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1화 〉21화, 새로운 놀이 (21/177)



〈 21화 〉21화, 새로운 놀이

그로부터 또 2년이 지났다. 이제 밀크는 열두 살의 소년이 되었다. 아직은 엄마 젖을 떼지 못한 아이지만 부족에서 그를 무시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명실상부 이제는 어른으로 대접을 받고 있었으며 부족의 당당한 한 명의 일원이  것도 모자라  아이의 아버지가 된 몸이었기 때문이다.

숨길 필요도 없이 밀리는 밀크와의 첫날밤에 받은 정액으로 임신하였다. 그리하여 건강한 딸을 생산하게 된다.

그것도 무려 쌍둥이였다. 남자는 아니었지만, 부족의 일꾼이 둘이나 태어난 것을 축복하여 잔치가 벌어졌고 이 자리는 오롯이 태어난 쌍둥이를 축하하는 자리가 되었다.

태어난 두 아이는 2년 사이에 무럭무럭 컸다.  그래 봐야. 아기는 아기지만. 밀리와 밀크, 그리고 그를 지키는 린다는 두 딸을  키우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밀크- 놀러 나가니?”

“응- 오늘은 애들하고 놀기로 했거든.”

“후후-아이 아빠가 되는데 아직은 애구나! 우리 아들-”

“하하하- 나 아직 열두 살이거든요-”

“누가 뭐라니? 너 애다. 애야- 호호홋- 잘 놀다 오렴- 아! 올 때 뷰렌한테 들려서 엄마가 부탁한 천  받아 오겠니? 우리 애들 입힐 옷을 슬슬 만들어야 하거든.”

“알았어. 엄마- 그렇게 할게. 가자 린다.”

“예 주인님”

성큼, 성큼 밖으로 나와서 밀크의 뒤를 따르는 든든한 린다. 밀리는 두 사람이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해 주었다.

“으아아아앙!!!”

“아아아아앙!!!”

“어머! 우리 딸들 왜 울어- 자자 뚝- 뚝!”

아빠인 밀크가 없어서일까? 두 아이는 금세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벌써 밀크가 없으면 울다니 앞으로의 미래가 훤한 두 아이였다.

밀리가 두 아이를달래고 있을 무렵, 밀크는 린다와 함께 마을 중앙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오랜만에 밀크와  수 있다는 것을 전해 들은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는 열네  나머지 여섯 명의 여자아이들은 지금 성교육 기간이라 예전에 유크와 벨이 그런 것처럼 어른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제 14살이  유크는 한창 여물어 가는미모가 절정에 달해있었다. 예전의 그 천방지축 사고뭉치 같은 성격은 아직 그대로였지만, 이제 아가씨의 티가 풀풀 풍기는 중이다.

벨의 경우 아직도 유크보다 10cm 작은 키를 하고 있지만, 그녀에게 뒤지지 않을 미모를 뽐내며 아가씨로변해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두 아이 모두 밀크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오늘 밀크가 오는 것도 두 사람이 미리 그의 집으로 찾아가서 언제 시간이 되는지 알아온 후에 아이들에게 전파해준 것이다.

현재 밀크의 부족 내 위치는 부족 원으로 인정을 받는 당당한 어른의 반열이지만, 그렇다고 그의 나이가 어디 가는 것은 아니기에 혼케일이 지시한 아이 만들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유에 가까웠다.

쌍둥이 덕분에 그 지시사항도 얼마 안 가 달성할 듯했고, 말은 저렇게 해도 아이들과 뛰놀며 자라길 원하는 밀리의 허락 덕분에 이렇게 가끔은 시간을 내서 아이들과 놀곤 했다.

물론 메어리, 뷰렌과 만나 두 사람의 기술을 배우고 사랑을 나누는 것도 잊어버리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노는 날은 일이 없는 땅의 날과 태양의 날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그와 멀어지기는커녕 그와 놀  있는 날에 빠지지 않기 위해 더 악착같이 모이려 한다는 점이 참 귀여웠다.

“밀크다!”

“오빠-!”

“밀크- 빨리 와-”

“와아- 밀크다-”

아이들의 열열한 환영을 받으며 등장한 밀크, 그는 마치 과거 세상의 아이돌이라도  듯 한껏 기분이 우쭐해지기도 했지만, 그것을 티를 내지 않았다.

종족의 특별함 그리고 부족에 남자가 자신 혼자라는 특수함 덕분이지 이것이 오롯이 자신의 능력으로 얻은 인기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장면을 뒤에서 보고 있는 린다는 밀크의 그런 의젓함을 보며 이쯤 되면 아이가 좀 으스댈 줄도 알 텐데 참 대견하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오늘은 뭐 하고 놀 거야?”

“오빠- 뭐 하고 놀아?”

“빨리 놀자 오빠-”

“밀크으-”

주변으로 몰려든 여자아이들의 칭얼거림을 애써  명씩 다독여 진정시킨 그는 오늘을 위해 준비해온 새로운 놀이를 제안하였다.

“오늘은 새로운 놀이를 준비해 왔어. 자 설명해 줄 테니까 들어-”

밀크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술래가  아이가 등을 돌리고 노래를 부르면 그 아이를 향해 아이들이 다가가는 간단한 놀이 방법

그러나 술래가 노래를 끝내고 등을 돌려 뒤를 확인하는 순간 움직이지 말고 멈춰야 하는데 이때 만약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술래의 옆으로 가서 손을 잡고 있어야 한다.

단 여기에 몇 가지 규칙을 더 설정하였는데 술래가 200걸음 뒤에서 시작하며 술래가 노래를 10번 부를 때까지 끝에 도달하는 사람이 없으면 술래를 제외한 모든 아이가 가위바위보를 하여 술래를 다시 정해야 한다.

  다른 규칙은 같았다. 술래의 옆에 있는 아이들의 손을 마지막에 도달한 아이가 쳐서 풀어주거나 탈락한 사람이 없을 때는 벽을 치면서 도망쳐! 라고 외치면 놀이에 참여한 모두가 시작 지점으로 돌아와야 하고 술래는 도망치는 아이들을 추격한다.

이때 만약 술래에게 잡히는 사람은 다음 술래가 되고 술래가 아무도 잡지 못하면 계속 술래를 해야 하지만 두  술래를 하고 세 번째 술래도 같은 아이가 하게 되면 공평하게 다음 술래를 아이들끼리 가위바위보로 정한다.

그리고 노래의 경우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를 그대로 쓸 수가 없어서 홀스타우로스 전통 노래인 아침 나들이의 1소절로 바꾸었다.

“엄마 손 잡고! 아빠 손 잡고! 언덕에 산에 놀러 나가네-”

슥!

아이들에게 놀이를 이해시키기 위해 먼저 술래를 자청한 밀크는 한 소절의 노래를 낭랑하게 부른 뒤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했다.

어리둥절해서 출발도 하지 못한 아이, 출발하고서 미처 한 발을 땅에 대지 못해 그대로 멈추느라 균형을 잡기 힘들어하는 아이.

이 상황을 즐기는 듯 밀크를 도발하려고 일부러 이상한 자세를 잡고 웃고 있는 아이와 경직되어 꼿꼿하게  있는 아이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밀크는 처음이니까 봐준다는 듯 몇몇 걸렸어도 무방한 아이들을 호명하지 않고 그냥 등을 돌려 다시 노래를 불렀다.

단 이번에는 노래가 좀 빨랐다. 아이들은 노랫소리가 빨라지자 깜짝 놀라서 허겁지겁 뛰어가기 시작했다.

“엄마  잡고! 아빠 손 잡고! 언덕에 산에 놀러 나가네-”

슥!

그리고 이번에 뒤를 돌려다 보았을 때는 빨라진 노래 때문에 발이 꼬였는지 중심을 잃어버린 아이들이 상당했고 열여섯 명의 아이 중 탈락한 아이들이 속출하였다.

“하하하- 다 걸렸어. 이리 와서 손잡아-”

“아이!!!”

“아우….”

“한 번만 봐줘-”

“안돼, 안돼- 조금 전에도 한  봐줬잖아. 자 규칙은 규칙이라고-”

그렇게 여  명의 아이들이 탈락하여 밀크의 손을 잡게 되었다. 벨과 유크는 단호한 밀크의 모습을 보며 이 놀이가 그냥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생각하고 있었다.

‘노래가 빠를 수도 있고 느릴 수도 있지만, 중요한  너무 욕심을 부리다가 중심을 잃어버리는 순간 탈락하게 될 거야.’

벨의 생각이었고

‘으와- 살벌하다- 일단 다음 노랫소리를 들어보고 느리다 싶으면 달려야겠다.  손을 끊어주면 내가 영웅이 되는 거야!’

유크의 생각이었다.

생각을 정리한 두 사람이 준비하고 있자 밀크가 고개를 돌리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엄마- 손-”

‘지금이다!!!’

노래의 속도가 느린 것을 확인한 유크가 빠르게 달려 밀크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본 벨 역시 이에 질세라 달려가기 위해 움찔한다.

그러나 벨은 뭔가 이상함을 깨닫고는 그 자리에 서서 상황을 살폈다. 아직 노래를 3번째밖에 되지 않았다. 시간은 여유로우니 딱히 벌써 뛸 필요가 없었다.

그보다 밀크의 너무 여유로운 속도가 너무 이상하게 느껴졌다. 바로 앞에 빨리 노래를 불렀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속도를 느리게 하다니 알 수 없었다.

‘뭔가 있어! 이거 속임수가 분명해!’

그리고 벨의 생각대로 뒤에서 우다다!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자 밀크의 노래하는 입가에는 미소가 올려졌다.

그런 밀크의 노랫소리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아빠  잡고! 언덕에 산에 놀러 나가네!”

그리고 고개를 돌린다. 빠르게 달리던 유크는 느릴 거라고만 생각한 노래가 갑자기 빨라지는 것을 듣고는 더 다급하게 앞으로 뛰다가 고개를 돌린 밀크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으아아아!!!”

그리고 멈추지 못하고 그대로 밀크에게 달려가 그의 몸을 끌어안고 말았다. 밀크는 유크의 가슴에 안긴 상태로 그녀에게 말했다.

“유크 탈락-”

“으아앗!!!”

크게 절규한 유크는 멍청하게 속은 자신의 머리를 탓하며 시무룩해진 얼굴이 되어 가장 마지막에 탈락한 아이의 손을 잡고 옆에 섰다.

그  유크처럼 속아서 탈락한 사람 둘이 더 추가되어 이제 살아남은 사람은 겨우 다섯뿐이었다.

이제 좀 놀이의 규칙을 이해한 이 다섯은 긴장을 하는 바람에 조심조심 접근하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보니 가장 중요한 노래의 숫자를 망각하였다.

‘큰일이다…. 앞으로 두 번 남았어!’

열 번이 많다고 생각했던 게 방금이었는데 벌써  번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에 놀란 벨, 그녀는 좀 더 걸음을 빨리하여 다가가기 시작했는데 200걸음이 이렇게나 먼 거리인 것을 그녀는 난생처음 느꼈다.

대략 앞으로 남은 거리는 50걸음, 그리고 노래를 두 번, 잘만 하면 닿을 것 같으면서도 닿지 않을  같은  애매한 거리.

벨은 탈락해서 밀크의 곁으로 다가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다가 그녀들에게 신경을 쓰지 말고 밀크의 움직임에 집중하였다.

이제 자기 혼자 남았다. 여기서 걸리게 되면 놀이가 종료되고 탈락한 아이들중에 새로운 술래가 결정된다.

물론 진다고 뭔가벌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특유의 승리욕을 자극하게 되어버린 상황에 벨은 초집중하여 밀크의 움직임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는 순간 바로 달린다. 노랫소리가 시작되기 전에 달리기 시작하면 분명 거리를 많이 좁힐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벨은 밀크의 눈을 피해 달리기 편하게 허리를 조금 숙였다. 그리고 달릴 준비를 했다.

밀크는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반쯤 고개가 돌아가서 오른쪽을 보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벨은 그것을 보자마자 달리기 시작했다.

저 정도면 이제 뒤를 돌아볼 것이고 노래를 시작할 것이라고 짐작한 모양이었지만, 사실 그녀는 밀크에게 속고 말았다.

술래가 노래를 시작하는 시점은 몸을 완전 뒤로 돌려서 벽을 보는 상황이 된 이후였다. 즉 지금은 그녀가 움직여서는  되는 시점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밀크가 속임수 자세를 취하지 않아서 안심하고 달리기 시작하는 벨의 눈에는 반쯤 돌아갔던 고개를 다시 원래의 위치로 되돌리며 귀엽게 웃고 있는 밀크의 얼굴이 보였다.

‘소, 속았다!’

그리고는 그제야 알아차리고 말았다. 밀크가 자신을 속였음을 말이다.

“벨 탈락!”

“윽!”

고개가 반쯤 돌아간 것을 보고 지레짐작하여 뛰기 시작한 것은 본인이었다. 누가 속였느니 마느니 할 상황이 아니었기에 벨은 패배를 인정하고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탈락한 인원 대열에 합류했다.

한차례 놀이가 끝났다. 아이들은 다시 술래를 정하기 위해 밀크를 뺀  가위바위보를 시작하였고 이번에는 유크가 술래가 되었다.

“좋았어! 다 잡아 줄 테다!”

“언니 잘해-”

“히힛 우리가 이길 거라고-”

우르르 몰려서 출발 지점으로 움직이는 아이들, 그리고 술래가 되어 벽에 다가가 노래를 부르기 위해 몸을 돌린 유크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밀크의 호위 린다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푹 빠져 있었다.

‘와- 저렇게 노는구나?  때는 그냥 남자아이 옆에 붙어서 부족 놀이를 하는  다였는데- 저렇게 재미있게 놀다니…. 이게 다 주인님 덕분인가?’

이미 나이를 먹을 대로먹은 자신이 보기에도 퍽 재미있어 보이는 놀이에 그녀는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참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렇게 유크가 술래를 한  게임은 유크의 빠른 달리기 속도 때문에 한 아이가 그녀에게 잡혔고 다음 술래는 그녀가 하게 되었다.

이렇게  번을 하다 보니 모든 아이가 쉬운 놀이의 규칙을 이해하게 되었고 이제는 출발 지점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잡히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었다.

이제는 놀이 이름이 아예 아침 나들이로 바뀌어 버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로 저녁노을이 질 때까지 열심히 뛰어논 아이들은 어른들이 부르는 소리에 놀이를 멈추고 하나둘 그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내일 봐 밀크-”

“밀크 내일 보자-”

유크와 벨은 밀크의 양쪽 볼에 뽀뽀한 뒤 집으로 향했다. 밀크는 쑥스러운지 볼을 붉히며 린다에게 다가갔다.

“집에 갈까? 엄마가 기다리고 있겠다.”

“그러시죠 주인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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