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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2화 〉112화, 왕국, 왕자의 수난 (112/177)



〈 112화 〉112화, 왕국, 왕자의 수난

첼슨 왕국 1 왕자의 

요즘 들어 1 왕자는 정말 살맛이 들었다. 증오스러운 자신의 동생과의 왕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헤베나 성국과 연계하여 아인들을 잡아 들이는 와중에 적잖이 많은 이익을 보았기 때문이다.

뭐, 그 와중에 사소한 문제가 살짝 있었지만(그는 살짝 이라 생각하지만, 절대 살짝이 아니다.), 왕국 대상단이라는 에스타 상단의 막대한 자금과 반돌프 상단의 자금을 자신의 수중으로 일부분 흡수하였기 때문에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귀족 세력의 힘도 강해졌고 자신의 입지도 확고히 다질 수 있었다.

2 왕자파와 3, 4 왕자파의 견제의 목소리가 커지곤 있지만, 그런 것들이야 어차피 파달로크가 돌아오면 성국의 목소리 때문에 깨갱 할 것들이니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비록 외세를 끌어들였다는 모욕을 듣고 있긴 하지만, 그런 거야 왕권만 손에 쥘  있다면 뭐 어떤가? 어차피 어떻게 하든지힘을 쥔 사람은 그것을 휘두르며 자신의 이야기를 각색하여 후세에 전할 수 있으니 이기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시녀들이몸을 닦아주는 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며 상쾌한 기분으로 자신의 집무실로 갔다가.  떠들어 대기 좋아하는 반대편 귀족들과 한판 벌이기 위해 왕실로 향하는 1 왕자는 심각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자신 휘하 귀족들을 보고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엇들하고 있는 게요?”

“아 왕자 전하. 나오셨습니까?”

그가 나타나자 별거 아니라는 투로 뭔갈 숨기려고 하는 귀족들의 움직임에 왕자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호통을 쳤다.

“뭐 하고 있었는지 물었소! 냉큼 고하시오!”

“아, 그것이…. 그러니까….”

다른 귀족들이 그에게 이야기도 못 하고 끙끙거리고 있을 때 그나마 1 왕자 파의 두뇌를 담당한다는 몇몇 귀족들이 그에게 조금 민감한 주제를 이야기했다.

“큰일입니다. 왕자 전하.”

“큰일이라니?”

“일전에 위험한 반마족 아인들의 주구를 잡아들이러 가겠다고 했던 파달로크 성기사와 성국의 병사들이….”

“병사들이? 뭐가 어쨌다는 거요! 어서 빨리 말을 해보시오!”

“전멸했다고 합니다.”

순간  말을 잊어버린 왕자는 잠시 굳은 얼굴로 모두를 바라보았으나 이내 파안대소를 터트리며 귀족들에게 말했다.

“푸하하하하! 이거 농담들이 좀 심하군, 아니 도망친 반마족들이 설마 엄청난 대 군세를 이끌고 파달로크 경을 몰아붙여서 격퇴해 버렸다 뭐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건가?”

“…….”

“왕국의 고관대작이라는 자들이 아침부터 농담이라니 보기 좋지 않소. 그러니 그만 들 두시오. 뭐 제법 재미있어서 모처럼 기분은 유쾌하군.”

“죄송합니다. 왕자 전하 이는 농담이 아닙니다. 파달로크 경과 성국의 병사들은 모두 전멸했습니다. 바로 어제 저희가 실력 좋은 정탐꾼을 보내 확인해본 결과입니다.”

정확히는정탐이고 뭐고 간에 그들이 새로이 건설되고 있는 렘톤 마을에 당도하였을 때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성국 출신의 노예들을 보았고 그곳을 관리하고 있던 아인, 미노타우로스들이 그들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고 한다.

물론 겉으로는 친절하게 대하지만, 그들이 안내해 주는 곳에서 본 장면은 그리 친절하진 않았다. 죽은 성국의 병사들과 파달로크가 한꺼번에 매장당한 장소를 조금 파서 보여주어 그들을 속이 뒤틀려서 하루 동안 렘톤에 머물러야 했다.

이야기하고 있던 귀족은 품에서 서신을 하나 꺼내 왕자에게 내밀었다. 왕자가 서신의 내용을 확인했다.

[본 밀크는, 아인 연합을 이끄는 대족장이다. 내가 에스타 상단과 반돌프 상단에 판매를 위탁한 홀스타우로스 우유, 치즈, 술과 각종 마수의 부산물에 관한 이번 왕국의 강제 수탈에 관하여 이의를 제기하고자 이렇게 편지를 전한다. 본디 천하고 배운 것이 없는 우리 아인들이라 편지고 뭐고 그냥 쳐들어가서 우리의 것을 되찾아 오자고 말들이 많았지만, 최소한의 피를 흘리지 않기 위해 이렇게 마지막 통첩을 보내니 너희가 빼앗은 내 물건을 다시 렘톤으로 보내도록. 이는 경고이며 경고가 무산되었을 경우 우리의 합당한 대응이 있을 것이다. 완벽히 되돌려 놓기 힘들다면 해당 부분은 왕국의 금화로 받아줄 용의가 있으니 참고하도록. 이어서 아래 연판장은 날 따르는 종족의 족장들이 전적으로 이에 찬동한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니 이를 가벼이 여기지 말고 고민하라.

미노타우로스 족장 도칸
위도레빗 족장 라파니
켄타우로스….
엘프….
워 타이거….
하피….
오거….
서큐버스….

대족장 밀크]

편지의 마지막에는 밀크를 중심으로 뭉쳐있는 모든 종족의 족장들이 이름을 남겼다. 즉  편지에 적힌 내용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여기 모인 모든 종족이 움직일 거라는 것이다.

부들거리며 편지를 완전히 구겨버린 왕자가 분노한 표정으로 으르렁거리고 있자, 그에게 편지를 전한 귀족이 계속 말했다.

“렘톤에서 새로이 일어난 에스타 상단에서 보내온 편지입니다. 내용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얼마 전 정탐꾼을 보냈는데 모든 것이 사실로 판명되었습니다.”

“내 이놈들을 당장에 모조리 주살하고 말리라! 군을 정비해라! 내가 직접 병사들을 이끌 것이다.”

“참으십시오. 왕자님. 우린 그럴 여력이 전혀 없습니다.”

“뭐라!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후작!”

“왕국을 지키는 병사의 수는  삼천입니다. 그러나 삼천의 병력은 그야말로 이 왕국을 수호하기 위해 있는 최소의 숫자입니다. 나머지는 귀족들의 사병이 있으나  사병들은 지금 왕권 전쟁을 하기 위해 차출이 불가능합니다.”

“근위군을 사용하면 될 일 아니오!”

“근위군을 이끄는 것이 2왕자님입니다! 그분이 과연 동의하겠습니까? 언제 우리가 그들의 뒤통수를 칠지 모르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성국 정예 병사 1천과 파달로크 경이 이끄는 1 성기사단이 대패를 하였습니다. 근위군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왕자님.”

“그, 그렇지만 이는 왕국의 위기가 아닌가! 저 간악한 아인들이 이리 무도하게 나오고 있으니 어찌 참을 수 있다 이 말인가!  아우도 이런 문제라면 이해해 줄 것이네.”

“왕자님 그들을 먼저 건드린 것은 어찌 보면 저희입니다. 벌집을 쑤신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며 왕자가 대뜸 고함을 치자 귀족은 1 왕자가 알아들을  있도록 차분하게 풀어서 설명하였다.

“우선 에스타 상단과 반돌프 상단을 강제로 수탈한 문제입니다. 물론 예전에  상단 모두 1 왕자 전하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괘씸죄가 있긴 하지만,  더 상황을 두고 보았어야 합니다. 외세의 힘으로 자국민을 수탈했다는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2왕자와, 3, 4 왕자가 공격할 명분까지 주었지요. 그런데 그런 에스타 상단과 반돌프 상단이 아인족의 대족장과 거래를 하여 우리 왕국에서 물건을 대신 판매해 주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두 상단은 밀크에게 물건의 대금을 주고 정당하게 물건을 사 와서 판매하고 있었지만, 밀크는 편지에서 그 부분을 교묘하게 바꾸어 자신의 물건을 두 상단이 대신 판매한 뒤에 그 금액을 자신에게 주고 있었다는 것으로 만들었다.

이야기는 즉 그들은 아직 물건의 대금을 자신에게 주지 않았는데 왕국이 멋대로 자신의 물건을 수탈했다는 것이다. 상단에서 팔아버린 뒤라면 모를까 아직 팔지도 못했는데 손을 댔으니 그것은 자기 물건에 손을 댔다는 주장이었다.

“궤, 궤변이로군! 세상천지에 물건을 대신하여 팔아 준다는 것이 어디 있느냔 말인가!”

“왕자님. 천문학적인 돈을 다루는 상단의 경우는 그런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상인은 돈보다 신뢰가 우선이라는 말도 있지요. 그만큼 에스타 상단은 그 아인 대족장과 신뢰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믿고 맡겨둔 물건을 저희 왕국이 수탈한 게 되었으니 당연히 노발대발하였을 겁니다.”

“끙….”

“그리고 파달로크 경이 반마족 아인의 주구를 잡아들이겠다면서 이 아인 대족장의 마을을 먼저 공격하였습니다. 일말의 대화도 하지 않고 공격을 먼저 하였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그 와중에 중간에 끼인 렘톤 마을은 헤베나 성국의 공격에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뭐라?! 파달로크경이 왕국의 마을을 공격했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마을은 아인들이 재건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재건되는 렘톤 마을에서 에스타 상단과 반돌프 상단이 다시 시작할 준비를 하는 중이고 말입니다.”

“이런….”

“만약  사실을 다른 왕자 파가 아는 순간 저희는 엄청난 공세를 당할 겁니다. 외세의 힘을 빌어자국민을 수탈한 것도 모자라 마을 하나를 날려버린 엄청난 실책을 범한게 되어버립니다.”

“이이…. 파달로크 미친놈이 왜 그런 무모한 짓을 벌였단 말인가!!!”

한때는 간도 쓸개도 내어줄 사이였지만, 이젠 천추의 원수가 되어버린 남자 그는 지금 처참한 상태로 지하에 묻혀 있어  외침을 듣지 못하였다.

본디 국왕이 재대로 업무를 보고 있었다면 모를까, 현재 첼슨 왕국은 별  일 없었다. 왕권 다툼이 심해지면서 귀족들도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없었고 그에 따라 여러 가지 일들이 이미 밀리고 밀려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방금처럼 자신들이 다스리고 있는 변방의 마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짙고 모를 정도로 나라 안팎의 상황에 어둡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  많은 아인들이 분노에 차서 왕국으로 쳐들어 온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상황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리고 조금만 머리를 쓸  있는 자가 그 아인을 도와준다면 모르긴 몰라도 지금 1 왕자가 골치 아파하고 있는 문제를 다른 왕자파에게 슬며시 흘려서 싸움을 더 붙여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걱정하고 있는 그 문제는 지금 막 밀크의 손에서 시작된 펜이 움직여서 종이에 적혀지는 중이었다.

*****

밀크의 집

종이에 글을 적어가는 밀크는 옆에 있는 퍼슨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1 왕자 파가 대화가 통한다면 물건을 받고 조용히 넘어가겠지만, 만약 대화가 통하지 않으면  내용은 2 왕자 파에게 넘어가겠지.”

“저…. 대족장님.”

“응?”

그의 옆에서 종이를 들고 대기하고 있던 퍼슨이 넌지시 질문을 던져 왔다.

“물론 2 왕자도 이 편지를 받게 된다면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탐꾼을 보내올 테지만, 과연 그들이 대족장님의 말을 믿어 주겠습니까? 그들은 이번 일에  관여를 하지 않아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상히 모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일에는 릭스가  나서 줘야겠어. 그라면 귀족들과 안면이 있잖아?”

“아, 네 누군가를 후원하진 않아도 여러  연회를 베풀어 몇몇 귀족들과는 친분을 유지하고 계시죠.”

“어차피 왕국에 다시 지점을 내야 할 테니. 릭스가 그 확인을 위해 직접 가서  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되는 거야. 아인들의 말을 믿을 순 없겠지만, 대 상단의 상단주였던 그의 말이라면 신용도가 남다를 테니까. 그리고 그때 이 편지를 그들에게 넘겨주기만 하면 모든 건 이제 왕국에서 치고받고 싸울 일만 남은 거지.”

“그럼 대족장님께서는 2 왕자를 다음 국왕으로 만들 생각입니까?”

“그편이 우리에겐 유리할걸? 그나마 지금 누워있는 국왕의 모든 능력을 2 왕자가 물려받았다며?”

“예…. 얼굴만 빼고 모든 걸 다 물려받았습니다. 반대로 1 왕자는 얼굴만 물려받았고요.”

“어차피 조용히 렘톤을 취하는 것은 물 건너갔고 잘 생각해보면 나중에 분명 왕국하고 문제가 생길 게 뻔해.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2 왕자의 힘을 공고히 해줘서 왕국을 좌지우지하게 하고 우린 그를 도와서 그 대가로 이 렘톤이라 취하자 이거야. 상단이 빼앗긴 물건을 찾겠다는  어디까지나 속임수야.”

“저…. 그런데 굳이 왕국 사정에 발을 들이시는 이유가.”

“우릴 건드린 1 왕자 그 자식한테  방 먹여 주려고.”

“예?”

“잘살고 있는 사람 건드렸으면 그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걸 알려 줘야지. 인생은 실전이라고 말이야.”

“…….”

“괜히 선인처럼 가만히 있으면 계속 괜찮은 줄 알고 살살 건드린단 말이야. 차라리 한번 크게 당해봐야 아…. 이건 건드리면 큰일 난다고 생각해서  건드려. 그게 인간이란 존재가 영악한생물이라 당해보기 전에는 절대 몰라.”

“아…. 무슨 말인지 알  같습니다.”

“그리고 퍼슨 너도 1 왕자한테 한 방 먹여 주고 싶지 않아?”

“큭”

퍼슨은 입을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번에 당한 복수를  해주고 싶었었다. 그리고 레이나 또한 마지막 복수의 대상으로 1 왕자를 선택했다. 첩으로 들어오라는 말을 어겼다는 이유로 가족과 같은 상담원을 죽이도록 유도한 그자를

“그리고  멍청한 1 왕자는 절대로 나에게 고개 숙이지 않을걸? 아마 물건을 돌려주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우리 아둔하고 천한 아인들의 고개 숙이게 하려고 할 거야.”

이미 1 왕자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있는 밀크는 다 적은 편지를 퍼슨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3일 후에 릭스 편으로 보내. 3일이면 이미 답이 나올 테니까.”

“예 대족장님.  혹시 이후에 무엇을 하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왜?”

“보고할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 혹시 바쁘시면 다른 분께 알려야 하지 않습니까.”

“아~ 그러네. 그럼 바쁠 거니까 이후는 린다나 밀리한테 전해 주겠어?”

“알겠습니다.”

자신의 방에서 기지개를 피면서 나온 그가 향한 곳은  지하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는 천천히 어두운 지하 방으로 내려가 나타난 하나의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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