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8화 〉118화, 빼앗긴 엄마
“놔. 이제 혼자 걸을 수 있어.”
“그, 그러니?”
바크의 입에서 나온 냉정한 목소리에 치라야는 아까까지 걱정하던 표정을지우고는 그에게서 떨떠름하게 떨어졌다.
사랑하는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바크를 어려워하는 분위기였다. 도대체 이 두 사람은 어떤 생활을 해온 것일까….
스스로 걸어 집으로 향하는 바크의 뒤를 따라 이동하는 치라야, 집에 도착한 바크는 힘겨운 동작으로 침대에 누웠고 치라야의 그런 바크의 몸을 수건으로 닦아 주었다.
“바크. 어째서 이렇게 무리하는 거니? 그리고오늘은 대족장님까지 만났잖아. 구태여 그분 앞에 모습을 드러내서 좋은 게 하나도 없잖니….”
걱정스러운 치라야의 물음, 밀크가 그녀와 약속하여 바크를 위한 마을 하나를 만들어 주겠다고 하여 그녀는 지금까지 아무런 사고 없이 바크 하나만 키우며 부족의 생활을 영위해 왔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 가면서 바크가 점점 변해가고 있었다. 어릴 때야 아무것도모르니 주변의 여자아이들과 뛰어놀면서 자라온 그였으나 나이를 먹어 가니 혼자 있는 시간도 많아졌고 방에서 잘 나오지도 않고 어쩌다 나오면 이렇게 밀크의 눈앞에서 약한 척을 하기 일쑤였다.
물론 그렇다고 그의 몸 상태가 정상인 것은 아니었다. 살집이 없고 거의 뼈밖에 없는 저체중에 기침도 자주 하고 그렇지만, 밀크의 앞에서 보인 것처럼 혼자 걸어 다니지 못한다거나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절대 아니다.
그런데도 왜 굳이 밀크의 앞에 모습을 드러낼 때면 약한 척을 하는 것일까? 아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치라야는 오늘에야말로 그 이유를 알고자 그를 추궁했다. 그러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대답했다.
“별거 아니야. 그냥 아까 산책 중에는 너무 힘들어서 엄마 어깨를 빌렸을 뿐이야.”
“그, 그러니?”
“그래. 정말 다른 이유는 없어.”
그 말에 치라야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노파심에 그를 향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알고 있지? 대족장님께서 널 살려주시고 후에 마을 하나를 물려 주실 거라는 거. 그분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생활을 해야 한단다. 이 엄마도 그렇고 지금 너랑 같이 뛰어놀던 여자아이들이 후에 네 아내가 될 거야. 그러니 몸 건강 잘 챙기고 그때까지 조용히 지내야 해. 응?”
치라야는 완벽히 밀크의 말을 신용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자기 아들이 행여나 이상한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려고 하루에도 몇 번씩 이렇게 주입식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그의 나이가 어렸을 때는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듣지 못하여 그저 네. 네. 하고 대답을 하였었다.
그러나 지금은 바크도 나이가 제법 되어 이제 말을 다 알아듣고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홀스타우로스 부족의 마을에 남자가 둘이라는 점이 어떤 의미인지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자신보다 먼저 태어난 형이 부족의 족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자신의 나이가 어린 시절 이루어진 일이라 당시에는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진행되었고 밀크와 모종의 대화를 나누어 그에게 포섭된 자신의 엄마 치라야 마저 밀크에게 힘없이 족장 자리를 내어주고 말았다.
그것을 알고 난 뒤부터 바크에게는 불만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유야 어떻게 되었든 자신이 세상 물정을 알 수 없는 갓난아기 시절에 이미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밀크가 족장이 되었으니 자신은 그 어떤 대책도 마련할 수 없었다.
‘왜. 아버지는 내가 다 자랄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았지? 어차피 형이나 나나 첫째 어머니 소생은 아니니 둘째라는 이유로 날 배척할 이유는 없잖아…. 나도 충분히 족장이 될 권한이 있는 몸이야…. 그런데 어째서 내가 이런 취급을 받고 살아야 하는 거야.’
주변의 분위기가 있었다. 물론 겉으로 크게 티가 나지는 않지만, 이 부족 내부의 모든 여성은 밀크에게건강하고씩씩한 아이를 낳아주기 위해 열심히 몸을 가꾸고 건강히 크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것은 바크의 어린 여자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와 함께 뛰놀고 재미있는시간을 보내지만 조숙한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항상 거론되는 미래의 남편은 무조건 밀크였다.
그러한 여자들의 반응을 느끼며 자라온 바크는 밀크가 치라야와 해준 약속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깨달았다. 자신의 마을은 만들어 준다고 해도 정작 자신을 따라 그 마을로 올 여자가 없는 것이다.
기껏해야 자신을 사랑하는 치라야 혼자따라오거나 정말 심각하면 자신 혼자 마을에 들어가야 할 수도 있었다.
“엄마”
“응? 왜 그러니?”
“나….오늘 아침에 우유…. 못 짜내서…. 도와줄 수 있어?”
“응…. 아…. 이리 오렴. 우리 아들.”
항아리 앞에 바크를 세워둔 치라야는 사심 없는 얼굴로 그의 자지를잡고 살살 문질러 주었다. 그런 치라야의 행동에 바크는 속으로 열이 나는 거 같았다.
‘왜…. 그런 표정으로 바라보는 거야…. 엄마는 날 가장 사랑해야 하잖아! 왜…. 왜 그렇게 아무 표정이 없는 거냐고….’
밀크때도 그렇고 그 아버지인 혼케일 때도 그랬지만, 홀스타우로스는 모자의 상성이 가장 좋다. 혼케일의 첫째 아내도 그의 엄마였고 밀크의 첫째 아내도 그의 엄마였다. 이런 상황을 보면 바크의 첫째 아내 역시 치라야가 될 확률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바크의 자지를 잡고 부드럽게 자극하는 치라야의 표정에는 사랑은 있을지언정 형식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는 감정이 더 강해 보였다. 마치 아들의 뒷바라지이니 꾹 참고하는 엄마의 표정이랄까?
그리고 바크는 왜 그녀가 이런 얼굴을 하고 있는지 대략알고 있었다. 지금 그녀는 완벽히 밀크의 여자였다. 가끔이지만, 자신에게 보여준 적이 없는 기대감에 물든 얼굴을 한 치라야의 얼굴을 본 적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그녀가 밀크의 저택으로 향하는 날이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을 볼 때마다 뭔가를 빼앗긴 기분이 들어 소름이 끼치도록 절망감에 휩싸여야 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을 형에게 송두리째 빼앗겨 버린 기분이었다.
“저기…. 바크”
“응?”
“슬슬 짜낼 테니까 발기 유지하렴.”
“아…. 미안….”
다른 생각에 너무 잠겨 있어서 집중하지 못해 그의 자지는 풀이 죽어 있었다.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하는 치라야의 손길을 받으며 바크가 집중하였고 그의 자지는 잠시 힘을 되찾는가 싶더니 다시 풀이 죽어 버렸다.
“어?”
“어머?”
이상함을 눈치챈 바크와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그저 자극하는 힘이 약해서 그랬다고 생각하는 치라야.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그의 자지에 입을 대고는 살살 혀로 자극해 주었지만, 다시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
“이, 이게 왜 이러는 거지?”
“아…. 엄마 내가 오늘 좀 피곤해서…. 그래서 그런가 봐…. 가끔 그러더라고 신경 쓰지 마. 오늘은 그만두자.”
“괜찮겠니? 아무리 건강이 안 좋아도 우유 짜내는 걸 내버려 두면 몸에 좋지 않은데…. 차라리 누워 볼래? 엄마가 좀 더 기분 좋게….”
“괜찮다니까!!!”
“……!!!”
치라야는 깜짝 놀라서 뒤로 물러났고 바크는 자신이 너무 짜증을 부렸다는 생각에 표정을 풀고는 그녀를 달랬다.
“미, 미안해. 엄마. 힘들어서 그런 거야. 정말 그것뿐이야.”
“그, 그래….”
바크는 대충 얼버무리고는 자신의 침대 위에 누웠다. 그리고는 자기 위로를 하며 마음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그래. 별거 아니야. 그냥 오늘 몸 상태가 여간 좋지 않았을 뿐이라고…. 나에게 아무 문제 없어. 문제없어….’
“바크”
“응? 불렀어?”
치라야의 부름에 상체를 일으킨 바크, 그러자 치라야가 그의 방 입구에서 얼굴을 내민 상태로 그와 시선을 마주쳤다.
“집 잘 보고 있으렴. 엄마 오늘 밤에 호출이 있었단다.”
“그, 그래….”
바크에게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그것도 화사하게 말이다. 바크에게 보여주는 사랑을 담은 미소가 아닌 누군가를 바라는 듯한 환한 미소였다.
그 모습이 꼴 보기가 싫었던 바크는 몸을 돌려 누워 버렸고 치라야는 그런 바크의 뒷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어 주며 그를 더 비참하게 만든 뒤 몸을 돌려 대족장의 저택으로 향하였다.
그 시간
밀크는 퍼슨과오랜 이야기를 끝내고 내일 그와 함께 켄타우로스들이 끄는 마차를 타고 첼슨 왕국의 수도로 떠날 채비를 끝낸 밀크는 루피카에게 부탁하여 앞으로의 일에 길이 있을지 흉이 있을지 점을 쳐 보고 있었다.
지팡이를 흔들며 예의 그 꿀 바른 피부와 같이 윤이 잘잘 흐르는 루피카는 신들린 듯한 아름다운 춤사위를 펼치다가 어느 순간 멈추고는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길과 흉. 하나씩 있으나 흉이 길을 이기지 못하였습니다. 즉 흉이 있을지언정 지금 그대로 대족장님의 방식으로 해결해 나간다면 그 흉은 앞으로 다가올 길에 이기지 못해 스스로 사라질 아주 사소한 위기입니다. 다만 너무 그 흉에 개입하려 하신다면 자칫 큰 화가 닥칠 수도 있으니 그냥 대족장님께서는 지금 하시는 대로만 행동하시면 됩니다.”
“그래? 뭔가 맥이 빠지는데.”
“참고삼아 말씀드리자면 이번 만남은 지극히 길하니 만날 인간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라고 계시가 있었습니다. 대족장님.”
제사장 루피카, 그녀는 지금 한층 힘이 넘치고 있는지 눈에서도 총명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듣기로는 잊힌 베라밀프의 등장과 동시에 마을에 뿜어져 나오는 여신상의 기운이 그녀에게 좋게 작용을 하였다고 한다. 거기에 밀크와 밤에 열심히 교접을 나누며 그가 주입해준 기운도 한몫했을 것이다.
밀리와 비슷하게 몸매가 변한 정도로 그쳤지만, 제사장으로서의 능력은 훨씬 강해져서 그녀는 지금 아주 약간이지만 베라밀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단편적으로만 떠오르던 길흉의 점보다 더 확실한 내용을 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그녀가 완벽하게 베라밀프와 연결된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이 아주 제한되어 있지만, 최대한 많은 것을 전해주려는 베라밀프의 안배가 있어서 밀크에게 그녀의 말을 전하는 것에는 별문제가 없었다.
“만나야 할 인간이라면 2 왕자를 뜻하는 거네. 그자와 좋은 인연을 만들어 두어야 한다…. 일단 왕국에 가는 김에 그를 위한 선물이라도 준비해 둬야 하나.”
“대족장님이 평소 하시던 대로만 하시면 됩니다.”
“알았어. 오늘 와줘서 고마워. 다음에 한 번 찾아갈게.”
“네?! 아…. 비…. 비교적 이른 시간에 좀….”
“하하 알겠어. 루피카.”
몸을 배배 꼬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그녀의 모습에 밀크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었고 루피카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밀크의 저택을 빠져나갔다.
“응?”
저택의 문을 나오면서 그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여자, 치라야의 얼굴을 마주한 루피카, 제사장이라는 위치에 있기에 치라야는 먼저 그녀를 향해 인사를 했고 그에 따라 루피카 역시 치라야에게 인사를 건넸다.
“제사장님이시네요. 잘 지내셨죠?”
“얼굴 보기가 많이 힘들어요. 치라야. 요즘에는 부족 회의에도 잘 나오지 않더군요?”
“아들이 몸이 안 좋은 탓에 그렇죠. 뭐….”
“흐응-”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치라야를 바라보던 루피카는 별로 그녀에게 관심이 없다는 듯 먼저 인사를 하고는 밀크의 저택에서 멀어졌다.
그리고는 저택 안으로 들어가는 치라야의 등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어 보이는 루피카 그녀는 조용히 혼자 읊조렸다.
“흉은 그다지 신경 쓸 필요가 없어 보이는군요.”
저택으로 들어간 치라야의 존재가 뭔가를 예고하는 것일까?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듯한 총명한 눈빛의 루피카는 그렇게 다시 한번 저택을 향해 경건하게 인사를 올린 뒤 자신의 거처를 향해 이동했다.
“오! 오늘은 치라야 차례였구나.”
“예. 대족장님….”
치라야는 시녀의안내를 받아 밀크의 침실로 인도되었다. 침대 위에 옷을 벗고 누워 있는 그의 모습을 본 치라야는 가슴이 두근거려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설래었다.
“이리 가까이 와.”
“네….”
손을 들어 그녀를 부르니 그녀는 냉큼 밀크의 손에 자신의 몸을 안겨들었고 가볍게 그에게 안긴 치라야는 정열적으로 그와 입을 마주치며 그의 가슴께를 손으로 비비적거렸다.
그녀의 지금 호감도는 100 여간해서는 밀크에게 벗어날 수 없는 몸이 된 지 오래였다. 아들을 위해 밀크와 몸을 섞는다는 그녀의 계획은 이미 그녀의 머릿속에서 멀어진 지 꽤 오래되었고 이제는 그녀 스스로가 밀크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상황이 되어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의 위에 올라 허리를 요염하게 흔들면서 교미하는 치라야. 바크가 그녀에게서 이중적인 모습을 보았던 것은 아마 사실일 것이다.
그렇게 큰 문제로 발전할지도 몰랐던 하나의 작은 사건은 밀크가 원래 하던 대로 행동을 하면서 수면 아래로 그냥 묻혀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남자로서 완전히 죽어버리고 만 한 수컷은 소리 없이 누워 밤을 지내고 있었다. 돌아오지 않을 여자를 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