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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8화 〉108화 가호가 내린 대지 (108/177)



〈 108화 〉108화 가호가 내린 대지

“인사드리겠습니다. 오늘부로 제1 성기사단 부단장으로 진급한 쥴라 라고 합니다.”

헤베나 성국 제1 성기사단은 성국을 위한 전투에서 목숨을 고려하지 않고 용감하게  어떠한 임무라도 해내는 위대한 업적을 만들어낸 곳이었다.

그만큼 인사이동이 매우 잦고 한 사람이 오랫동안 같은 자리를 보존하기 힘들어 가장 들어가고 싶은 기사단이면서 가장 기피되는 곳이기도 했다.

그런  많은 곳에서 10년 이상 단장으로 버틴 남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지금 쥴라의 앞에 있는 남자 파달로크 였다.

그녀의 인사가 있었음에도 파달로크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듯 자신의 검을 손본 뒤 검집에 집어 넣고는 대뜸 그녀를 향해 질문했다.

“왜 여자지?”

“예?”

“왜 여자가 이런 험한 곳에 배치되었냔 말이다. 돈을 쓴건가? 아니면 가문의 힘으로 들어왔나?”

“저, 그 그것이 무슨….”

“확실히 말하지. 만약 안일한 생각으로 이곳에 온거라면 지금 당장 그만두고 원래 소속으로 돌아가라.  빌빌거리는 대원은 질색이고 가문의 힘만 믿고 날뛰는 것들도 질색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자가 실력이 조금 있다고 날뛰는 것이 가장 질색이다.”

그리 말한 파달로크는 거칠게 그녀의 어깨를 치고 지나가 버렸다. 성격은 둘째 치고서라도 역시 괜히 이런 위험한 곳의 단장으로 10년이나 버틴 것이 아닌지 어깨로 미는 힘에 그녀는 바로 옆으로 쓰러질  하였다

“웃!”

그러나 그녀는 버텨냈다. 그리고 파발로크는 조금 그녀를 향해 시선을 주었지만, 마찬가지로 관심이 없다는 듯 그녀를 무시했다.

첫인상부터 최악인 상관, 그것이 바로 파달로크였다. 그 후로 그녀는 잡일이나 마찬가지인 그의 수발을 모두 들어야 했다. 하녀나  법한 행동까지 모두 그녀가 해결해야 했으나 그녀는 꾹 참고 이 취급을 견뎌냈다.

상관의 취급은 전혀 변하지 않았으나 그의 부관이 되고도 도망치지 않은 여성이라는 점을 높이 산 다른 성기사 단원들에게는 그런대로 인정을 받았고 아쉬운 대로 그들의 지지를 받아 부관의 자리는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랫사람들의 지지가 생기자 그녀를 대뜸 부른 파달로크는 정말이지 그녀의 인격 자체를 무시할 정도로 잔인한 언사를 서슴치 않았다.

“부하들의 평이 좋더군, 그래 무슨 짓을 한거지?”

“예?”

“여자 따위가 성기사들의 지지를 받을  있을 거로 생각지 않는다.  가문의 힘이나 돈을 쓴 건가? 아니지 성기사가 그런 거로 움직일 리는 없지. 설마 외로운 그들에게 몸이라도 대준 건가?”

“단장님! 아무리 당신이라도 할 말이 있고 할 말이! 악!!!”

머리체가 잡힌 쥴라는 비명과 함께 밖으로 끌려나갔다. 파달로크는 그녀를 형틀에 묶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녀를 채찍으로 수차례 내려쳤다.

만신창이가 된 그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자는 없었고 하루 꼬박 형틀에서 벌을 받은 그녀는 파달로크의 명령으로 풀려날  있었다.

“우리 기사단은 실력이 가장 우선된다. 실력도 없는 자를 계속 띄워주면 그자도 이런벌을 내릴 것이다.”

그의 명령을 받는 기사단원들은 그의 명령에 복종하였다. 그리고는 밤에 몰래 쥴라의 집으로 가서 그녀를 위로했다.

“단장님이 원래 여성에게는  모질게 대하십니다. 싸움에서 가장 먼저 노려지는 것이 여성 대원이거든요.”

“부단장님도 힘들겠지만, 조금만 버텨 보십시오. 이렇게 오래 버틴 사람이 없어서 단장님도  엄하게 대하는 거겠지만, 아마 조금만  있으면 그분도 인정할 겁니다.”

“암! 쥴라 부단장이 입만 산 건 아니지 않습니까. 실력으로 보여주시면 됩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때 알아야 했다. 파달로크는 여성에게 더 모진 것이 아니라 여성을 그냥 싫어한다는 것을….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났을 무렵 그녀는 서서히 파달로크라는 인간의 본성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미 걸어온 길이 멀어 이젠 다시 돌아갈 수 없었다. 아니 되돌아가기 싫었다.

그동안 그녀의 입지는 미묘함에서 견고함으로 변해 있었다. 아직도 파달로크의 무시하는, 아니 이제는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그 누구도 그녀가 부단장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못했다.

전장에서 누구보다 먼저 달려나가고 누구보다 많은 적이 쓰러트렸으며 이제는 파달로크의 바로 옆에서 그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전공을 무수히 많이 쌓아왔기에 파달로크를 제외한 그 누구도 그녀를 무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럴수록 파달로크의 견제와 시기는 계속되었다. 솔직히 지금의 그의 모습은 전혀 나쁘지 않았다. 드디어  남자가 자신을 인정하고 더러운 가면을 벗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그와 그녀의 관계는 겉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속으로는 썩을 대로 썩은 관계였다.

과거의 생각에서 현실로 돌아온 쥴라는 자신의 막사로 들어왔다. 비틀거리는 자신을 부축하려는 병사들의 손길을 거부하며 자신의 힘으로 막사로 들어와 대충 입었던 갑옷을 벗으니 온몸은 상처투성이였다.

그리고 하복부를 가린 갑옷을벗었을 때는 안쪽에 입은 천 옷이 완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다. 거울을 통해 자신의 사타구니 사이를 확인해 보니  내부가 엉망이었다.

다행히 신성력이 충만한 그녀의 몸은 자연적으로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해서 점점 몸이 회복되는 중이었지만, 방금 당한 벌로 느낌 치욕스러움까지는 회복될 수 없었다.

뾰족한 돌기가 무수히 박혀있는 성봉이라는 이름의 도구, 성수로 담금질한 작은 쇠봉이었는데 성기사가 다른 성기사에게 벌 줄 때 사용하는 도구다. 이 성봉에 성수를 묻혀 상대의 몸을 때려 상처를 주고 그 고통으로 상대를 벌하는 것이다.

다만 그 크기가 크지 않아서 여성의 질에 들어갈 수 있기에 이를 악용하는 예도 있었는데 파달로크가 그런 사람이었다. 쥴라는 바로 방금 그런 치욕스러운 행위를 당하고 나온 상황이었다.

“욱!”

온통 멍투성이인 그녀의 복부, 조금만 움직이려 해도 복부에서 엄청난 고통이 동반되었다. 그리고 그럴수록 파달로크를 향한 그녀의 분노도 켜져 갔다.

‘후….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번 작전이 끝나면 그녀는 이제 파달로크와얼굴 마주할 일이 없었다. 은퇴로 인해 공석이  제2 성기사단장의 자리가 그녀에게 올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이제 얼마 안 남았어. 그동안 열심히 괴롭혀 보시지 단장.’

곧 같은 선상에서 얼굴을 바라보며 웃어줄 테다. 그리 다짐하면서 그녀는 상처를 돌보는 일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잠시 후 밀크의부족 마을

산 아래로 살짝 보이는 파달로크의 적진을 바라보고 있는 밀크와  옆에서 상황 보고를 하고 있는 라파니의보습이 보였다.

너무 멀어서 무슨 행동을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진이 훤히 보이는 바위 위에  있으니 벌써 이 전투는 이긴 거나 따로 없다는 생각을 하며 라파니에게 적의 상황을 물었다.

“적들의 동태는 어때?”

“움직임이 없어요. 그렇게 두 번이나 호되게 당했는데 쉽사리 움직일 수 없을 거예요.”

“하긴. 그렇긴 하네. 그래도 그 파달로크라는 녀석이 부하들 목숨을 파리목숨으로 본다니까 아예  놓고 있을 수는 없어. 그리고 첫 번째 두 번째 공격에 참가한 것은 모두 일반병사라고 했지?”

“예 그렇습니다. 대족장님.”

“그렇다면 오늘 밤이나 내일 아침부터는 성기사들이 투입될 확률이 높을 거야. 놈들은 병사들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을 테니 기습작전은 중단하고 모두 마을로 불러들이도록 해. 함정은 더 늘리지 말고 남아 있는 함정만 손보도록 하지.”

“함정은 충분히 효과를 보지 않을까 싶은데요?”

“함정은 적을 너무 무차별적으로 죽여서 효율이 높지 않아. 앞으로 우리가 유리한 부분을 차지하려면 무작정 다 죽이는 방법은 별로 좋지 못하거든.”

“하지만 저들은 모두 아인들을 셀 수도 없이 죽여온 자들입니다.  모두 죽여서 본보기를 보여야 해요.”

오거와 서큐버스들의 이야기를 들었기에 그녀는 분노를 감추지 않고 모두 표출했다. 그러나 밀크는 고개를 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꼭 죽인다고 본보기가 세워지는 건 아니지.”

“예?”

“살려서 죽을 때까지 고통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야. 아인을 수도 없이 죽여놓고 죽음으로 안식을 가지려는 자들에게 그보다 더한 벌도 없겠지. 항복한 자들은 죽이지 않겠지만, 절대 편하지만은 않을 거야.”

이글거리는 눈빛은 그라고 다르지 않았다. 모든 인간에게 정나미가 떨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벌을 받을 자들은 벌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그것은 꼭 죽음일 필요는 없었다.

“마침 다른 부족들의 마을도 건축해야 했잖아? 그러니 좋은 노동력을 쉽사리 죽일 수는 없지. 스스로 이렇게 와주었는데 우리가 사용해 주어야지.”

“저…. 인간들 따위에게 맡기느니 차라리 저희가 하는 게 더 빠를 것 같은데요.”

“물론 노동력으로 따지면 우리가 더 뛰어나지, 그런데 우리가  노동력을 다른 곳에 돌릴 여유가 된다면 우리 부족이 그만큼  발전하게 된단 말이지. 그리고 인간 놈들은 연비가 좋단 말이지.”

“연비요?”

알 수 없는 말에 라파니가 의아해하자 밀크는 자신의 실수를 인지하고 다시 말을 정정해 주었다.

“먹은 양보다 더 많이 일 할 수 있다는 말이야.”

“아….”

죽지 않은 놈들에게도 자비 따위는 없을 것이다. 모조리 싸잡아서 부족 마을 증축 프로젝트에 집어넣은 생각이었다.

그리고 겸사겸사하는 김에 렘톤 마을의 재건도 해볼 생각이었다. 아무리 미노타우로스와 켄타우로스는 산 위보다는 산 아래쪽을 더 선호하는 부족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지낼 공간은 렘톤을 다시 일으켜 세워 그곳을  생각이었다.

어차피 망해버린 마을, 첼슨 왕국이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있는 벽촌이었고 왕건 다툼이 한창인 그들은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자기들 밥그릇 챙기느라 바쁠 테니 이곳에 아인 마을이 생긴 것을 알려면 몇 년에 걸릴 것이다.

뭐, 모든 것은 이 전투에서 이긴 후에 이야기지만, 그는 전혀질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이미 두 번의 전투로 저들이 이끄는 병사들의 사기는 바닥을 기고 있었다. 이제 저들에게 남은 성기사만 무력화시켜 버리면 이 전쟁은  이긴 것이다.

“자 그럼 성기사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볼까? 각자 맡은 구역을 확실히 확인하라고 전해. 그리고 위도 레빗들은 전투에 참여하지 말고 모든 인원을 척후로 돌려. 놈들의 행동을 일거수일투족도 놓치면 안 돼 알았지?”

“예 맡겨만 주세요!”

라파니는 대답과 동시에 그곳에서 훅 하고 튀어올랐다. 그리고는 나뭇가지를 타고 빠르게 멀어져 갔다.

*****

돌격!!!

와아아아!!!

다음 날 아침

밀크의 예상대로 병사들의 선두에는 성기사들이 서서 그들을 독려하여 산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기사가 앞장을 서니 병사들의 사기는 쥐꼬리만큼 다시 돌아와 있었다. 믿을만한 자들이 있으니 조금이나마 용기가 생겨난 모양이다.

성기사들은 자신의 신성력을 끌어올려 백마법 특유의 마법 방어벽을 전개했다. 병사 수십 정도는 가뿐하게 커버할  있는 범위를 가진  방어벽은 멀리서 날아오는 원거리 공격을 전부 차단해 주는 고성능의 마법이었다.

전투에 가장 필요한 마법만 속성을 배우는 성기사들의 필수 마법이었으며 신성력만 넘쳐난다면 온종일이라도 사용할 수 있지만, 적의 공격이 강하면 강할수록 신성력을 빠르게 잡아먹는 약점이 있는 마법이라 할  있다.

자신들의 앞에 생겨난 옅은 흰색의 방어벽을 확인한 병사들의 사기는 더없이 높아져만 갔다. 이들과 함께라면 이제 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생긴 것이다.

“적들을 토벌하라! 이단을 살려두지 마라!”

“이단을 척살하라!”

이단을 척살하라!!!

산을 오르며 지쳐가려고 할 때면 성기사들의 외침이 있었고 그 외침은 병사들의 힘을 북돋아 주었다. 같이 그들의 외침을 따라 하는 병사들은 없는 힘도 다시 생길 정도로 전투의 광기에 휩싸여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산의 중턱을 넘어서 슬슬 밀크의 부족 마을이 나타날 위치에 가까워져 갈 때쯤 성기사들은 뭔가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어제만 해도 격렬하게 기습을 해오거나 함정이 있어야 했는데  어떠한 저항도 없이 쉽사리 이곳까지 오니 정말 이상했다.

그러나 저항이 없으면 그걸로 된 것이다. 아마 녀석들도 두 번에 전투로 지친 것이 분명할  이렇게 생각한 성기사들은 아무 의심도 없이 발을 놀려 적들을 향해 달려 나아갔다.

그리고

“아니?!”

“이, 이럴수가!”

“시, 신이시여!!!”

“방어벽이 깨졌다!”

그들이 믿고 있던 방어벽이 모두 사라졌다. 밀크의 마을에서 뿜어져 나오는 정순한 마나가 그들이 신성력이라 칭하던 백마법을 모두 무력화시켜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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