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딸한테 덮쳐졌습니다. ─08, 紅化 (8/10)

내 딸한테 덮쳐졌습니다. ─08, 紅化

*수위 조금 셉니다. 유의하세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방을 지배하던 열기도── 열락의 환호성도─ 모든 것이 멈췄다. 세상이 정지했다. 모든 것이 느르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여전히 세상은 붉었다. 내게 안겨있는 딸의 기이한 미소가, 흐드러졌다. 크게 눈을 치켜뜬 은지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모두의 얼굴이 일그러져 보였다. 비틀리기 시작했다. 아니, 이미 비틀렸지만 나는 외면하고 있었다. 난 병신이었다. 딸한테 욕정한, 인간의 윤리를 져버린 짐승이었다. 사람이기를 포기한, 쓰레기 이하였다.

딸과 관계를, 그것도 아는 동생한테 들켰다는건 덧없는 치욕이었다.

미친 듯이 뛰던 심장이 움츠러들었다. 껄떡거리던 성기가 단번에 가라앉았다. 머리가 아찔했다. 한편으로는 이 상황을 대체 어떻게 타계해야할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거짓말이라고 외치고 싶었다. 당장에라도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무저갱에 나 홀로 던져진 것만 같았다. 질끈 깨문 입술에서 피가 흘렀다. 이건…… 말도 안된다고──!!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야──!!”

은지는 빽 소리를 질렀다. 가뜩이나 하얀 얼굴이 더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그러나 윤슬이는 여전히 그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은지가 뒷걸음질쳤다. 내게 안겨있던 윤슬이는 천천히 일어났다.

“미쳤어…… 미쳤다고…… 어떻게……!”

“왜? 왜 이게 미친거야?”

윤슬이는 베시시 웃으며 물었다. 그러자 은지는 어이가 없다는듯 이를 부득 갈면서 나를 가리켰다.

“뭐?! 제정신이니? 윤슬아? 네 아빠야! 친부라고! 어떻게 딸이…… 아빠랑……!”

“──놀아날 수 있냐고? 킥킥.”

윤슬이는 입을 손으로 가리고 웃었다. 교활한 웃음이었다. 어느새 현관문이 닫혀 있었지만, 은지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창문이 모두 닫혀 있다. 방문도 닫혀 있다. 커튼은 굳게 집 안으로 들어오려는 빛을 차단하고 있었다. 지금 집 안 전체가 핏빛 안개에 휩싸여있는 기이한 모습이었지만, 신경쓸 겨를이 없는 것 같다. 나는 다시 외치려고 했다. 도망치라고─ ……하지만 마치 내 성대가 억눌린 것처럼,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몸도 움직이지 않았다.

가슴이 철렁, 하고 내려앉았다. 우리는 악마한테 놀아났다.

“그러는 언니는 직속 상사랑 놀아났네? 몸 대주고, 승진까지 하고 말이야…… 닳고 닳은 개같은 년이 어디서……”

윤슬이가 이빨을 보이며 웃었다. 아니, 조롱이었다. 평소의 듣기 좋은 미성은 소름끼치도록 두려웠다. 증오가 듬뿍 담긴, 분노가 정제된 목소리였다.

“뭐, 뭐…… 뭐라고?”

은지는 잔뜩 당황한듯, 예의 눈을 크게 뜨고 윤슬이를 노려봤다. 윤슬이는 픽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리저리 몸 굴려놓고, 이제와서 아빠한테 달라붙어 애인 행색이라도 하겠다는거야? 천천히 집으로 기어들어와서, 간섭할려고? 하긴, 우리 집이 돈은 좀 많으니까. 벌레들이 꼬일만 하지.”

윤슬이의 독설에 은지가 부들부들 떨더니, 잔뜩 붉어진 얼굴로 윤슬이에게 다가왔다. 여전히 윤슬이는 은지를 비웃고 있었다. 은지가 윤슬이의 뺨을 때리려고 팔을 들었지만, 윤슬이는 단번에 그녀의 손목을 잡아챘다.

“이거 안놔?! 최윤슬! 지 애비랑 빌어먹은 년이……!”

짝─!

은지의 고개가 돌아갔다. 여전히 손목을 부여잡은채로, 윤슬이는 무표정하게 은지의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 은지의 입술이 터져, 가늘게 붉은 피가 흘렀다.

쩌억─!

다른쪽 뺨에도 붉은 손자국이 남았다. 그런데 마치 뭔가에 강하게 얻어맞은 것처럼, 은지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그대로 은지는 입에서 피를 울컥 쏟아내며 거실에 널브러졌다. 윤슬이는 은지를 일으켜 세우더니, 그대로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짝─. 짝─. 짝─! 짜악─!

윤슬이가 웃었다. 찢어진 입술에서 피가 튀겼다. 은지가 비명을 질렀다. 도움을 바라는 것인지, 나를 간절하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나는 항거할 수 없었다. 몸을 움직이려고 들면, 마치 뭔가에 묶인 것처럼 몸 곳곳에 붉은 선이 나타났다. 더 힘을 주자, 몸 곳곳에 상처가 생겼다.

“아아아악─!!”

“하아, 시끄럽네. 정말.”

윤슬이의 발이 은지의 무릎을 때렸다. 그러자 기이한 각도로 은지의 무릎이 꺾여버렸다. 끔찍한 광경에, 나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은지가 끔찍한 괴성을 질렀다. 마치 돼지 멱을 딸때 나는 듯한 소리였다. 일방적인 구타였다. 그 이후에도 윤슬이는 계속 은지의 뺨을 때렸다. 얼굴 전체가 부어올라 있었다. 거실에는 은지가 입에서 흘린 피로 엉망진창이었다. 딱 보기에도 심각한 상처였다. 윤슬이의 하얀 손이 피로 얼룩져 있었다.

아름답던 은지의 얼굴은 흉측해져 있었다. 아마 오늘입은 상처는 영원히 치유할 수 없을 거다. 이빨과 살점이 피에 섞여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끄으윽…… 학……컥! 사, 살려줘……”

은지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오른손으로 윤슬이의 발목을 붙잡았다. 윤슬이는 가차없이 손을 발로 짓밟았다. 손가락이 으스러질 정도로, 꾹꾹 눌러주며 발을 돌렸다.

뿌드득─!! 뿌드득─!!

뼈가 부서지는 소리였다. 윤슬이의 검은색 양말이 피에 젖어, 질척거렸다. 이제는 인간이 내는 소리가 아니라, 짐승이 내는 듯한 소리를 내며 은지가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윤슬이는 웃으면서 발로 은지의 손을 마구 밟았다. 점점 밟아대는 속도가 빨라졌다. 미친 합주곡 같았다. 윤슬이의 발이 은지의 손을 뭉갤때마다 나는 기괴한 소리와 은지의 비명이 어우러져 최고의 화음을 이뤄내고 있었다.

“끄히익!! 끄아악!! 캬하학─!!”

뿌드득─……! 으직─

은지의 얼굴이 추악하게 구겨졌다.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에, 더 이상 인간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꿈틀거리는 벌레같았다. 징그러웠다. 빨리 윤슬이가 처리해줬으면,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비로소 윤슬이가 발을 들자, 처참하게 뭉개진 은지의 손이 드러났다. 회사 내에서도 정말 가냘프고 어여쁜 손이라며 칭찬받던 은지의 하얀 손은, 붉게 더럽혀져 있었다. 더 이상 손의 형상이 아니었다. 핏덩어리를 대충 엮어놓은 듯한 형상이었다. 하얀 뼈가 보였다. 엄지는 거꾸로 꺾여 있었고, 중지와 약지는 잘려서 소파 밑에서 뒹굴고 있었다. 주황색과 검은색, 갈색, 붉은색을 섞어놓은 것 같았다. 끊어진 혈관이 식물의 뿌리처럼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즐거워─? 은지 언니? 응? 응? 이래서 사람은 주제를 알라는 말이 있나봐. 함부로 나대다가는 이렇게 되버리는데.”

어느새 현관에 갔다온 윤슬이는 한손에 니퍼를 들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흉악하게 생긴 니퍼의 날이 예리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겨우 숨이 차 헐떡거리던 은지는 윤슬이의 손에 들린 니퍼를 보고는 안간힘을 써서 내 쪽으로 기어왔다.

“아, 안돼…… 끄으윽……!! 사, 살려줘! 오빠!! 제발!! 살려줘! 저 싸이코가…… 아아악!”

입과 코에서 피를 질질 흘리며 은지였던 살덩어리가 내게 다가왔다. 나는 기겁해서 뒤로 물러났다. 윤슬이가 재빨리 그것의 머리채를 잡고 강하게 거실에 내리찍었다.

쿵!

“구더기가 잘도 기네. 안되겠어. 하나하나, 정성들여서 잘라줄게. 알았지? 언니?”

윤슬이는 멀쩡한 은지의 왼손을 들어올리며 희번득하게 미소 지었다. 마치 품평하듯이 이리저리 손을 돌려보던 윤슬이는 은지의 손등에 입맞추고는, 니퍼를 들었다.

“무슨…… 흐으윽……”

“헤, 손 되게 예쁘다아. 내가 더 다듬어줄게♡”

무거운 쇠로 만들어진 아가리가 쩍 벌렸다. 그 틈에, 은지의 새끼 손가락이 앙증맞게 끼어 있었다. 윤슬이가 비린 미소를 지었다. 아가리가 입을 닫았다.

서걱─!

“끼아아야악!! 아아악!! 살려줘! 살려줘! 흐하아……아악……”

은지가 온몸을 비틀며 반항했지만, 은지의 등을 발로 밟은채, 윤슬이는 니퍼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쩌어억……

단번에 잘린 새끼 손가락 마디가 떨어져나갔다. 마치 치즈가 늘어지는 것처럼 아직 끊어지지 않은 살점들이 니퍼에 달라붙어 이어졌다가, 떨어졌다. 잘린 단면에서 피가 스프링클러처럼 콸콸 쏟아졌다. 그 광경을 잠시 감상하던 윤슬이는 킥킥 웃으며 다시 니퍼를 움직였다.

쩌억─!

“히야아아아악─!!”

이번에는 약지가 잘렸다. 화사한 분홍색 네일아트가 검붉은 피에 덮였다. 이제 감상하는 기색도 없이, 윤슬이는 빠르게 일일이 은지의 손가락을 잘랐다. 이제 엄지만 남은 상태. 니퍼가 살점과 피로 잔뜩 얼룩져 있었다. 온갖 오물로 니퍼의 날이 무뎌져 있었다. 윤슬이는 얼굴을 찌푸리며 니퍼를 들어보였다.

“안돼…… 안돼……”

“아, 날이 나갔네. 어쩌지. 아직 썰어야되는 부위가 하나 남았는데.”

윤슬이는 부엌 쪽을 힐끗 보더니 손뼉을 치며 화사하게 웃었다.

“아. 다행이다. 헤헤.”

서랍을 열자 잘 벼려진 부엌칼이 있었다. 윤슬이는 부엌칼을 꺼내오더니 은지의 엄지에 대고 칼질을 시작했다. 윤슬이는 유능한 도살업자였다. 뼈를 깎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이지만, 윤슬이는 착실하게. 요령껏 고기를 잘 썰고 있었다.

“제발, 제발 그만해! 그만!!”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아아. 뼈가 있어서 그런지 썰기가 힘드네.”

“이, 또라이 년아!! 아아악!!”

인상을 쓰며, 윤슬이는 반쯤 갈린 은지의 엄지를 응시했다. 은지는 꽥꽥 지랄거리며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지만, 소용없었다. 마침내, 은지의 손가락이 모두 잘렸다. 윤슬이가 입술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발랄하게 웃어 보였다. 나는 그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윤슬이는 대번에 표정을 굳히고는 나를 계속 응시했다.

입안이 바싹 말라 있었다. 나는 입을 열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넌 미쳤어. 윤슬아.”

윤슬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나도 알아. 아빠. 난 미쳤어. 엄마를 죽일 때부터, 난 이미 미쳐 있었어. 난 괴물이니까. 히히.”

윤슬이는 부엌칼의 날을 핥으며 은지의 살점을 쩝쩝거리며 먹었다. 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가증스러웠다. 모든게 다 그냥 역겨웠다. 이미 한껏 게워내서 그런지, 배가 미친 듯이 아파왔다. 목구멍이 타는 것만 같았다.

불행히도, 은지는 아직도 살아 미동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쇼크가 출혈로 죽을 법도 했다. 너무 많은 피를 흘렸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마치 좀비처럼 은지는 죽지 않았다. 그제서야 비로소 난 이 집안을 휘감고 있는 안개를 실감했다. 이 핏빛 안개……

“흐어엁헑껋…… 껋엁억…… 헤엙캵얽……!!”

기이한 소리였다. 성대를 긁는 듯한, 쇳소리마저 나는 음성이었다. 마치 저주의 음성 같기도 했다. 악마의 소리였다. 은지는 피눈물을 흘리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은지의 새빨간 눈과 난 마주하고 말았다. 왜 날 구해주지 않았어. 원망하고, 저주하는 은지의 눈빛에 나는 소름이 돋았다. 심장의 고동이 정지했다. 숨을 쉬기가 곤란했다. 나는 급기야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추태고, 수치였지만 지금 이 지옥같은 상황에선 아무것도 아니었다.

윤슬이는 아주 유능한 고문관이었다. 아마 중세 시대에 태어났다면 이단 심문관으로써 재능은 충족된 것 같았다. 많은 이들에게 이루 겪을 수 없는 고통을 선사해줬겠지. 그러면서도 은지의 목숨은 질기게도, 부지하고 있었다. 마치 프로의 솜씨같았다. 숙달된 조교가 친절하게 보여주듯이. 윤슬이의 특별한 해부학 강좌였다.

은지는 흐음, 하고 신음을 흘리더니 은지의 턱을 들어올렸다. 다시 한번 윤슬이가 싱글벙글 웃으면서 은지에게 말을 걸었다.

“자, 언니. 이제 마지막 피날레를 위한 세팅을 해볼까? 우선 이 시끄러운 혓바닥을 뽑아버리는게 먼저야!”

대번에 윤슬이는 은지의 입안으로 왼손을 집어넣더니, 그대로 혀를 잡아챘다. 그리고── 밖으로 힘차게 빼버렸다─!

“끄흐읉흙윽──……!!”

새빨간 피가 윤슬이의 얼굴에 잔뜩 튀겼다. 윤슬이는 왼손에 강하게 쥐어진 은지의 혓바닥을 힐끗 보더니 뒤로 던져버렸다. 새빨간 해삼처럼 은지의 뽑힌 혀가 소파를 장식했다. 피뿐만 아니라, 검붉은 살덩어리와 여러 이상한 고깃덩어리가 함께 뒤섞여 있었다.

어느새 윤슬이는 수박을 썰때 사용하는 긴 톱처럼 생긴 칼을 가져왔다. 윤슬이의 입꼬리가 말려올라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윤슬이는 즐거운듯 콧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은지의 음부를 가르기 시작했다.

예술가. 예술가. 피와 살점을 잉크삼아 점칠하는 수묵화. 스너프 필름? 그런건 아무것도 아니야. 그녀는 진정한 예술가였다. 끊임없이 핏줄기가 뿜어져 나오지만, 윤슬이는 개의치않고 흥얼거리며 칼이 흥겹게 움직였다. 윤슬이는 잔뜩 흥분해 있었다. 와이셔츠가 피에 젖어서, 몸에 딱 달라붙어 있었는데 그 위로 잔뜩 부푼 유두의 음영이 드러났다. 윤슬이는 입술을 핥으며 다시 행위에 몰두했다.

혀가 잘려나갔지만, 예의 목구멍을 최대한 긁어모아서 흘러나오는 괴성은 막을 수 없었다. 마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 나오는 시체들의 소리와 비슷했다. 음울하고, 낮고, 생기없는 신음성.

얼마 안되서 윤슬이는 마침내 발견했다는듯, 죽은 이의 무덤을 파해치는 도굴꾼처럼 은지의 파해쳐진 하복부를 긁기 시작했다. 완전히 들어난 은지의 몸이었다. 비로소 발가벗었다는 표현이 들어맞을까. 마치 화려한 화채같았다. 황금색과 붉은색을 섞으면 검은색이라던데, 정말로 온갖 오물이 얽혀있었다. 창자들이 소시지처럼 이리저리 얽혀 있었는데, 윤슬이는 귀찮다는듯 손가락에 달라붙은 내장을 떼어냈다.

“아아……!! 아아…… 드디어 찾았다!”

즐겁게 웃으며 윤슬이가 무엇인가를 움켜쥐고 끌어내렸다.

쩌저적─!!

뭔가 껍질이 뜯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새빨간 피막에 휩싸인 막이 윤슬이의 손에 들려 있었다. 이미 은지의 숨은 끊어져 있었다. 마지막까지, 은지의 죽음은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마치 칭찬을 바라는 아이처럼 윤슬이는 나를 향해 돌아보았다. 자랑스럽게 자궁을 들어보이며 윤슬이가 미소 지었다.

“끝났어. 아빠. 재밌었지?”

나는 아무 말 없이 딸을 바라보았다.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져버린……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나와 처음 잤을때 이미 윤슬이는 망가지기 시작했다. 고장났다.

퍼억─!

윤슬이의 손아귀에서 흘러넘치던 자궁이 거실 바닥에 떨어졌다. 갈기갈기 찢겨나간 은지의 육신도, 내게 미소짓는 윤슬이도, 나에겐 아무것도 보이진 않았다. 핏빛…… 핏빛…… 붉은색으로 물든 세상이…… 보였다.

윤슬이는 웃고 있었다. 소악마는 내게 미소지었다.

시작부터, 우린 잘못되어 있었다. 그리고 예고된 그 불행한 운명은 비로소 내 이성의 벽을 깨부수고 난입했다. 난 망연자실하게, 잘 다져진 고깃덩어리가 되버린 은지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것은 한때 은지였다. 지금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지만. 나 때문이었다. 내 탓이었다. 내가…… 내가……

“아아아악─!!”

윤슬이는 내 사랑스러운 딸이었다. 언제나 내게 칭찬받길 좋아하고, 우쭐해하는 아이였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나를 향한 연모가 광애(狂愛)로 돌변한 건 순식간이었다. 딸아이 문제에 대해서 우유부단하고 어쩔줄 몰라했던 내 태도 때문이었다. 아내를 향한 내 사랑은 깊었고, 아내가 남기고간 유산이라 생각하며 누구보다도 정성들여 자식을 키웠다.

하지만 잘못된 욕망에, 난 굴복했다. 그리고 이런 참극마저 빚고 말았다.

나에게 칭찬해주길 바라는거다. 나만 바라보는 아이니까. 나한테만 시선이 맞춰져 있는 아이. 나를 위한…… 나는 웃고 있는 윤슬이를 끌어안았다.

윤슬이는 내 목을 휘어감았다.

우리 부녀는, 인간이기를 포기했다. 인성을 져버렸다. 윤슬이는 어느 때보다도 기쁘게 웃고 있었다. 진정한 의미로, 우린─ 맺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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