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8화 〉88, 크리스티나 꼬시기 (88/177)



〈 88화 〉88, 크리스티나 꼬시기
“파티마 잡는 힘이 약해! 좀 더  잡아.”

“아! 죄, 죄송합니다. 족장님.”

밀크에게 너무 시선이 팔렸던 나머지 힘이 빠졌던 그녀는 다시금 집게를 꽉 잡고는 밀크가 아닌 미스릴에 집중했다.

여인들의 시선이 느껴지건 말건 열심히 합금 미스릴을 두드리는 밀크, 그의 망치질에 미스릴은 점점 모양을 변화시켜 갔다.

통짜 합금 미스릴로 모든 것을 만드는 작업이라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체력이 충분한 두 사람의 합동 작업으로 인해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다.

중간에 창날을 길게 세우고 공격 보조를 해줄 위협적인 극 부분을 달아 멋들어지게 갈아내 날을 세웠다.

날 세우기 끝난  모든 작업의 마지막인 유광 작업을 하기위해 젖을 뿌린 방천화극을 잠시 용광로에 집어넣었다.

치이이! 하는 소리와 함께 온도의 변화를 느끼고 미스릴에 녹아들어 붙어버린 젖, 그것은 은은한 유광을 내며 다시금 밖으로 나온 합금 미스릴 방천화극의 자태를 한층 멋지게만들어 주었다.

기사들이 사용하는 핼버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그 모습은 밀크가 기억하는 과거의 유산, 방천화극이기에  모습은 가히 100명의 목을 베어버릴 정도로 엄청난 예기를 지닌 살벌한 위용을 발하고 있었다.

길이는 약 2m 50cm 정도 되어 보이고 매끈한 미스릴 특유의 은빛과 유광이 함께 어울려져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미스릴과 강철이 섞여서 무게는 무겁지만 밀크가 들고 휘두르기에도 나쁘지는 않았다. 크리스티나 정도라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찌르기에만 특화된 무기이가 아닌 베고 휘두를 수 있는 매우 다용도의 무기다. 그녀의 속도를 살린 돌진 공격에도 도움이 되면서도 휘둘려 적을 공격해도 극 부분이 확실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구조다.

아쉽게도 아직 명작을 만들  없는 몸이기에 그가 만들어낸  창은 이름을 지을 수 없었다. 그러나 루의 설명에 의하면 명작에 뒤지지 않을 최상품의 무기라고 하였다.

[분명 궁니르에게 신화 속 이름을 지어준 페널티가 아니었다면 이 무기는 명작이 되고도 남았을 겁니다.]

‘쩝…. 아쉽네….’

[아쉽긴 하지만, 밀크의 실력은 날로 정진해 가는 중입니다.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명작 무기를 쉽게 만드는 날이 찾아올 겁니다. 그때가 되면 전설급 무기에 도전을 해볼 차례이지요.]

‘오! 전설급이라? 명작 이상의 단계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전설급 무기가 탄생했을 때 알려 드리지요. 지금은 애간장이 다 녹아버리기 직전인 크리스티나를 상대해 주셔야 할 듯합니다.]

‘아차!’

루의 설명을 듣고 있느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크리스티나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밀크는 바로 고개를 돌리고는 완성된 방천화극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크리스티나라면  사용해 줄 거라 믿어요.”

“이. 이 무기는!”

“찌르기에 특화된 마상 창에 극 부분을 달아 찌르기와 베기까지 모두 가능한 핼버드예요. 아무래도 켄타우로스는 빠른 속도를 살린 공격이 주를 이루지요? 그것만으로는 혹시나 일어날 수도 있는 근접전에서 위험할 수도 있어 그것을 보조해줄 핼버드를 만들었지요. 주문대로 큰 거로요.”

“아 그, 그건 좀 잊어주세요….”

자기가 말해 놓고도 얼마나 어이가 없었는지 그녀는 다시금볼을 빨갛게 물들이고 고개를 푹 수그렸다.

“한번 사용해 볼래요?”

“네! 지금까지 사용하던 나무창은 조금만 사용해도 쉽게 부러졌지만, 이 미스릴 핼버드는 그럴 일이 없을 테니 벌써 기대가 되는걸요~!”

그리 말한 크리스티나는 밀크를 향해 등을 보이며 몸을 돌렸고 다음 순간 말의 하반신의 네 개의 다리를 살짝 구부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금발을 찰랑거리며 밀크와 시선을 마주쳤다.

“족장님도 같이 가요. 더운데 고생하셨으니 제가 땀도 식혀 드릴 겸 모시겠습니다~”

“네?”

순간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밀크, 그런 그의 뒤로 다가온 윈디아가 밀크의 등을 살짝 밀며 귓가에 속삭여 주었다.

“등에 타라는 말이에요. 족장님-”

아니 뜻이야 밀크도 알고 있다. 밀크가 놀란 이유는 그것이 아니라 다른 이유였다. 바로 켄타우로스들의 자존심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켄타우로스 남자는 워낙 성격들이 불같아서 등에 누가 올라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자신들을 일게 말 취급한다고 하며 굴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다만 친한 친구의 경우는 예외로 두며 자신들의 기분이 허락할 때는 태워주곤 했다.

특히나 여성 켄타우로스의 경우는 동성의 친구까지는 등에 태워주지만 그 어떠할 일이 있어도 남성을 등에 태우지 않았다. 그녀들의 등에 올라탈  있는 것은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조한 대상.  반려뿐이었다.

켄타우로스끼리 성교할 때는 남성이 뒤에서 접근하여 앞발을 세우고 여성의 등에 말의 하체를 반 정도 올리고는 후방에서부터 삽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자세이다.

그렇기에 반려가 아닌 남성을 등에 태우는 것은 그녀들로서 처녀를 유린당한 것과 같이 받아들여지는 일이기에 남성이 여성 켄타우로스의 등에 함부로 타려고 했다가는 그대로 뒷발길 질에 당하여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남성을 등에 태우지 않는 자존심 강한 여성 켄타우로스가 지금 자신에게 스스로 등을 보이는 장면이 믿어지지 않아서 조금 어안이 벙벙했다.

머뭇거리는 밀크의 모습을 보고 크리스티나는 용기를 낸 자신의 행동 때문에 밀크가 오히려 거부감을 느낀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조마조마해서 하고 있었고 뒤에서  모습을 보고 있던 윈디아는 쿡쿡 웃으면서도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 다시금 밀크의 귀에 속삭였다.

“숙녀를 기다리게 하면 안 돼요. 족장님.”

“어. 엇?”

등을 떠밀려서 크리스티아의  바로 가까이 까지 밀려난 밀크, 보드라운 말총이 배를 간질였고 손에 닿은 탄탄한 궁둥이 부분에서는 보드라운 털이 윤기 있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쯤 되니 크리스티나도 부끄러운지 시선을 정면으로 고정해 버렸다. 고개를 돌려 보이진 않았으나 귓불까지 빨개져 있는 것을 보니 얼굴이 어떨지는 이미 상상이 갔다.

윈디아의 말에 밀크는 침을 한  삼키고는 크리스티나의 등에 올라탔다. 그녀의 인간의 상체 바로 뒤에 올라탄 그는 안정감 있는 승차감에 감탄하며 자연스럽게 그녀의 아랫배를 잡았다.

“흐앗!”

윈디아의 경우 엘프 종족 특유의 엄청난 균형 감각 덕분에 크리스티나의 등 뒤에 올라타도 균형을 잘 유지했지만, 밀크는 균형 감각이랑은 거리가 먼 홀스타우로스 종족이었다.

물론 여성들보다야 몸이 작은 그가 균형을 잡기 유리하겠지만, 그렇다고 없는 균형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기에 뭔가 잡을 것이 필요했고 어디에 손을 둬야 할지 고민하다가 그녀의 배 부분을 살며시 감싸 안았다.

덕분에 윈디아를 태웠을 때는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온기가 배 쪽에서 느껴지는 바람에 그녀는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화들짝 놀란 것이다.

잠시 정적의 시간이 지나고 움직임이 없는 크리스티나의 모습을 보다 못한 윈디아가 그녀의 엉덩이를 찰싹 두드리자 깜짝 놀란 그녀는 급출발을 시작했다.

“으앗!!!”

 보기에도  속도는 대단했다. 크리스티나의 상체가 가려줘서 역풍에 휘말리는 일은 없었지만, 요동치는 그녀의 허리 때문에 엉덩이가 계속 공중으로 떠올랐다.

“너 돌아오면 진짜 가만 안 둬!”

“후후후- 잘 다녀와-”

윈디아에게 짧게 경고를 한 그녀는 날쌘 속도로 마을의 입구로 향하였다. 그녀가 마을을 빠져나가기 전에 밀크는 공중으로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족장의 집에 잘 놓여 있던 궁니르는 주인의 말을 알아듣고 열린 창문으로 빠져나와 금세 그의 손에 안착했다.

그렇게 준비까지 끝낸 밀크는 한 손에는 창을 들고는  손으로는 그녀의 배를 단단히 잡은 뒤 중심을 잡으며 그녀와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점점 들썩이는 허리의 움직임과  몸이 된 듯 서서히 엉덩이의 충격이 가시기 시작했다.

“좀 더 속도를 낼게요! 꽉 잡으세요-”

“으, 으아아!!!”

그러나 달리기 시작하니 신이 난 것인지 그녀는  더 속도를 올렸고 이제 막 적응을 끝낸 그는 다시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열심히 중심을 잡아야 했다.

마을을 나와 평원을 가로질러 숲을 달리다가 적당한 사냥감을 발견한 그녀는 달려가는 방향을 정면으로 고정하며 눈앞에 나타난 사냥감을 향해 달려들었다.

대상은 바로 이 근방에서 자주 발견되는 마수 데빌베어였다. 홀스타우로스들의 주 사냥감인 녀석은 타이거 호넷의 집에서 꿀을 훔치는 것에 정신이 팔려, 아직 사람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가 엄청난 굉음의 말발굽소리를 듣고는 드디어 고개를 돌려 달려오는 크리스티나와 눈을 마주쳤다.

“하아아아!!!”

돌진하는 속도 그대로 창을 내밀어 녀석을 조준하는 그녀, 데빌베어는 그 모습을 보고 상체를 일으키며 이족 보행을 하며 앞발을 펼쳐 위협적으로 울부짖었다. 그러나 녀석은 그런 허세를 부리기보다는 바로 몸을 돌려 양옆으로 굴러 피해야 했었다.

펑!

가죽 터지는 소리와 함께 깨끗하게 관통되어 바닥에 쓰러진 데빌베어. 깔끔하게 죽은 모양인지 그 상태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어찌나 빠르게 달려들어서 핼버드를 찔렀는지 놈의 가슴에는 거대한 구멍이 하나 뚫려 있었다. 나도 놀라고 크리스티나도 놀랐으며 산새들도 놀라 날아오를 정도였다.

“와….”

“아….”

두 사람은  문이 막혀서 한동안  자리에 고정이라도  듯 그렇게 정지해 있었다. 그러다가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밀크였다.

“엄청난 힘.”

“이 핼버드를 들고 있으니 힘이 넘치는 기분이라…. 저도 모르게 그만….”

“미스릴에는 사용자의 능력을 증폭시켜주는 능력이 있으니까.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겠지만, 이건 뭐 상상한 것보다 더 대단하네요.”

먼 거리를 순식간에 좁히더니 어느 순간 눈앞에는 데빌베어가 보이고 또 어느 순간놈은 가슴에 구멍이 뚫려 나자빠져 있으니 할 말  한 셈이었다.

크리스티나의 몸에서 내려와 죽은 데빌베어를 다시 살펴보는 밀크, 정말이지 깔끔하게 가슴이 관통당했고 구멍에서는 뒤늦게 흘러나온 초록색 마수의 피가 땅을 적시는 중이었다.

“대단하다 대단해. 그런데 이놈을 들고 가기는 좀 버거우니까 이대로 두고 갈까요? 나중에 우리 전사들에게 사냥 갈  회수하라고 하죠.”

그러면서 배시시 웃으며 뒤로 돌아 크리스티나에게 다가오는 밀크, 그는 그녀의 몸에 붙어 있는 나뭇잎을 때주면서 자연스럽게 그녀의 등에 올라탔다.

평소라면 이런 행동은 절대 두고 보지 않을 그녀였지만, 그녀는 얌전히 밀크의 손길을 받기만 했고 등에 올라타는 것도 거부하지 않았다. 이미   내준 등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못 내줄 것은 없었다.

열심히 달리다가 갑자기 멈췄더니 온몸에서 열이 올라왔다. 밀크 역시 등에 타 있기에 그녀의 올라오는 열기를 느끼며 그녀가 얼마나 신나게 달렸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이젠 좀 천천히 이동하는  사람에게 산들바람이 불어와 열기를 시원하게 식혀 주었지만, 어딘지 부족한 느낌이 가득했다.

무기의 효능도 보았고 산책도 충분히 즐기긴 했다. 다만 너무 열심히 달린 나머지 오히려 더 열기가 오른 것만 빼고는 다 좋았다.

[켄타우로스 여성이 등을 허락했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는 이미 알고 계시지요?]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루의 조언. 그녀의 말을 듣고 밀크는 고민에 잠겼지만. 이미 답은 나와 있었다.

먼저 용기를 보여준 그녀의 행동에 답을 해야 하는 시간이다. 여기서 밀크가 거절을 하면 그대로 끝이긴 했지만, 밀크로서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다른 부족 족장의 딸이고종족도 다르지만, 두 아인의 사이는 딱히 잉태가 불가능한 조합도 아니었다.

오히려 켄타우로스의 특성상 출산율이 높아 그녀와의 결합은 부족을 더 강대하게 만들 어줄 공산이 컸다. 그리고 부족장의 딸과의 결합이니 켄타우로스 족장 올펀이 장인이 되는 셈, 두 부족의 사이를 더 공고하게 만드는 지름길이기도 하였다.

족장의 말에 절대복종인 홀스타우로스의 특성상 거부하는 사람도 없을 터 여기서 밀크의 결정이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었다.

아까부터 대답 없이 진지하게 고민 중인 그를 느낀 것일까? 크리스티나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긴장한 모습이 격려했다.

조용하던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을 먼저 깬 것은 밀크였다. 그는 다정한 손길로 크리스티나의 등을 어루만지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가까운 곳에 호숫가가 있어.”

“네?”

순간 알아듣지 못한 그녀가 반문하자 밀크는 좀  그녀에게 가까이 밀착하면서 그녀의 배를 살며시 잡았다. 그리고는  때문에 미끈거리는 그녀의 배를 조금씩 문지르며 계속 이어 말하였다.

“같이 씻고 돌아가자.”

그 말에 크리스티나는 뭔가 강한 충격이라도 받았는지 공허한 눈으로 정면만을 바라보고 있다가. 일순 엄청난 속도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밀크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그 호숫가에 가야 했기에….

“족장님! 꽉잡으세욧!”

“어흑!”

등에 매달리다시피 한 밀크는 조금 후회했다. 차라리 호숫가로 유도한 다음에 말할 걸 너무 빨리 말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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