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0화 〉100화 성국의 만행 (100/177)



〈 100화 〉100화 성국의 만행

아인들 연합이 결성된 회의가 끝나자마자 작업의 막바지 작업을 처리하기 위해 밖으로 나온 밀크, 마을 중앙에 거대한 구조물이 하나 세워져 있었으니 그 크기가 10M나 되는 크기의 황금상이었다.

지금은 격벽을 이용해 주변을 가려두었기 때문에 마을 중앙에 거대한 무언가가 제작 중이라는 것만 어렴풋이 알 수 있을 이것이 황금으로 된 여신상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밀크와 제작에 참여한 대장장이들뿐이었다.

파티마를 비롯한 인간 대장장이들은 노예처럼 살아오던 자신들을 인간보다 더 대우해주는 밀크에게 완전히 마음을 열고 그에게 충성을 맹세하였다. 입이 여간 무거운 것이 아니었던 그들은 이 일에 대하여 철저하게 함구를 유지했다. 그것이 자신들을 과거에 관리했던 에스타 상단이라도 가차 없었다.

“전 할 말이 없습니다. 작업이 바쁘니 비켜주시죠?”

“중앙에 거대 건축물이요? 밀크님께 물어보세요. 전 그에 관해서 어떠한 답도 드릴 수 없습니다.”

“모르겠는데요? 죄송하지만 전 일이 바빠서 이만….”

“이거야 원….”

황금을 있는 대로 구해달라는 밀크의 요구. 이 세계의 황금이란 매장량이 풍부하지만 그다지 쓸데가 없는 미관상의 물질일 뿐이었다. 비싼 보석으로서의 가치는 오히려 루비보다 떨어지고 광석으로서의 가치는 죽은 자들의 기운을 억누르는 은보다 못한 애매한 광물

금으로 뭔가 작품을 만든다면 그 가치가 늘어나지만, 그냥 황금만으로는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바로 이 금이라는 광석이었다.

다만 미관상으로 보석을 대신하여 이 순수한 빛깔을 보고 수집하려는 사람들도 있기에 모양이 균일하고 이쁜 황금 덩어리는 생각보다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으나 불순물이 섞이거나 대충대충 모양이 형성된 것들은 매우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다.

이런 황금을 대량으로, 그것도 불순물이 섞이거나 모양이 찌그러지거나 볼품없는 금도 상관없으니 그냥 구해 달라는 밀크의 요청은 퍼슨에게는 당혹스러운 내용이었다. 안 그래도 요즘 들어 점점 아인들을 탄압하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는데 아무 도움도  되는 황금을 달라니 처음 그는 밀크가 미친 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런데 마을 중앙에 얼마 전부터 거대한 모양으로 올라간 저 격벽을 보니 지금까지 사들인 황금이 다 어디에 갔는지 대충 예상은 되었다.

다만 중요한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니 관련자가 아니면 격벽 안으로 출입할  없기에 궁금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질문하여 알아보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퍼슨의 질문에 시원한 대답을 해주는 이가 없었다. 믿었던 발렌 행수마저  질문만큼은 고개를 피하며 자신도 모르는 일이라고 할 뿐이었으니 밀크가 얼마나 철통같은 보안으로 진행하고 있는 일인지 밖에 알 수 없었다.

“하하하 당장 밝히면 부정 타니까 나중에 알려줄게. 대행수.”

슬슬 윤곽이 잡혀가고 있는 황금 여신상, 부정이 탄다는 이유로 그를 달랬지만, 퍼슨을 믿을지라도  휘하의 부하들까지는 믿을 수 없던 밀크는 완공이 될 때까지  내용을 숨기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첼슨 왕국의 사정은 좀 어때?”

“말도 마십시오. 저희가 만약 아인이었으면. 벌써 도망을 쳤을 정도로 아인에 대한 핍박이 도를 넘었습니다. 저희 상단에서 일하는 일꾼 중에 힘이 좋은 드워프들이 몇 있는데 이들도 아인이라는 이유로 잡혀가 고초를 겪을 뻔했습니다. 평소 왕국의 일에는  관심이 없으시고 이윤을 목적으로 움직이는 상단주님도 이번 일에는 불같이 격노하시어 왕국에 불만을 제기하고 당장 이 무도한 관련자를 모두 처벌하라고 성토를 했지만, 왕국 간의 협의가 이뤄진 일이니 상단은 왕국에 일에 간섭하지 말라는 교지를 받고 하는 수 없이 꼬리를 내리고 말았습니다.”

“교지라….”

“원래는 국왕 폐하의 직인이 찍힌 교지가 내려와야 했지만. 오늘내일하고 있는 폐하를 대신하여 1 왕자가 권력을 휘두르는 중입니다. 이번에 헤베나 성국의 성기사들이 오면서 힘의 균형이 완전히 그에게 기울었기 때문이죠. 결국, 1 왕자가 자신의 권력에 도움이 되는 성기사들의 뒤를 봐주고 있는 겁니다. 이번 교지를 받으며 저희 상단은 왕국 내부에서의 거래에 불이익을 받게 되었습니다. 상단에게 먹여지는 세금을 따로 높여버리고 모든 품목을 왕국의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거기에 아인들과 관련된 모든 물품을 전부 압수당했습니다. 투창이야 인간 대장장이의 작품이라고 속여서 살아남았지만, 홀스타우로스의 젖과 치즈는 모두 몰수당했습니다.”

“이런…. 말 그대로 아인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부정하고 탄압할 셈인가….”

“아닙니다. 헤베나 성국은 아인들 그 자체를 자신들보다 아래로 생각하고 노예로 삼거나 말을 안 들으면 죽여 없애 자신들의 교리를 널리 퍼트리는 것이 목적이지 아인들이 만들거나 그들의 손이 닿은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이 만든 것도 돈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짜내면 짜냈지. 파기할 위인들은 아닙니다. 이번 성국의 행동에 같이 호응하여 1 왕자가 일부러 이러한 일을 벌인 겁니다. 평소에 계속해서 압력을 해왔던 후원 문제를 칼같이 잘라 무시하던 저희 상단주에 대한 보복절차라 봐도 무방하죠. 아마 그에게 들어간 젖과 치즈는 그를 따르는 귀족들에게 적절히 분배되었을 겁니다.”

“저번 구호 때 왕국 시민들을 대거 살린 상단에게 이런 대우를 하다니…. 첼슨 왕국의 장래도 매우 어둡네…. 상단주는 어때?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

“이번 제제가 들어온 것은 에스타 상단이라는 이름을 가진 모든 거래에 관해서입니다. 결국, 상단주님은 절 비롯한 몇몇 행수만 주변에 두고 나머지 행수들은  개인 상단으로 분리해 주셨습니다.  거대한 에스타 상단이 이젠 사분오열로 분리되어 작은 상단이 되고 말았죠. 지금은 자리를 보전하고 계시기만  뿐 매일 아침 경기를 일으키며 깨어나실 정도로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십니다.”

“그럼 앞으로 거래를 유지하기 힘들까?”

“족장님이 부르시면 언제든지 달려가야지요……. 다만 지금까지 해왔던 거래를 완전히 이행하기는 힘들 겁니다. 상단 자체의 힘도 적어졌고 거래권도 대부분 사라져서 구할 수 있는 물건도 적어졌습니다. 또 얼마간 젖과 치즈의 유통도 힘들 겁니다. 아마 시중에 나오자마자 바로 압수부터 당할 테니까요.”

“당분간은 데빌베어의 가죽과 썬더버드의 부리, 깃털, 그리고 다이어 울프의 이빨과 가죽으로 버티는 수밖에 그나마 마수들의 부산물이 마을에 많아서 다행이야. 그걸 최대한 넘겨줄 테니까 상단을 최대한 살려봐 지금가지 큰 도움을 주었으니 이젠 내가 도와줘야지.”

“정말 감사한 말씀입니다. 상단주님께 전하고 조만간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 상단주님께서도 이젠 밀크님을 알고 계십니다.”

“자네가 말한 건가?”

“예…. 아무래도 상단주님의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라 그분의 걱정을 좀 덜어 드리기 위해 제가 계약을 어기고 족장님의 정체를 밝혔습니다.”

“아니 문제가 그렇게 되었다면 하는  없지. 그렇게 하라고 다음에 올 땐 상단주도 대동하고 와 인사를 나누어서 나쁠 건 없지. 혹시 왕국의 탄압이 계속된다면 상단의 위치를  마을로 바꾸는 것도 한  생각을 해봐.”

“상단주님께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여하튼 이번에 가져온 황금은 여기 두고 가겠습니다. 가격이 싼 녀석들로만 가져와 죄송할 따름입니다.”

“누누이 설명하지만, 황금의 질은 그리 상관없어. 싼 거로 골라다 준다면 차라리  좋지 양이 많아지니까. 지금까지 고마웠어. 황금은 이제  필요 없으니 다음부터는 식료품에 좀 더 많은 신경을 써줘. 헤베나 놈들이 냄새를 맡은  같아. 아마 이곳이 밝혀지는 건 시간문제일 테니 식량을 최대한 많이 갖춰 두어야 해.”

“그 문제라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식료품에 대한 것은 저희가 아직 꽉 잡고 있습니다. 그럼전 돌아가 보겠습니다.”

“고생해.”

헤베나 성국의 등장과 함께 왕국의 다음 대 왕권을  다툼도 점점 심화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외모 말고는 남는 게 없지만, 장자라는 이점을 가진 1 왕자와 아비의 모든 것을 전부 물려받았으나 둘째라는 단점을 가진 2 왕자가 팽팽한 접점을 벌였다. 하지만  힘의 관계가 점점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외세의 힘을 얻긴 했지만, 결국 그것도 정치력으로 보면 헤베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프레임이 되기에 1 왕자의 힘은 엄청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반대로 선왕의 모든 것을 물려받았지만, 내부의 힘 외에는 믿을  있는 것이 없던 2 왕자는 점점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왕자와 4 왕자가 상황을 보니 이대로는 자신들도 1 왕자에게 말릴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2 왕자의 밑으로 붙어 각자의 자리를 약조 받으며 1 왕자와  왕자가 대립하였지만, 그래도 결국 장자라는 너무도 굳건한 이유로  사람이 밀리는 형국이었다.

그런 거대한 힘을 가지게 된 1 왕자가 자신에게 힘을 실어준 헤베나의 성기사들을 싸고돌고 있으니 그야말로 지금의 현실은 아인들에게 고통의 시절이었다.

*****

“당장 그만두세요! 감히 첼슨 왕국의 귀족가에 와서 이게 무슨 행패입니까!”

카랑카랑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맑고 고운 목소리지만, 화가 단단히 나 찢어지는 고음이 들려오니 제법 매서웠다.

레이나 반돌프가 운영하는 아인들의 공방에 때아닌 성기사들이 들이닥쳐말 그대로 난장판을 벌이고 아인들을 포박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말은 조사라고 하지만, 레이나는 알고 있었다. 이렇게 끌려간 아인들은 노예가 되거나 죽는 것이 아니면 다시 세상으로 나올  없다는 것을….

“죄송하지만 이것은 왕명으로 이미 문제가 없습니다. 저희는 아인들을 체포할 권리가 있으니 방해하지 마십시오. 만약 계속 방해를 한다면 귀족이라도 즉결 처분하라는 내용도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제가 소유한 노예입니다! 감히 귀족의 소유인 노예를 함부로 잡아가겠다니. 이건 귀족에 대한 모독입니다! 당장 그만두세요! 그러지않으면 정식으로 이 일을 왕국에 고발할 겁니다!”

주변의 이목을 속이기 위해 반돌프 상회에서 일하는 아인들과 레이나가 보호하는 모든 아인들은 모두 그녀의 노예로 등록되어 있었다. 이는 혹시 아인들에게 피해가 와도 남작이라는 귀족의 힘을 이용해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둔 것이었다.

지금도 귀족의 노예를 함부로 하는 것은 그 귀족의 재산에 피해를 주는 행위이기 때문에 목소리를 높힐 명분이 된 것이다.

귀족으로서 고발 조치를 한다는 말에 제아무리 간이 큰 성기사라 할지라도 멈칫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성기사들의 앞으로 나선 여자 성기사. 쥴라가 레이나를 냉혹한 얼굴로 바라보더니 대뜸 그녀의 뺨을 쳐올렸다.

“꺅!”

이젠 투구를 쓰지 않고 갑옷도 토시와 무릎 보호대 정도만 착용해도 트라우마에 시달리지 않게 된 그녀는 쥴라의 돌발행동에 반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뺨을 맞았고 그 자리에 쓰러지듯 주저하지 않고 말았다.

뺨이 부풀어 오른 레이나는 입가에서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중무장한 성기사, 그것도 건틀릿을 낀 손으로 뺨을 때렸으니  충격이 여간 대단할 것이다.

“남작 나부랭이가 감히 우리 성기사들을 우롱하는가! 비키지 않으면 여기서 즉결 처형이다!”

스릉!

칼을 뽑아  쥴라는 레이나의 목에 칼을 대고 아인들에게서슬 퍼런 소리로 말을 전달했다.

“이곳에 아인들은 모두 헤베나 성국이 추적하는 흉수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간악한 자들이다. 만약 너희가 알고 있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 준다면 모든 죄를 사하고 노예가 되는 것으로 벌을 국한해 주지.”

왕국에서 아인들을 모조리 잡아 헤베나로 보내거나  자리에서 즉결 처형을 통하여 자신들의 교리를 세우려는 성기사들, 아는 것이 없는 아인들은 입을 열 수 없지만, 자신들의 주인이자 고통받던 삶에서 자신들을 구해준 레이나의 위기에 대항하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모른다면 하는  없지. 여기서 본보기로 몇 마리 죽이는 수밖에.”

“그만! 그만둬! 그들에게 해를 입히지! 아악!!!”

자리에서 일어나 쥴라를 말리려던 레이나는 쥴라의 발길질에 가슴을 얻어맞았다. 그의 기치지 않고 쥴라는 쓰러진 레이나의 배를 발로 밟아 짓이기듯 누르며 그녀에게 고통을 주었다.

“아악!!!”

“적당히 해라. 최하위귀족 주제에 꼴에 귀족이라고….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대들다가 정말 죽는 수가 있다.”

레이나는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그녀가 깨어난 뒤에 보인 참상은 죽어 나자빠진 몇몇 가족과도 같았던 아인들의 시체와 이미 모두가 끌려가 텅텅 비어버린 작업장의 모습이었다.

“아…. 아가씨….”

레이나를 간호하던 집사는 그녀가 침대에서 일어나자 걱정이 돼서 밖으로 따라 나왔다가 서릿발보다 차가워진 그녀의 얼굴에 얼어붙어서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마차 준비해요. 집사…. 족장님께 갈 거니까.”

“예….”

“상단을 정리합니다. 모든 돈을  털어서 무기와 식량을 사서 갈 겁니다.”

“아가씨?!”

“복수해 주겠어….”

손이 으스러지라고 주먹을 쥔 레이나, 그녀의 손바닥을 손톱이 파고 들어가 핏물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그녀가 바라보는 곳에 쓰러진 가족들, 죽어서도 억울해 눈을 감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레이나의 분노가 조용히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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