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7화 〉37화, 상단이 찾아오다. (37/177)



〈 37화 〉37화, 상단이 찾아오다.
“상단 행수 퍼슨입니다. 이렇게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밀크 족장님.”

자신을 상단의 행수라 소개한 퍼슨이 밀크를 향해 인사를 올렸다. 나이가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시원시원한 인상의 남자로 정중하고 예의 있어 보이는 그의 모습은 밀크와 홀스타우로스들에게 호감을 느끼게 하기 충분했다.

이들은 첼슨 왕국에서 행동하며 상행하러 다니는 에스타 상단으로 이번에 인근에 있는 렘튼 마을에 들렸을 때 가까운 곳에 밀크의 부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이처럼 상행을 온 것이었다.

홀스타우로스와 거래할 주 거래 품은 당연히 젖이다. 가끔 필요한 물건이 있어 인간의 마을로 향한 홀스타우로스들이 내놓는 젖은 물물 교환으로 거래되지만,  이후 인간들 사이에서 거래의 거래가 진행되며 그 가격이 천차만별로 뛰게 된다.

인간들 사이에서도 홀스타우로스의 젖이 맛이 좋고 영양이 높은 먹거리임과 동시에 술을 빚어 오래 보관할 수도 있었고. 왕국 대장간이나 이름난 작업소는  젖을 조금이라도 구하기 위해 혈안이 되기 마련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유광을 내는 것은 홀스타우로스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들 역시 마지막 마감 처리로 그들의 젖을 사용해 유광을 내는 법을 알고 있었다. 단…. 홀스타우로스와거래한 젖의 양이 너무 적어서 귀중품 반열에 오르기 때문에 함부로 사용할 수가 없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에스타 상단의 상행 단은 홀스타우로스 마을이 램튼 마을 근처에 있다는 것을 듣고 반신반의하며 이곳으로 찾아온 것이었다.

처음에는 경계하였지만, 처음으로 만나는 이 세계의 인간에게 호기심을 가진 밀크는 그들을 환영하며 연회를 베풀었고 지금 이렇게 상단의 행수와 인사를나누게 되었다.

그와 인사를 나누기 전에 이미 밀 리가 인간들에게 주의하라고 경고하였다. 족장의 키가 작고 어려보이지만, 나이는 당신들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많으니 결례를 범하지 말라고 말이다.

물론 그의 나이 이제 열일곱이지만, 그가 인간들에게 무시를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한 밀리의 배려였다.

홀스타우로스 남자가 나이가 어려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는 행수 퍼슨은 알겠다고 하며 휘하의 거느린 사람들에게도 단단히 주의를 시켰고 그래서 그의 모습을 보고 놀라는 사람은 있어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었다.

“만나서 반가워 퍼슨 행수. 다시 소개하지 난 밀크, 이 부족을 이끄는 족장이야. 인간과 만나는 것은 처음이라 신기하군. 내 술을 한잔 따라주지.”

“감사히 받지요”

밀크에 앞에 술잔을 내민 퍼슨, 밀크는 그 안에 자신들의 자랑인 홀스타우로스 여성의 젖을 발효시켜 만든 술을 따라 주었다.

없어서 못 먹는다고 소문이  이 술, 자신들의 상행에 가져다 팔면 무조건 대박이 터질 품목이다. 퍼슨은 반짝이는 눈으로 술을 한번 본  그것을 깔끔하게 들이켰다.

발효한 지 시간이 좀 되었는지 깊은 맛과 시큼하긴 하지만 그것을 바로잡아주는 달콤한 맛이 일품인 술, 최상의 가격으로 거래되는 홀스타주 였다.

홀스타우로스의 앞글자를 딴  뒤에 술을 뜻하는 주를 더한 이름으로 거래되는 발효 젖, 귀족들이나 즐겨 마실 수 있다고 전해질 정도로 그 값이 비싼 술이다.

퍼슨이 만족한 표정으로 술을 들이켜자, 밀크는 웃으며 한 잔을  따라 주었다. 행수를 따라온 자들은 저 한잔이 얼마나 큰 가치인지 아는지라 행수의 입안으로 사라질 술을 바라보며 부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눈초리를 바로 알아본 밀크는 부족의 여성들에게 다른 사람들에게도 술을 따라줄 것을 지시했다.

여성들이 술을 따라 주자 큰 키의 뿔까지 돋아나 있지만, 인간과 심하게 다른 모습은 아니고 대부분 헐벗고 가슴까지  여자들이 술을 따라 주니 전부 헬렐레해서 술을 받았다.

“흥!”

그 모습을 본, 부 행수 자격으로 따라온 여성 발렌이 눈을 치켜뜨면서 그들을 노려본다. 그러자 자신들의 실태를 알고 그녀와 눈을 피해 버리는 상단의 일원들

다들 밀크가 허락한 술을 마시며 조금 취기가 올라왔다. 그러나 실수를 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행수도 저리 조심스러운데 자기만 혼자 튀는 행동을 한 인원은 적어도 이 상단에는 존재하지 않았었다.

연회에 참가한 여인들이 대부분 빠져나가고 족장의 집 안에는 상단의 인원 다섯과 밀크, 밀리, 뷰렌, 린다, 벨 다섯, 총  명이 남아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먼저 환대해 주신 점 감사 인사드리겠습니다. 다른 홀스타우로스 부족의 위치는 모르지만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인간이 부족 마을에 찾아오는 것을 매우 꺼린다고 들었거든요.”

“아마 다른 부족은 그럴 수도 있겠지. 우리야 인간들과 자주 거래를 하러 인근 마을에 나가는 만큼, 인간과 적대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 그런데 지금까지 상단이 직접 찾아온 일은 없었는데? 큰일이 아니라면 지금 왕국의 정세를 좀 알려줄 수 있을까?”

밀크는 그를 통하여 왕국의 정세를 알고자 하였다. 인근 마을은 홀스타우로스 부족 마을의 위치를 알고 있다. 그런데도 딱히 인간이 찾아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혼케일의 아버지, 그리고  위의 선대에는 한 번씩 찾아온 적이 있다고 하지만, 적어도 혼케일과 밀크의 때를 모두 더해도 이번이 처음 이었다.

그것도 상단 단위의 인간이 이렇게 불쑥 찾아왔으니 밀크로서는 혹시 자신들이 속해 있는 왕국에 무슨 일이 생긴  아닌지 궁금할 법도 했다.

상단 행수 퍼슨은 그런 밀크에게 당연히 알려 드려야지요. 라고 말하더니 부 행수 발렌에게 지도를 꺼내라 지시를 내렸다.

“이곳이 저희 상단과 밀크님의 부족이 속해 있는 첼슨 왕국입니다. 이 바로 옆에 있는 왕국의 이름은 엔더슨입니다. 두 왕국이 이번에 동맹을 체결하여 서로의 왕국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기로 약조를 하였지요. 그리하여 엔더슨의 특산물과 물품을 취급하는 상단이 자국 첼슨으로 유입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저희 에스타 상단 역시 지금까지 운행하고 있지 않았던 상행단을 운영하여 실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두 왕국의 동맹, 그로 인하여 상행이 활성화되었고 에스타 상단 역시 지금까지의 분점 형태로 고정된 상업을 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나아가 자국 물품을 수출하고 타국의 물품을 수입하는 상행 단 운영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군. 그런데  이런 후미진 곳으로 온 거야? 엔더슨 왕국하고는 완전 반대에 있잖아?”

“사적인 이야기이지만,  상단 내에서 그리 입지가 크지 않습니다. 좋은 상행은 대부분 저 말고 입지가 단단한 다른 행수들이 다 채갔고 저는 이런 변방의 작은 마을이나 다녀오는 신세이지요. 그런데 듣자 하니 마을 가까운 곳에 홀스타우로스 부족이 위치해 있다고 하니 이렇게 결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이런 곳에 이런 보석이 숨어 있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퍼슨은 에스타 상단에서 중견 위치인 행수 자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행수 중에서는 말단이었다.

그렇기에 다른 행수들이 외국이나 외국에 가까운 지역으로 파견되었을 때 그와 몇몇 인원들은 후미진 곳에 있는 돈도 되지 않는 곳으로 지정된 것이었다.

입지가 좋은 행수들은 이를 통하여 더 많은 이윤을 얻어 상단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지만, 입지싸움에서 밀려난 퍼슨과 같은 행수들은 그저 손해  보고 돌아올 정도만 되어도 잘  것이었다.

그런데 퍼슨의 말에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마치 이곳에 밀크의 부족이 있는 걸 전혀 몰랐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부족 마을이 이곳에 있는  상단에서 몰랐다고? 그럴 수가 있나?”

“적어도 이곳 램톤 마을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곳 자체가 왕국 후미진 변방에 있고 정말 가끔 유입되는 홀스타우로스의 젖이나 데빌베어의 가죽이 반짝인기를 얻을 뿐 그리 특색이 있는 지역은 아니었습니다. 거기에 유입된 젖도 양이 많지 않았고 대부분은 이 마을이 속한 영주의 품에 들어가 소비가 되거나 조금 더 높은 분에게 흘러 들어갈 뿐이라 알려지지 않았을 겁니다.”

“음…. 그렇지. 우리야 식량이 좀 부족한 경우나 인간의 장비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거래를 나가지 않으니까.”

가끔 겨울에 식량이 부족하거나 아니면 대장간이나 공방에 필요한 물품이 있을  인간의 것을 들여와야 하면 램튼에 가서 젖을 주고 그것을 물물교환했었다.

가끔 질 좋은 데빌베어의 가죽도 이때 램튼으로 흘러 들어갔지만, 그 수가 워낙 적고 마을 자체가 후미진 곳에 있어서 밖으로 그 소문이 잘 퍼져나가지 않은 것이었다.

“저희 에스타 상단에서도 역시 이곳에 마을이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습니다. 기껏해야 떠돌아다니는 홀스타우로스 몇몇이 식량을 사기 위해 젖을 짜 물물 교환을 했다는 정도로 인식하고 있지요. 사실 저희도 반신반의하면서  마을로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큰 부족의 마을이 떡하니 존재하고 있으니 정말 천운을 만난 기분이었지요.”

“고생했네. 그런데 정말 당신 말대로 우리 위치가 베일에 싸여 있었다면 앞으로 자네들 때문에 우리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는 건 아닌가? 그런 좀 곤란해지는데….”

“그건 걱정하지 말아 주십시오. 여기서 얻은 품목은 상단으로 가져가지 않고 주변 마을에서 대부분 상거래로 소비하여 돈으로 바꿔  생각입니다. 그리고 마을마다 아주 소량의 물품만 풀어 밀크님의 마을 위치가 세어 나가지 못하게 해두겠습니다. 아랫사람들의 입도 확실히 막아 두지요.”

말이  통하는 인사였다. 그리고 영악했다. 인심을 쓰는 척하면서 뭔가 바라는 것이 있는 눈초리를 밀크에게 확실히 어필하였다.

그것을 눈치챈 밀크는 퍼슨을 바라보며 미소를 한번 지어 보이더니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원하는 게 있어 보이는군.”

“하하하~ 이야기가 잘 통하는 분이라 다행입니다. 독점 거래를 원합니다.”

“독점 거래라?”

퍼슨의 말에 밀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그의 말을 들었다.

“저희 상단, 정확히는 저와 독점 거래를 해주십시오.”

“어차피 다른 사람들이 우리 위치를 모르게 하려면 당신과 독점 거래를 하는 편이 편하긴 하지. 그런데 다짜고짜 독점하자고 하니 조금 난감한 말이긴 하군.”

밀크가 조금 의심스럽다는 듯 말하자 퍼슨은 손사래를 치며 한 걸음 물러났다. 그리고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저 믿음을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독점 거래를 통해 다른 곳에 이 마을의 위치를 알리지 않고 전 상단 내에서 자리를 잡는다.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내용이지요. 여기에 밀크님이 원하시는 것이 있으면 제 권한으로 몇 가지 더 들어 드리겠습니다. 결코,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겁니다.”

“좋아. 나 역시 필요한 것을 말하지. 인간 대장장이의 기술이나 각종 광석, 그리고 무기들을 원하는데 괜찮나?”

“무기는 왕국의 허가가 있어야 합니다. 알다시피 무기를 유출하는 것은 말 그대로 반역 행위이니까요. 하지만 대장장이 기술과 광석의 경우는 가능합니다. 대장장이 기술의 경우는 단계적으로 보안이 걸려 있지만, 저희 상단이라면 뒷돈으로 빼 올 수 있습니다. 광석도 거래에 제한이 좀 걸려 있기에 많은 양은 가져다드릴 수 없습니다만 이 부분도 뒷거래를 통해 양을 최대한 맞춰 드리지요.”

“그럼 무기는 빼도록 하지. 대신 대장 기술과 광석은 될  있는  확보해서 우리와 거래를 해줘.”

“그렇다면 차라리 대장장이 기술을 가진 노예를 몇 보내드리지요. 대장 기술은 빠르게 구하기 힘들지만, 대장 기술을 가진 노예는 저희도 몇 데리고 있으니까요.”

“음?”

노예라는 말에 밀크의 인상이 구겨졌다. 마을에 인간들이 생활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줘야 하기 때문이었다.

인간과 사이가 나쁘진 않았고 같이 생활하는 것은  궤가 달랐다. 특히나 홀스타우로스는 인간과 상성이 맞아서 임신도 가능한 종족이었다.

그렇기에 자칫 부족의 혼란을 줄  있는 노예는 그리 필요치가 않았다. 밀크가 이러한 고민을 말하려고 할 때 눈치 빠른 퍼슨은 그런 밀크의 걱정을 시원하게 긁어 주었다.

“남자 대장장이를 보내면 자칫 여성이 많은 이 부족에서 아이를 밸까  고민되는 모양이 시순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보내는 대장장이는 모두 여자 노예로 한정하여 보내드리겠습니다. 모두 빚을 지거나 나라가 망하여 팔려온 이들이니 문제가 생길 요지는 전혀 없는 자들입니다.”

“그럼 이야기가  다르지. 알았어. 그렇다면 무리 없겠어.”

여자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인간 남자가 여자 홀스타우로스와 잠자리를 가지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남자 홀스타우로스가 여자 인간과 잠자리를 가지는 것은 문제가 전혀 없으니 말이다.

인간 남자가 홀스타우로스를 임신시키면 인간이 태어난다. 그러나  반대로 홀스타우로스가 인간 여자를 임신시키면 홀스타우로스가 태어나기 때문이다.

전자는 부족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식객이 늘어날 뿐이고 후자는 부족의 도움이 되는 일꾼이 늘어나는 것이니 당연히 후자를 택하는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럼내일은 부족의 마을을 조금 돌아봐도 되겠습니까?”

“안내역을 붙여 주지. 단 여자아이들과 거리를 두어야 하며 임신한 여성들의 숙소로는다가가지 말아줘. 하나 더 내 아버지인 전 족장이 쉬는 저택에도 발을 들이면  돼. 이는 안내역들이  알려줄 거야.”

“주의하겠습니다. 요청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에스타 상단의 일원들은 밀크의 부족 마을에서 하루를 묶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어 그들은 안내역인 유크, 유리와 함께 마을을 돌아다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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