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1화 〉71화, 마을에 도착 (71/177)



〈 71화 〉71화, 마을에 도착

“실례가 안 된다면 여기서부터는 저와  부하들이동행하여도 되겠습니까? 다친 사람이 많아 보이니 저희가 호위를 도와 드리겠습니다. 주변에 있던 다이어울프들은 대부분 정리되었고, 저기 있는 빅 다이어울프도 죽었기에 다들 뿔뿔이 흩어져서 더는 이곳으로 공격해 오지 않을 테니 큰 위협은 없겠지만, 다친 분들이 있으니 저희가 호위를 도와 드리겠습니다.”

조심스럽게 의견을 구하는 필리아, 그도 그럴 것이 밀크의 뒤에 있는 유크, 그리고 벨의 모습을 보아하니 전사들이었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그녀들의 자존심에상처를 줄 수도 있기에 조심스러워야 했다.

역시나 유크와 벨의 표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밀크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이 분하였고  다른 사람에게 동정과도 같은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 치욕스러운 듯했다.

그래도 눈치가 빠른 밀크는 뒤에서 풍기는 두 여자의 안 좋은 기운을 바로 눈치채고는 고개를 돌려 어깨를  번씩 두드려 주며 그녀들을 격려했다.

“어깨 펴고 고개 들어. 벨은 처음으로 인원을 지휘해보는 거고 유크 너는 오늘이 첫 실전이잖아. 팔 하나 다치고도 전투를 지속한 것만 봐도 넌 충분히 믿음직한 전사다. 그리고 벨은 앞으로 오늘의 일을 좋은 교재로 삼아서 실수를 만회하면 될 일이야. 기죽지말고 둘 다 당당히 행동해라. 너희가 고개 숙이면 나 역시 초라해지는 걸 모르지는 않겠지?”

밀크의 격려에 두 여인은 감격한 얼굴, 그리고 밀크를 초라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결연한 얼굴이 되어 당당히 가슴을 펴고 크게 대답했다.

“예 족장님!!!”

“네 족장님!!!”

“대답 좋다. 그럼 필리아님. 부상자들이 많으니 당신의 호의를 받아들이겠습니다. 다시  번 고맙습니다. 위도레빗 마을로 갈 때까지  부탁드립니다.”

“무슨 그런 말씀을. 저희 제사장의 생일을 축하하러 오시는 손님인데 소홀이 맞이할 수는 없지요. 얘들아~”

“예 대전사님.”

밀크와 대화를 마친 필리아가 뒤에 서 있던 위도레빗 공전사들을 불렀다. 그러자 그녀들은 일제히 고개 숙여 그녀의 명을 기다렸다.

“주변에 알림 장치를 설치하렴, 그러고 나서 간단한 함정을 설치해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자꾸나. 그런 다음 돌아와서 취침을 취한다.”

“예 대전사님!”

파팟!

대답을 끝낸 위도레빗들이 일제히 나무 위로 솟구쳐 오르더니 나무를 타고 다니며 이곳저곳으로 흩어졌다.

“족장님 주변 정리를 끝냈습니다. 마차의 보수는 조금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그래? 그렇다면 오늘은 이만 자자. 밤도 늦었는데 작업을 하다가 잠을 못 자면 큰일이니까. 위도레빗 마을까지는 이제 얼마  남았으니 내일 아침에 마차를 고쳐서 이동하면 점심나절에 도착할 거야. 그러니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하자고.”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족장님. 그럼.”

전사들이 다시 잠자리를 준비하며 잠자리에 들어갈 준비를 시작하니. 밀크는 유크외 벨도 자러 보내고는 눈앞에 있는 필리아와 따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자신의 잠자리 근처로 이동했다.

“특별한 경우는 아닌 거 같은데 이 녀석들이 왜 이렇게 미쳐서 날뛴 건지 혹시 알아요?”

“이맘때쯤 되면 다이어울프들이 배고파할 시기이긴 해요. 주변에 작은 동물들이 새로운 식량원을 찾기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할 시기거든요. 다이어울프들은 보금자리를 정하면 여간해서는 잘 떠나지 않고 그곳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시기엔 더 위험하지요. 이러다가  식량이 없으면 녀석들도 버티지 못하고 보금자리를 옮기지만, 시기 안 좋게 밀크님 일행이 도착하는 바람에 보금자리를 옮겨가던 녀석들과 맞닥뜨린 모양입니다.”

“그랬군요. 그런데 그 무기는 뭐죠? 대롱에서 독침을 발사하는 건가요?”

“그냥 독침이 아니고 인근에 서식하고 있는 대왕 두꺼비의 독을 추출한 거예요. 저희 위도레빗의 주 무기이죠. 만드는 방법이 간단하지 않아서 대대로 제사장과  제자들에게만 전수되어 오는 비밀에 싸인 무기이죠.”

그러면서 대롱과 그 안에 넣어서 쏘는 작은 바늘이 달린 초소형 화살을 하나 보여주는데 앞에 화살촉이 없는 것만 빼면 아주 작은 화살이라  수 있었다. 굳이 따지자면 한국사에 자주 등장하던 편전보다도 크기가 작은 화살이었다.

중간에 보니 투명하고 작은 병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안에는 찰랑거리는 독이 조금 들어있었으며 화살이 적에게 박혀 들어가면 안에 들어있는 독이 주입되는 무기인 듯했다. 다만 구조가 복잡하여 겉으로 보기에는 어떻게 돌아가는 원리인지 알 수 없었다.

궁금증을 풀어낸 밀크는 지친 듯이 자리에 앉았다. 바로 전에 궁니르와 함께 벌인 전투로 인하여 진이 다 빠질 지경이고 지금까지 참아온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온 듯 온몸이 흐물흐물해진 기분이었다.

“괜찮으세요?!”

“아~ 괜찮아요. 괜찮아. 이렇게 격렬하게 움직여본 적이 없어서 지친 거뿐이에요. 그리고 마수라고는 하지만 처음으로 전투를 해본 거라 떨림도 멈추지 않네요.”

“당연히 그러실 수 있어요. 홀스타우로스는 남성분이 약하여 여자들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들었는데 인제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군요.  다이어울프의 마지막은 족장님이 처리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정말 대단한 겁니다.”

“그러고 보니 저 대장 다이어울프의 명칭이 빅 다이어울프인가요?”

“예. 다이어울프들이 조직적으로 생활하는데 필연적으로 필요한 존재이지요. 놈이 없으면 놈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갈라져서 전혀 위협이 되지 않지만, 저놈이 있으면 바로 무리를 지어 행동하고 다른 다이어울프와 다르게 생각, 그리고 지시를 내릴 수 있는 머리가 있기에 위협적인 놈들로 변하게 되지요. 특히나.”

여기까지 말한 필리아는 빠르게 발을 놀려 죽어있는 빅 다이어울프의 머리를 잘라와서 밀크의 앞에 얌전히 내려놓았다.

“이렇게 금색 갈기가 돋아난 녀석은 오랫동안 대장 노릇을 해와서 잔뼈도 굵고 지휘능력도 좋아서 방금과 같이 다이어울프들을 마치 자신의 수족처럼 통솔한답니다. 밀크님이 수비에 중점을 두고 전투를 벌였기에 망정이지 당황하여 무작정 공격 중점의 전투를 벌였다면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두 죽어있었을 겁니다.”

“끔찍한 이야기네.”

부정할 수 없었다. 그야 밀크 자신이 겪어본 일이기에 더욱 잘  수 있었다. 이놈은 정말 다이어울프들을 수족처럼 부리고 또 다른 다이어울프들을 단숨에 죽이던 궁니르의 공격도 막아낸 범상치 않은 놈이었다.

다시 한번 궁니르로 놈의 이를 두드려 보니 마치 쇠와 쇠가 부딪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야말로 예사 물건이 아니었다.

밀크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놈의 입을 벌려서 잇몸 부분을 칼로 도려내어 놈의 이를 뽑아냈다.  뽑혀 나온 놈의 이를 작은 주머니에 넣은 그는 조금 늦었지만, 필리아에게 양해를 구하였다.

“이건 제가 좀 가지겠습니다. 좋은 무기가 탄생할  같군요.”

“저희가 도움을 드리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피해자를 줄이기 위함이지절대 보상을 바란 것이 아닙니다. 다이어울프는 모두 밀크님의 것이니 알아서 처리하세요.”

“사냥을 나오셨는데 그렇게 할 수는 없지요. 반절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저희 마차로 마을까지 옮긴 뒤에 반절은 필리아님의 것으로 하고 나머지 반은 제 것으로 하지요. 어차피 여기서 사냥한 다이어울프들은 원래 선물하기로 했던 투창 대신 선물할 생각이었으니 말입니다.”

“투창을 말입니까?! 그거 사용해 보니 참 간편한 무기더군요. 물론 조용히 처리할 때는 저희 독 바늘이  유용했지만, 때에 따라서는 투창도 대단한 무기였어요. 그런데 무기가 상한 것도 아니고 그냥 사용한 투창을 수거해서 선물해 주시면  일인데 굳이 다이어울프를 선물해 주시는 건가요?”

“이미 사용해서 다이어울프의 피가 덕지덕지 묻은 투창을 선물할 수는 없지요. 그리고 다이어울프의 시체를 저희가  가진다 하여도 잔치가 끝난  마을에 도착했을  이미 썩어있을 텐데 그럼 상품성이 전혀 없습니다. 차라리 사용한 투창은 저희가 계속 사용하고 다이어울프의 시체가 썩기  마을에 선물하는 것이 나아요.”

“그 부분은 제가 생각이 짧았네요. 다이어울프의 가죽이나 고기도 좋지만, 역시 저는 전투를 위한 무기가 더 필요한 위치인지라 호호호~”

최고 전사이면서 공전사들을 다스리는 위치이다 보니 무기에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잠시 후 다른 위도 레빗들이 돌아와서 주변에 함정과 알람을 설치했다고 보고를 올리니 필리아는 그녀들에게 수고했다고 하며 그만 쉬라 이어서 말했다.

유크와 벨이 밀크의 양옆으로 누우려고 하자 필리아는 싱긋 웃으며 대답하게도 밀크의 바로 옆자리에 누우며 그에게 넉살 좋은 미소로 대답했다.

“두 분은 피곤할 텐데 푹 주무세요 밤 동안 족장님의 옆은 제가 책임지고 지킬 테니 말이죠.”

빠직!

제아무리 잘못 한 일이 있다 하여도 이 부분에서는 역시 참을  없었는지 두 여인의 머리 위에 힘줄이 잡히며 뭔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옆에 밀크가 있어서 화는 내지 못하고 필리아가 도와준 일도 있어서 그녀에게도 화를 낼 수가 없어 속으로 화만 끓이는  사람

결국, 참지 못해 몸을 팩! 하고 돌리며 돌아누워 잠을 청하였다. 필리아는 승리자의 얼굴이 되어 밀크의 바로 옆에 같이 누우며 이불을 파고들어 팔짱을 끼는 등 저번에 그를 만나지 못한 일을 아직도 아쉬워하고 있던지 아주 깨가 쏟아지고 있었다.

물론 그럴수록 돌아누워 있는 뒤 여자의 분노 게이지는 소리 없이 상승하는 중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소리 없는 분노의 밤을 보낸 두 여인과  여자의 품에서 따듯하고 안전하게 잠을 잔 밀크, 전투의 피로 때문에 누가 와도 모를 정도로 곯아떨어진 홀스타우로스들과 잠귀가 밝아 그런 여인들의 옆에서 고개를 숙이고 선잠을 자는 위도레빗들

밤이 지나 아침이 온  어제 박살  마차의 바퀴를 단단한 나무로 덧대어 임시로 수리를 하여 일단 굴러가게 만들어 두었다. 당장은 이 정도만 되어도 문제는 없어 보인다.

홀스타우로스 여전사들이 그런 마차의 앞으로 가서 손잡이를 잡자 어제의 전투로 상처를 입은 이들이 마차 한쪽에 앉아 출발 준비에 들어갔다.

밀크의 배려로 인해 다친 이들은 마차로 옮기기로  것이다. 여인들이 괜찮다고 버티긴 했지만, 밀크의 완고한 명령에 감사를 전하며 마차에 오른 그녀들 드디어 밀크 일행은 위도레빗 마을을 향해 출발한다.

출발한 이들은 추가로 합류한 위도레빗 여전사들의 안내를 받아 지도보다 더 확실한 길로 이동하여 빠르게 위도레빗 마을에 당도할  있었다.

마을 입구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이들은 다가오는 홀스타우로스 무리를 발견하고는 그들을 정지시켰다.

“잠시 멈추세요. 초대를 받고 오신 분들은 신분 확인을 해야 하니 여기서 대기를….”

홀스타우로스들이 온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그들의 명단에 보이는 잔치에 참여할 홀스타우로스 무리는 두 무리였다. 그렇기에 어느 쪽이 먼저 왔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녀들이 수고 할 필요도 없이 밀크의 마차 옆에서 걸어오고 있던 필리아가 앞으로 나서서 여인들에게 인사를 하며 말을 하니 그의 신분이 바로 확인 되었다.

“수고들 많구나.”

“대전사님 오셨습니까!”

“그래. 이분들은 밀크님과 그 수행원들이다. 명단에 이름이 있을 것이니 헷갈리지 않게 잘 표시해 두어라.”

“예! 알았습니다!”

그녀의 도움으로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마을에 입장한 밀크와  일행은 마차를 둘 수 있는 공터에 먼저 이동하여 마차를 하나씩 주차 시켰다.

바로 시종과 여전사들이 합심하여 물건들을 분류하여 꺼내기 시작하니 작업은 빠르게 진행되어 얼마 안 있어 금방 끝날 듯 보였다.

사선을 넘으면서 한번 전투를 같이했더니 끈끈한 전우애라도 생긴 건지 여전사들이 솔선수범 나서서 시종들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밀크님과  분은 저를 따라오세요. 여기 있는 분들은 아이들이 따로 안내해줄 겁니다. 바로 족장과 제사장을 만나러 가셔야지요.”

“인사를 드려야죠. 바로 가도록 합시다. 너희들은 조금만 더 수고해다오 이 일이 끝나고는 푹 쉬도록 하고.”

예 족장님. 편히 다녀오십시오!

홀스타우로스들의 대답을 들은 밀크는 필리아의 뒤를 따라 아기자기해 보이는 집들이 늘어 서 있는 마을에 들어섰다.

체구가 작은 종족이다 보니 그녀들의 몸에 맞추어 만들어진 집은 작고 귀여웠으며 잘 꾸며져 있었으니 마치 예술작품 속의 마을 풍경처럼 보였다.

그중 그나마 가장 큰 건물로 들어간 밀크, 그는 전날 마을에 찾아왔던 반가운 얼굴 라파니와 그 옆에 앉아 있는 눈을 감고 있는 차분한 인상의 여인을 마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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