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1화 〉31화, 투창 제작. (31/177)



〈 31화 〉31화, 투창 제작.

“먼저 이번에 죽은 네 명의 가족에게는 앞으로 1년간 부족을 위한 일에서 면제를 시키겠다. 죽은 자들을 기리며 1년간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고 다시 부족의 일원으로 행동할 준비를 한 이후에 복귀하도록.”

“배려 감사합니다. 족장님!”

“다음은 데빌배어의 습격에 대한 일이다. 본디 뒷산의 채집터는 녀석들의 생활 반경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우린 그곳을 기점으로 점차 채집 장소를 넓히며 야생동물 사냥과 채집을 병행하였지, 그런데 놈들이 갑자기 나타나지 않았던 곳에 나타났다. 이것을 어떻게들 보고 있나?”

혼케일의 물음에밀크는 다른 여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여인 중에 린다 다음으로 건장하게 생긴 여전사가 일어나 혼케일의 말에 대답했다.

“여러 가지 가정이 있습니다. 저희가 아닌 다른 부족에게 공격당해 터전에서 쫒겨난 무리이거나, 저희의 사냥을 의식하여 자리를 옮겼거나…. 그도 아니면 모종의 이유로 그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증가하여 점점 놈들의 생활 반경이 넓어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모두 가정이긴 해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로군, 그러나 무슨 이유가 있다 하여도 뒷산의 채집터를 잃어버리면 손실이 매우 크다. 놈들을 그 지역에서 몰아내야 할 텐데 혹시 방안이 있나?”

“이미 한번 자리를 잡은 놈들은 여간해서는 그 지역에서 몰아내기 힘듭니다. 지속해서 공격을 가하거나 놈들이 살아남기 힘든 지역이 조성되면 모를까  산은 야생동물도 많고 과일도 지천에 넘쳐납니다. 잡식인놈들에게는 최상의 거주 조건이지요. 거기에 산 위라 평야에서 전투에 익숙한 저희와의 전투에서도 이점을 취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그곳을 벗어나려 하지 않고 완강히 버틸 겁니다. 놈들은 영리하니까요.”

홀스타우로스는 무게가 상당하여 평야 전투에서는 이점을 취할 수 있지만, 산지에서의 전투는 매우 힘들어했다. 무게 중심을 잡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채집 조의 경우 빠르게 도망치기 위한 등산로 파악과 다리 운동을 철저하게 하고 전투보다는 도주를 택하기에 상관없지만, 전투는 또 다른 이야기였다.

반면 사족 보행을 하는 데빌배어들은 산에서 그 전투 능력이 배가된다고 정도로 무시무시해진다. 균형도 잘 잡으며 나무 틈틈이 숨으며 적의 공격을 피하고 기습하는 최적의 요건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여전사의 설명을 들은 혼케일은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말대로라면 채집터를 탈환하는 것은커녕 부족의 피해가 더 커질 지경이었다.

“그렇군…. 그렇다면 채집터를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는 것인가…. 가슴이 아프구나 그동안 종족이 굶지 않게 큰 도움을 주던 자연 식량 지역을 하나 잃게 생겼어….”

“죄송합니다. 족장님…. 이런 조언밖에 드리지 못하여 심히 유감입니다.”

“아니다. 그만 앉아라. 회의를 지속 하겠다.”

여인이 자리에 앉았다. 잠시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겨 있던 혼케일은 주변 여인들을 향해 다른 질문을 던졌다.

“채집터를 하나 다시 찾아야겠다. 혹시 물색한 곳이 어디 없나?”

“채집터라….”

“야생버섯 군락지는  알고 있지만, 식용으로  수 있는 놈이 얼마 없어서 그리 좋은 지역은 아닙니다.”

“근방에는 저희가 채집할 수 없는 높은 나무에 열리는 과일들이 대부분이에요. 낮은 나무는 산지 높은 곳에 있으므로 찾기가 힘듭니다.”

“가령 찾았다고 해도 데빌배어 놈들이 이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니 참….”

말들은많았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이 영양가 없는 소리들 뿐이었다.

밀크는 그런 여인들의 말을 들어 보다가 생각에 잠겼다. 그는 데빌배어  자체를 두고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위험한 놈들이야…. 산지에서도 그렇게 빨리 달리고 눈앞에 보이는 것은 닥치는 대로 파괴하며 돌진해 오는 놈들…. 정말 위험해.’

산에서 도망쳐 내려오며 린다의 품에 안겨있던 밀크는 뒤에서 그들을 따라오고 있던 데빌배어 한 마리와 눈이 마주쳤다.

흉포함을 상징하는  생물의 특징인 붉은 눈동자와 날카로운 이빨과그 안쪽으로 보이는 무수히 많은 속 이빨들

물어뜯은 나무가 그대로 박살 나는 장면과 손에 닿는 것은 닥치는 대로 집어 던지고 파괴하는 흉포함.

저런 것들을 상대로 싸운다는 부족의 여전사들이 얼마나 고생을 하고 있는지 그는 실감 하였다. 그리고 녀석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근접에서 싸우는 것은 여전사가 아니면 불가능에 가까워. 전사의 경우도 잘못하면 즉사 혹은 중상일터…. 원거리 무기가 필요하다.’

원거리 무기. 안전한 거리에서 적들을 상대하여 침묵시켜 버릴 원거리 무기의 확보가 절실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활과 화살은 안 된다. 힘이 약해 가죽을 뚫을  없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홀스타우로스들은 신체적 문제 때문에  사용이 불가능하다.

거대한 가슴. 그것이 활의 사용을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리는 원초적 문제이다.시위를 당기는데 가슴은 매우 방해되고 그렇다고 몸에서 멀리 떨어트리면 자세가 흐트러져 정확도와 발사하는 힘이 떨어지게 된다.

그리하여 활과 화살이 탈락하였다. 고민에 잠겨 있는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혼케일 이었다.

“밀크”

“…….”

고민에 빠진 밀크는 그 부름을 듣지 못하였다. 혼케일은 조금  큰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밀크!”

“헉?! 예 족장님!”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는 거냐?”

“그…. 데빌배어 놈들을 상대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건 이미 우리 부족의 전사들이 말하지 않았느냐. 산악지대에서의 전투는 불가능하다고. 부족 전사들의 피해가 너무 크다. 그 생각은 그만두고 회의에 집중하거라.”

“어디까지나 근접 전투를 벌이니까 그런 거죠. 제가 생각하는  원거리 전투를 벌이는 겁니다.”

“원거리?”

“활을 사용하시겠다는 겁니까?”

“도련님…. 저희는 활을 사용할  없습니다.”

아무리 밀크의 말이라도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 이었다. 그녀들에게는 원거리보다는 근거리, 활보다는 검을 들고 하는 전투를 더 오래 하였고 선호한다.

그렇기에 원거리 전투라고 백번 말을 해봐야 생소하기만 할 뿐이다. 그러나 혼케일과 부족 여인들의 부정적인 반응에도 밀크는 자신감을 잃지 않고 계속 자기 생각을 관철하였다.

“활과 화살이 아니에요. 제가 생각하는 무기는 투척 무기예요.”

“투척?”

“돌을…. 던지시겠다는 말입니까?”

한 여인의 말에 밀크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투창을 만들 겁니다.”

“투창? 인간들이 사용하는 투창을 말하는 것이냐? 그것은 무게를 잘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우리 대장 기술로는 만들기 힘들 텐데….”

‘음….’

확실히 그랬다. 홀스타우로스의 대장 기술로는 투창을 만들기 힘들었다. 확실한 무게 중심이 잡히지 않으면 투창이 멀리 날아가지 못한다. 거대하고 투박한 홀스타우로스의 손길로는 그냥 창은 몰라도 투창은 만들기 힘들었다.

그리고 투창의 모양도 문제였다. 밀크가 알기로는 이 세상에는 투창이라고 명명된 무기가 그냥 창의 길이를 짧게 만든 것뿐이었다. 그리 강한 무기가 아니란 말이다.

“고…. 고안한 방법이 있어요. 새로운 형태의 투창을 만들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투창을?”

양심에 찔리지만, 거짓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가 고안을 했다는데 뭐라 하겠는가? 거기에 그는 대장간에서 대장 기술로 이미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런 그의 업적 덕분인지 대부분은 ‘아! 그렇군!’ ‘오오! 역시 밀크님!’ 하면서 넘어가는 추세였다.

‘아빠 미안….’

가족에게 거짓을 말하지 않겠다고 속으로 다짐했지만, 혼란을 줄이기 위한 선의의 거짓말은 잠정적으로 허가한 상황, 그는 죄책감을 벋어 버리고 설명을 이어 갔다.

“창 손잡이를 좀 더 짧게, 대신에 던질 때 힘이  가해질 수 있도록 중간에 굵은 손잡이 부분을 만들 겁니다. 여기에….”

밀크는 나뭇가지로 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흙에 나뭇가지가 닿으며 점점 하나의 무기의 형상을 만들어 갔다.

그리고 완성된 모양은 작살의 형태를 한 물고기 사냥용 투창이었다. 그러나 그 끝은 고래를 사냥하는 작살로 화살촉과도 같은 무시무시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과거 지구의 지식이 미천한 그라도 영상 매체를 통하여 자주 보던 형태의 물건이었기에 머릿속에 아직 기억이 생생히 남아 있었다.

물론 대형 선박에서 고래를 향해 발사하는 구조를 가진 작살이라 그 크기를 축소하여야 하지만 홀스타우로스의 완력이면 충분히 제 기능을 해줄 무기이다.

“끝은 화살촉처럼 만들어서 그 관통력을 높일 겁니다. 우리 전사들의 완력이면 이 투창만으로 멀리서 데빌배어의 숨통을 끊어버릴 있을 거예요. 일단 사용을 위해 오랜 훈련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든든한  힘과 명중시킬 집중력만 있으면 충분히 효과를 볼 겁니다. 등에 몇 개 소지하고 다니는 정도로는 근거리 전투를 방해받을 요소도 없을 거고요. 우선 이 투창으로 적의 수를 줄이고 줄어든 놈들은 전사들이 상대하면 오히려 피해는 줄고 사냥의 효율도 높일 수 있을 겁니다.”

“이, 이런 형태의 투창을 정말 만들 수 있느냐?!”

그림을 유심히 보는 혼케일과 부족의 여인들, 그리고 특히나 여전사들과 린다, 그중에 린다는 흥분하여 소리를 쳤다.

“족장님! 이건 대단한 무기입니다. 저는 알 수 있습니다. 이건 확실히 우리 전사들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투창과는 차원이 다른 저희를 위한 무기입니다.”

“나도 어렴풋이 알 거 같구나…. 좋다. 밀크!”

“네 족장님”

“메어리와, 아니 메어리 뿐만이 아니라 손재주가 좋은 아이들을 다섯 붙여주마. 이 투창을 대량 생산하거라. 재료는 마음껏 사용해라.”

“손잡이는데빌배어의 가죽으로 만들어야 하니 큰 엄마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저도 도울게요.”

엘라는 흔쾌히 대답하며 혼케일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혼케일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밀크의 말에 대답했다.

“알았다. 엘라의 가죽 공방에도 사람을 더 붙이겠다. 지금은 긴급 상황이다. 그러니 전사들을 마을 경계에 전력을 기울이고 다른 여인들은 뒷산에서 채집할  없으니 감자 농사에  박차를 가해라.”

예 족장님!!!

혼케일의 허락이 떨어지자 밀크는 바로 대장간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부족 회의에서 점점 두각을 나타낸 밀크의 등을 치라야가 쳐다보며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그렇게 밀크는 대장간과 가죽 공방을 넘나들며 바쁘게 진두지휘를 서둘렀다. 가죽으로 만든 손잡이, 그리고 창에 가까운 큰 화살촉을 만들어야 했기에 어느 한 곳에 안주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처음 만들어 보는 생소한 형태이기에 시행착오는 있었다. 그러나 밀크는 조급해하지 않고 실패한 물건은 해체하여 다른 작은 물건을 만드는 용으로 빼두고 새로운 재료로 창을 제작하게 시켰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 드디어 완성된 초기형 투창이 하나 완성되었다. 조잡하고 투박하지만, 확실히  형태는 제대로 갖추고 있었다.

바로 나무를 깎아 과녁을 만든 그는 린다와 함께 300보 거리 밖에서 투창을 던져 그 과녁을 맞히게 지시했다.

“팔에 힘주고 잘 노려서 던지면 돼…. 설명이 좀 부족하지만 나도 던져본 적이 없으니 뭐라  설명하기 힘드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기존의 투창을 던지듯이 해보겠습니다. 그럼!”

뚜둑!

린다가 팔을 접어 투창을 집어 던지기 위해 자세를 잡으니 그녀의 팔에서 근육이 올라와 놀라운 모습을 연출했다.

‘우와…. 왠지 모르게 섹시하네.’

징그러워야 정상인데 그녀의 근육은 뭐랄까  잡힌 조각 같아서 멋지고 예쁘다고 설명을 해야 하나? 아무튼, 멋있었다.

후웅!

린다가 과녁을 노려 창을 집어 던졌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창이 날아갔지만, 과녁에서 조금 벗어난 지점으로 날아가 땅에 박혔다.

퍽!

그런데 그 소리가 예사롭지가 않았다. 달려가서 확인하니 창이 반쯤 땅에 박혀 있었다. 뽑으려고 하니  뽑히지도 않아 낑낑거리다가 겨우 뽑아낼 정도이니 말  한 셈.

‘관통은 물론 창이 한 거지만 그걸 가능하게  것은 순전히 홀스타우로스의 괴력이야….’

이건 솔직히 창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던진 린다가 대단한 거로 생각해야옳았다. 이건 그야말로 살아 있는 아틀라틀(투창기)이나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아틀라틀도 따로 만들어 투창의 힘을  더 보완해야겠다 생각하던 밀크에게 린다의 지적이 들려왔다.

“밀크님. 이거 중심이 좀 흐트러졌습니다. 던지는 순간 옆으로 휘는 느낌이 강했어요.”

“보안을 좀 해야 한다는 거네. 그래도 초기 물품치고는 성능이 대단하네. 그렇지 않아?”

“정말 대단합니다. 비록 과녁을 맞히지는 못했지만, 그건 창의 균형 문제와 저의 명중률문제이니 그렇다 치고 그 파괴력은 대단하군요. 창이 땅에 절반이나 박힐 줄은 몰랐습니다.”

“데빌배어에게는 어떻게 될  같아?”

“200보에서는 확실히 박히겠군요. 300보에서는 날아가는 동안 힘이 줄어들어 타격을 주는데 그칠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100보에서라면 즉사이지요. 끝부분의 생김새가 달라서 그런 듯합니다. 처음에는 이리 강할 줄 몰랐으나 던지고 보니 그 강함에 놀라울 따름이네요.”

린다의 말을 들으며 밀크는 주먹을 꽉 쥐었다. 부족을 위해 드디어 대장장이로서 그의 능력을 발휘한 것이다.

이렇게 그의 부족은 화살촉 모양의 날을 가진 투창을 보급받게 되었다. 이것이 과연 얼마나 큰 전투적 의미가 있을지는 그 누구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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