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3화 〉113화, 성기사 쥴라
어두운 지하의 마법 등이 켜지자 순식간에 주변이 밝아지고 내부의 모습이 훤히 들어왔다. 그리고 그곳에 잡혀 있는 한 금발 머리 여성의 냉혹한 얼굴이 보였다.
“몸 건강히 잘 있는 모양이네?”
“놈….”
사로잡혀 있는 쥴라, 그녀의 몰골은 포로치고는 제법 대우를 잘 받은 모양인지 혈색이 좋았고 실오라기 하나 없이 헐벗은 몸이었지만, 관리도 잘 받은 모양인지 오히려 전투에서 지기 전보다 깨끗하여 빛이라도 나는 듯했다.
성기사들은 다들 저리 발육이 좋은 건지, 아니면 그녀가 특별한 건지 모르지만, 인간의 기준으로 확실히 미모가 물이 오른 상태였다. 갑옷과 쇠 냄새가 빠지지 않았을 때는 선머슴이 따로 없었지만, 이렇게 모든 것을 다 벗겨 놓으니 천생 여자였다.
굳이 그녀만 특별히 대우하는 것은 밀크가 여성의 경우 쉽게 설득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호감도를 높이기만 하면 낙승이며 루의 탐색 망을 벗어날 수는 없다.), 그녀를 직접 상대한 린다와 감정의 골이 깊어서 복수를 부르짖으리라 생각한 레이나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린다의 경우, 항복하지 않으려 하기에 명예롭게 죽이려 했지만, 대족장님이 살리시기로 하셨으면 꼭 그녀를 아군으로 만들어 우리를 위해 힘을 쓰게 하는 것이 이로울 것이라고 그녀의 순수한 능력을 인정했다.
그리고 의외라고 생각한 레이나는 그녀가 살아서 아인을 따르는 모욕을 느끼는 것이 더 나은 복수라는 뜻을 내비쳤다. 아인 멸시 사상이 뿌리까지 박힌 성기사가 아인에게 복종하여 따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결정은 그녀를 철저하게 조교하여 아인을 위해 그 능력을 사용토록 하자였다. 그러기 위해 일단 린다에게 맞았던 상처를 회복시키고 지치고 힘든 몸을 잘 먹여 건강을 되찾게 하였다.
다만 그러다 보니 아직 그녀의 독기가 빠지지 않아서 이를 드러내며 밀크를 노려보는 서식이 대단히 위협적으로 보였지만, 발렌의 경우도 겪어보았기에 이 정도는그다지 위협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물론 성기사였던 그녀의 신체 능력이 있을 테니 발렌보다 더 주의해야 할 대상이긴 했다. 그러나 지금의 밀크는 예전 밀크의 몸이 아니었다. 예전보다는 여유가 넘치는 모습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나에게 그렇게 분노를 토해내는 이유를 모르겠네? 따지고 보면 먼저 잘살고 있는 내 마을에 쳐들어온 것은 너희가 아닌가?”
“너희가 반마족의 주구를 숨겨주었으니 우리로서는 하는 수가 없었다! 나와 잘잘못을 따지고 싶은 거 같은데, 그래 봐야 난 내 신념을 따라 행동한바! 하늘을 우러러 한 점도 부끄럽지 않구나. 그러니 날 더는 욕보이지 말고 어서 죽여라! 더러운 아인!!!”
‘우와…. 저 대사 붙잡힌 여기사의 단골 대사 아니야? 실제로 들을 줄이야….’
큭! 죽여라. 라는 밈이 떠오른 밀크, 직접 들어보니 그 감회가 참 새롭다 해야 할지 너무 뻔했다고 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저 대사를 듣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래서 오크 놈들이 여기사라면 환장을 하는 거였나?’
물론 이곳의 오크는 신사적인 아인이라고 하지만, 밀크가 직접 겪어보지 않았으니 논외로 치고 지금까지 그가 판타지, 특히나 동양권의 판타지의 오크가 지배적이어서 그 오크들을 떠올리며 그것들이 여기사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 이유를 대략 이해했다.
사로잡혀서 독기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면서 죽이라고 하는데 그 표정이 여간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물론 쥴라 자체의 미모가 빼어난 것도 있고 반칙이라고 할 수 있는 금발의 글래머라는 점에서도 추가 점수가 부여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인을 경멸하는 듯한 저 눈빛, 저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묘하게 마음이 동하였다. 어서 빨리 저 눈빛을 순종적으로 만들어 버리고 싶다 뭐 그런 기분으로 말이다.
‘쩝…. 변태도 아니고 말이야.’
이상한 성벽에 눈을 뜰 뻔했던 밀크는 잠시 고개를 흔들면서 그녀의 모습을 관찰해 준 뒤 조금 더 그녀에게 가까이 접근했다.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오면 물어버릴 듯 이를 드러내며 그를 위협하는 모습을 보니 야생 고양이를 하나 잡아둔 것 같았다.
“네가 이 마을의 지배자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니 부탁하지. 이 이상 날 욕보이지 말아다오. 명예롭게 기사로서 죽고 싶다.”
“음, 그것참 미안하네. 부탁을 들어줄 수 없어서 말이야.”
“이놈!”
“네가 저지른 학살이 그냥 죽는 것으로 모두 용서되리라 생각했다면 좀 오산인데? 죽은 오거와 서큐버스들, 그리고 레이나의 상단에 보호를 받고 있던 아인들과 이단이라는 이유로 학살당한 렘톤 마을의 인간들까지”
“윽….”
아인들을 열거할 때는 그 어떤 표정의 변화도보이지 않던 그녀였지만, 역시나 같은 인간을 학살한 렘톤 마을의 일을 말할 때는 표정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좀 부족했지만, 어쨌든 지금은 그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몰아붙였다는 점이 더 중요했다.
“그 수많은 생명을 단순한 이유로 학살하고 아무런 죄책감 없이 그냥 죽으려고 하면 안 되지. 앞으로 살아서 네가 죽인 자들을 위해 성실하게 죄를 뉘우치고 죽을 때까지 봉사를 해줘야겠어. 그것이 내가 너에게 내리는 벌이니까.”
“아인 주제에 나에게 벌을 내린다고! 웃기지 마라. 이 오만한 녀석! 날 여기서 풀어주는 순간 널 물어뜯어서라도 죽이고 말겠다! 그러니 어서 날 죽이란 말이다!!!”
“좋아 좋아. 독기가 빠지지 않은 그 모습을 보니까 나도 마음은 약해지지 않을 거 같아.”
지금까지 밀크가 상대했던 여인들과는 사뭇 다른 상대였다. 충분히 서로의 기분이 좋아질 수 있도록 사랑을 나눈 상대가 아닌 자신에게 증오, 멸시, 그리고 경멸의 마음을 가진 상대를 철저하게 복종시키기 위한 작업이다.
그만큼 행하는 당사자의 마음도 편치 않을 테지만, 그녀의 이 태도 덕분에 밀크는 마음의 결정을 내릴 수가 있었다.
“다가오지 마라! 그 이상 다가오면 혀를….”
“깨물 수 있었다면 벌써 깨물었겠지. 노예화 목걸이 때문에 그건 절대로 불가능할 거야.”
“이 비겁한 놈!!!”
밀크는 그녀에게 다가가 손과 발을 묶고 있는 억센 데빌베어 가죽끈을 풀어주었다. 그녀는 발버둥을 치며 그를 벗어나기 위해 힘을 썼지만, 신성력도 못 쓰는 마당에 아인와 인간의 힘의 차이를 극복할 수 없었다.
완전히 그에게 제압당하여 바닥에서 바동거리는 그 귀여운 움직임에 밀크는 천천히 그녀의 가슴을 움켜잡았다.
“더러운 손 치워! 아악!!! 아인 따위에게 범해지다니 이런 굴욕을 주다니!”
그녀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밀크는 계속 그녀의 가슴을 쥐고 충분히 풀어주면서주물렀다. 지금이야 더러운 오물을 보듯 하는 눈빛을 하고 있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일 뿐 일단 맛을 보게 되면 그녀 역시 생각이 달라지리라.
굳이 굴욕으로만 생각하게 하여 정신을 부실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해서 복종을 시켜 봐야 그것은 부서진 꼭두각시 인형에 불과했다. 그런 기계같이 명령만 따르는 존재는 솔직히 별로 내키지 않았다.
내부에 확실한 쾌락을 새겨 넣어 그 쾌락을 기억하는 존재로서의 복종, 밀크가 원하는 그녀와의 관계는 바로 그런 관계였다.
그렇기에 첫 단추부터 강한 힘으로 제압하여 부수는 행위가 아닌 충분히 그 마음을 녹이고 쾌락을 심어주어 종극에는 뇌까지 범하는 것, 그것이 밀크가 세운 시나리오였다.
뭐 그러기 위해선 일단 쥴라부터 쾌락을 받아들여야 했지만, 일단 가슴을 만지는 행위로는 크게 반응을 얻지는 못하였다. 오히려 벌레 보는 듯한 눈빛만 받으며 안 좋은 감정만 쌓이게 하는 듯했다.
일단 보기 좋게 부푼 가슴은 큰 점수를 얻을 수 없으니 다른 곳을 공략하기로 하며 천천히 그녀와 입을 맞추는 밀크,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돌리려고 하였으나 노예화 목걸이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웁!”
입을 맞춤과 동시에 그녀의 입안으로 치고 들어오는 혀에 놀라서 또 경직한 그녀, 그 덕분에 밀크의 혀는 마음껏 그 안을 노닐 수 있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여성을 상대해온 그의 혀가 지금까지 그 어떤 남자도 침투한 적이 없는 청정한 입안을 더럽혔다.
“우에…. 윽! 우웁! 오옥!!!”
아인의 혀가 입안에 들어온 감각과 그 감촉에 쥴라는 구역질을 하며 그 키스를 받았으나 조금 시간이 지나자 입에서부터 올라오는 이상한 감각에 놀라 그녀 자신도 처음 내보는 이상한 신음을 내면서 소스라치게 놀랐다.
‘뭐, 뭐야! 이 이상한 신음은 뭐냐고! 아인 따위의 혀란 말이다! 정신 차려라. 쥴라!’
다시 몸부림을 치면서 그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지만 단단하게 잡혀버린 허리, 그리고 그에게 깔아뭉개진 하반신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힘에 밀리는 상황이라 그녀는 다급함만 더해 갔다.
“우웁! 흡! 옥! 오옥! 오오옥!!!”
숨이 막히는 것은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고 아까부터 이상하게 몸이 뜨거워졌다.
아인 따위에 몸이 흥분하고 있다는 사실을 완강히 부정하고 거부하고 있지만, 몸의 변화는 아주 솔직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제아무리 버틴다 하더라도 부드럽게 녹여오는 그의테크닉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으며 단단한 강철같은 그녀의 정신에도 작은 구멍이 하나 생겨났다.
‘이, 이! 아인에게 무력하게 당하다니. 어쩜 이렇게 수치스러울 수가. 살아서 이 모욕과 수치를 견뎌내야 한다니. 아아…. 파빌로님!!!’
그녀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믿는 인간 신 파빌로의 이름을 가슴 깊은 곳에서 외쳐보는 쥴라였지만, 있지도 않은 신이 그녀의 말에 대답해줄 리 만무했다. 신에게 빌면 빌수록 그녀의 마음에서 신에 대한 믿음은 점점 멀어져만 가고 있었다.
자유로운 양손으로 밀크의 가슴을 밀어내려고 시도를 해보거나 단단히 봉해진 하반신을 움직이고 양발로 그의 허벅지를 강하게 차진 못 해고 저항을 하고자 밀어보지만, 그의 몸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남자라는 존재를 위에 태워본 적도 없는 그녀는 사실상 이렇게 무력한 기분을 느껴보는 것이 난생처음이었다.
파달로크가 그녀에게 선사한 성적인 수치심과 벌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때도 그녀는 뚝심 있게 그 모든 것을 견뎌내며 굳건하게 버텨냈는데 자신을 범하려는 생각으로 가득한 남자의 힘 앞에서는 너무도 무력하였다.
공포의 감정이 물밀 듯이 밀려 올라왔다. 아인이라고 무시하고 경멸하고 또 멸시하는 마음 위에 순수한 공포를 느끼는 감정이 점차 그녀의 마음을 가득 채워 나갔다.
‘안돼. 그만둬! 아윽!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하지 마! 그만! 오! 오옥!!!’
분명 입안을 휘젓기만 하는 중이었는데 이 감각은 무엇이란 말인가. 키스라는 행동이 분명 정신적으로 남녀 간에 기분 좋은 행위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쾌감을 동반한다는 것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뇌 깊은 곳에서부터 점차 함락당해가는 기분이었다. 분명 마음으로는 더럽고 추악해서 금방이라고 구토를 하고 싶은데 몸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고 그가 해주는 키스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자기 혀가 이 아인의 혀를 사랑스럽게서로 핥으며 애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점이 오히려 그녀에게 혼란만 가증시키고 있었다,
“흐오오!!!”
바람이 빠지는 기이한 신음과 함께 쥴라의 허리가 위로 불쑥 솟아올랐다. 근육이 제멋대로 움직인 듯한 움직임, 이윽고 그녀는 짤막한 경련을 수십 차례 반복하면서 뭔가를 가득 느끼기 시작했다.
‘이, 이거 뭐야…. 머리가…. 새하얘….’
분명 시선도 그대로고 몸 상태도 이상이 없다. 그런데 이 머리가 새하얘지는 감각은 뭐란 말인가. 기절하기 딱 직전의 상황이 계속되는 듯한 느낌에 온몸이 떨려오는 아찔한 쾌락과 더불어 온몸에서 기분 좋은 쾌감이 뇌를 흠씬 때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도 어른인지라 성욕이 느껴질 때면 자위 정도는 한다. 그러나 성기사로서 성욕을 그리 장려하지 않는 성국의 분위기상 그것을 드러낼 수는 없기에 조용하고 은밀한 곳에서 신속하게 해결하곤 했다.
그러나 지금 이 남자에게 당하면서 기분이 나빠야 정상인데 자신이 직접 자신의 몸을 자극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쾌감이 몸을 지배하는 중이었다.
이른바 새로운 세상이라도 만난 기분이랄까? 분명 자신이 속한 성기사로서 배덕하기 그지없는 상황인데 자신의 몸은 이 배덕한 상황에서 엄청난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온몸이 떨리고 머리가 하얘질 정도로 말이다.
“히극!”
솟아올랐던 허리가 아래로 떨어지니 그제야 밀크의 혀가 그녀의 입에서 뽑혀 나왔다. 어찌나 농밀하게 그 안을 노닐었는지 그의 혀는 질척하기 이를 때 없었고 쥴라의 벌어진 입에서부터 이어진 실과 같은 침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