그를 깔보는 듯한 웃음이었지만, 일말의 유쾌함도 담겨 있는 웃음이었다.

“하- 제가  아쉬운 게 있다고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군요. 밀크님. 자의식 과잉이 지나친  같으신데 배짱과 허세는 다른….”

말하던 마담은 잠시 말을 멈추고는 긴장한 듯 입술을 오므렸다. 밀크의 한쪽 손이 그녀의 허리를 당겼다면 나머지 한쪽 손은 자신에게 근접해진 그녀의 팔을 이끌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이 닿은 곳은 밀크의 사타구니 사이 그곳에서 용솟음치는 엄청난 맥박과 힘을 느낀 그녀는 말을  끝마치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 서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마치 탐색을 해보는 듯한 손길이 이어졌다. 꼼꼼하다고도  수 있고 또 익숙하다고도 할  있는 그 움직임, 자극하되 절제가 되어 있어서 남자의 것을 필요 이상으로 움직이지 않고 확실히 알아보는 듯한 손놀림이 그의 자지를 전부 더듬었다. 확인이 끝난 그녀의 입이 드디어 열렸다.

“배짱을 부릴만한 자격은 있으시군요.”

비웃음이 사라지고 남은 은은한 미소, 그리고 그 미소에 화답이라도 하든 밀크의 속삭임이 이어졌다.

“이건 약과야.”

“우후후훗- 그 말씀 기억하겠습니다. 제 이름은 바이올렛. 물론 이 자줏빛의 바이올렛의 실질적인 주인입니다. 가명이지만, 이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밀크의 오른쪽 어깨에 가슴을 대놓고 올려놓으며 그의 옆으로 밀착한 바이올렛은 그의 허벅지 위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그러면서 남자의 이성이 마비될 정도로 관능적이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그에게 속삭였다.

“앞으로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 주세요. 우후후훗- 대접이 소홀할 일은 절대 없을 거랍니다. 원하신다면 1 왕자의 목이라도 따서 드릴 수 있을 정도로요.”

“오- 이곳은 그렇게나 힘이 강력한 곳이었나? 그리고 정보도 대단하네. 내가 1 왕자랑 적대적인 걸 알고 있다니.”

“이 첼슨의 집창촌에서 정보는 곧 생명이고 무력은 필수니까요.”

“1 왕자의 모가지를 따주는 대가가 어디 적을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지. 패가망신은 당하기 싫으니까 적당한 일에 자주 사용해 줄게.”

“샘에도 밝으시고 어쩜 이렇게 남자다우실까. 먹이가 눈앞에서 흔들리는데 굳은 의지로 참아 내시니 큰일이 닥쳐올지라도 흔들리지 않을 지도자의 힘이 느껴지는군요. 특히나 밤의 지도자랄까? 누가 있어서 당신을 이길 수 있을까 궁금하기까지 하네요.”

“칭찬 고맙지만, 너무 과하면 얼굴에 금칠하는 거뿐이야. 적당히 하라고.”

“부족할 따름이지요. 하아…. 그럼 이후의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시간을 내주실 수 있을까요?”

“2 왕자를 만난 다음이라도 상관없지?”

“물론이죠. 최고의 서비스로 대접하겠습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문란하게 밀크의 몸을 뱀처럼 기던 그녀의 몸이 마치 연기와 같이 떨어져 나갔다.

혀를 한번 날름거리며 입술을 핥은 그녀는 곰방대의 연기를 꺼버리고 문으로 다가갔다. 아까까지 느껴지던 관능적인 색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문이 열리고 2 왕자라 추정되는 다부진 남자가 들어옴과 동시에 그녀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오셨습니까. 레오니스님”

“오랜만이군. 마담.  본 동안에 더 아름다워졌어. 혼자 나이를 거꾸로 먹는 느낌이야 후하하.”

“어머나- 칭찬이 과하시네요. 후후후-  이리로 오시지요. 손님들께서 아까부터 기다리시는 중입니다.”

“어이쿠 이거 내가 너무 늦은 건 아닌지 모르겠군. 공사다망한 상황이라 너그러이 이해해주길 바라요.”

왕자의 가명인 레오니스로 불린 다부진 남자, 갈색이 강한 머리카락을 가지고 얼굴형이 쾌남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주근깨가 많아서 볼품이 조금 없어 보이고 얼굴의 광대도 좀 지나치게 튀어나와 호감이 느껴지는 얼굴은 아니었다.

그러나 눈빛만큼은 능히 데빌배어 열 마리를 찜쪄먹고도 남을 정도로 강렬했다. 수련한 몸을 봐도  손에 잡혀있는 굳은살을 보아도 보이는 것에 비하여 뛰어난 자라는 것을 바로 알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 정도였다. 뛰어난 자라는 것에 의심은 없지만, 루피카가 말한 반드시 잡아야 할 대상으로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한없이 자신을 낮추어 왕자를 대하고 있는 속을 전혀   없는 마담 바이올렛, 그녀야말로 오늘의 만남에서 아주 뜻이 깊은 만남이라는 것이 밀크의 결론이었다.

‘역시 점이라는 것이 막상 닥쳐오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다 이 말이야? 안 그래?’

[‘동감입니다. 물론 능력이 모자라 보이지 않지만 2 왕자와 관계는 한 배를 탄 동료라기보다는 1 왕자가 함부로 행동하기 힘들게 만들 제동 장치 정도로만 생각하시면 될 듯하군요. 진국은 저 바이올렛이라는 여자입니다.’]

‘이자리가 끝나면 확실히 대화를 해봐야겠군.’

[‘만만치 않아 보이니 주의를 필요로 합니다. 저 역시전력을 다해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고마워.’

왕자가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뒤이어 아까 밖으로 나간 집사가 음식이 담겨 있는 쟁반을 들고 가면의 여인들과 함께 들어와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방금  만들었는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듯한 음식들이다.

“하하하- 역시 내가  따듯한 음식들 때문에라도 이곳에 온다니까. 자  분 다 먹어보시지요. 오늘은 제가 모두 내는 겁니다. 입바른 소리가 아니라 이 바이올렛의 음식들은 모두 수준급이라오. 내가 보장하지요.”

그러며 두툼한 고기를 하나 잘라 입에 물고 오물거리는 왕자, 품행이 바르지 않아 보이지만 그것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일  소스 하나도 땅에 떨어트리지 않고 깔끔하게 입에 넣은 것이다.

그의 모습을 보며 밀크도 요리에 손을 댔고 퍼슨도 이어서 손을 올렸다. 마지막으로 바이올렛이 모두의 잔에 포도주를 따라주자 자연스러운 식사 분위기가 이어졌다.

“딱딱한 내용은 나중에 하지요. 그래 당신이 바로  소문의 대족장 밀크라 이거로군.”

“이미 알고 있으니 더 소개할 필요는 없어 보이네요. 그럼 당신은 그 망나니 1 왕자의 동생인 2 왕자 톨메오가 맞습니까?”

“푸하하하하! 형님이  소리를 좀 들어야 하는 건데. 그렇소. 내가 바로 톨메오요. 형님의 그 멍청한 행위 때문에 큰 피해를 보았다던데 내가 왕국을 대신하여 사과하겠소. 물론 그런다고 죽은 사람들이 돌아오지는 않겠지만…. 렘톤의 일도 정말 유감이오. 후우….”

그 학살이 자신의 잘못인 마냥  숨을 내 쉬는 2 왕자, 확실히 인간성부터가 1 왕자와는 차이가 있었다. 두 사람이 과연 같은 사람의 자식이 맞는 건지부터 의심스러울 정도이니 말이다.

그렇게 중요한 내용을 뒷전으로 하며 서로의 간단한 안부만 물으면서 식사가 끝이 났다. 테이블이 치워지며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상황이 연결되었고 톨메오가 먼저 밀크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대족장.  좀 도와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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