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5화 〉25화,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다. (25/177)



〈 25화 〉25화,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다.

설명이 길었고, 여하튼 밀크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눈앞에 아무렇게나 잘려져 있는 데빌배어의 가죽을 손에 들어 보았다.

단단한 외형에 비해 만져지는 감촉은 말랑거린다는 느낌이 강했고 확실히 양쪽으로 당겨보니 쫀쫀하기가 이를 때 없이 질겼다.

엘라의 설명이 계속되었다.

“볼품없이 잘렸지만, 이것은 우리 대장 기술로 자를 수 있는 한계란다. 가죽을 엮기 위한 구멍을 만드는 저 바늘의 경우는 인간들과 교역을 통하여 얻고 있지.”

[바늘은 가격이 저렴합니다. 반대로 쇠가 많이 들어가는 가위, 그리고 무두질용 칼은 가격이 비싸고 한번 날이 무뎌지면 새로 사야 하므로 홀스타우로스는 잘 사용하지 않지요. 대신 아무렇게나 잘린 가죽을 망치로 무두질하여 넓게 핀 다음 그것을 접고 접어서 강도를 높이는 작업을 거친  그렇게 만들어진 가죽을 바늘로 엮어 필요한 물건을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홀스타우로스의 젖으로 유광 처리를 하면 아주 단단한 가죽이 완성되는 겁니다.]

‘설명 고마워~’

엘라가 해주지 않는 부연 설명은 루가 적절하게 그의 머릿속에서 들려주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으며 머릿속에 저장한 밀크는 다시 엘라의 말에 집중했다.

“먼저 망치를 들고 가죽을 넓게 피렴.”

“네!”

톡! 톡! 톡! 톡!

대장간에서 쇠를 내려치는 작업과는 다르게 일정한 간격으로 힘을 주고는 기계처럼 두드리기 시작하는 것 엘라.

그녀의 움직임을 보며 어느 정도 느낌을 파악한 밀크도 그녀는 따라 가죽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처음부터 잘 될 리가 없었다. 한 곳에 너무 많이 집중하여 두드린 결과 가죽이 상하여 망치에 찍힌 상처가 만들어졌다.

그 모습을 본 엘라는 망치를 내려놓은 뒤 밀크의 등을 향해손을 휘둘러 그의 등을 후려쳤다.

짝!!!

“악!!!”

기습적으로 이루어진 그녀의 손찌검에 밀크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작업을 하고 있던 사람 중에 그 누구도 그런 밀크에게 신경을 써주는 사람이 없었다.

밀크를 아끼는 뷰렌까지 밀크의 비명을 외면하고 자기 일을 하는 데 집중했다. 쓰라린 등을 만지며 엘라를 바라보는 밀크에게 그녀의 호통이 들려왔다.

“집중하지 못하겠니! 아무리 연습이라고 하지만,  소중한 가죽을  쓰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아느냐!  가죽을 위해 우리 여전사들이 목숨을 걸고 데빌배어를 사냥한단다! 가죽 하나라도 허투루 사용하지 말고 집중, 또 집중해라. 다시 하렴!”

그런 뒤 그가 무두질하던 가죽을 들고는 옆에 마련된 작은 바구니에 담았다. 그리고는 그에게 새로운 가죽을 내밀었다.

[밀크. 괜찮으신가요?]

‘응 괜찮아. 내가 잘못한 건데 뭐….’

“죄송합니다. 큰엄마. 집중할게요.”

“그래”

다시 가죽 무두질을 시작하는 밀크, 이번에는 집중하고  집중하여 가죽에 흠집이 생기지 않게 조심스럽게 망치를 두드렸다.

물론 그러다 보니 속도가 좀 늦춰지긴 하였지만, 처음부터 엘라의 모습을 보고 그 속도를 따라 하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 잘못이었다.

초보는 초보답게 천천히, 그리고 꼼꼼하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어디 감히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려고 한단 말인가.

그렇게 꼼꼼한 작업을 통하여 넓게 펴진 가죽이 완성되었다. 밀가루 반죽을  놓은 것과 비슷하여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오기도 하는 모습

밀크가 펼쳐 놓은 가죽을 본 엘라는 말없이 그가 펼친 가죽을 옆으로 옮겨 두고는 다시 새로운 가죽을 내밀었다.

“이것도 해보렴.”

“네!”

말은 없었지만, 새로운 것을 다시 준다는 것은 못 봐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일 것이다. 밀크는 이번에는  더 세심하게. 두드리며 가죽을 펼쳤다.

그렇게 아무 말 없이  개의 가죽을 두드리는 밀크 점점 속도가 붙어 오고 내려치는 망치의 힘도 일정하게 유지하며 숙련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대장장이에게 가장 필요한 손재주, 루는 대장장이가 되려는 밀크를 위해 일정한 강화 포인트를 손재주에 부여하였다.

덕분에 밀크는 손으로 하는 기술을 더욱 빠르게 터득할 수 있다. 물론 또래보다  더 빠른 것이지 망치질 한 번에 터득해 버리고 그러는 천재적인 능력은 아니다.

그렇게 다섯 번째 가죽이 넓게 펼쳐졌다. 그것을 들고 확인한 엘라의 입에 잠시 미소가 지어졌다.

가죽을 내려둔 엘라가 밀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아까 맞은 게 있어서 조금 겁이 났는지 몸을 움츠리는 밀크

그러나 그녀의 손이 향한 곳은 그의 등이 아닌 볼이었다. 그의 볼을 살살 쓰다듬어준 엘라는 아무  없이 그의 손에서 망치를 회수했다.

“이걸 들어라.”

그녀가 다음 내민 것은 바늘이었다. 밀크가 그것을 받아 들자 가죽을 얇게 자른 가죽 실을 가져오는. 엘라.

“이것은 풋 레빗의 가죽이란다. 강도가 별거 아니라 이렇게 실로 만들 수 있지. 이걸로 데빌 베어의 가죽을 엮을 거란다.”

[풋 레빗의 가죽은 단가도 싸고 좋은 가죽은 아니지만 이렇게 실로 가공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유광 처리를 하면 그 강도가 강해지기에 완성된 물품이 여간해서는 잘 풀리지 않지요.]

‘아하. 데빌배어의 가죽을 이걸로 엮는 거였구나.’

풋 레빗의 가죽 실을 받아 든 밀크는 그녀의 지시에 따라 가죽을 접어 가며 큰 바늘로 가죽을 뚫고 엮고 또 접고 뚫고 엮으며 차근차근 손잡이의 모양을 만들어 갔다.

“그만.”

“네?”

“끝이 좀 흐트러졌구나. 이건 선물용으로 못 쓰겠다. 이대로 마감 처리를  뒤에 대장간에 보내자꾸나.”

“아….”

“아쉬워하지 말고 다음번에는 더 잘 만들어라. 가죽은 얼마든지 내어주마. 대신 모든 힘을 다해서 선물한 사람이 행복해할 얼굴을 떠올리며 만들어 보아라. 그럼 좋은 결과가 나올 거란다.”

“네! 네! 큰엄마!”

우렁차게 대답한 밀크, 그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엘라는 가죽을 하나 더 내어주었다. 그리고 밀크는 처음부터 다시 망치를 사용하여 가죽을 늘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가죽 늘리는 것은 완벽하게 터득하여 흠잡을 곳이 없었다. 이내 반죽처럼 넓게 펴진 가죽이 완성되었고 그는 엘라의 지시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바늘을 챙겨 들었다.

엘라. 또한, 이번에는 따로 그에게 어떠한 지시를 내리지도 않고 그가 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였다.

때로는 길을 알려주기보다는 스스로 걸어가는 것도 중요했다. 엘라는 이번에는 그가 스스로 만들어낼 작품을 그냥 기다려  생각이었다.

[행운을 빌겠습니다.]

루의 응원에 고마워하지만, 대답도 하지 못할 정도로 집중한 밀크, 천천히, 천천히 바늘을 움직여 가죽을 엮어 나간다.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땀을 흘려가며 온몸이 적셔질 정도로 집중하여 만들어낸 검의 손잡이는 엘라가 만든 검의 손잡이처럼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마감 처리가 끝난 밀크는 그대로 다리가 풀려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참았던 숨을 몰아쉬며 손에 들고 있던 바늘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고생 많았구나.”

밀크가 만들어낸 검의손잡이를 본 엘라는 그의 등을 토닥여 주며 이렇게 한마디 하였다. 그런 뒤 그가 만든 것을 들고 한편에 마련되어 있는 항아리로 향했다.

대장간에서도 익히 보던 항아리, 그곳에는 역시 젖이 가득 담아져 있었고 엘라는 밀크가 만들어낸 건 손잡이에 그 젖을 또 부드럽게 펴 발랐다.

가죽은 젖을 흡수하여 조금 젖는 듯하였지만, 형태가 바뀌지는 않았다. 젖은 가죽 위에 다시 한번 젖을 펴 바른 엘라는 그것을 들고 창문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진열대 위에 올려 바람이  통하는 곳에 두었다.

“앞으로 이 유광 처리 작업을 2일간 지속하면 3일째에 완성이 된단다. 그냥저냥 볼품없는 손잡이는 그냥 이대로 말린 후 바로 제공해도 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선물용이니 최고의 상품으로 만들어 주마. 수고 많았다.”

“아….”

“고맙다고. 해야지?”

그녀답지 않다고 해야 할까? 그에게만 보일 듯한 미소와 함께 농담조의 말을 해오는 그녀의 모습에 밀크는 마주 보며 미소 짓고는 대답을 해였다.

“고맙습니다. 큰엄마!”

그때

꼬르르륵!

“앗!”

집중하느라 느끼지 못했던 배고픔이 한꺼번에 몰려 왔는지 그의 뱃속에서는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빨리 밥을 달라고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부끄러움에 배를 감싸며 볼을 붉힌 밀크, 그의 배꼽시계 소리를 들었는지 뷰렌이 작업을 마치고 다가오며 물었다.

“배고프니? 작은 엄마가 밥줄….”

그러나 그런 뷰렌의 앞을 손으로 막아서는 사람이 있었으니 밀크의 앞에서 미소 짓고 있다가 다시 냉정한 표정으로 돌아온 엘라였다. 그녀는 뷰렌을 돌아본 뒤 다른 작업대의 여성들에게 다 들리도록 말했다.

“가서 밥들 먹어. 점심시간이니까.”

“미, 밀크는….”

뷰렌의 질문에 엘라는 당연하다는  대답했다.

“내가 줄 건데?”

“헉!”

뜻밖의 말에 놀란 뷰렌, 그녀의 말이 얼마나 신기했는지 같이 일하는 다른 여자들마저도 입을 벌리고 놀랄 정도였다.

아들이 오르카가 죽은 날 태어난 밀크를 미워하였던 그녀였다. 물론 오르카가 죽는데 밀크가 뭔가 한 일은 없지만, 아들을 잃은 엄마의 마음이라는 것이 때로는 이상한 방향으로 표출되기도 하니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여기며 그녀를 그냥 둑로  부족의 결정

그러나 전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두 사람과 사이만 나쁘던 그녀가 이제는 밀크에게 젖을 먹이겠다고 나서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놀라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여성들에게 엘라는 짐짓 냉정한 목소리로 이같이 말하였다.

“안가? 배 안 고프다 이거지? 그런 바로  시작 하던가.”

“가, 갈게요!”

“가, 간다고 언니!”

“다녀오겠습니다!!!”

그녀의 서슬 퍼런 말에 쏜살같이 밖으로 향하는 여인들 그런 여자들의 모습을 멍청하게 바라만 보고 있던 밀크는 고개를 돌려 엘라를 바라 보았다.


“이리 오렴.”

홀스타우로스 종족에서는 희귀한 붉은 머리가 오늘따라 왠지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녀의 말에 얌전히 다가가 그녀에게 안겨든 밀크.

엘라는 밀크의 몸을 안아 들고는 작업실 한곳에 있는 작은 공간으로 들어갔다. 아늑하고  정리된 공간…. 이곳은 그녀와 오르카의 공간이었다.

그녀가 일할 때면 오르카는 이곳에서 그녀가 일하는 모습을 구경하거나 그녀의 젖을 물고 밥을 먹는 등 생활을 하던 방이다.

말의 모형을 한 작은 장난감, 그리고 작은 크기지만 여성 한 명은 누울 크기의 침대와 그 옆에 놓인 작은 상자에 들어 있는 과일들

오르카는 이제 없지만 그를  잊은 엘라는 이 공간을 남겨두고 하루에 한 번 과일을 가져와 이곳에서 식사하였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던 블루베리가 가득 담겨 있는 과일 바구니를 바라보고 있던 그녀는 밀크를 먼저 침대에 앉히고는 블루베리를 한 움큼 집어 입에 넣었다.

그리고 잠시 뒤 그녀 또 한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가슴을 감싸고 있는 천을 풀어헤친 뒤 밀크의 앞에 내밀었다.

“크, 큰엄마.”

“얼굴 붉히니까 나도 쑥스럽구나…. 가족끼린데 뭐 어떠니.”

“가족….”

“미안하구나…. 많이 먹으렴. 우리 아들.”

자기 배로 낳은 아이는 아니지만 결국 부족의 아이이며 사랑하는 혼케일의 아이인 밀크, 그녀는 드디어 그에게 마음을 열었다.

그녀의 허락에 밀크는 뭔가에 홀린 듯 눈앞에 가까이 다가온 큼직한 유두를 단숨에 물고 강하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음!”

눈앞의 대상은 죽은 오르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모습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무엇보다 이렇게 건강하지 못했다.

항상 힘이 없어서 자신이 직접 가슴을 주물러 줘야 했고 등을 받쳐 줘야 했던 아이. 그리고 병약해서 젖도 얼마 먹지 못하던 아이.

 아이와 비교하면 정말 하늘과 땅 차이로 다른 아이인데 왜인지 모르게 가슴은 충족되어 온다.

기쁘고 충족감이 드는 수유의 시간, 엘라는 자신의 젖을 맛있게 받아먹는 밀크의 모습을 보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다행이야.  아이가 수유를 받을 수 있을 때….  젖을 물려 주어서.’

얼마 후면 밀크도 젖을 뗄 시기가 오게 된다. 그때가 되면 주고 싶어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물론 먹으라고 하면 먹을 수는 있겠지만. 시기가 지난 남성에게 하는 수유와 시기일 때의 아이에게 해주는 소유는 콕 집어서 말할  없는 다른 점이 분명히 있었다.

여성 홀스타우로스만  수 있는 그 기분,설명할 수는 없지만, 가슴속이 충족되는 거대한 무언가가 있다.

밀크는 배운 대로 그녀의 오른쪽 가슴을 충분히 빤  반대쪽으로 옮겨가 그곳도 균형을 맞춰서 젖을 빨아들였다.

“흣!”

엘라의 입에서 들려온 소리, 밀크는  소리를 들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볼을 타고 흐르는 그녀의 눈물을 보았다. 그는 젖을 충분히 먹은 뒤 아직 울고 있는 그녀의 이마에 짧게 키스를 해주었다.

[엘라의 호감도가 80에 도달했습니다.]

‘알려줘서 고마워.’

그렇게 밀크는 사이가 나빴던 엘라와 마음을 열고 화해할 수 있었다. 밀크는 한동안  방에서 울고 있는 엘라의 얼굴을 안아주며 그녀를 다독였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