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5화 〉95화, 첼슨과 헤베나의 연합 (95/177)



〈 95화 〉95화, 첼슨과 헤베나의 연합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가 다가옴에 따라 서서히 가을의 추운 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언덕을 넘어가는 대단위의 군세가 보였고 그러한 군세의 중앙에는 갈색의 살결을 가진 여인들의 구슬픈 소리가 끊어지지 않고 있었다.

사람 10명은 들어갈 크기의 거대한 마차가 험난한 언덕을 올라온다. 그런데 그런 마차를 끌고 있어야  중요한 말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웬 벌거벗은 몸의 근육질 여성들이 마차에 묶여 열심히 마차를 끌고 있었다. 하나같이 갈색 피부를 가진 2M가 우습게 넘어가는 체구를 가진 오거들이었다.

속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그들의 버릇을 고치려는 것일까? 마부석에 앉은 마부가 오거 여인의 상처 가득한 등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채찍을 휘둘러 상처를 주었다.

“으믐!!!!!!”

입에 재갈이 물린 오거든 억눌린 신음을 흘리며 채찍을 맞지 않기 위해 열심히 발을 놀렸다. 겁에 질린 표정은 둘째 치고 얼마나 혹사를 당했는지 몸은 상처투성이고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해 발은 찢어지고 등은 채찍에 당한 상처 때문에 피가 흘러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흥! 엄살 피우긴,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더 심한 벌을 내려주마.”

마부의 말에 오거는 호전적인 싸움꾼이라는 그 별명까지 잊게 할 만큼 겁에 잔뜩 질려 발을 빠르게 놀렸다.

“하여튼, 이 멍청하고 천한 아인들은 매를 들어야 말을 듣는다니깐?”

“나오셨습니까. 단장님!”

마부석 뒤의 천막을 걷어내며 얼굴을 밖으로 내민 남자의 목소리에 마부는 뒤로 돌아서 짧게 인사했다. 그러자 얼굴을 내민 남자는 관심 없다는 듯 무심하게 손을 휘휘 저으며 대답하였다.

“됐다. 인사보다 마차나 잘 몰아. 그러다 돌부리에 걸리면 네가 책임을 질 테냐?”

“설마요- 이년들도 자기 목숨 걸릴 일인데 그렇게 멍청한 짖은 저지르지 않을 겁니다. 아무리 아둔한 아인들도 자기 목숨이 걸린 일이면 필사적이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그래도 아인을 믿다니 그 생각은 고치도록. 우리 신성 왕국의 신민에게 필요치 않은 생각이다.”

“예! 단장님!”

싸늘하게 대답한 단장이라는 남자는 그대로 다시 천막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와 함께 펼쳐진 마차 안쪽의 상황, 내부를 장식하고 있는 고급스러운 원단과 성스러운 문양의 그림들, 그리고 그런 그림 앞에 전시라도 된 것처럼 사지가 결박당하여 알몸으로 묶여 있는 서큐버스 네 명

그녀들이 결박을 풀기 위해 힘을 쓰려고 하면팔목에 감긴 수갑이 반응하여 신성한 빛을 흩뿌려 서큐버스들의 힘을 억제했다. 그러자 서큐버스들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잠잠해졌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군, 파빌로님의 신성한 힘이 담긴 그 수갑이 채워져 있는 한 너희 반 마족 아인들은 힘을 사용할 수 없다! 하여튼 아인 놈들은 멍청하기 짝이 없군.”

짝!

그리고선 아무 거리낌 없이 묶인 서큐버스의 뺨을 사정없이 올려친다. 붉게 물든 뺨으로 앙칼진 눈빛을 한  그를 노려보는 서큐버스지만, 남자의 두 번째 손찌검이 있자. 얌전히 고개를 숙였다.

“아인들은 그저 우리 인간에게 복종하면 되는 거다. 멍청하고 우둔한 너희가 살아가는 방법은 그것이 유일한 길이자. 조만간 도망친 네년 들의 우두머리도 곧  아래 무릎 꿇려  테니 조금만 기다려라.”

남자의 말이 끝나자 마차가 멈추었다. 그리고 그가 탄 마차의 문이 살짝 열리면서 냉혹한 얼굴을  여성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뒤 그에게 아뢰었다.

“단장님. 도착했습니다.”

“그래. 1왕자는 마중 나왔나?”

“네.”

“가지.”

마차를 나선 남자는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 누군가의 앞으로 나아갔다. 그를 호위하는 병사들은 모두 병사라곤 생각되지 않는 흰색의 로브를 입고 있었으며 어딘지 모르게 경건한 신앙심이 물씬 풍겨 나오고 있었다.

그런 남자의 앞으로환영의 인사를 하며 나타나는 새로운 남자, 귀티가 흐르고 붉은색과 금색으로 이루어진 화려한 망토를 두른 미남자였다.

“하하하 환영하오. 첼슨 왕국의  1왕자인 루크렌 첼슨이오. 신성 왕국 헤베나의 가장 강력한 금의 성기사단을 이끄는 기사단장 파달로크 헴슨의 명성은 내 익히 들어왔지. 만나서 정말 영광이오. 단장.”

입을 열기 전까지는 귀티가 자르르 흘렀는데 입을 여니어딘가 모자란 느낌이 물씬 풍겨오는 경박한 남자였다. 그런데 그런 남자의 정체가 왕권 계승을 위해 다른 왕자들과 한창 실랑이가 끊이지 않은 소문의 첼슨 왕국 1왕자였다.

그의 앞에 선 성기사단장 파달로크는 잠시 그 경박한 목소리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옆에 있는 부관으로 보이는 냉혹한 표정의 여성이 그의 팔을 살며시 찌르자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을 풀고 가식적인 미소와 함께 그를 대했다.

“저도 영광입니다. 왕자님. 대대적인 아인 토벌하는 도중  수괴 놈들이 이리로 도주한지라. 예의에 어긋남에도 이리 군사를 끌고 이동했습니다. 왕자님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수괴 놈들을 잡을 수 없었을 텐데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하하하- 이를 말인가. 앞으로 신성 왕국 헤베나가 날 지지해 준다는데 내가 이런 조금의 수고도 하지 않고 입을 싹 닫을  없지. 왕국에서 행동하는 동안의 모든 지원은 내가 전폭적으로 해주겠소. 그러니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수색을 하시오. 아무렴! 반 마족 아인들은 박멸 해야지. 우리 왕국에는 왕국의 시민인 아인들도 있으니 그들에게는 큰 위해를 끼치지 마시오. 아무리 어둔하고 멍청한 아인이라도 왕국의 비호를 받는 시민이라면 말이 다르지 않소.”

“이를 말입니까. 당연한 말씀입니다. 다만 저희의 수색을 방해하는 무리라면 이야기가 또 달라지겠지만 말이지요….”

“아! 그런 자들은 내 상관하지 않을 테니 마음대로 처리하시오. 뭐- 피가 흐르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 그래도 아인들의 피라면 나도 그리 신경 쓸 이유는 없지. 파빌로님의 은총이 함께 하기를.”

“함께 하기를.”

왕자가 선창하자 파달로크를 더불어 그의 옆에 있는 부관과 다른 모든 병사가 함께 그것을 따라 했다. 첼슨 왕국의 1왕자, 그는 독실한 헤베나 성교의 신자이면서 이번 왕위 결정에 외세의 힘을 끓어들인 자였다.

아버지인 선왕의 모든 피를  짖게 물려받은 사람은 바로 2왕자였다. 언제나 그에게 힘으로도 실력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밀리던 1왕자는 자신의 힘을 키우기 위해 인재를 모으고 외세의 힘을 빌려 힘을 키웠다.

헤베나가 전격적으로 아인들을 공격하여 그들을 죽이거나 노예로 만드는 일이 시작되고  그  번째 대상이 된 오거와 서큐버스의 우두머리가 자신들의 왕국으로 도망쳤다는 것을 전해 들은 1 왕자는 이번 일을 이용하여 헤베나의 도움을 더 끌어올 기회로 여겼다.

헤베나에서는 병사 천, 그리고 금의 성기사단 오백과 그를 이끌 수장인 파발로크와 그의 부장인 성기사 이올라가 파견되었고 1 왕자는 그 외세의 군세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왕국으로 불러들여 성대하게 맞이했다.

외세의 힘을 끌어들인 형국이지만, 이로써 2 왕자의 입지가 높아지긴 했지만, 힘의 균형추는 완전히 1 왕자에게 기울었다. 수색 작전이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지만, 그동안  왕국에 있는 성기사단의 무력은 1 왕자의 힘으로 작용할 테니 말이다.

그로부터 첼슨 왕국 곳곳에서 아인들이 폭력에 휘말려 다치거나 목숨을 잃고 잡혀 들어가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 죄명이 너무 확실하여 사람들에게는 그리 크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사건은 과거의  사건으로 인해 첼슨 왕국에게 정나미가 떨어진 한 상단에 의해 밀크의 귀에 들어오게 되었으니. 그것은 바로 에스타 상단의 대 행수 퍼슨이었다.

“첼슨 왕국에 들어왔단 말이지?”

“예…. 그래서 홀스타우로스족도 몸을 좀 사리시라고 말씀드리러 왔는데…. 그 목표가 되는 분들이 여기 계실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퍼슨은 첼슨 왕국으로 들어와 아인이라면 닥치는 대로 잡아 드리고 조사를 하기 시작하는 헤베나 왕국의 행태에 어이가 없어 시간을  이리로 달려왔다.

밀크 역시 아인이나 잘못하면 마을이 통째로 공격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주의를 시키러 왔는데 웬걸 이곳에 저 헤베나 왕국이 찾는  우두머리가 있을 줄이야. 그의 명석한 머리로도 이건 두 세력의 무력 충돌로 이루어질 공산이 컸다.

“마을의 위치는 저희 상단을 빼면 아무도 모릅니다. 물론 렘톤 마을 사람들이 입을 열 가능성도 있지만, 저희 상단이 돈을 써서 최대한 억제할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그것으로는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습니다.”

“나도 알고 있어. 놈들이 여길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 최고의 결과지만, 그럴 리가 없지. 아주 작정하고 둘을 찾고 있는 거 같으니까.”

“그놈들….”

“후….”

오거 용사 칸젤라도 서큐버스 퀸 릴리핀도 얼굴에 살기를 띄우며 대상의 이름을 곱씹었다. 도대체 그 인간이 누구기에 이러는 건지 밀크는 감이 잘 오지 않아 퍼슨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성기사 단장 파달로크?  인간이 대단한가?”

“실력도 실력이지만, 일단 신성력이 대단합니다. 헤베나 왕국의 모든 신도를 통틀어서 으뜸이지요.  정도의 신성력이면 마족의 후예든 아니든 손쉽게 상대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검술 실력마저 수준급이니 괜히 금빛 성기사 단장이 아니지요.”

“저번 싸움에서도, 우린 녀석 때문에 큰 피해를 보았다. 적이지만 정말 대단한 자야. 부하들의 희생이 아니었으면 난 여기 있지도 못했을지도 몰라.”

“두려운 자예요 족장님…. 아직도 그 넘실거리는 금색의 빛만 생각해도 전 오한이 와요….”

세 사람의 말이 이어지니 밀크 역시 사태의 심각성이 좀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겁에 질려 있겠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일도 아니고 일단 시간이 필요했다. 당장 붇고 안 붇고를 떠나 시간이 있어야 뭔가 준비를 해둘  아닌가.

“퍼슨은 돌아가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줘. 어차피 이 둘이 여기 있는 걸 아는 사람은 당신뿐이야. 그러니 뜬소문도 괜찮아. 우리 마을이 아닌 다른 멀리 있는 마을. 아예 동떨어진 외진 곳에 이 둘을 보았다는 헛소문을 마구 퍼트려줘.”

“알겠습니다. 은밀하게 술집이나 광장에서 가십거리를 취급하는 자들에게 흘려두겠습니다. 그러나 그걸로는 미봉책에 불과할 뿐인데….”

“알고는 있지만, 그것 말고는 당장 수단이 없는걸.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주면 돼. 이후의 일은 내가 알아서 해볼 테니까. 아! 장기전으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 앞으로 10일간은 물량을 다섯 배로 올릴게. 그에 해당하는 물품을 미리 구해줘.”

“알겠습니다. 그리 하지요. 그럼 행운을 빌겠습니다. 족장님.”

“발렌을 데려가는 게 어때?”

“아니요. 그녀는 이곳에 남는다고 합니다. 죽을지라도 족장님을 따르겠다고 하니 제가 어떻게 할 수 없겠더군요.”

“미안해 퍼슨.”

“후후후 모두 그녀가 선택한 일인데 어찌 족장님 탓이겠습니까.그럼 전 이만….”

퍼슨이 나가자 칸젤라와 릴리핀이 불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떨구었다. 밀크는  어깨를 두드리며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두 분, 아니 두 종족은 제가 지킬 겁니다. 그러니 가서 부족들 상황을 살피세요.”

“고맙긴 하지만…. 우리가 떠나기만 하면 되는 문제니 족장에게 너무 폐가 된다면 언제든지 말만 해줘.”

“저도 각오를 다 했어요. 족장님의 뜻에만 따르겠습니다.”

“두 분이 이렇게 마음을 약하게 먹으면 어떻게 합니까! 정신들 차리세요.”

밀크의 호통에 둘은 잠시 마음이 약해져 있던 자신들을 책망이라도 하듯 어두운표정이 되어 있었다. 둘의 모습에 밀크는 다시 한번 둘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제야 둘의 얼굴이 펴지며 밀크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헤베나의 악명이 그리 대단하다면 우리가 굳이 우리끼리 싸울 필요는 없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지?”

“아무래도 주변 아인 부족들을 불러 모아서 회의를 좀 해야   같네요. 저와 긴밀하게 연계한 분들이 많이 있으니 그분들도 지금의 상황을 전해 들으면 구원의 손길을 내줄 겁니다. 그러니 두 분은 저와 함께 회의에 참석해서 힘들겠지만, 그날의 참상을 알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건 서, 설마….”

“그냥 넘어갔으면 모를까. 만약 저들이 싸움을 걸어 온다면 대들지 못하게 확실하게 밟아야죠.”

“무, 무모한 일이야 족장! 신성 마법의 힘은 생각 이상으로 위험하다. 반마족이 아닌 아인이라 할지라도 그 효과가 떨어지는 것뿐이지 기본적인 능력은 그대로 유지 된다고!”

“그에 관해서는 제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분은 떨고 있을 부족들을 다독여 주세요. 그리고 퍼슨에게 들었지 않습니까? 오거와 서큐버스들이 포로로 잡혀있다고. 그들을 구해야죠.”

“그, 그건….”

“일단 일어납시다. 저도 공방에 좀 가봐야 하니까.”

둘을 지나친 밀크, 그는 바로 메어리와 파티마가 일하고 있는 대장간으로 향했다. 이번 싸움을 피할  없다면 단단히 준비해야 했다. 자신이 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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