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40화, 제사장 루피카.
“그래서 어떻게 됐어?!”
옛날이야기의 다음 내용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똘망똘망한 눈이 되어 대 행수 퍼슨에게 이야기를 하라고 독촉하는 밀크
그 모습에 그의 모습이 참 귀여웠는지 퍼슨은 아빠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나머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상단주님이 거하게 칭찬을 해주시며 앞으로 대장장이 밀크와의 거래, 그리고 유목 홀스타우로스와의 거래를 저에게 독점 운영하는 것을 허락하시며 대 행수의 자리로 올려 주셨습니다. 하하하! 이 모든 것이 다 족장님의 덕분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잘 되었다니 정말 다행이네. 그럼 앞으로 계속해서 대 행수와 거래를 할 수 있게 되었단 이야기네?”
“예. 그러나 대 행수가되었기에 전 이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게 되었습니다. 하여 이번에 절 따라 상행에 나서서 행수가 된 발렌이 이곳을 책임지고 거래를 하게 될 겁니다. 아! 그녀 역시 저와 서약으로 약속을 해두었으니 절대로 이곳의 위치나 족장님의 정체를 밝히지 않을 겁니다.”
“얼굴을 자주 못 보게 되었다니 조금 아쉽네.”
“일이 없어서 한가할 때는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저희 최대 고객이신데 당연한 일이지요. 그리고….”
본론으로 들어가기 위해 퍼슨이 박수를 짧게 두 번 치니 발렌이 족장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목에 개목걸이 같은 것이 묶여있는 여성들이 마치 줄줄이 엮인 물고기처럼 밧줄에 끌려 들어왔다. 그 수는 아홉이었다.
하나같이 헐벗은 몰골에 몸 이곳저곳에 상처가 있고 험하게 굴러다녔는지 겁에 잔뜩 질려 움츠러들어 있었고 눈은 죽은 생선처럼 공허했다.
‘같은 인간끼리 저렇게 다루다니…. 그곳이나 이곳이나 인간은 결국 누군가를 착취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들인 건가….’
티를 내지는 않았지, 불편한 기분을 느낀 밀크, 그때 그의 머릿속에서 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예는 인간들의 먹이사슬 피라미드 가장 최하층에 속하는 자들입니다. 인격이고 인권이고 모든 것을 박탈당한 존재들이지요. 다만 다른 아인들에게 팔려간 노예들은 그 취급이 좀 달라집니다.]
‘인간보다는 잘 대해 주니까?’
[적어도 밥을 굶기거나 모욕을 하고 성적으로 수치심을 주지는 않으니까요.]
‘…….’
루의 말을 듣고 생각을 정정했다. 지구에서의 삶은 이 노예들에 비하면 정말 천국이었다고 말이다. 다만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암으로 죽은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비참했지만, 말이다.
여하튼 퍼슨은 끌려온 노예 중에 가장 미모가 대단한 노예의 목걸이에 연결된 목줄을 풀어 앞으로 끌고 나왔다.
그녀는 몸을 웅크리며 겁에 질린 모습으로 벌벌 떨고 있었는데 밀크를 보고는 아인이라는 점 때문에 더 겁이 나는지 눈물까지 질질 흘리며 다가가지 않으려고 애를 쓰기 시작했다.
“팔지 말아줘요! 열심히 일할게요. 제, 제발!”
“이년이!”
그녀의 말에 발렌이 인상을 쓰며 말 꼬랑지처럼 생긴 짧은 채찍을 휘둘렀다. 그러자 노예 여성은 그 채찍에 맞아 힘없이 나뒹굴었다.
“아악!!! 흐윽…. 팔지 말아 주세요… 으흐윽….”
두어 번의 채찍질 후에야 노예는 잠잠해졌다. 아니 그대로 기절이라도 한 듯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서 꿈틀거릴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대장장이 노예들은 적국에서 사로잡거나 완전히 파산하여 저희에게 종신으로 고용된 이들뿐이라 교육이 좀 부족합니다. 다만 실력은 정말 확실하니 조금만 겁을 주면서 다루면 제법 쓸만할 겁니다.”
사람 좋아 보이던 퍼슨도 노예의 앞에서는 냉정하게 변모하였다. 마치 눈앞에 있는 대상이 같은 인간이 아니라는 듯 대하는 그 보습에 밀크는 소름이 다 돋을 지경이었다.
“고맙군. 그럼 이들이 전부 다 대장장이인가?”
“예 특히나 여기 쓰러져 있는 여자가 이들 중에 가장 능력 있는 대장장이입니다. 하지만 과거에왕국에 큰 죄를 짓는 바람에 가문이 박살 나 이렇게 저희에게 종신으로 고용되었죠. 이제 그 종신 노예계약서를 족장님에게 인계하겠습니다.”
퍼슨은 들고 있던 아홉 개의 종이를 밀크에게 넘겨 주었다. 그곳엔 여인들의 이름과 나이, 그리고 노예가 되어 귀속되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인장과 그녀들의 이름을 묶어둔 마법적인 처리가 되어있었다.
“노예들이 죽거나 주인이 된 자가 그 종이를 찢어주는 것, 그리고 노예 계약이 기간이 끝나는 순간이 그녀들이 자유가 되는 시기입니다. 다만 이 노예들은 모두 종신 노예라 기간이 수명이 끝나는 날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이 노예들의 생사를 쥐고 있는 것은 족장님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모두 잘 들어라!”
퍼슨은 노예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여기 계시는 이 분은 우리 상단의 가장 중요한 고객이시다. 그러니 이 분에 명령에 따라 살고 죽어라! 다시 말하지만, 이 노예 계약서는 이 시간부터 여기 있는 밀크 족장님에게 인계되었다. 앞으로 이분을 주인으로 모셔 네년 들의 재능을 한껏 발휘하기 바란다.”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여 덞 명의 여인들과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여성, 밀크는 한 명씩 노예계약서를 보면서 그녀들의 얼굴과 이름을 익혔다.
다만 이대로는 정말 손가락으로 건드리기만 해도 픽! 쓰러져 버릴 것처럼 약해 보이기에 일단 배불리 먹이고 쉴 곳을 잘 만들어 줘야 할 거 같았다.
자신들 홀스타우로스에 비해 인간은 나약하기 짝이 없는 몸을 가지고 있기에 그냥 땅바닥에서 생활시키는 것도 치명적으로 될 수 있었다.
“대 행수.”
“예 족장님.”
“그녀들이 먹을 식량과 지낼 숙소를 지어주고 싶으니 자재를 좀 빠르게 구해줘. 그 정도는 서비스로 해줄 수 있겠지?”
“숙소를요?”
“인간은 약하기 때문에 우리랑 같이 지내면 금방 죽어버릴 거야. 그러니까 그녀들이 쉴 공간은 따로 인간들의 양식으로 지어 줘야지.”
“아! 그렇군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물론 그 정도는 편의를 봐 드려야죠.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여기 있는 발렌 행수가 책임지고 구해 드릴 겁니다. 발렌”
“예 대 행수!”
“들었으니 그대로 시행하게.”
“알겠습니다. 최대한 좋은 재질로 건설 자재를 구해 오겠습니다.”
바로 알아들어서 다행이었다. 밀크가 내어준 젖 덕분에 높은 자리에 올라갔으니 그에 상응하는 고급 자제를 구해 오라는 무언의 암시였는데 다행히 눈치가 빨라서 다들 잘 알아들었다.
“그럼 족장님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방문한 목적은 모두 끝났으니 돌아가 보겠다는 퍼슨과 발렌, 두 사람이 상단과 함께 마을 밖으로 나가자 밀크는 여인들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이리 와봐.”
“힉!!!”
“사, 살려 주세요!”
“윽…. 흑!”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어도 아인은 아인, 거기에 그 대상이 한 부족을 다스리는 족장임과 동시에 자신들의 목숨줄을 쥐고 있다는 사실에 여인들을 겁에 질려 울거나 비는 등 가지각생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시간이 좀 많이 필요하겠네.’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응?’
[호감도를 잊으셨군요. 밀크는 다른 사람과 다르게 호감도 시스템과 제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제가 당신을 도와 그녀들의 마음을 열겠습니다.]
‘정말 든든한걸? 그럼 누굴 먼저 시작해야 하나?’
[쓰러진 여성부터 시작하시지요. 저 여성이 여기 있는 대장장이 중에 가장 실력이 뛰어납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이들 중에 우두머리를 맡고 있지요.]
‘음~ 아까 노예계약서에 이름이…. 파티마?’
밀크는 기억을 더듬어 노예계약서에 적혀 있던 그녀의 이름을 기억해 내고는 쓰러진 그녀를 바라보았다.
홀스타우로스처럼 육감적인 몸매는 아니지만, 인간들 사이에서는 충분히 매력적인 몸매와 대장장이 일을 하며 잘 발달한 팔의 근육이 돋보였다.
미모는 확실히 퍼슨의 말대로 아름다웠다. 몸의 상처나 잘 못 먹어서 여윈 얼굴만 다듬으면 보석처럼 빛날 거 같은 느낌이었다.
밀크의 시선을 느꼈는지 겁에 질려서 뒤로 기어 물러나는 파티마, 아무래도 채찍을 피하고자 기절을 한 척 한 모양이었다.
‘제법 영악한 구석이 있네. 조심해야겠어.’
파티마의 성격을 대충 파악한 그는 뒤로 기어서 물러나는 그녀에게 다시 다가오라고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이리 와봐”
채찍을 들고 있던 발렌보다는 그래도 안전해 보이는 얼굴이라 경계는 덜해 보였지만, 아직은 그에 대한 파악이 덜된 모양인지 천천히 다가오는 파티마.
다가온파티마의 목에 채워져 있는 개목걸이를 풀어준 뒤 그녀를 돌려보냈다.
“다음”
파티마의 목줄을 풀어주는 것을 봐서일까? 이다음부터는 노예들이 밀크의 말에 고분고분 따르며 그에게 다가가고 물러서고를 반복하여 마지막 아홉 번째 노예까지 모두 목줄이 풀려났다.
“어차피 이 노예계약서가 있는 한 너희는 도망쳐도 죽게 되어있는 거 알지? 목줄이 있어 봐야 너희만 괴로울 테니 일을 잘하라는 의미에서 풀어줬어. 여기서는 너흴 때리지도 굶기지도 않을 테지만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태업을 한다면 그런 식객 따윈 필요 없으니 바로 되팔아 버릴 거야. 만약 너희가 퍼슨에게 다시 돌아간다면 그가 어떻게 생각할까?”
소년의 목소리지만 그 뜻이 내포하는 있는 것은 사뭇 진지하고 냉정했으며 그녀들이 듣기에도 가혹했다.
대 고객인 밀크에게 고르고 골라서 팔려온 그녀들이 그의 말을 듣지 않아 다시 돌아가면? 당연히 남은 것은 고된 매질과 적어지는 밥, 그리고 종극에는 죽음뿐이었다.
“내 하나만 약속하지. 아마 너희가 인간들에게 받았던 대접보다는여기 생활이 더 낫다고 느껴질 거야. 방금 한 말은 나태해지지 말라는 뜻에서 한 소리니까 너무 겁은 먹지 말고 일할 때는 확실히 하고 쉴 때는 편히 쉰다는 생각을 하자고.”
그렇게 밀크는 대장장이들에게 임시로 쉴 곳을 지정해 준 뒤 내일 도착할 자재들로 그녀들이 쉴 숙소를 건설할 공간을 할당해 두었다.
일이 끝난 뒤 족장의 집으로 돌아오니 그곳에는 밀리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따듯한 표정으로 지쳐 보이는 밀크의 몸을 따듯하게 안아 준다.
“수고 많았구나. 아들.”
아무도 없는 둘만의 공간에서만 허락된 호칭, 그리고하대. 밀크는 그것이 너무 좋았다. 마치 둘만의 비밀과도 같은 관계 같아서일까?
한동안은 밀리를 설득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지만, 아무도 없는 공간에 둘만 있을 때라면 그리 하겠다는 양보를 얻어내어 그녀에게 잔뜩 어리광을 부릴 수 있게 되었다.
500년 이상을 살아갈 밀크이기에지금 그가 아무리 17살의 남자가 되었다 하더라도 넓게 보면 그는 아직 10살 난 어린아이나 마찬가지였다.
몸 역시 130에서 성장이 멈추었기에 더 그래 보였다. 그리고 아이가 아무리 커도 엄마의 눈에는 아이로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밀크의 그런 어리광이 기분 좋은지 오히려 그의 엉덩이를 토닥이거나 엄마와 아들의 관계로 하기 힘들어 보이는 프렌치 키스까지 하는 등 호칭과는 전혀 별개의 상황이 펼쳐졌다.
“으음-”
“하음-”
보는 이가 없는 두 사람의 행위는 계속 이어졌다. 족장의 방에서 이렇게 노는 것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제는 해야 했다.
왜냐하면, 이 방과 가까운 곳에는 종족의 축제나 각종 행사의 진행을 하는 제사장이 같이 묵고 있기 때문이다.
“신성한 곳에서 두 분이 뭐 하는 겁니까?”
“헛!”
“제, 제사장님.”
밀크는 깜짝 놀라서 밀리와 떨어졌다. 밀리 역시 흩어진 옷을 다시 정리하며 솟아오른 유두가 부끄러웠는지 팔을 들어 가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약간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던 제사장은 두 사람이 당황한 모습을 보이자 입꼬리만 올려서 웃으며 두 사람을 안심시켰다.
“오호홋~ 농담이에요. 모자 사이가 좋아서 참 보기가 좋아요.”
부드럽게 웃은 제사장은 밀리에게 다가갔다.
“족장님과 할 이야기가 있으니 오늘은 저에게 양보를 좀 해주시겠나요?”
“이야기라니….”
“슬슬 족장님도 성인식을 받으셔야 할 나이이지 않나요. 그러니 오늘 바로 시작을 할까 해서요.”
“아!!!”
그랬다. 밀크는 올해로 17세 진정한 성인이 되었다. 지금까지는 혼케일의 권한으로 성인 대접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 그는 아직 성인식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밀리는 중요한 일이란 것을 깨닫고는 자리를 바로 피해 주었다. 족장의 방에 남게 된 밀크와 제사장 루피카 눈에 한 스모크 화장과 하얀 분칠을 해서 어딘지 소름 끼쳐 보이는 여성이지만 화장을 지워서 아름답고 청순한 이미지를 보이는 물이 오른 미모의 여인이었다.
다른 홀스타우로스 여성들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면서도 미모는 지지 않았고 몸매 또한 대단했지만. 허리 쪽에 살집이 좀 있어서 가끔 출렁이기도 했다.
그런 걸 다 포함한다 하여도 그녀는 확실히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밀크의 앞으로 다가온 루피카는 마치 육식 동물처럼 혀를 날름거리면서 천천히 그를 향해 몸을 밀착하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