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9화 〉69화, 다이어울프의 습격 (69/177)



〈 69화 〉69화, 다이어울프의 습격
“족장님께 무례하게 무슨 짓이야!”

“뭐?! 내 행동이 뭐가 무례하다는 거야! 그냥 부탁드리는 거잖아. 흥! 내가 명작 무기를 먼저 얻을까 봐 샘나는 모양이야?”

“생각하는 수준 하고는…. 족장님 안위나  지키란 말이야.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이게 진짜 죽어볼래!”

“너야말로!”

예전부터 앙숙이던 두 여자, 밀크를 가운데 두고 싸우기 일쑤였던  여자는 어른이 되어서도 예전 버릇이 남아 자주 이렇게 다투곤 하였다.

대부분 사소한 일로 싸움이 일어나고 또 바로 풀리기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애초에 유크가 린다의 밑으로 들어온 이후로는 그녀의 제지가 있어서 아예 충돌하는 경우도 드물었다.

오랜만에 린다가 없는 곳에 나왔고 중간에 밀크까지 있겠다. 불붙은 두 여성의 눈싸움이 지속하다가 큰 싸움으로 번지기 직전까지 오게 되었다.

“검 들어! 오늘 진짜 사생 결딴을 내자!”

“허? 그런 누가 겁낼 줄 아나 봐? 역시 성질만 급해서 차분히 생각할 줄을 모르지?”

“그러는 넌 생각만 많아서 중요한 순간에 행동을  하잖아! 난 그래도 행동은 한다 이거야!”

“맨날 생각 없이 행동하다 일을 그르치기 일쑤인데 뭐가 잘났다는 거지? 그럴 바에는 행동을 안 하는 게 더 나아”

“아무것도 안 하면 얻는 것도 없다는 거 몰라!!!”

“그르치면 노력까지 물거품이 된다고!”

말싸움 끝에 검까지 뽑아 들려고 하는  여인과 그 중앙에 껴있는 밀크, 그런 밀크의 피곤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두 여성은 싸움을 멈추었다.

“그만해 너희는 만나기만 하면 싸우는구나?”

“앗….”

“죄송합니다.”

서로를 노려보긴 하지만, 싸움을 끝내고 밀크의 말에 집중하는 그녀들, 밀크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그녀들의 머리를  번씩 쓰다듬어 주었다.

“명작이라는 게 바로 튀어나오는게 아니니까. 조금만 기다려 줘. 유크도, 벨도 내가 명작을 만들면 가장 먼저  사람에게 선물해 줄 테니까.”

“아! 감사합니다!”

“그, 그런…. 감사합니다.”

밀크의 약속에 언제 싸웠냐는 듯 헤실헤실 웃기 시작하는 두 여자, 두 사람의 머리를 연신 쓰다듬어 주던 밀크는 쓴웃음을 지으며 참 손이 많이 가는 누나들이라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는 도중 식사 준비를 끝낸 여인들이 밀크와 여전사들을 불렀고 그들은 수준급의 솜씨로 차려진 식사로 만찬을 즐길 수 있었다.

그렇게 식사 후 휴식을 끝내고 길을 나서는 일행들, 그러나 얼마 못  밤을 만나게 되었고 야영 준비를 하기 위해 다시금 마차를 원형으로 배치하고 그 중앙에 불을 피운  옹기종기 모여 짚으로 땅을 폭신하게 덮은 후 그 위에서 모포를 덮었다.

야영, 그리고 노숙, 예전 삶에서는 정말 자주 해보던 생활이었다. 생활고에 시달려서 집도 없던 청년 시절에는 공중전화 부스나 공원 벤치 그리고 신문지가 그의 집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막노동을 통하여 한푼 두푼을 모으기 시작할 무렵부터는 찜질방이 그의 집이었고 돈이 어느 정도 모였을 무렵에는 가격이 저렴한 개인 공간인 고시텔에 머물렀다.

편안한 생활만 해오던 밀크의 몸은 지금 이 상황이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과거의 삶으로 이런 생활에 익숙했던 밀크의 정신이 그런 몸을 다독이며 깊은 잠을 잘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렇게 얼마나 잠을 청했을까? 주변이 분주해지는 소리가 들려 문득 잠에서 깨어난 밀크의 눈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개인 무기를 챙기고 있는 여전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바로 옆에 있는 유크, 그리고 벨까지 무장을 하는 모습에 잠이 확 달아나 버린 밀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벨와 유크는 그가 깨어난 것을 확인하고는 조용히 다가와서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려왔다.

“일어나셨어요. 조금 문제가 생겼으니 이곳에 가만히 계셔야 합니다.”

“전투를 할 수 없는 인원들은 모두 밀크님의 곁에 모아두었습니다. 지금 여전사들이 적을 요격하러 나가는 중입니다.”

“적이라니? 데빌베어라도 나타난 거야?”

밀크에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벨이 대꾸하였다.

“이곳은 데빌베어의 서식지가 아닙니다. 확인해 보니 다이어울프라고 불리는 마수의 서식지였습니다. 단일 개체로는 위협적인 놈들은 아니지만, 위협을 느끼면 바로 무리를 불러 단체 공격을 하니 주의가 필요하여 전사들을 내보냈습니다. 그냥 아무 일 없이 넘어갔으면 좋으련만….”

감이 좋은 벨이 뭔가의 기척을 느껴 잠에서 깨어난 뒤 주번을 정찰해 보고 다이어울프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는 걸 발견한 뒤 돌아와 유크와 전사들을 깨운 것이다.

그리고 밀크는 그런 기척에 깨어나 일어나게 된 것이었다. 아직 전투를 벌이는 단계까지는 아니었지만, 다이어울프는 상대의 수가 많으면 함부로 공격에 나서는 녀석들이 아니라 당장은 위협이 없다  수 있었다.

무리 사냥을 주로 하는 다이어울프의 특성상 만약 저 다이어울프의 무리가 밀크 일행의 수보다 많고 굶주려 있는 상태라면 아주 높은 확률로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마수가 괜히 마수가 아니다. 놈들은 일반적인 동물보다 심하게 흉포함은 덤이고 아예 생각이라는 것을 안 하기에 마수라고 불리는 것이다.

맹수로 분류되는 호랑이나 사자도 사냥으로 이득을 취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그 즉시 발길을 돌리기 마련이지만 마수라고 판명된 놈들은 일단 배가 고프면 그 흉포함이 최고치에 다다라 이득이고 뭐고 자기 배를 채우는 것에 혈안이 되기에 불리함을감수하고도 상대를 공격한다.

특히나 그런 종류로 최고봉이라 불리는 녀석이 바로 데빌베어, 그리고 또 하나가 다이어울프이다.

다만 다이어울프의 경우는 아무리 배가 고프다 하여도 상대보다 자신들의 무리가 우위를 점하지못하면 주춤하며 공격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먹이로 한 번 인식하게 되면 그 인식한 상대가 지치거나 사고를 당할 때까지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기회를 엿본다.

그래서 여행을 다니는 여행자가 여행길에서 만나기 싫은 마수를 거론할 때면 항상 이름을 올리는 녀석들이 바로 다이어울프이다.

하나 예시로 만약 먹이로 인식한 여행자가 다른 마수를 만난다 치면 그 마수와 여행자가 싸우다가 힘이 빠졌을 때 다이어울프가 유유히 등장하여 마수, 그리고 여행자를 모두 죽이고 그들을 먹이로 삼아 버린다. 아주 영악한 녀석들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지금 홀스타우로스 여전사들을 다이어울프가 자신들을 먹이로 인식하는 느낌이 들면 이 자리에서 전투를 벌여 다 정리를 해야  상황이었다.

앞으로 위도레빗의 마을로 갈 때까지 길이 좀 남아 있는데 뒤에 저런 혹을 달고 이동하는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만약 정면에서 오는 다른 마수와 만나는 바람에 다이어울프와 마수의 협공이라도 당하는 날에는  피해가 막심할 것이다.

만약 이놈들이 자신들을 먹이로 인식한다면 그 자리에서 모조리 쓸어버릴 각오로 유크와 벨은 무기를 들고 전사들과 함께 다이어울프를 살피고 있었다.

여전사들의흉흉한 기운을 느낀 것인지 정찰을 위해 일행에게 근접해 있던 다이어울프는 눈치를 살피면서 그녀들과 대치를 하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어슬렁어슬렁 다이어울프가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 정찰 다이어울프에게 다가오니 그 수는   마리 정도가 되었다.

날카로운 투창을 들고 여차하는 순간 바로 투척할 준비를 하는 여전사들, 그리고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기 시작하는 다이어울프들

벨과 유크를 더하여 열두 명이나 되는 여전사를 앞에 두고도 다이어울프들을 쉽사리 물러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굶주린 모양이었다.

적이 열둘이니 승산이 있다고 느낀 걸까? 다이어울프들을 천천히 그녀들과 거리를 좁히기 위해 산길을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퍽!

깨갱!

그러다 한 녀석이 위로 솟구쳐 오르며 날카로운 이빨을 보이며 뛰어들자 그런 녀석의 몸통에 투창이 날아가 박혔다.

그대로 관통당해서 피를 토해내다가 땅에 자빠져 죽어버린 다이어울프 그것으로 싸움이 시작되었다.

창을 던진 여전사는 바로 검을 뽑아 들고 다가오는 적을 맞이할 준비에 들어갔고 다른 여전사들을 각자가지고 있는 투창을 번개같이 투척하여 다이어 울프를 공격해 들어갔다.

그러나 그녀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밀크와 시종들이 있던 곳에도 다이어 울프들의 양동 공격이 들어온다.

“족장님! 물러나세요!”

“여긴 저희가 맡겠습니다.”

벨이 남겨둔 열 명의 여전사가 원을 그리며 밀크 그리고 전투능력이 낮은 시종 여인들을 호위했다.

숲 안쪽에선 흉흉한 붉은색 안광이 번뜩이고 있었는데 대략 새어봐도 그 수가 약 스무 쌍이었다.

아무래도 이놈들은 머리를 써서 전력을 둘로 나누게 한 다음 이 약한 곳을 공격해 먹이 삼은  도망칠 생각인 듯했다.

희생당한 녀석들이야 이 녀석들이 알 바 아닌 미끼에 불과하다. 무리 생활을 한다 해도  본질은 흉포한 마수이기 때문이다.

머리를 쓰는 모습을 보아하니 지금 밀크의 일행을 공격하는 스무 쌍의  중에는 대장급의 다이어울프가 하나 숨어 있을 것이다.

“음….”

위험하니 뒤에 있으라고 했지만, 족장이 된 그가 두려워서 떨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동요할  그는 궁니르를 등에서 뽑아 들고는 다른 시종 여인들에게 말했다.

“5번 마차에는 투창이 들어 있으니 가져와라.”

“조, 족장님! 그건 선물용으로 준비한 것이….”

“일단 우리가 무사해야지! 투창을 사용하고  다이어울프들의 시체를 갈무리해서 선물 대신으로 삼으면 될 일이야 그리고 선물용 투창은 총 오백 개나 된다. 그중에 몇 개 사용한다 해서 문제 될 건 전혀 없어.”

“아, 알겠습니다.”

여인들을 밀크의 명을 받고 마차에서 선물용으로 실려 있던 투창을 들고 나왔다. 그 수는 백 개들이 두 묶음으로 이백 개였다.

마차를 방패 삼아서 군데군데 뚫려 있는 부분을 고개를 내민 밀크는 이곳으로 천천히 접근하고 있는 다이어 울프를 발견하고는 뒤에 있는 시종들에게 말했다.

“저쪽에서 그리고 저쪽 두 군데에서 다이어울프들이 접근하고 있어. 다들 투창은 던져 봤지?”

“전투 훈련은 받지 않았지만, 투창 던지기는 저희의 운동과도 같은 일이라 매일 시간이 남을 때 연습장에서 던지곤 합니다.”

“잘 되었네. 우리 전사들이 아무리 용맹하다지만수의 차이는 어쩔 수가 없어. 그런 여기서는 우리도 그녀들을 도와 전투에 임해야 한다. 후방 다이어울프의 진입을 우리가 방어하고 전사들이 전방을 공격해서 적들의 수를 줄여나가면 큰 피해 없이 적을 물리칠 수 있을 거다. 곧이어 다이어울프를 상대하러 나갔던 벨이 이끄는 전사들도 돌아오게 되면 꼭 우리의 승리가  것이다. 그러니 겁먹지 말고 저놈들에게 우리 홀스타우로스 여인들의 힘을 보여 주어라!”

예. 족장님!!!

순박하고 한없이 자상해 보이던 엄마의 얼굴인 홀스타우로스들의 눈빛이 강해졌다. 이내 그녀들을 손에 손에 투창을 들고는 적을 향해 무서운눈길을 보내며 시선들을 집중시켰다.

화악!

한 녀석이 공중으로 도약했다. 순식간에 마차를 넘어서 들어올 요량이었는지 놈의 몸은 가벼운 동작으로 날아올랐다.

“이 얍!!!”

기합과 함께 창을 던진 밀크, 공중으로 쏘아진 궁니르는 도저히 적에게 맞을 거 같지 않은 위치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궁니르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방향을 훅! 틀더니 그대로 공중에 날아오른 다이어 울프의 얼굴을 박살  버리고는 공중에서 우뚝 멈추었다가 다시 밀크를 향하여 날아온 뒤에 그가 잡기 편한 위치에서 둥둥 떠서 주인의 손을 기다리고 있었다.

밀크는 그런 모습을 보고 아무리 명작이라고 해도 설마 이 정도까지 대단한 무기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하였던지 탄성을 궁니르를 창을 잡았다.

“아! 진짜 좋은 창이구나 너!”

그러자 그걸 이제야 알아보냐는 듯 투정을 부리며 작게 웅웅! 하고 떨림을 전달했다. 그러나 나쁘지 않은 떨림이라 밀크는 미안하다는 듯 창대를 살살 매만지며 궁니르를 달래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전투는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여전사들을 검과 방패를 들고 강력한 힘으로 다이어 울프를 상대하였고 다이어울프들은 날렵한 움직임으로 그런 전사들을 조롱하듯 검을 피해 다니며 전투를 벌였다.

그러나 그런 다이어울프들도 전방에서 방어하는 전사들의 뒤에서 투창을 던지며 공격하는 전사들과 시종들의 공격에는 맥을 추지 못하였다.

빠르게 피한다 해도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로 날아오는 투창까지는 피하지 못하고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창에 맞자마자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라 나무에 박히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이었다.

특히나 밀크의 궁니르는 신화에서 나오는 오딘의 창이라는 이름에걸맞게 눈앞에 적들을 반드시 맞추면서 주인에게 돌아오는  범상치 않은 활약을 벌이며 차근차근 다이어울프의 수를 줄여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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