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화 〉97화, 칸젤라
칸젤라와 밀크가 같이 서 있으니 마치 어른과 아이가 서 있는 느낌이었다. 밀크의 키가 작은 것도 한몫했지만, 오거의 키가 크다는 것도 충분히 이유가 되었다.
밀크의 질책에 그녀는 잠시 멈칫하는 듯하다가 그 자리에 쓰러지듯이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런데도 그녀는 밀크를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지금 그런 건 상관없어 보인다. 참고 있던 눈물이 흘러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기에….
“나, 나는…. 나는…. 패배자야…. 패배한…. 아무것도 없는…. 나는, 아아….”
겉으로 내세웠던 강한 이미지가 박살이 난 그녀는 너무도 무력해 보였다. 밀크는 이 질책으로 그녀가 정신을 차리길 바랐지만, 그의 질책이 오히려 그녀의 정신을 완전히 부수어 놓은 모양이었다.
흔들리는 동공, 그리고 머리를 싸잡고 격하게 흔드는 행동. 점점 붕괴가 진행되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차라리 이대로 마음껏 우는 것이 그녀에게 더 도움이 되리라 판단한 밀크는 그녀의 팔을 살며시 내려주고는 이마를 마주쳤다.
그대로 몇 분이고 같이 시간을 보내준 그는 흐느끼는 소리가 점차 멎는 것을 확인하고 그녀와 이마를 떼어냈다.
동공에 힘이 전혀 없이 멍한 표정이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눈은 밀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의식까지 날아갈 정도로 붕괴하지는 않았다는 뜻, 그녀의 정신이 아직 온전하니 밀크는 바로 그녀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가요. 더러워진 몸부터 씻어요. 개운하게 씻고 나면 기분도 한결 나아질 거예요.”
“…….”
얌전히 자신을 따라오는 그녀를 본 밀크는 앞을 향해 나아갔다. 그가 도달한 곳은 혼자 사용하기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크기의 욕조와 그 안을 가득 채운 물이 있는 욕실이었다.
욕실로 들어오자 잠시 칸젤라의 표정이 살아나는 듯싶었지만, 그도 잠시 다시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와 삶의 희망이 없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신기함이 잠시 그녀의 관심을 끌었지만, 그것은 그리 큰 역할을 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거기 앉아봐요.”
“음.”
대리석으로 된 매끈한 바닥에 그대로 앉아버리는 칸젤라, 뭐 어차피 그녀를 위한 의자는 따로 준비되어 있지 않으니 상관없었다. 정신적으로 충격이 심해 많이 무방비해 보이긴 하지만, 전신의 근육들이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면 또 그렇지도 않았다.
대야에 물을 떠 온도를 한 번 점검하니 온도는 괜찮았다. 천천히 어깨부터 물을 부어 그녀의 더러워진 몸을 씻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몸집이 클 뿐 그녀도 지금까지 밀크가 상대해왔던 여인들과 다른 점은 없었다.
철갑처럼 옴 몸을 감싸고 있는 근육들도 보기에는 단단해 보였지만, 물을 뿌리고 더러운 것을 씻겨주기 위해 손으로 문지를 때면 단단함에 숨겨져 있던 탄력적이고 여인의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살결이 느껴졌다.
“팔 들어봐요.”
“후우….”
뜨듯한 물이 몸을 씻겨 내려가니 그녀도 기분이 좀 편안해 지는 모양인지 입에서 절로 숨결이 흘러나온다. 밀크의 말에 따라 얌전히 팔을 들어 올리는 그녀의 겨드랑이 쪽으로 물을 흘려 보냈다.
야성적인 이미지에 비해 겨드랑이는 매끈하기 그지없었다. 물을 흘려보내며 손으로 겨드랑이부터 옆구리를 문지르다니 역시나 이쪽에서는 반응이 조금 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고집이 있는 건지 반응을 보이지 않으려고 참는 듯했다.
반대쪽도 똑같이 물로 씻겨준 뒤 양 다리, 그리고 목을 지나서 등으로 향하였다. 상처가 많은 등, 이것은 그녀가 지금까지 한 종족의 우두머리로 있으면서 종족을 지켜왔음을 알려주는 진귀한 상처다.
상처가 물로 씻겨나갈라. 조심하면서 등을 쓸어내리듯 씻겨낸 밀크는 그녀를 엎드리게 한 뒤 엉덩이도 빠지지 않고 물을 사용해 씻겼다. 엉덩이 사이의 항문 쪽을 닦을 땐 흠칫 꺼리는 것이 눈에 띄게 느껴져서 피식 웃음이 나와 버리기도 했다.
남은 건 대망의 가슴부터 사타구니로 이어지는 앞부분, 역시나 이쪽까지 그녀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의 손길에 따라 얌전히 움직였다. 대리석 바닥에 천장을 보고 누워 있는 그녀의 위로 올라간 밀크는 물을 흘려보내며 천천히 그녀의 몸을 씻겼다.
작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녀의 가슴, 다른 여인들에게는 없는 탄력적인 가슴은 밀크의 손길에 크게 모습이 망가지지는 않지만, 역시 몸집의 차이 때문에 한 손에 다 잡히지 않아서 넓게 만지는 느낌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유두만큼은 확실히 도드라지고 크기도 커서 작은 손잡이처럼 잡고 문지르자 역시나 유두가 빳빳하게 서기 시작했다. 아닌게 아니라 그녀도 밀크의 손길을 받으며 기분이 좋아지고 있던 것이다.
“끝났으니까. 일어나서 들어가요.”
“응.”
이젠 대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이 된 그녀는 밀크와 함께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혼자 사용하기에는 크지만 역시 오거와 함께 들어가니 욕조의 반이 차버리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물이 흘러넘쳐 대리석 바닥을 적시지만 미리 만들어 둔 하수로를 통해서 빠져나가 물이 넘쳐 욕실 밖으로 나가는 사고는 없었다.
욕조에 들어간 밀크는 칸젤라의 위에 앉아 있었다. 말 그대로 그녀의 탄탄한 허벅지 위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 그녀의 허리를 반쯤 감으며 얼굴은 편하게 그녀의 가슴에 기대고 더운 물의 온도를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족장님.”
“네?”
“솔직히…. 방금 나 애무한 거지?”
“네-”
부인하지도 않고 숨기지도 않는 그의 당당함, 그리고 뻔뻔함에 칸젤라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웃었다. 참 위험한 남자라는 인식, 그래도 이런 위험한 남자의 아래에 들어갔으니 천만다행이라는 생각도 절로 들었다. 적어도 적으로 만난일 없는 거 아닌가.
“솔직히 오거를 좋아서 취하는 종족은 거의 없어, 대부분 납치를 당해서 억지로 교미를 하게 되지. 그런데 족장님은 참 취향 특이하군. 나 같은 근육 덩어리가 뭐가 좋은 거지?”
“약해진 여성을 보는 남자의 마음은 다 같아요. 지켜주고 싶고 내가 보호해 주고 싶다. 물론 칸젤라는 여자보단 용사로 불리고 싶겠지만, 어쩌겠어요. 나에게는당신 또한 여자인데.”
“하…. 하하하…. 말 한 번 이쁘게 하네…. 근데 정말 그 말 내 가슴을 후벼 파는군. 좋은 느낌으로 말이야.”
“그리고….”
말을 하던 밀크는 그녀의 가슴, 정확히는 유두를 손으로 잡고 살살 문질렀다. 그러자 그녀의 유두는 다시금 빳빳하게 솟아오르기 시작했고 그녀의 볼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뿌리칠 수 있었잖아요? 지금도 그렇고.”
“그랬지 그랬어.”
“왜 안 그랬을까요?”
“그건….”
선뜻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밀크는 조용히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우리 둘뿐이에요. 그러니 말해도 돼요.”
그의 말을 들은 칸젤라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손길에 달아오른 숨결을 달콤하게 뱉으며 마음속에 숨겨둔 말을 하였다.
“기대고 싶어서…. 그냥…. 그러고 있으니까 한결 기분도 나아지고 처음 겪어보는 기분을 느꼈어. 그래서 그 기분을 좀 더 오래 느껴보고 싶었어,”
“솔직한 당신의 모습이 참 좋네요. 가식이 없고 내숭도 없죠. 그게 여자로서의 무기를 스스로 포기하는 걸지라도 나에게는 아주 아름다워 보이네요.”
“미안…. 그렇게 어려운 말은 칭찬이라기보단 비꼬는 거로 들려.”
“당신은 아름다운 여자입니다.”
“읏….”
직구로 들어온 밀크의 말이 그녀의 뇌리에 확실하게 각인 되었다. 오거에게는 역시 미사여구를 전부 뺀 진실한 말이 더욱 효과적인 듯했다.
남자를 교미 이상의 의미로 생각하지 않았던 그녀였던 지라 밀크의 이런 대응은 정말이지 가슴을 계속 쿡쿡 찔러오는 최고의 공격이었다. 이러다가 잘못되는 건 아닌지, 처음으로 느껴보는 두근거림과 설렘에 그녀는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흥분하고 있었다.
“후…. 후…. 정말이지 두근거리게 하긴.”
그것은 이 뜨거운 욕탕의 기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녀의 가슴에서 고개를 땐 밀크, 그리고는 그녀의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올린다. 거기서 눈이 마주친 둘은 가만히 서로의 눈만 바라보면서 말 없는 눈의 대화를 나누었다.
붉게 타오르는 듯 영롱한 눈동자, 그러나 그 안에 숨겨진 내면의 여성상, 그것을 확인한 밀크는 그대로 그녀의 유두를 비틀어 잡으며 강하게 압박했고 칸젤라의 표정이 일그러짐과 동시에 몸이 흠칫하면서 크게 떨려왔다.
“응큭!”
“후후 그 반응 좋네요. 좀 더 보여줄래요?”
“하아…. 하아…. 날 가지고 놀다니…. 대단한 용기로군 족장님.”
“여유 부릴 때가 아닐 텐데요?”
꽈악!
다시 한번 그녀의 유두가 비틀어졌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나 그녀의 입을 비집고 흘러나오는 신음이 참으로 달콤했다.
“응! 크으…. 하아…. 익숙하지 않은 상황인데…. 왜 기분이….”
“기분 좋죠? 남자를 상대하는 건 처음이 아니겠지만, 이렇게 당하는 건 처음일 테니 새로운 기분이죠?”
“하아…. 하…. 쉴 새 없이 떠드는군…. 어디 계속해봐 별거 아닌 큭!”
고집은 있어서 느끼는 것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런 것에도 오거 특유의 지기 싫어하는 기질이 발휘되는 것인가? 뭐가 되었든 아까의 우중충한 얼굴에 비해 많이 좋아진 모습을 보니 이젠 좀 더 과감해 져도 괜찮을 듯싶었다.
밀크는 그대로 그녀를 향해 돌아서 앉았다. 복부에 자신의 배를 대면서 밀착하는 자세였는데 얼굴이 정확히 그녀의 가슴 사이에끼워졌다. 그 상태로 양손으로 가슴을 마구 주물럭거리며 자신의 얼굴에 가슴을 치대니 생각보다 몸집이 커서 작은 가슴으로도 충분히 자신의 얼굴을 반쯤 덮는 모양이 나왔다.
“이런 자세에 무슨 의미가…. 있…. 흑! 아…. 응큭!”
별거 아니라 생각했던 자세에서느껴지는 음욕의 끈적하고 온 몸이 녹을 것 같은 애무에 칸젤라는 말하는 것도 그만두고 신음을 참아야 했다. 조금 더 편하게 시원하게 지르면 좋으련만 계속 들려주기 싫다는 듯 감질나게 참는 소리만 내고있으니 어찌보면 이런게 좀 더 밀크를 흥분시키기도 했다.
‘내가 오기로 꼭 오늘 함락시킨다.’
계속 강인한 모습을 유지했으면 모를까. 한 번 약점을 들어낸 먹잇감을 그냥 두고 볼 밀크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이 강인한 신체의 오거라면 당연히 그의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냥 아래로 들어와서 명령을 따르는 것과 몸도 마음도 정신도 모두 함락되어 따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니까.
그리고 조금 핑계이긴 하지만, 오거의 인원이 적으니 밀크의 좋은 씨로 그녀를 임신시키면 오거의 수도 늘어나고 그렇게 늘어난 오거는 바로 밀크 부족의 좋은 일꾼, 전력 뭐가 되었든 힘이 될 터이니 어디까지나이 행위는 부족 강화의 일환이었다.
찰지게 반죽을 하던 그 가슴 중앙에서 얼굴을 빼낸 밀크는 중앙으로 유두를 모아버린 뒤 입을 크게 벌려 그것을 한 번에 물고 있는 힘껏 빨아들인다. 도톰하면서도 말랑한 유두는 입에 차오르는 식감이 보통 이상이었다.
“하오…. 옷! 으읏…. 하…. 킁!!!”
마지막은 확실히 소리가 컸다. 참다가, 참다가 결국, 한 번 크게 터져 나온 느낌. 자기가 발하고도 놀란 눈치로 입을 앙다물어 버리지만, 메아리가 울릴 정도로 크게 울린 그 비음은 이제 숨길 수 없었다.
“오거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홀스타우로스 남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고요. 충분히 알려드릴게요. 이 몸에 확실히 새겨질 때까지.”
“조, 좋을 대로 해봐. 족장님 명령은 절대적이니까. 날 원한다니 어쩔 수 있나- 하하….”
스스로 원하는 듯하지만,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모습에 아직 교육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은 밀크였다.
뭐 이렇게 강직하고 튕기는 맛이 있는 여인도 있어야 하는 맛이 있달까? 요즈음 확실히 주변에는 자신에게 빠진 여자들뿐이라서 물들여 가는 맛? 이란 것이 모자라 뭔가 부족하긴 했었다.
그러는 와중에 강인함 속에 약함을 간직하여 보호 본능을 자극해 버린 여인이 나타났으니 밀크로서도 이건 몸이 달아오르지 않고 배기지 못하였다.
예정에는 없었으나 이미 시작한 일이니 확실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 주도권을 가져왔으니 앞으로는 이것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유두는 민감해 보이긴 하지만, 계속 한 곳만 자극하는 것은 너무 하수같으니 슬슬 방향을 바꾸기로 한 밀크, 그녀의 하복부에서 찰랑거리는 욕조의 물에 반쯤 얼굴을 묻은 뒤 선명하게 자리 잡은 복부의 근육에 혀를 대고는 천천히 타고 올라오면서 그녀의 복근을 간질였다.
그리고는 점점 타고 올라가 그녀의 가슴 중앙에 물줄기로 이루어진 길을 내었고그리고도 밀크의 얼굴을 계속 위로 올라갔다.
그녀의 허벅지를 밝고 선 터라 앉아 있는 그녀의 얼굴과 정확히 마주 보는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었고(밀크가 가벼워 이렇게 서 있어도 그녀에겐 별 무리가 가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과 마주한 순간 내밀었던 혀를 그녀의 입속으로 쏙 집어넣으며 그대로 키스를 이어 나갔다.
놀란 표정의 그녀는 작고 여린 밀크의 혀가 들어오자 그것을 어쩌지도 못하고 당황하여 꼿꼿하게 굳어버렸고 그것은 그야말로 그의 혀가 활개 칠 무대를 만들어 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