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65화, 교류
그 뒤로 또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밀크의 나이 이제 스물하고도 둘이었다. 족장으로서의 관록도 제법 쌓였고 부족 장악 또한 모두 끝난 뒤였다.
주변으로는 에스타 상회, 그리고 반돌프 남작 상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상처를 치료해준 위비의 위도레빗 종족과의 교류도 활발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런 밀크의 부족에 위도레빗의 소개를 받아 두 종족의 친선 교류를 위한인물이 찾아오게 되었다. 그들 중 한 종족은 바로 전에 한 번 설명한 일이 있었던 켄타우로스라는 종족이었다.
물론 그때 설명은 자지의 크기가 어떤지, 그리고 귀족가 여성들이 켄타우로스를 선호한다든지 하는 내용뿐이라 다시 자세하게 설명을 하자면 반인 반마의 아인이 바로 켄타우로스라고 할 수 있다.
상반신은 인간 그리고 하반신이 말의 형상을 한 이 아인은 다소 성정이 거칠고 주로 초원에서 산다. 거기에 홀스타우로스처럼 부족을 이루고 살아가는 종족이다.
말의 하반신을 가지고 있기에 매우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으며 인간의 상체의 자유로운 손에 무기를 들고 전투를 벌이는 아주 용맹한 종족이기도 했다.
다만 그렇다 보니 평야에서의 생활에만 너무 익숙하여 산지형에서 빠르게 움직이기 힘들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고 공성전에서도 매우 불리한 면모를 보인다.
일단 말의 하반신이기 때문에 성벽을 사다리 같은 기구로 오르고 내리기 힘드니 무조건 활 같은 무기를 사용하여 성벽 위에 인원을 제거한 뒤에야 성문을 돌파하여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켄타우로스 종족의 대표로 찾아온 이는 가리온 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로 백색의 말 하반신과 검은색의 머리카락과 꼬리가 이상적인 자였다.
다음으로는 하피라 불리는 날개 달린 아인 이었다. 무릎 아래쪽에 새의 발, 그리고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있으며 팔 부분은 날개로 이루어져 있고 인간처럼 접을 수 있게 발달하여 있었으며 손도 제대로 가지고 있는 종족이었다.
약 40에서 50명씩 작은 단위의 부족 생활을 하고 성년이 되면 그 즉시 자립을 하여 자신만의 생활 공간을 만들어 가는 종족이다.
워낙 활동 범위가 넓으므로 작은 단위로 부족 생활을 하는 것이고 이렇게 작은 부족이 100 정도 모여서 중앙 퀸이 있는 부족의 지배받는 구조이다.
찾아온 이는 레티라는 이름의 여성 하피로 화려한 붉은 색의 날개깃을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두 사람 모두 각자의 부족을 대표해서 오긴 하였지만, 부족을 이끄는 족장의 위치는 아닌지라 밀크의 앞에서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올펀 부족의 족장이신 올펀님의 수석 부하 가리온이라고 합니다. 라파니 부족의 소개로 이렇게 밀크님의 부족과 연이 닿게 되어 친선을 위한 사절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인간의 상체를 숙이면서 말의 하반신은 앞다리를 조금 구부리는 것으로 정중한 인사를 해 오는 가리온 이에 질세라 옆자리에 있는 레티도 화려한 붉은 깃털의 날개를 활짝 편 후 그것으로 벗은 몸을 가리며 허리를 살짝 숙이는 것으로 인사를 해왔다.
“하피퀸 바토리님의 명으로 찾아온 신속의 레티라 합니다. 부끄럽게도 모든 부족을 통틀어 비행 속도가 가장 빨라 연락대와 수색대를 총지휘하는 영광을 받은 몸입니다. 밀크님께 퀸을 대신하여 인사 올리겠습니다.”
두 사람의 인사가 끝나고 밀크 역시 두 사람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라파니의 소개로 왔다면 당연히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라파니의 소개로 왔다니. 정말 환영하는 바야. 이곳 부족을 다스리는 밀크라고 한다. 두 부족의 대표로서 왔으니 지금부터는 족장의 예를 다 하여 성대하게 환영하도록 하지. 앞으로도 서로 교류를 하면서 좋은 관계를 이루어 갔으면 좋겠어.”
“당연한 말씀입니다. 저희 켄타우로스 부족은 앞으로도 밀크님과 좋은 관계를 이루어 갈 것을 약조 드리겠습니다. 족장님께서 저에게 거의 모든 권한을 일임하셨습니다. 일단,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리죠. 저희 부족은 여자들의 젖이 영양이 좋지 않아 유아의 성장이 더디고 몸이 약해 병으로 죽거나 자주 몸이 상하여 부족의 수를 늘리기 힘듭니다. 하여 켄타우로스가 사냥하는 혼 바이슨의 뿔과 고기를 홀스타우로스의 젖과 교환하기를 원하십니다. 부디 저희 부족을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혼 바이슨이란 들소의 형태를 한 마수이다. 머리 중앙에 거대한 뿔이 돋아나 있는데 돌진력이 무시무시하여 그 돌진하는 속도로 뿔을 들이받아 공격한다.
인간들에게서는 최악의 마수로 손꼽히는 녀석으로 그 돌진 속도가 무지막지하게 빨라서 주변으로 생겨나는 공기의 압력 때문에 화살이 튕겨 나가 사냥하기 벅찬 위험 종으로 등록되어 있다.
단 일단 돌진이 끝나면 다시 몸을 돌리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는 순간 비틈히 많이 있어서 그때를 노리면 적은 피해로 사냥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일단 돌진을 시작하는 녀석의 공격을 피하는 것이 난관에 가까워서 일단 만나면 나무가 무성한 곳이나 울타리가 있는 곳으로 몸을 피해야 목숨을 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위험한 혼 바이슨과 비슷한 속도로 달리며 방향 전환도 빠르게 가능한 켄타우로스는 이 녀석들은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사냥꾼이다.
위험한 녀석들답게 녀석들의 뿔은 매우 단단하고 좋은 소재로 사용된다. 그리고 고기의 경우는 영양은 그리 좋지 않지만, 그 맛이 뛰어나 비싸게 거래되는 품목이다.
영양이 넘치는 홀스타우로스의 젖은 켄타우로스 유아들이 먹고 자라면 훨씬 튼튼하게 자랄 수 있기에 그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물품이었다.
마찬가지로 혼 바이슨의 뿔 또한 대장장이 일에 관심이 많은 밀크에게 더없이 필요한 소재였다. 녀석의 뿔을 가공하면 탄성이 넘치는 창대, 또는 활을 만들 수 있게 된다.
활이야 잘 사용하지 않지만. 이 혼 바이슨의 거대한 뿔을 가공하면 투창을 좀 더 개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홀스타우로스의 젖은 여성들의 수가 많은 홀스타우로스 부족의 상황상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물품이었다. 밀크는 흔쾌히 그 제안에 대답하였다.
“혼 바이슨의 뿔이라…. 좋은 소재이지. 고기는 좀 줄여도 좋으니 뿔을 더 많이 주었으면 좋겠어. 그렇게 해준다면 우리 부족의 여성들에게 젖을 모아 너희와 물물교환을 해주도록 하지.”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혼 바이슨의 뿔을 좀 더 많이 준비하여 거래할 인원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이야기를 꺼낸 가리온과 밀크의 대화가 끝나니 하피의 대표로 찾아온 레티가 공손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저희 하피 또한 밀크님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겠습니다. 혹시 저희는 데빌배어의 가죽을 좀 얻을 수 없을는지 묻겠습니다.”
“데빌배어의 가죽을?”
“예. 저희 하피들의 날개는 아름다워 보이지만 관리를 잘 해주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진드기가 생기고 기생충까지 생겨나서 날개 깃털이 모두 빠져 공중을 날 수 없게 됩니다. 이런 기생충과 진드기를 말끔하게 씻어내기 위해서는 거친 가죽으로 만든 수건이 필수랍니다. 데빌배어의 털을 제거하지 않은 가죽은 털을 말려 건조 시키면 매우 단단하고 거친 가죽 수건으로 만들 수 있지요. 이를 얻기 위해 저희는 하늘의 괴조란 별명의 썬더버드의 날개 깃털과 그 부리를 드리겠습니다.”
썬더버드란 높은 산에서 서식하며 날개 깃털 사이에서 일어나는 강력한 번개를 사용하여 적을 공격하는 무시무시한 마수다.
날카로운 부리도 예사롭지 않아서 한번 쪼이게 되면 검이고 갑옷이고 모두 구멍이 생길 정도이고 번개 공격에 당한 사람은 심하면 즉사할 수도 있어서 산에 갈 때 모두가 두려워 하는 마수로 손꼽힌다.
하피는 이런 썬더버드에게 천적인 아인이다. 일단 하피는 전기에 강한 내성이 있으며 썬더버드보다 더 빠른 비행이 가능하여 놈들은 하피에게 힘을 쓰지 못하고 사냥당하게 된다.
놈들의 날개 깃털은 죽은 후에도 미약하지만, 전기 속성을 띄고 있어서 소재로 삼아 만드는 물건에 전기 내성, 또는 전기 속성이 부여되고 놈들의 부리는 단단한 것보다는 그 뾰족함을 살려 구멍을 뚫는 송곳으로 사용하거나 암살용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곤 한다.
두 가지 전부 대장장이인 밀크에게는 구미가 당기는 물건들이었다. 데빌배어의 가죽이야 투창으로 무장한 여전사들의 활약으로 퍼슨과 거래를 하고도 그 재고가 남아돌 정도로 쌓여 있으니 교환을 하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번에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밀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레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퀸께 전해 드려. 충분한 수량의 데빌배어 가죽을 준비해 줄 테니까 썬더버드의 부리와 날개 깃털을 준비해 달라고.”
“감사합니다. 밀크 족장님!”
이렇게 밀크는 점점 주변의 다른 아인들과의 교류를 넓혀 가고 있었다. 전날 해어진 레이나와 했던 이야기 때문인지 주변 친화적인 세력을 점점 많이 만들어 가는 중이었다.
술자리가 끝나고 두 사람에게 숙소를 내어준 그는 그래도 혹시 모르니 루피카를 통하여 두 종족과의 교류가 길일이 흉일지를 물어보았고 루피카에게서는 길이라는 낭보를 받았다.
두 종족의 사절이 마을을 떠나자 이번에는 위도레빗의 위비가 그의 마을을 찾아왔다. 족장인 라파니의 서신을 전달하러 온 것이었다.
“잘 지내셨습니까? 오랜만에 뵙습니다. 족장님!”
“오 위비~ 이제 복귀를 한 건가?”
“덕분에 몸 건강히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족장님.”
밀크의 마을에서 회복을 끝낸 위비는 마중 나온 라파니와 그 일행들과 함께 부족의 마을로 돌아가게 되었다. (참고로 이때 필리아는 바쁜 일정 때문에 같이오지 못하였다.)
다만 영양실조 때문에 생긴 병이 깊어서 바로 일선에 복귀하지는 못하고 자신의 마을에서 요양하는 시기를 치러야 했다.
그 잠깐의 순간 아인 사냥꾼들이 그녀를 어찌나 괴롭혔는지 겉으로 보이는 곳에는 상처가 거의 나았지만 속에서 곪은 상처들이 속속히 발견되어서 바로 수전사로 일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 수전사로 복귀한 모습을 보여주니 밀크로서는 참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구해준 대상이 이렇게 건강하다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 얼마나 기쁠까?
위비는 귀여운 얼굴로 밝게 웃으며 밀크에게 공손이 절을 한 뒤 자신의 가방에서 편지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족장님께 보내는 라파니 족장님의 편지입니다. 그럼 저는 바로 다른 마을로 떠나야 하니 실례 하겠습니다.”
“힘들지 않아? 물이라도 한잔하고 가는 게 어때?”
“에이 괜찮아요~ 저희 위도레빗들을 수분을 조금만 섭취해도 된답니다. 그럼!”
그녀는 나타난 것과 마찬가지로 바람과 같이 달려서 마을을 빠져나갔다. 역시 아인중에 장거리 달리기 속도로 4위를 차지하는 종족답게 정말 빠른 속도였다.
4위라 하였으니 간단하게 그 순위를 살펴보자면 단거리로 봤을 때 1위가 켓트시 2위가 위도레빗3위가 켄타우로스고4위가 코볼트 5위가 엘프다.
장거리고 보자면 1위가 켄타우로스 2위과 엘프 3위가 코볼트이고 4위가 위도레빗이며 5위가 켓트시 이다.
뭐 어디까지나, 인간들의 관점에서 봤을 때의 수치라 그 신용도는 낮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비교라 나름의 의미는 있었다.
위비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밀크는 그녀가 전달해 주고 간 편지를 열어 그 안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친애하는 밀크, 이렇게 편지로 인사를 하게 되어 참 미안하게 생각해. 우리 마을이 잔치 준비로 참바빠서 몸을 뺄 수가 없게 되었으니 그 점 이해해 주길 바랄게. 먼저 설명했다시피 우리 부족의 마을은 잔치가 열릴 예정이야. 위비에게 밀크의 마을을 가장 먼저 찾아가라고 했으니 아마 이 편지는 같은 날 전달해졌을 거야. 앞으로 10일 후 태양의 날에 우리 마을에는 각 부족을 초대하여 제사장의 200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잔치를 벌일 거야. 밀크도 그 자리에 참여해 줬으면 해서 이렇게 편지를 써봐. 물론 바쁘다면 함부로 부를 수 없지만, 혹시 시간이 된다면 꼭 참여해 줘. 그리고 우리 최고 전사인 필리아도 꼭 네가 오는 것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으니 전달해 달라더군. 호호호~ 몸이 달아 있는 이 두 여자의 청을 거절하지는 않을 거지?」
“하하….”
뒤에 이상한 내용이 좀 껴있긴 하지만, 위도레빗의 부족을 이끄는 삼 체제의 한 축인 제사장의 생일잔치에 초대한다는 내용이었다.
200번째 생일이라니 아마 그 규모부터가 대단하리라 생각되었다. 무려 주변의 아는 부족의 족장들을 대부분 초대한다고 하니 말이다.
기쁜 날에 초대를 받게 되었으니 어찌 마다할 수 있을까. 밀크는 바로 옆에서 서 있는 자신의 엄마이자 첫 번째 부인인 밀리를 불러 편지의 내용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