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0화 〉70화, 위도레빗의 증원 (70/177)



〈 70화 〉70화, 위도레빗의 증원

“어서 움직여!”

“놈들의 수가 너무 적었어!분명히 양동 작전이라고!”

정찰을 나와 있던 다이어울프 열 마리를 모두 죽인 유크와 벨, 그리고 여전사들은 전투 후의 피로를 풀기도 전에 빠르게 이동해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가 너무 적다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 들려온 날붙이가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는 필시 마차 쪽에서도 뭔가 사달이 벌어졌다는 것을 인지한 것이다.

그러나 영악한 다이어울프의 습격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크아앙!

별안간 숲속에서 이빨을 내밀고 튀어나온 다이어울프의 공격에 유크가 팔을 물렸다. 그녀는 예상치 못한  공격에 당하여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아악!!!”

유크의 비명을 들은 벨이 들고 있던 투창을 집어 던지며 후속으로 달려오려는 다이어 울프를 견제한 뒤 그녀의 팔을 물고 있는 다이어울프의 목을 단숨에 베어 버렸다.

그런데도 잘린 다이어울프의 목은 유크의 팔을 문 자세 그대로 대롱대롱 매달려 떨어지지 않았고 유크는 인상을 찌푸리며 힘으로 놈의 입을 벌린뒤 그것을 거칠게 바닥으로 내동댕이쳐버렸다.

“제, 제길….”

하필이면 검을 들고 싸워야  오른팔을 다쳐버린 그녀, 하는  없이 방패를 등에 메고는 왼손으로 검을 잡아 보지만 오른손잡이인 그녀가 왼손으로검을 잡는 행동은 매우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유크! 후방에서 방패로 전사들을 엄호해! 다른 사람들은  따라 다이어울프를 상대한다!”

“아, 알았어. 대장!”

전투 중에는 상명하복이 완벽해야 했다. 린다의 교육을 착실하게 들은 두 사람, 전투를 지휘하고 있는 벨은 린다가 정해준 사절 호위대장이었기에 명령에 따라야 했다.

주변을 잘 살피지 않아서 생긴 부주의로 인한 부상, 온전히 자신에게 책임이 있음을 알고 있는 유크는 조용히 그녀의 명에 따라 방패를 들고 후방으로 이동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다이어울프들은전사들을 향하여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까만큼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여섯 정도는 되어 보인다.

“이놈들! 당장 꺼지지 못해! 족장님께 가야 한단 말이다!”

그녀답지 않게 격앙된 목소리로 다이어울프들에게 호통을  보는 벨이었지만, 호통으로 물러날 녀석들이었으면 애초에 밀크의 일행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젠 숨을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지대놓고 모습을 드러내고선 이빨을 보이며 으르렁거리고 있는 놈들의 흉포한 모습, 굶주림이 심했던 모양인지 눈에 보이는 게 없어 보였다.

“공격! 놈들을 뚫고 족장님을 구출한다!”

예!

수는 벨 쪽이 많으니 여기서는 가타부타 전략을 생각하느니 빠르게 정리하고 밀크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예전이었으면 속도가 빠른 다이어울프와의 교전 중에 본디 세 명,  명 정도의 전사들이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투창이라는 걸출한 원거리 무기가 있어서 놈들의 공격을 초반에 차단한 뒤 달려가서 공격을 가하는 등의 전투 방식으로 놈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놈들이 다리가 빠르고 상황 판단력이 좋다 하더라도 죽음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엄청난 위력의 투창이 정면에서 날아오는데 안 피하고 배길 수가 있을까?

그렇다고 투창을 피하면 기다리고 있는것은 투창과 함께 접근해 다가간 홀스타우로스 전사들의 공격이다. 이 연속 공격은 여간해선 피하기 어려웠다.

벨과 전사들이 다이어울프와 다시금 격돌하고 있을 때 밀크의 일행들 또 한 격전을 벌이는 중이었다.

방패로 무장한 전사들이 다이어울프의 공격을 방어하고 시종들이  안에서 투창을 던지는 방식으로 농성을 하는 와중 이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어 냉정하게 적진을 살필 수 있게  밀크의 눈은 놈들을 조종하고 있을 다이어울프의 장을 찾고 있었다.

“저놈인가?”

갈색 털을 가진 다른 다이어울프보다 유난히 몸이 크고 머리에 멋들어진 황금색 갈기를 가진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녀석 또한 검붉은 눈을 빛내며 밀크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호우우웅!!!

그러다가 별안간 녀석이 공중을 향해 울부짖으니 마차를 습격하는 다이어울프들의 뒤로 새로운 무리가 나타나 어둠에 가려져 눈빛만 번들거리며 어슬렁어슬렁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 수는 대략 열 쌍. 이미 스무 명을 상대하여 겨우 여섯을 줄였는데 여기서 열 마리나 증원이 오다니 밀크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 놈들은 이제 밀크가 사용하는 농성법을 파훼하기 위해 두세 마리가  팀으로 달려와  놈은 이빨을 이용하여 날아오는 창을 물어서 찢어발겼고 남은 녀석들은 마차의 위로 훌쩍 뛰어오른 뒤 바로 안으로 뛰어내려 급습을 시도했다.

“아악!”

“족장님! 피하세…. 악!”

시종 둘이 밀크의 앞을 몸으로 막아섰고 다이어울프는  억센 이빨로  시종을 팔,그리고 허리를 물었다.

허리를 물린 시종을 그대로 뒤로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고 팔을 물린 시종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자신의 팔을 물은 다이어울프의 몸을 창으로 찔러 죽여 버렸다.

쓰러진 시종 또한 밀크가 달려와 궁니르로 찔러 죽이니 얼마  있어 그녀 또한 다이어울프의 이빨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좋지 않아. 정말 좋지 않아….”

사망자는 없지만, 시간을 끌면 끌수록 수가 부족해진 이쪽의 부상자가 속출할 뿐이었다. 그러는 반명 저 다이어울프들은 수를 나누어한차례, 한차례 증원을 하여 밀크 일행을 아예 말려 죽일 작정이었다.

밀크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궁니르를 집어 들고 명령을 내리고 있는 황금 갈기의 다이어울프를 노려 던졌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날아간 궁니르는 세찬 파열음과 함께 대장 다이어울프의 앞에서 그 움직임을 멈추었다.

녀석이 날카롭고 단단한 이빨로 궁니르의 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다행히 궁니르는 별 문제 없이 주인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녀석 역시 딱히 피해를 보지 않은 모습이었다.

“젠장.”

녀석만 죽이면 나머지 녀석들은 머리 없는 멍청한 마수가 될 것으로 생각한 밀크의 회심의 일격이었지만, 놈의 몸을 관통하고 돌아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던 궁니르가 이빨에 막혀 속절없이 튕겨 나온 것이다.

거기에 이 일격에 흠칫 놀란 모양인지 놈은 뒤로 좀  물러나서 안전한 위치로 이동한 뒤 다시 전장을 살피며 다른 다이어울프들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이젠 밀크의 시선에서 대장 다이어울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예 그의 사선에서 벗어나 버린 것이었다.

“상황은 어떻지?!”

“어렵습니다! 적의 증원으로  녀석들의 뒤로도   쌍의 눈이 보입니다. 녀석들의 수  것의 삼십입니다.”

“삼십….”

그나마 열 마리나 되는 수를 줄였다는 것이다. 대장이 솔선수범 이끄는 무리를 전사 열과 시종 열 명으로 방어해 내고 있다는 점도 충분히 고무적이긴 했지만, 저쪽은 증원이 이루어지지만, 이쪽은 계속 같은 인원, 그것도 피로가 점점 쌓이기 시작하는 와중이라 불리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때 밀크를 향해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다. 나무 위에서 나타난 수십 명의 인형이 일제히 입에 대롱을 물고는 바람을 불어 뭔가를 쏴서 다이어 울프를 공격한 것이다.

훅!

훅! 훅!

깨갱!!!

깽!!!

작은 바늘에 맞은 다이어 울프는 아까까지의 흉포한 모습도 잊어버리고 매 맞은 강아지처럼 낑낑거리며 그 자리에 나뒹굴었고 잠시 후 눈이 퀭하게 들어가며 숨이 멎어 버렸다.

바늘 공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맹렬하게 달려오는 중인 다이어울프들에게 계속 날아왔다. 공중에서 그것도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바늘이 날아와 몸에 박히니 다이어 울프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여 자리에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반격해!”

“하, 하지만 족장님! 저들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함부로 나서는 것은….”

“토끼 귀를 봤어! 위도레빗들이야. 걱정하지 말고 공격해!”

나무 위에 올라가서 대롱으로 바늘을 쏘아 도움을 주는 존재들은 바로 위도레빗들 이었다. 얼핏 보이는 실루엣에는 그녀들의 특징인 토끼 귀가 드러났다.

그녀들의 도움을 받아 수비에서 공격을 반전한 밀크의 일행, 위에서 날아오는 바늘 공격과 투창의 일격이 더해지니 다이어울프들은 갈팡질팡하다가 죽기 일쑤였다.

크아앙!

대장 다이어울프는 화가 났는지 으르렁거리며 다른 다이어울프를 독려했지만, 이미 전의를 상실한 녀석들이 대장의 명령을 들을 리가 없었다.

이리저리 지리멸렬하여 도망을 치기 시작하는 놈들, 그러나 위도레빗들은 그놈들을 한 마리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나무 위를 넘나들며 계속 대롱을 불었다.

“족장님!!!”

그리고 그 와중에 난입해 들어온 벨과 다른 전사들이 합심하여 밀크 일행을 도우러 오니 남아있던 다이어울프도 삽시간에 정리가 되었다.

크아앙!!!

대장 다이어울프는 끝끝내 도망치지 않고 울음소리를 한번   밀크가 있는 곳으로 돌격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꼴에 대장이라고 자존심이 남아있는 것인지 이대로는 물러날 수 없다는 듯 마지막 일생일대의 공격을 감행하는 녀석

그러나 그런 공격은 벨과 유크가 던진 투창에 막혀버리고 말았다. 다만 투창에 죽지는 않고 이빨로 그것을 잡아내며 유연하게 다시금 몸을 공중에 띄우고는 마차 위로 안착한다.

그리고  순간

퍽!

목을 뚫고 들어온 궁니르의일격에 녀석은 눈을 크게 뜨고는 두어 번 비틀거리다가 그대로 꼬꾸라지고 말았다.

켁! 쿡!

바로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면서 피를 토해내는 녀석, 그러나 궁니르는 그런 녀석을 일말의 자비도 없이 그대로 관통하여 빠져나와 숨통을 끊어 주었다.

쓰러진 대장 다이어울프의 위를 한 바퀴 도는 모습은 마치 감히 내 공격에 죽지 않았던 벌이라고 말하는 오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착각이 들었다.

주인의 곁으로 돌아온 궁니르를 받아서 천으로 피를 닦아주는 밀크, 그러자 벨, 유크, 전사 조가 달려와서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족장님!”

죄송합니다!

괜히 정찰조에 한 눈이 팔리는 바람에 가장 중요한 밀크의 목숨을 위태롭게 한 죄, 그러나 밀크는 괜찮다고 말하며 그녀들을 한 명씩 일으켜 세웠다.

“많이들 다쳤구나…. 죽은 사람은 없지?”

“예…. 경상, 그리고 중상이 조금 있긴 하지만, 다들 걷는 것에는 문제가 없는 상처들입니다.”

다이어울프의 공격으로 팔을 당한 유크도 어느새 붕대를 감아 지혈을 끝낸 뒤였다. 밀크를 감싸고 쓰러진 두 시종 여인들도 다른 여인들의 도움으로 상처를 치료받으며 점차 전투의 흔적이 수습되는 중이었다.

“3번 마차와 4번 마차 바퀴가 전투의 피해로 망가졌습니다. 대용품이 없어 주변의 나무를 구해와 응급처치라도 해야 이동할  있습니다. 바로 시행하겠습니다.”

“힘들겠지만, 모두 수고해줘.”

수습을 끝낸 전사들이 밀크에게 보고를 한  가까운 곳으로 도끼를 들고 이동하여 나무를 채취하기시작했다.

그러는 와중 밀크와  일행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위도레빗들이 나무에서 쪼르르 내려와 그의앞으로 다가왔다.

 수는 다섯 명으로 매우 적었지만, 하나하나가 대롱을 들고 있고 눈매도 날카로운 것이 정예라는 느낌이 드는이들이었다.

그중 선두로 나서는 사람은 뜻밖에도 전날 밀크의 부족에 왔던 적이 있는 공전사들의 수장이자 위도레빗 최고 전사라는 직책에 있는 필리아였다.

“밀크 족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별일 없으십니까?”

“필리아님. 오랜만입니다. 여기까지는 어떻게 오신 건가요?”

예전 꾸짖을 때와는 다르게 그녀의 위치가 족장과 대등한 위치임을 이제 알게 된 밀크는 정중하게 그녀를 대하였다.

밀크의 모습을 본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쉰 후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 인근은 저희 위도레빗들의 사냥터입니다. 요즘 들어 다이어울프들이 흉흉해서 말이죠. 손님들이 오는 길에 그런 놈들이 배회하면 좋지 않기에 정리를 하기 위하여 이렇게 나온 겁니다. 녀석들은 야행성이라 이렇게 밤에 사냥을 나왔더니 운 좋게 밀크님의 일행을 발견한 겁니다. 다친 사람이 꽤 보이지만 죽은 사람이 없어서 참 다행이군요.”

“모두 필리아님 덕분입니다. 여기 있는 위도레빗 분들 역시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밀크가 감사를 전하며 꾸벅 인사를 하니 필리아는 그렇다 치고 자신들에게까지 감사할 줄은 몰랐던 위도레빗들은 모두 놀라서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런 밀크의 뒤로 유크, 그리고 벨이 가까이 다가오자 필리아는 두 여성을  번씩 쓱 훑어보고는 다시 밀크에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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