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화 〉104화, 베라밀프의 가호
그 시간 산 아래쪽에 있는 헤베나 성국의 주둔지에서는 부관인 쥴라에게 피해 상황 보고를 받는 파달로크의 모습이 보였다.
“보고 드리겠습니다. 단장님. 피해 상황은 가볍습니다. 애초에 농노들이나 살던 작은 마을, 저희 성국 병사들의 상대가 될 수가 없었을….”
“가볍다?”
“아…. 예 일부 경상을 입은 인원이 있긴 하….”
“농노 따위 상대하는데 경상을 입다니 그러고도 성국의 병사들이란 말인가! 경상을 입은 놈들을 모조리 찾아내어 끌어내라. 채찍 50회 형에 처하겠다.”
“……. 알겠습니다.”
부관이라는 위치이니 고생한 병사들을 위해 파달로크를 설득해볼 법도 한데 쥴라는 그런 행동도 없이 딸 잘라 대답했다. 냉정해 보이는 얼굴만큼이나 그 행동도 아주 냉정한 여자였다.
“계속하라.”
“비록 농노들이라 하지만, 그중에 에스타 상단의 상단 전투원들이 상주하고 있던 모양입니다.”
“에스타? 그놈들이 왜 여기서 나오지?”
“이 보잘것없는 벽촌에 그들의 작은 지점이 있었습니다. 뭐 별 볼 일 없긴 하지만, 이 일대에는 너른 토지가 많아서 생산력이 기대할 만하지요. 이것을 노리고인원을 상주 시킨 게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그런 상단 나부랭이들과 싸우다가 다친 거라 이거냐? 그렇다고 해도 결국 성숙의 병사들이 상단 놈들 따위에 당했다는 거니 봐줄 수 없다.”
“…….”
냉정한 쥴라가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지만 파달로크의 결정에는 번복이 없었다. 그녀는 하는 수 없이 더는 이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기로 하고 다음 내용을 보고했다.
“상단 전투원이 목숨을 걸고 상단원을 탈출시킨 모양입니다. 그런데 놈들이 마을을 빠져나가서 향한 곳이 저 산 위쪽입니다. 단장님의 예상대로 저 산 위에 뭔가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그렇겠지. 그 정순한 마력의 파동은 분명 이곳에서 가까운 위치에서 느껴졌다. 이 마을이 아니라면 방향 상 저 산 위나 너머일 가능성이 아주 크지. 상단 놈들 덕분에 확신이 생겼군, 그렇다면 예정대로 작전을 수행해라. 기사단원들과 병사들을 풀어 산을 이 잡듯이 뒤져서 그 마력의 파동을 찾아낸다. 이제 오거고 나발이고 중요하지 않다. 이 마력의 파동을 먼저 제거하지 않고는 그년들을 잡아봐야. 헛수고야.”
“전…. 이해가 잘 안 가는군요. 단장님께서 신경을 곤두세울 정도의 마력이라니.”
확실히 그녀가 느끼기에도 마력의 파동이 남다르긴 했다. 그러나 과연이것이 이렇게까지 사람들을 학살해야 할 문제인가라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다. 그런데 자신의 단장은 이렇게 초조한 모습까지 보이니 그녀로서도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유일신인 파빌로를 섬기는 몸이지만, 그녀는 다른 종파를 받아들이는 중립적인 성향의 인물이었다.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파빌로의 하위 신이라는 명목 하의 이야기였지만.
그렇기에 새로운 신성 강림은 그리 크게 위협적이라 생각되지 않았다. 나중에 성국에 돌아가서 관련된 내용을 알리고 성국에서 내려준 명령에 따라 행동하기만 하면 될 일이다. 이렇게까지 설레발 치면서 나설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다시 말하지만, 성국 내부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허용 가능한 범위다. 그러나 여긴 성국도 아니고 우리의 영향권이 적은 첼슨 왕국의 벽촌이다. 신성 강림이라니 불경한 일이지. 반드시 주구를 찾아내어 목을 베어 타락한 종자들을 격멸해야 할 것이야!”
“그러나 이 일이 알려진다면 첼슨 왕국에서의 호의는 기대할 수 없을 겁니다. 1 왕자도 큰 타격을 받겠지요.”
“상관없다. 어차피 녀석과의 관계는 이용하고 이용하는 관계였으니 우리는 이미 이용할 만큼 이용했다. 여기에서 작전이 끝나면 성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오거 년들을 못 잡게 되면 좀 아쉽겠지만, 타락한 신의 주구를 베었다는 업적을 가지고 돌아가겠지. 뭐 그 년들이 이 산 위에 같이 있다면 더 좋고 말이다.”
“…….”
“어차피 목격자는 없다. 도망친 놈들도 이 산 위로 올라가지 않았나. 그놈들만 죽이면 이곳에서 있었던 일은 그 누구도 모를 터, 우리가 떠난 뒤에 뒤늦게왕국 놈들이 온다고 해도 본 사람이 없으니 발뺌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명대로 하겠습니다.”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 쥴라는 파달로크의 막사를 빠져 나왔다. 그리고 그녀가 가장 먼저 한 행동은 파달로크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었다.
전투에서 경상을 입은 자들이 우르르 끌려 나왔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각오를 하고 있었는지 옆에서 갑옷을 벗기는 자들의 손길에 순응하며 형틀에 몸이 묶이는 순간에도 신께 기도를 올렸다.
“흡!”
쥴라는 직접 형벌용으로 만들어진 채찍을 휘둘렀다. 능숙한 솜씨로 휘둘러진 채찍은 한 번에 다섯 사람의 등에 상처를 남겼고 주변엔 날카로운 파공성이 가득했다.
차악! 차악!
채찍질이 이어지는 동안 그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자들이 없었다. 채찍질을 당하는 자들마저도 읍! 거리는 작은 음성은 있었지만, 고통에 찬 비명조차 지르지 않고 벌을 받았다.
“다음.”
싸늘한 어조로 말하는 쥴라, 형벌이 끝난자들은 그 자리에서 초주검이 되어 기절했다. 다행히 그녀가 힘 조절을 잘 했는지 죽지는 않았지만, 등은 이미 누가 봐도 심한 상처투성이였다.
다음 형벌을 준비하는 자들이 알아서 걸어가 형틀 앞에 서자 병사들이 움직여 그들을 형틀에 묶었고 다시금 쥴라의 채찍질이 시작되었다. 무섭도록 심각한 광신적인 모습이었다.
“다음!”
형벌을 계속되었다. 밤이 올 때까지 계속
달이 차오른 시간의 밀크 부족의 마을
어두운 곳에서도 멀리까지 볼 수 있는 서큐버스들이 마을 주변을 날아다니면서 경계를 섰고 위도레빗들은 산중에서 나무를 타고 이동하며 이곳저곳을 수색했다. 수상한 모습이 보일 거 같으면 바로 보고를 올리기 위해서.
어느새 마을 입구에 세워진 망루 위에서 진두지휘를 시작한 밀크는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라파니를 보며 질문했다.
“산 아래 상황은?”
“움직임이 없습니다. 결정에 번복 없이 저곳에서 쉬고 내일 움직이려는 모양입니다.”
“이 시간까지 움직임이 없다면 내일까지는 괜찮겠군. 경계 담당을 뺀 나머지는 쉬라고 한 뒤에 울타리와 숲에 물을 좀 더 뿌려둬야겠어. 아무리 날씨가 서늘해도 슬슬 나무들이 말라가고 있을 거야.”
도움을 주러 온 엘프들의 정령 마법으로 숲은 물을 듬뿍 먹어서 여기저기 모두 싱그러운 향기가 날 정도로 촉촉하였다.
그래도 지금쯤이면 다 말라 있을 테니 내일 전투를 위해서라도 한 번 물 보충을 해줄 필요가 있었다.
라파니에게 내용을 전달할 것을 지시한 밀크는 망루에서 내려다보이는 아래쪽을 확인했다. 린다와 칸젤라가 사이 좋게 대화를 나누며 경계를 서고 있었다.
[확인 끝났습니다.]
‘오. 그래? 어때 무슨 가호가 내려졌는지 알 수 있겠어?’
[예. 베라밀프님께서 따로 숨기신 것도 아니었고 밀크의 몸이 받아들일 때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했을뿐이니까요. 제가 힘을 좀 많이 썼답니다.]
‘어떤 가호인지 알려주겠어?’
[그럼 지금부터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베라밀프님의 여신상을 완성한 공로를 인정받아 총 세 개의 가호를 받았습니다. 이로써 업적 포인트를 달성하여 큰 스테이터스 포인트도 얻었고요. 포인트는 언제나처럼 제가 나름대로 분배를 해두었습니다.]
‘항상 고마울 뿐이지.’
[흠흠…. 감사한 말씀을…. 하여튼 첫 번째 가호는 ‘장인의 가호’입니다. 이제 그 어떠한 단계의 물건을 탄생시켜도 밀크는 다음 명작 이상 물건이 탄생할 때까지 대기 시간이 없어졌습니다. 물론 지금 가지고 있던 궁니르의 탄생으로 생긴 대기 시간 역시 사라졌습니다.]
‘그래?! 여신님께서 엄청난 특혜를 주셨구나.’
[다음 가호는 ‘대족장의 가호’입니다. 밀크가 이끄는 부족은 번식의 축복을 받아 앞으로는 큰 폭으로 부족의 수가 증가할 겁니다. 또 한 밀크의 손재주의 일정 부분이 다른 부족 원들에게도 적용되어 일 처리 속도가 보다 향상됩니다. 반대로 밀크는 부족원들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리고 그 부족 구성원이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능력이 강해집니다. 지금 밀크의 능력은 원래 능력치에서 약 1.8배 강화되었습니다.]
‘헉….’
대족장의 가호 이것으로 인해 밀크는 그저 손재주만 좋아 아이템의 성능을 빌려와서 싸우던 과거에서 벗어나 확실한 전력으로 활약할 수가 있었다.
다른 것을 떠나 무력하게 다른 이들이 죽는 것을 보지 않고 자신 역시 그들을 지키기 위해 싸울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물론 족장이라는 존재가 최전선에서 싸우는 것이 부족원들에게는 아슬아슬한 기분이겠지만, 족장이 되어서 어찌 가만히 있을 수만 있을까.
싸울 때는 싸워야 했고 지금은 바로 싸울 때였다. 그동안 약한 주인 때문에 그 힘의 반도 내지 못하던 궁니르가 드디어 자기 이름값을 할 시간이기도 했다.
[마지막 가호는 흠흠….]
‘뭔데 그렇게 뜸을 들이고 그래?’
[저 그게…. 이게 정말 좋은 가호이긴 한데 조금 많이 노골적인 가호이니 듣는동안 정신을 다잡아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말하지만 좋은 가호입니다. 남자라면 누구나 다 바랄 만큼….]
‘불안하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불안했다. 남자라면 누구나 다 바랄 만큼 좋은 가호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자지에 좋은 가호라는 것뿐이었다.
[마르지 않는 정력의 가호입니다.]
‘하…. 베라밀프님….’
아니 좋긴 한데 이게 정말 좋은 거긴 한데 상황이 좀 난감했다. 정력이 마르지 않으면 뭐하는가? 막상 전투에서 진다면 말짱 꽝인데. 그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루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원래 홀스타우로스는 한 번의 사정으로 대량의 우유를 뿜어내기 때문에 아무리 건강한 성인 남자라도 세 번의 사정이 한계입니다. 그것도 같은 홀스타우로스 여인의 질에 사정한 반동으로 생성된 모유를 체내에 받아들임으로써 급격하게 생성된 다음 우유를 밀어내는 행위를 더하여 3번이지요. 그래서 다른 종족과의 성행위에서 사정하지 않고 지구력으로 버티는 식으로만 오랫동안 섹스를 지속 할 수 있던 약점이 있었습니다. 괜히 구강성교라거나 손으로 해주는 애무에서 사정이라도 해버리면 그만큼 시간이 더욱 짧아졌죠. 하지만 이제는 그런 시간적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육회 이상 사정을 하여도 지치지 않을 겁니다. 다만….]
‘그렇겠지. 하루라도 성욕을 발산해주지 않으면 고환이 아주 그냥 터지려고 하겠지. 뭐….’
[뭐…. 적절한 비유입니다. 그래도 터질 일은 없을 겁니다. 다만 아침마다 온 방 안이 우유투성이라 치우는 고생이 더….]
‘오케이. 그만해도 될 거 같아. 충분히 알아들었어.’
[그래도 이 가호는 베라밀프님이 내리신 가호이기에 그 어떤 종족보다 홀스타우로스와 미노타우로스에게 잘 맞는 가호입니다. 특히나 남성의 우유가 더욱 귀한 홀스타우로스에게 말이지요. 가호를받은 우유는 잘 상하지않고 효능은 만드라고라와 비견될 정도로 영약이 됩니다.]
‘쉽게 말하면 100년 묶은 산삼?’
[지금은 그렇지만, 밀크님의 몸은 아직도 성장하는 중입니다. 후에는 천년 묶은 산삼과도 비견할 수 있겠지요. 체내에 받아들인 모든 생명체는 병에면역력이 강해지며 수명도 증가합니다. 무엇보다 마력을 엄청나게 많이 내포하고 있으므로 그 어떤 영약보다도 내부의 마력을 많이 상승시킵니다. 마시는 것만으로도 실력이 한 단계, 아니 두 단계는 상승할 겁니다.]
‘…….’
[참고로 체에 받아들이기만 하면 그 효과는 얻을 수 있고 특히나 성교 중에 질 내 사정이라면 더욱더 효과가….]
‘알았다. 알아들었어.’
“후….”
참 좋은 소식이긴 했는데, 이것 참 난감했다. 효능을 검사하기 위해서는 일단 확실하게 여성과의 성교를 나눈 것이 최고였는데 지금 이 난리 통에 그런 짓을 하기는 좀 그랬다.
그러나 그의 고민도 무색하게 망루로 올라온 시녀가 그의 등 뒤에 대고는 조용히 그에게 아뢰기 시작했다.
“대족장님. 오늘의 밤 상대분은 어떻게 할까요? 원래대로라면 오늘은 스물다섯 번째 부인분의 차례지만, 전투에 앞서 마을 후방으로 피신을 하셨기에 준비를 하려면 오래 걸리십니다. 이곳에 계시는 분 중 한 분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이 난리 통에도 참 홀스타우로스들을 한결같았다. 뭐 그녀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겠지만, 그럴수록 더욱 담담하게 행동을 해야. 모두가 그런 분위기가 전파되어 여전사들도 불안감 없이 싸울 수 있을 터였다. 난감했던 밀크에게도 도움이 되는 말이었다.
밀크는 다시 망루 아래쪽을 내려다봤다. 그곳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웃고 있는 칸젤라와 린다. 두 사람의 얼굴을 본 밀크는 아랫도리가 빳빳해지는 것을 느꼈다.
“저 두 사람으로 할게.”
“예. 준비시키겠습니다.”
시녀가 고개를 숙이며 망루를 내려가자 그의 머릿속에서는 루의 즐거운 것 같은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은 시간 되세요.]
‘시끄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