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7화 〉117화, 2왕자의 초대 (117/177)



〈 117화 〉117화, 2왕자의 초대

왕국이 한 창 소란스러울 때 밀크의 마을은그 소란을 이용하여발전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현시점에서 이 세계의 문명이 이루어 내지 못한 새로운 건축 양식, 정확히는 자신이 살던 과거의 지구에서 배우고 익힌 지식을 총동원한 그가 직접 설계하고 만들어낸 최신식 집들이 그의 마을에 세워지는 중이었다.

또 한 한번 망해버린 렘톤을 싹 정리한 뒤 부지를 선정하여 그곳에서도  종족(켄타우로스와 미노타우로스 등등)의 특징에 걸맞은 집을 빠르게 건설하여 망해버린 렘톤에서도 새로운 살이 돋아나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가는 통에 얼마 뒤 내용 왕도에서 있던 내용을 보고하기 위해 마을로 돌아온 퍼슨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  다 한 셈이었다.

“햐…. 내 인생이 그리 길진 않지만 살아생전 이리 크고 웅장한 건물은 본 일이 거의 없군”

“저 대행수님, 왕성이 이보다는 더 크고 웅장하지 않습니까?”

“그거야 왕성이라는 특수한 건물이지 않은가. 그런데 여긴 일반적인 변방의 마을이란 말이지, 그런데 건물 하나하나가 웬만하게 잘 사는 일반 시민의 집보다 더 좋아. 조금만  쳐주면 귀족들도 충분히 살만한 집이라 할  있겠어. 아니 화려함으로 따지면 귀족의 저택을 대적할 수 없지만, 실용성 면에서는 그 어떤 집도 대족장님이 만들어낸 이 집에 비교할 수 없지. 자네 이 집에 들어가 본 적은 있나?”

“아니요. 대족장님의 저택을 밖에서는 많이 봤지만, 안에 들어가 본 적은 없습니다.”

“잠을 자는 침실과 식사를 만들고 먹는 주방과 거실, 그리고 욕실과 변소로 나뉘어 있다네.”

“방이 그렇게 많이 있습니까? 아니 그보다도  안에 변소가 있다고요?”

“정확히는욕실과 합쳐져 있더군. 뭐 자세한 것은 알아서 구경을 해보게, 마침 우리가  숙소들도 모두 저런 양식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하더군.”

“그렇군요. 그 말을 들으니 정말 기대가 됩니다. 하하하”

그렇게 퍼슨을 따라왔던상단 일꾼들은 먼저 렘톤의 숙소로 이동하여 짐을 풀었고 퍼슨과 남은 아인들은 산을 올라 밀크의 마을로 향하였다. 잠시 후 밀크의 저택에 도착한 그는 밖을 지키는 전사들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갈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별일 없었지?”

“예 2 왕자가 내어준 상행 확인서를 보자 1 왕자가 측도 아무런 반박을 하지 못했습니다.  문서가 있는 한 저희가 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 한 절대 저희의 상행을 막을  없습니다.”

“좋아. 잘 되었군. 가게는 어때?”

“인기가 대단하지요. 일단 에스타 상단이 없어져서 물건을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발품을 팔아야 했던 사람들이 다시 저희 상단이 돌아온다는 말에 구름처럼 모여들었고 저번보다  많은 물건을 이것저것 갖춰둔 덕에 신기하다는 평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모험가들이 질 좋은 무기를 싸게 구 할  있어서 많이 몰려들었지요. 질이 떨어지는 우유를 싸게 내어둔 것도 효과를 톡톡히 보았습니다. 비싸서  주고도 구하기 힘든 홀스타우로스의 젖이 시중에 돌기 시작하니 질이 떨어진다고 해도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너도나도 사려고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음! 보내오는 돈을 봐서 이미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역시 현장에서 직접 보고 온 사람이 해주는  만큼 확실한 것은 없지. 수고 많았어.”

“저야 뭐 힘들 게 있었겠습니까.  대족장님께서 판을 깔아주셨으니 전  위에서 재주를 조금 보탰을 뿐입니다.”

“그 재주가 없었으면 성공하지 못했을 일이라고. 퍼슨이 있었기에 비로소 성공을  거야. 그러니까 이런 칭찬을 받을 충분한 권한이 있어.”

“그리 말씀해 주시니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뭐?”

“이번에 1 왕자의 실책이 너무 큰 나머지 2 왕자가 그것을 공격하면서  이득을 취했습니다. 그에 대적해1 왕자가 3 왕자, 그리고 4 왕자를 격동시켜서 서로의 세력을 합쳤지요. 3, 4 왕자의 배신으로 2 왕자의 세력이 급격하게 줄어들긴 했지만, 이미 급류에 휩쓸린 형국이라 그를 막을 수가 없을 겁니다. 덕분에 2 왕자는 다음 왕위 계승권 자리를 공고히 하였지요.”

“음…. 예전부터 느끼는거지만 정말 나라 꼴 잘 돌아가는군.”

“중요한 것은 다음입니다. 2 왕자가 대족장님을 정식으로 초청하셨습니다. 얼굴을 뵙고 싶다 하시더군요.”

“2 왕자가 나를 초청했다?”

이젠 에스타 상단의 뒤에 누가 있는지 따로 숨기지 않았던 밀크였다. 성국을 이기고 아인들을 한곳으로 모아규합하였으니 이제까지처럼 신비주의로 움직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여겨 방침을 바꾼 것이다.

1 왕자 측도 이젠 어렴풋이 에스타 상단 뒤에 밀크가 버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딱히 숨기지 않았으니 알아보려고 마음먹으면 충분히 알아볼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을 숨기지 않으려 마음먹었을 때 이미 각오한 바였다.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면 결국 누군가는 자신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번에 손을 잡기 위해 내밀었던 손을 흔쾌히 잡은 2 왕자였다.

“혹시 날짜는 정해졌나?”

“아닙니다. 대족장님께 편한 날을 정해 주시면 자기들이 그때 맞춰 준비하겠다고 합니다. 혹시 인간을 신용하기 힘들다면 왕도에 먼저 도착한 뒤에 방문을 알려와도 좋다고 했습니다.”

“자신들은 교묘하게 함정을 설치하지 않으니까 믿어도 좋다는뜻이로군. 역시 2 왕자를 선택한 게 절묘한 한 수였지?”

“적어도 1 왕자나 3 왕자보다는 훨씬 낮지요. 다만 2 왕자를 따르는 모든 귀족이  아인을 좋아하진 않을 겁니다. 예전에도 2 왕자 파가 저희를 한 번 건드린 일이 있었지요? 2 왕자가 대단해도 모든 자를 다 제대로 통솔하진 못한다는 방증입니다. 그리고 저희 왕국은 성국과 국경을 가까이하는바 그 사상에  발 정도 발을 걸친 사람들도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예전 에스타 상단에서 일하고 있던 발렌의 경우만 보아도 아인 멸시 사상이 뼛속 깊은 그곳까지 퍼져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그녀와 비슷한 사람들이 왕도에도 가득할 터 밀크가 2 왕자의 초청을 받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초대를 무시하는 것도 좋지 않은 선택지다. 일단 귀족보다 더욱 명예를 우선시하는 왕족이 아닌가. 그런 왕족이 정식으로 초대를 한다는 뜻을 비쳐 왔는데 그것을 대놓고 무시한다? 왕자가 가만히 있을지라도 그 휘하의 귀족들이 난리를 칠 게 뻔하다.

상단이 충분한 이득을 벌어다 주는 중인데 여기서 그들과 자칫 반목이라도 하는 날에는 최악의 경우 상단에 대한 보호 처분을 철회할 가능성도 농후하니 위험한 것을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내용이었다.

“이런…. 만약에 이것이 함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알면서도 가야 하는 분위기잖아?”

“2 왕자는 명예를 중시합니다. 함정을 만들 이유도 없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라 생각됩니다.”

“아, 아 말이 그렇다는 거야 2 왕자가 함정을 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그리고 어쨌든 그런 내가 왕도에 한 번 가야 하겠네.”

“언제 가신다고 전하면 되겠습니까?”

“렘톤의 일은 이제 내가 없어도 충분히 알아서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궤도에 올랐어. 그리고 대장간의 일도 이제 메어리가 혼자서 처리할  있지. 별일 없는 지금상황이야말로 참 적기라  수 있는데 설마 2 왕자는 이걸 다 알고 나에게 서신을 보내온 건가?”

“그, 그럴 리가요.”

“아무튼, 이렇게 된 거 내일 바로 출발하자고. 어차피 퍼슨도 내일 돌아갈 거잖아?”

“예? 아, 예 내일 돌아갈 겁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준비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참!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밀리님이  임신하셨다고요?”

“뭐…. 그렇게 되었어. 하하”

자기가 말하면서도 민망한 모양인지 볼을 긁적이면서 웃는 밀크, 그랬다. 밀리는 저번 밀크와의 관계 후 바로 임신을 하였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나 열심히 밀크와 해도 아이가  생기지 않는데 역시나 루가 말한 대로 상성이 최고라서 그런지, 아니면 순전히 밀리가 밀크를 사랑하는 마음이 강해서 그런지 그녀는 슬하에 두 딸을 두고도  임신하였다.

제사장 루피카의 말을 들어보면 밀리의 배 안에서  개의 영혼이 느껴진다고 하니  말인즉슨 크림과 밀피야 쌍둥이를 이어서 이번에는 세쌍둥이가 태어난다는 말이었다.

“곧 시끌시끌해지겠군요?”

“그렇겠지. 내가 쓰던 저택은 아버지와 어머니들에게 드리고 내가 밀리와 딸들이랑  집은 다시 제작하는 중이거든, 조금 총애하는 여자들도 같이 살 예정이라 최대한 크고 멋있게 짖는 중이야.”

“하하하 부럽습니다. 인간들이었으면 지금쯤 아이를 못 낳은 쪽에서 밀리님께 시기와 질투를 보낼 텐데 홀스타우로스는 족장 중심의 부족이라 그런 일이 없지 않습니까?”

“보이지 않는 심연에서는 싸움이 계속 일어난다고.”

“네?”

뜻을   없는 밀크의 말을 곱씹어 보는 퍼슨, 그리고는 그도 어렴풋이 깨달았다. 족장 중심인 이 홀스타우로스들도 다음 대 족장 자리를 노린 시기와 질투는 존재한다는 것을….

“더 할  있나?”

“아니요. 여기까지입니다. 자잘한 내용은 제가 따로 문서로 적어 올리겠습니다.”

“그렇게 하자고. 으그그!!!”

기지개를 크게 핀 밀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퍼슨을 바라보며 말했다.

“거리나 걸어 볼까? 온 지 오랜만이라 보는 재미가 쏠쏠할 거야.”

“영광입니다. 따르지요.”

그렇게 오늘 따로  일이 없어 쉬고 있던 칸젤라를 호위로  밀크와 퍼슨은 밀크의 마을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서서히윤곽이 잡혀가는 그 부족의 마을, 아니 마을이라는 말도 이젠 무색했다. 조금씩 도시의 면모를 보이는 이곳은 이제 작디작은 부족 마을이라고 부를 수 없으리라

주변을 돌아볼 때마다 바뀐 모습을 발견하며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정도로 퍼슨이 느끼기에 밀크의 부족은 발전이 빨랐다.

누가 아인의 지성이 인간보다 덜떨어졌다 하는가…. 그들은 과연 이런 모습을 보고도 그런 말을 입에 담을 수 있을까? 성국의  어떤 이가 아인들을 무식하고 야만스럽다고 욕한다 해도 퍼슨만큼은 이제 계몽을 하였다. 그리하여 어떤 말에도 휘둘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때

“대족장님?”

“음?  치라야. 바크! 산책 중이었구나. 바크는 몸은 괜찮은 거냐? 근래에 들어 또 고열에 시달리고 있대서 이 형이 걱정이 많았다.”

치라야와 바크였다. 치라야가 쉬는 날이었는지 모처럼  모자가 밖으로 나와 산책을 즐기는 중이었다.

과거 남자아이를 출산하면서 자칫 이 부족에  파란을 불러올 뻔했던 여자인 치라야. 그러나 밀크가 그녀와 거래를 하고 그의 아비가 밀크에게 족장의 자리를 넘김으로써  문제가 일어나지 않고 넘어가게 되었다.

물론 바크라는 불안 요소가 남아 있긴 했지만, 그의 몸은 정상이 아니었다. 뼈마디가 보일 정도로 앙상했으며 아무리 잘 먹어도 살이 붙지 않았다. 이것은 루가 그의 몸을 최대한 회복해 주었음에도 막을 수 없는 운명과도 같았다.

근근이 목숨만 붙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바크의 몰골, 그래서 그런지 밀크는 불안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막대할 수가 없었다. 남동생이라는 자신의 자리를 넘볼  있는 자라고 해도 그거야 상대가 어느 정도 능력이 있고 나서야 성립되는 것이 아닌가.

순수하게 가족의 안위가 걱정되어 물어보는 그의 물음에 치라야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 정도로 바크의 몸 상태는 좋지 못한 것이다.

“아…. 대 족장님.”

“형님이라 불러.  딱딱하게 그러니”

“하하 그럴 수는…. 없지요. 전 괜찮습니다. 몸도 괜찮…. 쿨럭, 쿨럭!”

대답하면서 마른기침을 뿜어내는 바크, 치라야는 깜짝 놀라 그를 부축했고 밀크 역시 그에게 달려가 그의 몸을 지탱해 주었다.

“후…. 후….”

“몸도 좋지 않은 녀석이 왜 나와서 고생하고 그러냐!”

“가만히 집에만 있으면 어느 순간 숨이 멎을 거 같아요. 하하하…. 이렇게 나와서 상쾌한 공기라도 맡으니 살 거 같습니다.”

“휴우….”

치라야가 바크의 몸을 활실히 부축한 것을 확인한 밀크는 그에게서 멀어졌다. 그리고는 치라야에게 적당히 하고 들어가란 안부를 전한 뒤 그들과 헤어졌다.

“저분은?”

“내 남동생이야. 몸이 좋지 않지만.”

“홀스타우로스는 다음 대의 후계자를 제외하면 모든 남성은 죽인다고 알고 있었는데…. 낭설이었습니까?”

“아니 맞아. 우리 아버지는 선대 그러니까 할아버지께서 그분만 남기고 남은 형제들을 모조리 죽였어. 그래서 그것 때문에 너무 충격을 받으셨다는군. 나에게는 그런 충격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바크를 죽이지 않으신 거야. 뭐…. 아버지가 손을 쓰지도 않았는데 녀석의 몸이 저 꼴이라….”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몰골이군요. 좋은 약이라도 구해서 올릴까요?”

“그렇게 해주면 고맙지. 녀석은 내 자리를 위협할 만한 능력이 못 돼. 건강하지는 못해도 비명횡사만 안 했으면 좋겠어.”

“그럼 아랫것들에게 시켜 좋은 약을 구해보라 해보겠습니다.”

“부탁하지.”

밀크와 퍼슨은 거리를 계속 구경하기 위해 두 사람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리고 치라야는 바크에게 밀려 옆으로 쓰러졌고 바크는 자신의 힘으로 땅에 오롯이 서서 밀크의 등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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