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화 〉50화, 테이블 아래에서는….
“도착했습니다. 대 행수님.”
“오? 그런가? 생각보다 빨랐군.”
얼마 후 밀크의 부족으로 퍼슨이 찾아왔다. 그의 말처럼 자주 찾아올 수 없을 정도로 바빠진 그였지만, 시간을 쪼개서 방문한 것이었다.
대 행수가 되어 밀크와의 거래 말고도 그 밖의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는 그였다. 그러나 큰 거래 상대이자 대 고객인 밀크를 함부로 대할 수는 없는일, 이렇게 가끔은 직접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 했다.
그의 행렬이마을로 다가오자 원래라면 검을 들이밀어야 했을 홀스타우로스 여전사들이 미소지으며 인사를 해왔다.
“오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족장님께서 기다리시니 어서 들어가 보시지요.”
“환영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다시 마차 안으로 고개를 집어넣은 퍼슨, 그는 속으로 이곳을 담당하는 행수 발렌이 일을 잘 처리하고 있어 기특하게 생각했다.
‘홀스타우로스들의 경계가 한층 낮아졌어이건 역시 발렌 행수가 잘 하고 있다는 증거겠군. 그녀에 대한 승진 건을 한 번 추천해 봐야 하냐?’
행수에서 승진한다고 바로 대 행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퍼슨의 경우 공적이 워낙 커서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기본적으로는 행수에서 승진하면 그대로 행수이다.
다만 행수 직위의 급이 높아지게 된다. 지금 발렌은 10등급의 최하위 행수 직을 맡고 있는데 대 행수인 퍼슨은 그녀를 다음 직급인 9등급 행수로 올릴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물론 상단 본점에 언질을 넣어야 하고 승진 서류가 내려올 때까진 시일이 조금 걸리지만, 그가 추천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바로 9등급에 앉을 수 있다.
홀스타우로스와의 관계가 돈독해지는 것 역시 그녀가 해야 하는 임무 죽에 하나이지 조금 전 여전사의 반응만 봐도 그녀가 매우 잘 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특한 부하는 확실한 보상을 해주어야 하는 법 이번 퍼슨의 부족 방문이 끝나 그가 돌아가면 발렌의 승진은 떼 놓은 당상이었다.
인간들을 위해 지어진 숙소에 도착한 이들은 짐을 푼 뒤. 이번 상행을 위해 준비해온 선물과 교역품을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퍼슨은 이곳의 담당자인 발렌을 찾기 위해 그녀의 밑에서 일하고 있는 상단원을 불러 그녀의 위치를 물었다.
“이보게, 발렌은 지금 어디 있나?”
“아 대 행수님! 행수님은 부족 족장님의 방에 있습니다.”
“호? 그런가? 그녀가 족장님과 친하다는 말은 내 익히 들었는데 이런 시간에 방에 부를 정도로돈독한 줄은 몰랐군.”
“행수님의 노력이 많았습니다. 족장님도 그것을 알고 신임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알았네. 어차피 족장님과 만나 뵐 테니 그때 같이 보면 되겠군. 수고하게.”
“예 대 행수님!”
퍼슨의 말을 들은 상단원이 밖으로 나가니 바로 이어서 홀스타우로스 종족의 여인 한명이 들어와 퍼슨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퍼슨 대 행수님이시지요?”
“그렇소. 내가 퍼슨이오.”
“족장님께서 연회 준비를 끝내고 부르십니다. 절 따라오시면 됩니다.”
“이런~ 고마울 수가 있나. 바로 가시지요.족장님을 기다리게 할 수야 없지요.”
“그럼 이리로….”
자신을 호위하는 두 명의 상단 호위병을 대동하여 이동한 그는 족장의 집 앞에 호위병을 대기시킨 후 홀로 그 안으로 들어섰다.
분주하게 음식을 옮기고 있는 여인들, 그런 여인들의 틈으로 꽤 작은 체구의 여인이 한 명 있었는데 어린 홀스타우로스라고 생각한 그는 눈여겨보지 않고 지나쳐 족장의 방으로 들어갔다.
“아~ 퍼슨 오랜만에 보는군. 이거 요즘 얼굴 보기가 힘든걸?”
반갑게 자신을 맞이해주는 변하지 않은 밀크의 얼굴을 본 퍼슨은 최대한 공손하게 인사를 한 뒤 그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족장님. 이거 대 행수가 되었더니 여간 바쁜 게 아니라서요. 오늘도 잠시 시간을 내서 온 것이라 연회가 끝나면 바로 돌아가 봐야 합니다.”
“하하~ 바쁘다는 건 그만큼 인정을 받고 있다는 거 아닌가? 앞으로도 승승장구하겠군.”
“과찬입니다. 족장님. 모든 것은 다 족장님의 덕입니다. 앞으로도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에이~ 금칠 하기는~ 그보다 어서 앉으라고 보내준 노예들 덕분에 대장간도 잘 돌아가고 있고 새로 도착한 요리사 노예들도 곧잘 적응해서 수준 높은 요리를 우리 여인들에게 알려주고 있어서 음식맛이 아주 일품이야. 어서 먹어보라고.”
“고맙습니다. 그럼 사양하지 않고…. 음?”
그가 자리에 앉아서 음식을 집어 들려고 하자 그의 목에 작은 천을 대주면서 스푼을 가져다주는 여인이 있었다.
‘호~ 벌써 스푼까지 제련하는 건가? 아니면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 손님 대접용으로 만든 것을 내온 것인가…. 응?’
스푼을 받아 들고 고작 스푼 하나에도 민감하게반응을 하던 그는 순간 자신에게 스푼을 쥐여 준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는 깜짝 놀라서 스푼을 떨어트리고 말았는데 눈앞에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짧았던 머리를 길게 기르고 홀스타우로스 여성들이 입는 천으로 가슴과 하반신의 중요한 부분만 가린 파격 노출 복장을 한 발렌 이었다.
“자, 자네?!”
“오, 오랜만에 뵙습니다. 대 행수님.”
인사를 마친 그녀는 자리를 옮겨 밀크의 옆으로 다가가 그의 옆에 다소곳하게 서서 쟁반을 들고 하반신을 가린 채 고개를 숙인 뒤 눈을 감고 그의 명을 기다리고 있다는 듯 행동을 하였다.
지금의 상황을 뇌로 이해하지 못한 걸까? 퍼슨이 눈을 비비고 다시 바라보는 등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행동하자 밀크가 입을 가리고 웃으며 그에게 설명해 주었다.
“퍼슨 자네가 추천한 이 발렌 행수는 정말 유능하고 대단해. 그리고 말이 잘 통하는 인재야.”
“네엣?”
“이걸 좀 봐. 우리 홀스타우로스의 생활 약식을 그대로 따라서 우리를 공부하고 있잖아. 이 복장은 그녀가 괜히 입은 것이 아니야. 우리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서기 위해 입은 복장이지. 지금 그녀는 족장을 따르는 홀스타우로스 여인을 공부하고 있지. 그래서 자기 일을 하는 틈틈이 이렇게 내 집으로 와서 허드렛일을 도맡아 해주고 있어.”
“자, 자네….”
사실 퍼슨은 발렌이 인간 우월주의 사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인 멸시 사상이 있는 것은 몰랐지만, 전자의 경우는 발렌과의 대화에서 그런 뉘앙스가 자주 풍겨왔기에 잘 알고 있던 일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녀에게 이 일을 맡겨도 좋을지 사실 고민이 있긴 하였지만, 그녀가 사적인 감정을 내세워 홀스타우로스 종족과 사이가 나빠진다면 결국 그녀는 그 정도의 인물일 테니 경질시키고 다른 사람을 그곳에 보낼 생각이었다.
즉 그녀는 퍼슨에게 시험을 당한 것이었다. 어차피 자신이 있는 한 발렌이 저지른 실수 정도야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이참에 그녀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한번 해보자는 의도가 깔린인사 판정이었다.
그리고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사람이 그리 쉽게 바뀌지도 않고 하물며 인간 우월 사상이 있는 그녀가 홀스타우로스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어려울 테니 기껏해야 아인에 별 감정이 없는 아랫사람들을 다뤄서 일을 처리할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 정도만 해도 사람을 부릴 줄 안다는 것은 증명이 되는 셈이니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건만….’
그런데 그녀는 그의 예상을 보기 좋게 깨버리고 홀스타우로스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은 물론 그보다 더해서 그들을 공부하고 이해하려고 노력까지 하고 있었다.
‘음…. 그녀는 사적인 일로 아인들과 척을 지는 성격은 아니로군, 인간 우월사상이 있긴 하지만 큰일을 맡겨도 좋을 인사야. 좋아 앞으로 그녀를 내가 확실히 밀어주어야겠어. 나중에 상단에서의 내 입지에도 좋은 도움이 되겠지.’
생각을 정리한 퍼슨은 발렌을 바라보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발렌도 그를 향하여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후훗 내 생각을 알고 웃는 것일까? 과연 눈치는 있군. 앞으로 잘 지켜보지.’
발렌의 미소를 보고 음식에 집중하기시작하는 퍼슨, 다만 그는 완벽하게 착각을 하고 있었다. 밀크의 말처럼 발렌이 이런 복장을 한 것은 공부때문도 아니고 친밀감 표시 때문도 아니었다.
저번 술자리 이후로 그녀는 완벽하게 밀크의 노예가 되었다. 서류상, 그리고 저주를 걸려 노예가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자지에 굴복하여 그의 자지가 아니면 살아갈 수 없는 이른바 자지 노예가 된 것이다.
루피카처럼 그녀 역시 호감도 100에 복종 상태가 되었다. 밀크의 말이라면 배를 까뒤집고 누워서 개처럼 울 수도 있을 정도로 그녀는 확실히 위아래를 깨달았다.
홀스타우로스들의 옷을 입은 것도 밀크의 명령 때문이었고 그의 시중을 들고 있는 것도 전부 그의 명령 때문이었다.
밀크는 그것을 교묘하게 속여서 마치 그녀가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듯 퍼슨에게 전달한 것이다.
그것을 모르고 퍼슨은 오! 발렌이 정말 노력하는 군 하고 생각을하고 있었다. 눈앞의 발랜이 지금 어떤 상황을 겪고 있는 줄도 모르고말이다.
“아…. 으…. 옷….”
해맑게 웃고 있는 발렌의 입에서는 가끔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피곤한가 싶어 그녀를 살펴보지만, 안색은 괜찮아 보였다. 다만 조금 붉어진 듯 보이긴 했다.
퍼슨은 그녀가 웃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아니었다. 쟁반에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지금 그녀의 보지는 밀크의 손가락이 들어가서 맹렬하게 쑤셔지는 중이었다.
미소를 잃지 않고 있는 그녀의 표정 또한 사실 감겨 있는 눈은 풀리는 눈동자를 숨기기 위함이었고 미소지은 입은 자세히 보면 어딘지 조금 이상하게 웃고 있었다.
입에서 나오는 소리 역시 그녀가 힘들어서 나오는 소리이긴 했지만, 그것은 일이 힘들어서 나오는 것이 아닌 쾌락을 참기 힘들어서 억눌려서 나오는 신음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는 맛있게 음식을 먹는 퍼슨 발렌은 아무리 밀크의 명이라고 하지만 이런 상태가 들키지 않을까 속으로 노심초사하는 중이었다.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윽! 오옥!!! 안돼! 밀크님 거기는 안돼요! 아윽!!! 아앙!!! 날 너무 잘 알고 계셔. 느끼는 곳 전부 알고 계셔서 참을 수가 앗! 흐응!!!’
밀크가 강하게 만져올 때마다 그녀의 미소 또한 진해졌다. 쟁반에 가려진 보지와 허벅지는 이미 젖어서 흥건해진 뒤였다.
식사가 거의끝나갈 때쯤 발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식사하던 도중이라 그녀가 나간 것을 보지 못한 퍼슨은 그냥 일이 있어서 나간 거겠지 하고 신경을 쓰지 않았다.
“츄웁! 쮸릅! 츕!”
발렌이 있는 곳이 테이블 아래일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채 맛있게 음식을 즐긴 그는 앉아있는 밀크에게 인사를 하며 일어났다.
“생각 같아서는 더 있고 싶지만 역시 바빠서 안 되겠네요. 죄송합니다. 족장님.”
“아니야. 바쁜 사람 오래 잡고 있을 수도 없지. 발렌은 충분히 잘 하고 있으니까 여긴 그녀에게 계속 맡겨두어도 돼. 될 수 있으면 그녀의 직위도 올려주고 상도 좀 주라고 하고 싶은데~”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정도로 족장님께 신임을 받고 있는데 제가 어찌 소홀히 대하겠습니까? 그녀의 공을 확실히 중앙에 전달하겠습니다.”
“역시 퍼슨은 눈치가 빨라서 좋다니까. 갈 때 홀스타주를 가지고 가라고. 선물이니 자네 공적으로 삼아.”
“정말 감사합니다. 족장님!”
선물을 가져온 만큼이나 두둑하게 받아서 돌아가게 된 퍼슨, 얼굴로는 기쁨을 드러내지 않고 미미한 미소만 지었지만, 속으로는 뛸 듯이 기뻤다.
‘잘하고 있군. 아주 완벽히 잘하고 있어. 이게 다 발렌의 공이야. 내 앞으로 꼭 그녀를 내 휘하에 두고 잘 키워야겠어.’
이같이 오해는 오해를 부르고 또 오해를 불러 퍼슨에게 발린이야말로 참된 행수라는 이미지를 심어 주었다.
퍼슨이 일행들과 돌아간 직후, 테이블 아래에 들어가 있는 발렌의 얼굴을 보기 위해 테이블보를 걷어 올리는 밀크.
그곳에는 이미 밀크의 젖으로 몸 이곳저곳이 더러워진 발렌이 다 녹아내리는 듯한 눈으로 그를 주시하며 연신 그의 자지를 혀로 핥고 있었다.
“아까까지는 퍼슨 앞이라고 절대 못 하겠다고 빼던 사람이 이게 뭐지?”
“자지잇! 자지! 족장님 자지 좋아~ 족장님 자지 젖 맛있어요~ 아아~ 더 주세요~”
그의 물음에 다른 대답을 하면서 그의 자지에서 떨어질 줄 모르고 있는 발렌, 그렇게 밀크는 인간 하나를 완전히 자신의 수족으로 만들었다.
이후 발렌은 인간들과의 거래에서 그에게 큰 힘을 실어줄 든든한 우군이 될 테지만, 지금 이 꼴을 보고 있자면 그녀가 과연 과거 그 아인 멸시를 하던, 도도하고 괴팍한 그녀가 맞는지 의문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이 얻어낸 홀스타주를 보며 또 한 번 큰 공을 세워 상단주에게 칭찬을 들을 생각에 부푼 퍼슨, 그는 과연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무슨 표정을 지을까? 상상이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그가 발렌의 비밀을 알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