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8화 〉38화, 가치를 알아 보다. (38/177)



〈 38화 〉38화, 가치를 알아 보다.

에스타 상회의 퍼슨이 밀크 부족의 마을을 돌아보기 원한 것은 선의의 선물을 하나 해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자신들과 지속적인 거래를 해줄 고마운 종족인데 자그마한 선물 하나 정도는 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직 조금은 경계하고 있는 다른 부족의 일원들도 호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렇게 마을을 돌아보고 있었는데 보이는 것은 대부분 통나무로 만들어진 집, 그리고 바닥에 아무런 처리도 하지 않은 곳에서 생활하는 유목민과 비슷한 형태의 생활 양식이었다.

본디 인간보다 튼튼한 홀스타우로스라고 하지만, 흙바닥에서 그냥 앉아서 생활하거나 몹시 청결하지 못한 생활 양식이 보여서 약간 충격을 받은 인간들의 모습

공중변소로 쓰이는 곳이 있긴 했지만, 그곳 역시 구멍을 크게 판 뒤 구멍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만들고 그 통로 끝부분에 용변을 보게 했을 뿐 청결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모습을  일행의  행주 발렌이 인상을찡그리며 앞서가는 행수 퍼슨에게 조용히 귓속말을 걸었다.

[“행수님. 이들은 정말 야만스러운 무리네요…. 정말 이들과 지속적인 거래를 하실 겁니까? 젖이 귀하다고는 하지만 이런 무리와 어울리는 건 좀 아닌 거 같네요.”]

[“부 행수. 말을 조심하게. 홀스타우로스들은 귀가 좋다네. 지금 이 대화도 들릴 거야. 그리고 이들의 생활 약식은 인간보다 건강한 육체에서 오는 것일세. 그리고 손재주나 기술이 딸려서 우리와 같은 문화를 이루지 못할 뿐이지. 이들 역시 더 좋고 더 획기적인 물건이 있다면 사용할 수 있는 지능은 있네. 다음 상행에는 청결을 유지해줄 몇 가지 물품과 약재를 가져와서 이곳 족장과 대화를 해봐야겠어. 생각보다 족장이 이야기가 통하는 분이야.”]

[“그 꼬맹이말인가요?”]

[“쉿! 실례되는 말 하지 말게!”]

다행히 유리와 유크는 발렌이 한 꼬맹이라는 말은 듣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한 대화는 얼추 들어서 나중에 밀크에게 전달할 예정이었다.

그렇게 마을 구경이 어느 정도 끝나갈 때였다. 멀리서 여자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는 모습을 보며 퍼슨을 비롯한 상단의 인원들이 피식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때 퍼슨의 눈에 이채를 띄며 여자아이들이 가지고 놀고 있는 물건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그것을 옆에 있는 유크에게 질문 했다.

“저 놀이는 무엇입니까?”

“투호라고. 족장님께서 아이들에게 알려준 놀이예요. 아이들이 들고 있는 나무막대기를  원통에 넣으면 되는 간단한 놀이이지요. 누가 더 많은 수의 막대기를 넣을 수 있나 경쟁도 할 수 있고 수련도 되고 우리 부족의 대표 놀이랍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수련이라고요?”

“우리 부족은 보조 무기로 투창을 사용해요. 그렇기에 어려서부터 투창에 익숙해지는 일종의 놀이 겸 수련인 거죠.”

“투창이라?”

‘홀스타우로스 부족은 원거리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이 부족은 좀 특별하군. 그런데 왜 굳이 투창을 사용하지? 활과 화살을 사용하는….’

여기까지 속으로 생각한 퍼슨은 홀스타우로스 여인들의 가슴을 한 번 보고는 바로 자신이 잘못 생각하였음을 인지했다.

‘저 가슴이 방해되어서 그렇구나. 그래서 활과 화살 대신 다른 원거리 무기인 투창을선택한 거야. 그렇다면 우리 인간들이 사용하는 투창을 이곳에 보급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활과 화살에 비하면 투창 정도는 무기로 치지도 않는 싼값의 물건이니 말이야.’

탐욕스럽지는 않아도 이해득실만큼은 확실하게 따지는 모습이 천상 상인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그는 이 부족에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확실히 파악하여 나중에 밀크와의 거래에서 좀 더 많은 젖과 데빌배어의 가죽등을 받아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만 그가 한가지 간과한 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밀크가 고안한 투창이 인간들이 사용하는 투창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그 관통력과 파괴력이 대단하다는 점이었다.

“엇?”

“행수님 왜 그러시죠?”

교대를 위하여 이동하고 있는 여전사를 본 퍼슨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멍하기 그녀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 있던 발렌이 그를 불러 보았지만, 그는 한동안 굳어서 그 자리에 가만히  있기만  뿐이었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린 그는 안내를 위해 앞서가는 유크를 불러 세워서 그녀에게 다급하게 질문하였다.

“이봐요 유크!”

“네? 무슨 일이죠. 퍼슨 행수?”

“저, 저기 여전사가 등에 멘 저 무기는 뭡니까?”

“뭐긴요. 투창이죠.”

“투, 투창이라고요? 저게?”

그냥 뾰족하게 만든 엉성한 투창이 아니었다. 그 끝이 화살촉을 거대하게 만든 듯한 모습이었으며 균형이 잘 잡혔고 중앙에는 파지가 편안해 보이는 손잡이가 있었다.

무엇보다 창처럼 사용하다가 원거리 무기가 필요할  던지기로 사용하는 싸구려 투창과 다르게  길이가 일정하게 짧았다. 인간들이 사용하던 크기가 들쭉날쭉한 투창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모습이었다.

“저게 정말 투창이라고요?”

“궁금하시면 한번 보실래요?족장님이 퍼슨이 궁금해하는 것은 모두 보여주라고 하셨습니다.”

“부, 부디!”

다른 사람들은 퍼슨과 다르게 투창의 생김새를 보지 못하였기에 의아해할 뿐이었지만, 생김새를 본 퍼슨은 다급해졌다.

또 다른 보물을 찾아낸 느낌, 퍼슨은 저 투창이 얼마나 대단한 파괴력을 가졌을지 꼭 보고 싶었다. 그가 느끼기로는 결코 모습만 번지르르해 보이지만은 않았다.

그렇게 여전사들의 훈련장을 찾게 된 퍼슨과  일행은 투창을 들고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여전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준비!”

“합!!!”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여전사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투창 교육 선배의 목소리에 홀스타우로스 여전사들이 한 다리를 앞으로 빼내 땅을 단단히 딛고 창을 투척할 자세를 취하였다.

단  점의 흔들림도 없는 그녀들의 모습에 퍼슨 일행은 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그리고 이내 교육 선생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투척!!!”

후웅!!!

투척이라는 소리와 함께 여전사들이 일제히 투창을 집어 던졌다. 좋은 포물선을 만들며 날아간 투창은 어느 하나 빗나가지 않고 200보 밖에 있는 과녁을 명중시켰다.

과녁으로 만들어 둔 것은 단단한 바위였는데 투창은 무려 바위를 뚫어 버리고는 그 동체가 바위에 4분의 1이나 박혀 있었다.

 모습에 퍼슨을 비롯한 모든 인원이 화들짝 놀라서 그녀들이 들고 있는 투창을 더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세상에…. 정말 치명적인 무기군요.”

“홀스타우로스의 힘이 있다곤 하지만, 200보였습니다. 만약 인간이 100보에서 사용하면 적어도 바위는 살짝 뚫을  있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그리고  바위를 강타하고도 날이 전혀 상하지 않았습니다. 유광 처리가  것이 틀림없어요. 그리고 저 창대는 데빌베어의 가죽이군요. 가벼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유광 처리를 통하여 강도도 상당해 보입니다. 저런 무기로 무장을 한 전사들이라니….”

“왜 하필 투창을…. 검을 만든다면 엄청난 물건이 나왔을 텐데.”

“그렇게만 말할 수도 없습니다.  투창은 우리가 알던 그저 그런 투창이 아니에요. 적을 꿰뚫어버리기 위해 고안이 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군요. 앞을 보면 화살의 촉을 좀 더 크게 만든 것처럼 생긴 창날이 달려 있습니다. 그야말로 거대한 화살을 투척하는 겁니다. 저런 것이 날아가 박힌다 생각해 보십시오. 정말 끔찍하군요. 만약 이 많은 수가 한 번에 던져서 성문이라도 공격했다간 순식간에 성문이 너덜너덜해질 수도 있을 거예요. 들어보니 가볍기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인간이 사용해도 충분히 그 효력이 있을 듯합니다.”

“드, 듣고 보니….”

서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투창의 품평을 시작한 이들, 그런 이들 중에서도 퍼슨이 느끼는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인간의 투창을 보급해줘? 잘못했으면 큰 결례를 저지를 뻔하였군. 홀스타우로스라고 잠시 얕보는 마음이 있었구나. 이들은 대장 기술이 부족할 뿐이지 절대 손재주가 떨어지지 않는다. 손재주는 있지만 만드는 법을 모를 뿐이야. 홀스타우로스에게 저런 투창이 존재할 줄이야….’

묵직한 충격을 느낀 퍼슨은 한동안 말없이 유크와 유리가 이끄는 대로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족장의 집으로 돌아왔다.

“구경은 잘 하셨나?”

“예…. 덕분에 편히 구경했습니다. 그리고 족장님.”

“할 말이라도 있는 모양인데?”

“다름이 아니라 저 투창 말입니다.”

‘물었군’

밀크는 속으로 웃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돈에 민감한 그라면 저 투창의 가치를 알아봐 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정확하게 적중하였고 그가 지금 자신에게 다가와 투창에 대한 것을 질문하고 있었다.

속으로는 매우 기뻤지만, 밀크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면서 그에게 대답했다.

“투창 말인가? 그게 왜?”

“아무것도 묻지 않겠습니다. 제조법도,  어디서 어떻게 알게 되셨는지도요. 그러니 저 투창도  자루 거래해 주시겠습니까?”

“흠- 무기를 보급받아야 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인데 우리 무기를 달라니? 좀 이상하지 않나?”

“예…. 그러나 감히 말하건대 저 투창은 저희 인간들이 사용하여도 전혀 문제가 안 되는 무기입니다. 활의 등장과 함께 조금씩 도태되어 이제는 전혀 연구되지 않아 과거의 산물로 남은 투창이지만, 아직도 유목민족 들은 활발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만약 저 투창이 알려지게 된다면 위협적인 능력 때문에 사방에서 이 투창을 손에 넣기 위해 혈안이 될 겁니다.”

“흠…. 그러니 위험한 무기라 너희가 방파제 역을 해주겠다는 뜻인가?”

“물론입니다. 그에 더하여  투창의 제작자는 족장님이라 들었습니다. 족장님의 이름으로 투창의 특허를 두겠습니다. 뭐 유광 처리를 해야 하니 여간해서는 흉내도 내기 힘들겠지만, 이것이 등장하는 인간의 손재주가 이것을 복제하여 아류작이 나돌기 시작할 겁니다. 그러니 확실한 브랜드를 구축하여 저희와 이 투창을 판매해 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바라던 바였다. 애초에 그들에게 이 무기를 보여준 이유도 군침 좀 돌게 만들어서 관심을 보이게 만들려고 했던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름으로 브랜드를 형성하자는 말은 좀 당황스러웠다. 어찌 보면 밀크라는 이름이  세계에 널리 퍼지게 될 터니 말이다.

“나쁜 조건은 아니네. 그럼 이 투창을 주는 조건으로 너희 상단은 나에게  줄 거지?”

“따로 투창을 만들기 위한여자 대장장이 노예들과 투창의 날을 만들기 위한 질 좋은 광석을 무상 제공하겠습니다. 그리고 투창으로 벌어들인 수익의 70% 밀크님의 이름으로 따로 저금해 두겠습니다. 이 저금한 금액은 언제든지 저희 상단을 이용하실 때  대신 사용할 수 있도록 해드리지요.”

여기까지 말한 그는 이어서 밀크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으로 생길 문제를 말끔하게 처리한 방안도 제시하였다.

“상단의 행수들은 저마다 자신만 알고 있는 고유의 거래처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름난 대장장이 밀크라는 이름으로 저와 단독 거래를 하는 자라고 소개를 하면 따로 의심을 받지도 않을 테고 이곳의 위치는 저희가 확실히 함구할 테니 투창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아무도 모를 겁니다. 투창의 이동 경로도 다섯 곳으로 나누어 조금씩 운반하여 한곳에 모으면  위치 추적이 더 어려워지겠지요. 투창의 만들기 위해 광석을 제공해야 한다고 하면 상단에서도 제한을 조금  풀어 줄 겁니다. 이른바 저도 이득을 보고 족장님도 이득을 보는 것이죠.”

명쾌한 그의 말을 듣고 밀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손을 내밀어 그와 악수를 하였다.

“좋은 거래를 할 수 있어서 기쁘군. 그럼 첫 물량으로 20개의 투창을 주도록 하지.”

“충분합니다. 그 정도만 있으면 우선 투창의 위력을 알릴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수량은 점점 늘려나가면.”

“아니~ 아니야. 늘리기보다는 오히려 15개로 줄이자고.”

“예?”

밀크는 아무리 좋은 물품이라 하여도 그 수량이 많아지면 상표 가치가 떨어진다는 단순한  정도는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수량을 줄여 투창의 가치를 올릴 생각이었다. 안 그래도 지금은 아직 인간들에게 투창은 과거의산물이다.

 투창이 알려지면 잠깐은  화제를 일으킬 수도 있겠지만, 만약 투창이 점점 많은 물량으로 풀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결국에는 가치가 하락하고 나중에 가서는 역시 과거의 물건은 과거의 물건일 뿐이라 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상품의 질은 놓으니 가치를 높이기 위해 유통량을 조정할 생각이었다.

“다음은 10개, 그리고 다음은 5개야. 이렇게 수를 줄여나가면서 그 가격을 올려. 우리 홀스타우로스의 젖도 결국은 유통되는 양이 적기 때문에 가격이 높은 거잖아. 그러니 이 투창도 그런 느낌으로 팔자 이거야.”

“그, 그렇군요. 브랜드의 가치를 최대한 높일 생각이시군요.”

“장기적으로 보면 이 방법이 더 좋을 거야. 투창이 대량으로 유입되면 아무리 의심하지 않으려 해도 의심을 할 수밖에 없어. 그러나 극소량만 유입된다면 대단한 대장장이가 만든 걸작 작품이라고 생각하여 가격이 뛰게  거야. 이 방법이  좋겠어.”

“과연…. 말씀을 들어보니 저 역시 동감입니다. 알겠습니다. 족장님  부분은 족장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고마워 행수.”

그렇게 에스타 상단의 퍼슨 행수 일행과 밀크 부족의 독점 거래가 시작되었다. 얼마 후 퍼슨 행수의 상단이 첼슨 왕국 수도로 돌아갔을 때 수도는 발칵 뒤집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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