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4화 〉94화, 오거와 서큐버스 합류 (94/177)



〈 94화 〉94화, 오거와 서큐버스 합류

“경솔했네요…. 미안합니다. 두 분.”

밀크는 솔직하게 사과하고 두 사람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것은 두 사람에게 미안함을 표시함과 동시에 인간들에게 죽어간 아인들을 기리기 위한 묵념이었다. 숙연해진 분위기를 읽고 두 사람 역시 밀크를 따라 아인들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도  사람이 고개를 들었을 때는 한결 나아진 표정을 보였으니 밀크의 친화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라 할 수 있었다.

“아무튼, 잘 오셨어요. 여러분은 저희가 책임지고 보호하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어요. 칸젤라님.”

“칸젤라라 불러도 좋아. 이제부턴 나도 밀크의 부족원이니까. 예전 지휘 따위 이젠 없어진 거나 다름없으니 어려워하지 말아줘.”

“저 역시 칸젤라와 동등하게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후후후~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족장님.”

“알았어요. 그럼 칸젤라, 오거들의 전투능력은 내가 익히 들어온 것을 바탕으로 생각해도 인간들의 공격에 속절없이 무너졌다는 것이 잘 이해가  가요. 적을 알아야 대항을 할 수 있는 법이니 괴롭겠지만, 어떻게 인간들에게 부족이 무너진 건지 소상하게 알려 주세요.”

“그 말이 백번 옳아. 사실 따지고 보면 이건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기도 했어. 왜냐하면, 오거와 서큐버스는  정도 마족의 피가 흐르기 때문이지.”

“마족이요?”

“그래. 우리 말고도 오크와 고블린, 등 마족의 피가 흐르는 아인들이 있어. 과거 인간계를 침략한 마신의 부하들이 지상에 남아 자손을 이루면서 마족의 피가점점 옅어지면서 생겨난 종족이 바로 우리 반마족들이야. 지금은 반아인이라고 불리고 있지.”

여기까지 말한 칸젤라가 잠시 목을 가다듬고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인으로 취급되긴 하지만, 마족의 피가 흐르기 때문에 인간들의 신성마법에는 쥐약과도 같은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되지. 그리고 신성 왕국 헤베나는 더러운 인간 우월주의를 포교하는 것 치고 독실한 신자들이 많은 곳이라 그만큼 전투 사제들이 많이 있어. 그 때문에이번 싸움에서 큰 피해를 본 거야. 우리 부족의 전사들이 놈들의 신성 마법과 성수로 단련한 무기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졌고 역시 잘못했으면 여기 없었을지도 몰라. 때마침 하피들이 구원을 와준 덕분에 활로가 생겼고 우린 그렇게 터전에서 쫓겨나 이리로 오게 된 거지.”

“허…. 그런 사정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아무튼, 그렇다면 적들의 신성 마법은 우리 홀스타우로스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니 인간들을 상대할 무기의 질만 갖추면 된다는 거군요.”

“쉽게 생각해서는 안 돼 저들이 신성 마법이 마족이 아닌 인간이나아인에게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해도, 헤베나의 병사들 자체가 광신적인 면이 있어서 사기가 높고 훈련까지 잘 된 정병들이었다고. 그리고 지휘관들도 하나같이 독실한 신자들로 이루어진 성기사단이라 여간 애를 먹이는 게 아니야. 물론 홀스타우로스의전력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쉽게 생각하는 거 같아서 말이야. 노파심이었니 너무 마음에 두지는 말라고 족장.”

“조언 감사합니다. 그런데 바토리의 부족들을 괜찮은 건가요? 그런 위험한 녀석들의 국경 가까이 있으니 조만간  번째 목표로 하피들을 선택할지 모를 일이잖아요?”

“걱정해줘서 고맙구나. 안 그래도 녀석들 국경 가까운 곳에있는 부족들은 모두 고산지대로 피신시켜 두었단다. 녀석들이 우리를 목표로 공격해 온다면 높은 곳을 점거하고 빠른 기동성을 살려, 치고 빠지는 전략을 사용해 정면 싸움을 피할 예정이니 우릴 손쉽게 제압하기 힘들게야. 거기다 우린 반마족 출신 아인도 아니므로 놈들의 신성 마법 영향에서 벗어난단다.”

“특히나 하피 분들은 기동성을 살리는 공격이 주특기인데 놈들의 신성 마법의 영향은 마족의피를 억제하여 전투능력을 급감시키는 것과 마족의 피를 태워 큰 피해를 주는 것이 주된 효과예요. 오히려 헤베나의 사제들은 하피를 상대하는 것이 우릴 상대한 것보다  껄끄러울 거예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혹시 모르니 돌아가실  저희가 만든 투창을 가져가세요. 치고 빠지는 전투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공중을 날아다니는 하피가 그대로 투창을 던지고 도주한다? 모르긴 몰라도 홀스타우로스들이 힘으로 던지는 투창과 비견될 정도의 파괴력과 치고 빠지는 기동성에 헤베나의 군사들은 치를 떨 것이다.

이미 하피들과 거래를 위해 그들에게 안성맞춤인 무게와 크기를 가진 투창을 따로 제작해 두었었다. 설명과 함께 테이블 위에 새로운 투창 한 개와 구슬처럼 생긴 물건을 하나 올려 두었다.

“하나는 투창인데. 이것은 처음 보는 물건이구나?”

하피들이 사용하기에 아주 안성맞춤으로 보이는 투창을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던 바토리는 그 옆에 덩그러니 놓인 구슬을 보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구슬을 살짝 굴린 밀크는 구슬을 용도를 설명했다.

“점착력을 높인 아교가 들어간 구슬입니다.  작은 구슬 안에 들어있는 아교가 매우 끈끈해서 한번 붙어버리면 여간해선 떨어지지 않아요. 구슬이 단단해서 던지거나 큰 충격을 줘야 터집니다. 내부의 아교는 뜨거운 온도에서 녹아버리는 약점이 있지만,  정도의 열을 내기 위해선 마법의 힘이 절실히 필요할 겁니다. 전투 시작 전에 이 구슬을 땅에 투척하면 그 땅은 아교가 튀어 적들의 발을 묶어줄 겁니다. 그때 투창을 던지면 안전하게 전투를 이어갈 수 있을 겁니다. 다른 방법으로도 응용할 수 있으니까 여러모로 사용해 주세요.”

“녹이기 위해 온도가 높은 불 마법이라도 사용했다간 약한 인간들의 피부가 상할 테니 그것도 이득이구나. 고맙다 밀크, 내 잘 사용하마. 이름은 뭐라 불러야 할까?”

“쉽게 점착 구슬이라 부르죠. 땅에 떨어지는 충격만으로 터지지 않을 수 있으니 되도록 떨어트리는 것이 아니라 힘껏 투척하라고 말해 주셔야 해요.”

“알았다. 우리 하늘의 전사들에게 내 확실히 교육하마. 이 대금은 내 가까운 시일 안에 보내주마.”

하피들이 주는 보석은 밀크의 마을의 자금으로, 썬더버드의 부리와 깃털은 여러 가지 소재로서 도움을 준다.

서로 충분히 만족하는 내용으로 이야기가 진행 되었고 바토리는 긴급한 상황이기에 다시 부족이 있는 고산지대로 돌아가야 했다. 칸젤라와 릴리핀의 이주를 돕기 위해 잠시 동행했을 뿐 여기서 오래 있을 수는 없었다.

대동 해고 왔던 하피와 버드맨들이 투창과 구슬이 잔뜩 포장된 보자기를 들어 올리고 바토리가 다시 날개를 펴냄과 동시에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 우아하게 유영하며  바퀴 돌아 밀크에게 인사를 한 바토리는 그렇게 밀크의 마을을 떠나 고산지대로 돌아갔다.

“두 분은 절 따라서 오세요. 여러분이 정착할 마을을 만들 때까지 지낼 공간을 지정해 드릴게요. 앞으로 같이 살아갈 터전이니 자기 마을이라 생각하고 편안하게 지내 주시고 저희가 나누어 드린 일을 같이 해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를 말인가. 무엇이든 도움이 일이 있다면 우리 오거를 불러줘. 뭐…. 여섯 명뿐인 우리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 우선 부족의 수를 늘려가는 일부터 생각해 보셔야겠네요. 혹시 인근의 다른 오거 부족은 없는 건가요?”

“내가 다스리던  부족은 오거 부족 다섯 개를 합쳐놓은 크기였지. 다른 곳의 오거 부족들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지금쯤 우리처럼 다 학살당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아…. 그리고 우리 오거는 같은 부족끼리가 아니면 너무 적의가 강해서  융화되지 못해.”

“그럼 한동안은 시간을 드릴 테니 부족 원의 수를 늘리는 것만 생각하세요. 세  중에 살아남은 남자분은 있죠?”

“응?”

“남자분이요.”

“밀크님. 오거는 여성만 있는 종족이에요. 남자는 없답니다. 서희 서큐버스 종족하고  헷갈리신 모양입니다.”

“아?”

그랬다. 오거는 여성만 존재하는 종족이었다. 그렇기에 특별한 방법으로 2세를 생산하여 부족을 늘려나간다.

“음…. 족장이 된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하니 모를 수도 있겠지. 우리 오거 종족은 여성만 존재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외부의 도움을 받아서 종족을 번식하지…. 족장이 그렇게 말해 주니 도움을  받도록 하마. 잘 부탁하지.”

“어음…….”

뭔가 뒷걸음질하다가 된통 걸린 기분이랄까? 역시 지구에서의 지식이 무조건 다 쓸모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지금도 그냥 생각 없이 오거는 남자 여자가 모두 있는 종족, 그리고 서큐버스가 여자만 있는 종족이라고 생각했다가 괜히 문제가 될 뻔했다.

“저 궁금해서 그러는데. 특별한 경우는 뭔가요?”

“아. 뭐 그리 중요한 내용은 아니니까 말해 주지. 앞으로는 우리 족장이 될 텐데 알고 있어야  내용이기도 하고 말이야. 아까 날 소개할 때 바토리가 용사 여왕이라고 거창하게 소개했지? 원래 여왕이라는 호칭은 따로 없지만, 여기 있는 릴리핀과 바토리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같이 지내다 보니 나에게도 여왕이라는 호칭이 자연스럽게 붙은 거야. 우리 오거에겐 여왕이 아니라 최고 지배자를 용사라고 칭하거든. 그래서 바토리가 장난삼아서 용사 뒤에 여왕을 붙인 거야. 그리고 부족 최고의 지배자인 용사는 오거와 오거의 피가 섞여서만 보존되는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다음 대의 용사를 생산하기 위해서 선대 용사와 부족 이인자 오거가 결혼을 통해 2세를 생산한다.”

“…….”

순간 이해가  가서 멍해진 밀크는 머릿속이 어지러워 쉽사리 충격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여자와 여자가 2세를 생산한다? 지금까지 알아오던 모든 정체성이 와르르 부서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충격을 받은 표정을 하는 밀크를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칸젤라와 그런 칸젤라를 타박하면서 밀크의 정신적 충격의 이유를 옆에서 설명해 주는 릴리핀 이었다.

“칸젤라! 아무것도 모르는 분에게 그렇게 설명을 하면 당연히 충격을 받죠!  생각 좀하고 말해요. 참!”

“아, 그런가? 미안하다 족장. 그러니까 뭐가 문제인 거지? 설명해 주면  부분을 내가 잘 풀어서 말해 주지.”

“아니…. 여자랑 여자가 아기를낳는다는 것부터가 이해가 안 가는데요.”

“아하~ 그거였군. 오거와 다른 종족의 피가 섞여서 태어난 믹스 오거와 다르게 순수혈통의 용사로 태어난 오거는 양성 구유다. 그렇기에 성행위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푸 헉….”

말인즉슨 눈앞에 서 있는 이 여자 칸잘리는 양성이라는 뜻이었다. 다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남성기의 존재는 보지도 못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양성이라는 건지 이해가  가는 밀크였다. (급소를 보호하는 갑옷을 입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오거는 알몸이다.)

“아무리 봐도 여성분으로 보이는 데….”

“오거의 용사 자지는 매우 신성하고 소중한 것이기에 겉으로 나타나 있지 않아. 오거와 오거의 성행위  흥분이 극도로 달했을 때만 밖으로 나타나는 아주 거룩한 물건이지. 그렇기에 평소에는 겉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아. 살아남은 오거 중  혼자만 순수혈통이고 나머지 다섯은 모두 믹스 오거이기 때문에 앞으로 후대의 지도자인 용사 오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순수혈통의 오거나 그에 따르는 강한 남자의 씨가 필요하다. 오거에 필적할 만한 강력한 씨가 있다면 굳이 오거와 오거가 아니라도 용사가 태어나곤 한다. 물론 그 확률이 너무 희박하긴 하지. 혹시라도 주변에 오거 종족이 나타났다면 나에게 알려주었으면 한다. 밀크 족장.”

“아…. 네네…. 알겠습니다….”

오거식 속성 성교육을 원치 않게 받게 된 밀크는 어지러운 머리를 겨우 진정시켰다. 그리고는 의심의 눈초리로 옆자리에 있는 릴리핀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도 이런  있으면 지금 당장 말하라는 식으로 말이다.

“우리는 남자 여자가 따로 있어서 이런 복잡한 형식의 번식은 하지 않아요…. 음…. 그렇지만, 식량은  다르지요.”

“식량이요?”

“네 족장님. 저희 서큐버스들은 성욕을 식량으로 삼거든요. 물론 일반적인 음식도 먹을 수 있지만, 다른 종족의 성욕을 빨아들이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영양과 차이가 나죠. 일반 음식이 하루를 버틴다. 가정하면 성욕으로는 10일 이상 버틸 수 있답니다.”

“그, 그거 대단하네요. 그런데 정확히 성욕이라고 하면 뭔가요? 조금 모호한데.”

“예를 들어 여자와 남자가 서로 부둥켜안고 섹스하고 싶다는 욕구를 느낄 때라던지 한창 섹스에 열중해서 성욕이 높아진 상태라든지 그런 상태의 생명체에게 접근해서 몰래 그 성욕을 조금씩 나누어 먹는 거죠. 건강을 해치게 하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아요…. 후후후 조금 많이 뽑아내면 좀 위험할 수도 있지만요-”

“알고 보니 당신네들이 가장위험하군요….”

한쪽은 양성 구유라는 기이한 번식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남에게 피해는 전혀 주지 않는다. 근데 이쪽은 기본적인 번식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식사가 남에게 피해를  수도 있는 자들이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족장님. 보아하니 주변에 상시 발정기를 가지는 부족이 있어 보이는데 그쪽에 가서 도움을 요청해 볼 테니까요. 저희도 공중을 날 수 있으니 여간한 거리는 금방 왔다 갔다 할 수 있답니다.”

“상시 발정기? 아 위도레빗! 그래 그 부족이 있었지.”

“어머나 역시 위도레빗 분들이었군요. 맛있는 냄새가 나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그럼 식사 부분은 그분들에게 부탁하면 되겠네요. 후후후- 아닌 게 아니라 우리가 성욕을 빨아들이는 행위는 섹스랑은 달라도 쾌감이 장난이 아니어서 그분들도 마음에 들 거예요. 후후후후-”

“…….”

새로운 부족원들이 참 색깔이 강하다는 생각을 하며 밀크는 그렇게 오거와 서큐버스들을 받아들였다. 다만 이로 인하여 튀지 않아도 될 불똥이 튀게 되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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