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한테 덮쳐졌습니다. ─06, 현혹(3)
“자, 기획실과 온라인 대책부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술 좋아하는 이 대리가 분위기를 착실하게 띠우고 있었다. 그는 부하 직원들을 독려하며 술잔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다. 확실히 몇몇의 얼굴이 싹 굳어가는게 보이지만 어쩔 수 없다. 직장은 계급 순이다.
워낙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회식의 규모도 큰 편이었다. 대충 고깃집을 찾아 왔다지만 테이블 5개를 차지하고도 자리가 좀 비좁을 정도라니. 회사에서도 사람이 가장 적은 두 부서지만, 이 정도로도 식당의 절반을 꽉꽉 메울 정도니…… 가온누리의 위상이 엿보였다.
내 옆에는 은지가 앉아 말없이 술잔을 비우고 있었다. 몇몇 남자 사원들이 딸의 안부를 물어오곤 했고 나는 그에 성실히 답해줬다. 이제 소개시켜달라는 말은 안나온다. 예전처럼 장인 어른이라고 크게 외치고 절부터 하고 보는 놈들도 많이 줄어들었다. 다만 딸아이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았다. 매우 높았다. 20살만 되면 채가겠다고 장난스럽게 말하는 녀석도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울컥─ 화가 치밀었다. 내가 왜?! 윤슬이는 내 여자야. 니네가 어떻게 할 수는 없을걸─? 병신들. 니들이 그렇게 동경하는 최윤슬은 내 밑에 깔려 허덕이는 년이라고.」 킥킥. 나는 남모르게 웃음을 삼키며 소주를 마셨다.
술이 들어가자 회식 자리의 분위기가 더 과열되었다. 이번 업무 성과금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고 조만간 가온누리에서 출시할 소프트웨어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오고갔다.
“팀장님─! 따님 사진 좀 보여주세요! 이 친구가 윤슬이가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니까요?”
박 사원이 신입 사원 하나를 끼고서 내게 애걸복걸했다. 왠지 딸아이의 얼굴을 팔고다니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서 미안했지만, 그래도 뭐랄까. 딸을 자랑하고 싶다는 부친의 부질없는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고 해서 걔가 관심을 가져줄리가 없잖아? 멍청한 놈들.」 나는 기꺼이 핸드폰에서 활짝 웃고 있는 윤슬이의 사진을 몇개 보여줬다.
그러자 예의 그 신입 사원은 벙찐 표정으로 사진을 몇번 바라보다가 엉겁결에 말을 내뱉었다.
“사, 사람은 맞는 건가요?”
“킥킥! 암! 윤슬이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 대책부의 여신이지!”
과한 리액션을 보여주는 신입의 모습에 박 사원이 벌게진 얼굴로 크게 웃으며 술을 부었다. 이곳저곳에서 마셔라, 마셔라. 독려가 이어졌다. 몇몇은 슬금슬금 자리를 빠져나가려고 했는데 그럴때마다 이 대리가 독수리의 눈매로 그들을 포착해냈다. 옆에서 잠자코 술을 들이키고 있던 은지가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팀장님.”
“으, 응?”
무슨 말이 나올지 몰라서 나는 바짝 긴장한체 은지의 말에 귀기울였다. 마치 군기가 바짝 오른 신병처럼 빳빳하게 굳어있는 내 모습을 본건지 은지는 피식 미소 지었다.
“그렇게 긴장하실 필요는 없잖아요. 너무해요. 누가 보면 내가 팀장님 엄청 타박하는 것처럼 보이겠는데요?”
맞거든. 맞거든! ……라고 따질 수도 없었다. 그런데 평소 여자치고는 상당히 딱딱한 말투를 고수하는 은지가 이런 말을 한다는게 내게는 새로운 감회였다. 뭔가 새로운 진면목을 본달까……. 술이 들어가면 다들 이런걸까. 역시 술이 문제야. 술이.
그러면서도 우리는 계속 술잔을 들이킨다. 은지가 뭐라 재잘재잘거리는 것에 호응을 조금씩 해주면서 나는 딴 생각을 시작했다.
밥 한 그릇의 칼로리는 대략 300. 소주 한 잔의 열량만 88이다. 소주 한 잔을 마실 때마다 밥 한 공기 1/3의 열량을 섭취하는 꼴이다. 거기에다 가끔씩 소주에 단 맛을 내기 위해서 스테비오사이드라는 성분이 들어간다. 설탕보다 300배 이상 단 맛을 내는 천연감미료인데, 주류에 넣으면 유독성 물질인 스테비올로 변화하기 때문에 보통은 금지되어있다.
우리는 술이 얼마나 해로운지 알고 있다. 하지만 계속 퍼마신다. 마시고 마시고 또 마신다. 누구는 술에 의존하기도 하고, 술에 환장하는 자도 있다. 그렇게 중독되어간다. 잠식된다. 그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서서히 잠식되어 가는 것…… 알면서도 빠져나올 수 없는…… 헤어나올 수 없는 늪에 서서히 스며든다. 아주 자연스럽게.
그게 술에만 한정되는건 아닐거다. 누구에게나 모두 하나둘씩. 모두들 늪은 있다. 어떤 학생의 늪은 게임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주부의 늪은 우울증, 무력감에 해당될 수 있다. 그리고 내 늪은……
“팀장님? 팀장니임- 제 말 듣고 계신거에요?”
상념을 깨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간을 좁히고 눈앞을 바라보니 대부분 상을 정리하고 나가는 추세였다. 빈 소주병과 맥주병이 한가득 쌓여있었다. 하, 그 많던 고기는 누가 다 먹었을까.
“팀자아앙니이임……”
은지가 바로 눈앞에서 손을 휘적휘적 저으며 날 불렀다. 난 그제서야 옆을 돌아보았다.
“아. 미안. 깜빡 졸았다.”
그런데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은지가 잔뜩 풀어진 상태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모습에 침을 꿀꺽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술을 마셔서 열이 올랐던지 와이셔츠의 윗단추 2개를 풀르고 있었는데, 의외로 풍만한 가슴골이 탐스러워보였다. 나는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헤헤, 왜이렇게 어지럽죠오? 히끅-!”
뭔가 귀여운 딸꾹질 소리를 내면서 내게 아양을 부리는 은지의 모습에 나는 식은 땀을 흘렸다. 난 여길 빠져나……가야겠어가 아니라, 얘도 데려가야겠네. 완전 떡이 됬어. 주변에서도 다들 군침을 다시고 있었다. 심지어 유부남인 이 대리까지 은지를 곁눈질로 슬쩍슬쩍 보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손꼽히는 냉혈 미인, 은지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건 흔한 일이 아닐 테니까.
“세명아, 나 먼저 일어날게.”
폭탄주를 제조하고 있던 박세명이가 움찔하더니 제대로 맛간 은지를 보며 혀를 찼다.
“제대로 갔네요. 저 친구 오늘 갑자기 왜그런데? 평소 회식 자리에서는 술에 입도 안대더니.”
그러더니 흠, 하고 나를 째려본다. 돌연 날카로운 시선에 나는 움찔해 박 사원의 시선을 피했다.
“설마 딸도 있는데 어떻게 해보려고 하진 않으시겠죠?”-라며 세명이 음탕한 웃음을 흘렸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농담이라며 세명이 손을 네저었다. 사실 회사에서 내 평판은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회사 내에서 스캔이 낸 적도 없고, 룸도 집사람이 죽은 이후에는 가본 적도 없다. 그래서 얼핏 들은 바로는 고자가 아니냐는 소문도 도는데 기분이 살짝 나빴다.
─사실 아내가 죽은 뒤로는 한동안 발기 부전이었다. 가장의 책임감, 엄마없이 자라야만 하는 딸아이, 집사람의 빈자리. 여러모로 막중한 압박을 받다보니 그랬을 지도 모른다. 한동안 일에 미쳐 살았었다. ─아니, 최근까지만 해도 그랬다. 윤슬이가 물에 수면제를 탄 그날 이후로 황폐했던 내 삶이, 무의미하던 나날들이 점점 활력으로 다가왔다. 「딸아이는 마치 젊은 애인같았다.」 숨겨둔 내연녀같은 느낌이랄까.
남들은 모르는 우리 둘만의 관계라고 해야 되나? 뭔가 그런게 있어서 서로 더 두근거리는 것 같았다. 아니, 씨발! 대체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냐! 점점 사고가 흐려지는걸 자각하고 있었지만, 나는 뻔히 알면서도 수렁에 기어들어가는 것이었다.
오늘은 회식이 있을 것 같아서 지하철로 출근하길 잘했다. 차도 없어서 그냥 택시를 부르기로 했다.
“행당동 가온누리 사택으로 가주세요.”
은지는 회사에서 마련해준 사택에서 살고 있었는데, 보통의 아파트보다 최신 시설도 구비되어있다. 게다가 지하에 약국, 대형 마트까지 다 갖춰져 있어서 왠만한 지상 복합보다 살기에는 좋았다. 다만 가온누리 사원들 중에서도 들어갈 수 있는 이들은 한정되어 있지만.
“우아아…… 어딜 만져…… 어딜 만지냐고오오─ 팀장아! 히끅-!”
“만지긴 뭘 만져. 손 대지도 않았고만. 빨리 들어가. 이 궁상아.”
택시 기사가 힐끔 은지를 보더니 나를 묘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꽤 배가 아프겠지. 너도 얠 어떻게 해보겠다는 심보냐? 라고 묻는 것 같았다. 하지만 딱히 여자가 고프진 않았기에 다행이었다.
여전히 은지는 헤롱헤롱거리며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택시는 금방 사택에 도착했다. 사실 사택 자리도 내가 직접 알아봐준거다. 은지 이 녀석 부모님이 우리 부모님이랑 옛날부터 잘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지라 어렸을때부터 남매처럼 지내기도 했다. 다만…… 고등학교 때부터 아내와 본격적으로 사귀면서 틀어졌지만. 아, 벌써 도착했네.
나는 계속 딸꾹질을 하면서 진상짓을 하는 은지를 끌어냈다. 뭐라뭐라 택시 기사한테도 헛소리를 떠들어대는데, 식은 땀을 흘리며 저항하는 은지를 택시에서 끌어냈다.
“얼마죠?”
“4,500원이요. 이야, 아가씨가 되게 예쁘네요. 한번 둘이서 잘해봐요.”
택시 기사가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픽 웃으며 5,000원짜리 지폐를 건넸다.
“저 딸있어요. 거스름돈 필요 없습니다. 수고하세요.”
그러곤 나는 몸을 휙 돌려 전봇대에다 삿대질을 하고 있는 은지를 향해 황급히 달려갔다.
《…………지랄하고 있네. 킥킥. 어차피 너희는 다 물레바퀴에 얽매여 있어……. 인간도 아닌 것들이 가증스럽긴.》
뒤에서 택시 기사가 뭐라 말한 것 같은데 듣질 못했다. 주변에서 시선이 조금 모이고 있었는데 나는 은지의 입을 막고 사택 입구로 끌고 갔다.
“히끅, 팀장니이임…… 팀장니이임…… 우리 인기많은 팀장님─!”
“인기가 많긴 뭐가 많아. 애딸린 싱글남인데. 헛소리 이제 그만해.”
은지의 연분홍빛 입술을 꾹 누르자, 은지가 제법 표독스런 얼굴로 날 째려봤다.
“우, 진짠데. 진짠데에. 의외로 팀장님 노리는 여자들 많은데.”
은지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나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너 몇층이었지?”
“804호, 비밀번호는 23512요~!”
나는 가볍게 은지의 머리에 딱밤을 먹이며 타박했다.
“비밀번호는 안 가르쳐줘도돼.”
“헤헤.”-귀엽게 웃는 은지를 보며 나는 흠칫했다. 마치, 어렸을때 누구보다 친하게 지냈던 그때가 생각나서 일까. 그때는 꽤 즐거웠는데. 이곳저곳 쏘다녔지. 추억도 많고. 집사람과의 시간도 즐거웠지만, 은지와의 어렸을때 추억도 소중했던 시간이었다.
“……이러니까 어렸을때 같네.”
무심코 말이 튀어나왔다. 그러자 여태껏 투정부리던 은지가 잠시 조용했다. 그러더니 히죽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게. 재현 오빠.”
근데 난 순간 소름이 돋았다. 나를 쳐다보던 눈동자에서 불꽃같은 열망을 느꼈다. 시린 원망을 느꼈다. 뼈까지 사무치는 증오를 느꼈다. 여태껏 무표정했던 은지가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에 나는 그녀가 낯설었다. 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그래…… 나는 이때부터 짐작했다. 차은지…… 어렸을때부터 이 아이는 무서운 아이였다. 자신이 갖고 싶은건 뭐든지 손에 넣었던…… 반 1등…… 반장…… 전교회장…… 누구보다 화려했던 학창 생활을 보냈던 은지였다.
하지만 우리가 고3이 되던 해에 정식으로 사귀면서 은지는 바뀌었다. 나랑은 예전처럼 그리 친하게 지내는 편도 아니었고, 유독 아내를 싫어했다. 가시돋친 태도를 나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졸업하면서 우리는 끝났고 몇년간 아무런 교류도 없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은지는 내가 다니는 회사에 입사했다. 그렇게 사무적인 관계에 불과했던 우리 둘이었지만 아내의 죽음 이후로 은지가 날 자주 위로해줬다. 집에도 몇번 찾아왔고 힘든 시기에 윤슬이를 다독여줘서 그런지 윤슬이도 은지를 잘아는 편이었다.
난 아무 말없이 비틀거리는 은지를 부축해주며 8층 복도를 걸어갔다.
“헤, 히끅. 옛날 생각난다…… 옛날에도 오빠가 이렇게 나 집에다 데려다줬잖아…… 그치?”
“그러게.”
도어락을 풀자 제법 깔끔한 현관이 보였다. 제법 아기자기한 인형들이 신발장 옆 탁자에 있었다. 전체적으로 집은 하얀색 바탕에 깔끔한 분위기였다. 여자 혼자 사는 집의 이상향이랄까. 향긋한 냄새도 좀 나는 것 같다. 윤슬이 방에서 나는 향기랑 조금 비슷한 느낌이었다.
나는 무릎을 꿇고 은지의 구두를 발에서 뺐다. 검은 스타킹에 덮인 늘씬한 다리가 드러났지만, 나는 꿋꿋이 은지의 신발을 모두 벗겼다. 그런데 은지가 은근히 다리를 벌려서 조금 달라붙는 스커트 사이로 속옷이 은근하게 보였다. 이 계집애가…… 은지를 힐끗 보니 나를 보며 실실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살짝 분위기가 위험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은지를 안아들었다.
“열…… 오빠 힘 좀 센데? 히끅-! 우으…… 졸려……”
“시끄러. 좀 얌전히 있어라. 침대로 데려다줄게.”
오늘 하루종일 바빴지. 유독 우리 부서에 할 일이 많아서 혹사당해서 그런지 나도 좀 정신이 없었다. 방문을 열자 침대와 옷장, 화장대에 책상이 있었다. 책상 위에는 각종 서적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고 화장대 양옆에는 아기자기한 인형들 몇개가 있었다. 침대는 하얀색 칠을 한 원목 침대인것 같았는데 한켠에 있는 커다란 곰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자자. 다 왔어. 웃샤.”
겨우 은지를 침대에 내려놓은 나는 한숨을 돌리며 이불을 은지에게 덮어주었다. 은지가 뭐라 칭얼거리며 내게 달려들었지만 나는 이마를 한번 쓸어주었다. 이제 지칠대로 지쳐버려서 당장 쓰러질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여기에 계속 있기에는 찜찜한 느낌이 들었다. 집에 들어오면서 점점 거미줄에 칭칭 묶이는 듯한 섬뜩한 기분이 들어서였다. 뭔가가 나를 속박하는 듯한 묘한 기분…….
최근 윤슬이가 학교에서 시험 기간이라 관계를 안맺는 편이어서 조금 욕구가 쌓여있었다. 그걸 순간 인지하니 위험하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런데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되고야 말았다.
“오빠아…… 가지마……”
일어나려던 순간, 갑작스럽게 뒤에서 나를 끌어안아 당기는 은지 때문에 피로하던 나는 뒤로 쓰러지고 말았다.
“자, 잠깐만! 은지야!”
“나 외로워…… 같이 있어주면 안되?”
속이 뻔히 보이는 말이었다. 좆됬다. 라는 생각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은지의 생동감 넘치는 육체의 부드러움과 페로몬 가득한 냄새가 느껴졌다.
“더 이상 오빠를 뺏기고 싶지 않아…… 뺏기는건, 한번으로 족해……”
그대로 나를 껴안고서 울먹거리는 은지의 목소리에 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었다. 역시 마음에 두고 있었구나. 나를.
내가 그대로 굳어 머뭇거리자 은지가 내게 입을 맞춰왔다. 나는 거부하지 못하고 그대로 동조해버렸다. 은지는 베시시 웃으며 내 목 뒤로 팔을 둘렀다.
잠시 농밀한 입맞춤이 이어지고, 나는 급히 은지를 밀쳤다.
“으, 은지야. 너무 갑작스럽잖아.”
은지는 입가를 훔치며 씨익 웃었다.
“왜 오빠? 예슬 언니 죽은 뒤로…… 오빠 많이 참았잖아? 괜찮아. 나한테 풀어도 되니까.”
그 말에 나는 흠칫했다. 윤슬이가 있지만, 이 순간은 솔깃했다. 「왜? 어차피 따먹으려고 이렇게 바래다준거 아니었어? 저년이 알아서 대주겠다는데 무슨 상관이야? 니 좆대로 하면 되는 거라고!」 꿀꺽.
“아무한테도 말 안할테니까……”
은지가 녹아내리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와이셔츠 단추를 풀렀다. 성숙한 검은색 란제리에 휩싸인 요염한 골짜기가 드러나자 나는 이성을 잃고 은지에게 키스했다. 윤슬이의 어리면서 싱싱한 육체도 맘에 들었지만 은지의 성숙한 여체는 환상적이었다. 색기 면에서는 둘다 비슷하지만 아무래도 육체의 밸런스를 따지자면 은지가 더 위인 것 같다.
“응…… 학, 아앗─……”
은지가 헐떡거리며 내게 매달려왔다. 나는 급히 간신히 걸쳐진 와이셔츠를 풀어헤치고 그 사이로 나있는 은지의 가슴을 조심스레 움켜쥐었다. 은지가 교태스런 신음을 흘리며 숨을 내쉬었다. 다급할 필요는 없었지만, 우리 둘다 서먹했던 기간만큼 격렬한 관계를 원하는 것 같았다.
나는 은지의 목덜미를 깨물면서 브래지어 속으로 손을 넣었다. 풍만한 가슴 한가운데에 오똑하게 솟아있는 원뿔 형태의 검붉은 유두가 보였는데, 젖꼭지를 손가락 사이에 끼고 살살 문질렀다. 그러자 은지는 마치 우는 듯한 소리를 냈다. 고혹적인 목소리를 가진 은지가 이런 소리를 내는게 귀여워보였다. 겨우 이 정도에 완전히 녹아내릴 정도였는데 아마 술의 영향도 조금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짧게 키스를 해주고는 목선을 타고 내려가 브래지어를 벗기고는 젖꼭지를 아기처럼 빨기 시작했다.
“쭈웁, 쪽, 쪼옥─ 쭙-”
“아, 앙! 앙, 오빠아…… 앙, 앙……!”
소리가 조금 크게 나자 은지는 점점 더 흥분하기 시작했다. 아예 내 뒷머리를 누르면서 내 이름을 계속 불렀다. 젖꼭지를 깨물자, “아앙, 재현 오빠…… 아파…… 하앙……”-하고 흐느꼈다. 나는 양가슴을 다 타액으로 물들이고서 곳곳에 빨갛게 생긴 이빨 자국을 보며 만족스러웠다. 개들이 오줌을 싸는 것으로 영역 표시를 하는 것 같은, 도취감에 휩싸였다.
이제 가슴은 충분한 것 같아서, 그 외에도 은지의 몸 곳곳을 탐색했다. 은지는 겨드랑이나 배꼽을 애무하는 것에 수치심을 크게 느끼는 것 같았다. 허벅지를 핥을 때 즈음 이미 애액이 흘러서 이불을 적시고 있었다.
난 다소 짖궂은 목소리로 은지를 불렀다.
“은지야, 질질 싸네?”
“아앙…… 너무 좋아…… 오빠…… 하앙…… 앙, 아앙!”
나는 스커트를 가차없이 내렸다. 브레지어랑 세트인듯 검은색 망사 형태의 팬티가 눈에 들어왔다. 팬티 위로 보지를 슬슬 어루만지자 은지가 신음을 격하게 흘리며 작살 꽂힌 청새치처럼 벌떡 튀어올랐다. 음핵을 건드린 것 같았다. 나는 팬티를 젖히고 살살 손가락을 밀어넣었다. 2개였지만 무리없이 들어갔다.
“아아─! 햐아앙…… 아파, 오빠…… 아파……”
아프다고는 하는데 그냥 흥분을 유발시키려고 하는 말인것 같았다. 보지는 이렇게 좋아하고 있는걸? 나를 밀어내려는 은지를 몸으로 누르고 손가락을 좀더 밀어넣었다. 질벽을 살살 긁으면서 질 안쪽을 누볐다. 이미 애액으로 흥건해서 손가락이 무리없이 들어갔다. 알차게 꽉꽉 물어오는 윤슬이의 보지와는 달리 은지의 보지는 손가락을 감싸듯 밀착해오다가 풀어지면서 생동감있게 움직였다.
“응, 으읏…… 하으읏……!”
손가락을 빼자 은지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손가락을 타고 애액이 팔목으로 흘러내렸다.
뭔가 괘씸했다. 어렸을 때에는 나만 졸졸 따라다니던 녀석이, 이렇게 밝히는 여자가 되어 여러 남자에게 몸을 대줬을걸 생각하니 살짝 열이 뻗쳤다.
“섹스 몇 번 해봤어?”
보지 위로 손가락을 누비면서 은지의 귀에다 대고 속삭이자 은지가 잔뜩 붉어진 얼굴로 답했다.
“앙, 오빠…… 심술궂어…… 그, 그런건 왜 물어보는데…… 흐아앙─”
나는 손가락에 침을 묻히고 살짝 돋아나있는 앙증맞은 음핵을 문질렀다.
“하긴, 많이 해봤나보지. 그러니까 걸레처럼 먼저 유혹한거지? 이렇게 보지가 음란한데.”
“으응…… 너무해……”
정신을 못차리도록 귓볼을 깨물면서 음핵을 미약하게 꼬집었다. 클리토리스는 남자의 귀두 표피처럼 온갖 신경이 집중되어있다. 조심스럽게 대해줄 필요가 있었다. 일부러 은지의 수치심을 유발시키는 단어를 던졌다. 윤슬이와 여러 플레이를 하다보니 이렇게 일방적으로 괴롭히는 섹스도 꽤 희열이 느껴졌다.
“하아앙…… 오빠가 결혼하던 날에…… 하아앙…… 결혼식 끝나고나서 홧김에 알던 남자애랑 모텔 가봤어…… 하윽, 오빠가…… 흐엣! 너무 미워서……”
“그래? 그래서 걔랑 섹스한거, 어땠어?”-사실 너무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의 은지라면 뭔가 다 털어놓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난 가슴을 어루만지면서 은지를 재촉했다.
“흐읏, 걔가 그냥 무턱대고 집어넣고 잠깐 움직이다가 그대로 싸버렸어…… 하앙- 너무, 으응! 허무하고, 서러워서, 앙…… 기분 별로 좋지도 않았고, 그냥 아프기만 했어…… 그때 생각하기도 싫어……”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은 몰랐는데 조금 가슴이 아파왔다. 은지의 호감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때 나와 아내는 서로를 너무 열렬히 좋아해서, 누구에게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우리의 첫 경험은 조금 조숙했는데,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그 뒤로도 몇번 섹스를 했고, 여태껏 비밀로 했던 관계를 고3 때에는 비로소 남들에게 알렸다. 애정어린 섹스라서 둘다 언제나 만족했고 아내가 먼저 섹스를 제안한 적도 있었다. 아내 때문에 은지한테 잘 신경을 써주지 않았고 무관심했었다. 하지만 옛날에 아내는 죽었고, 지금 은지는 살아있다.
“오빠 잊으려고…… 클럽 가서 만난 남자들한테도 몇번 대주기도 했고…… 대학가서 사귄 선배랑도 해보고…… 그럴 때마다 얼마나 오빠 생각 난 줄 알아? 오빠는 예슬 언니랑 사귀어서 잘살고 있겠지, 서로 사랑하고 있겠지…… 난 지금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랑 지금 뭐하고 있는건지도 모르겠고. 오빠 만나 행복한 언니랑 달리 이렇게 비참한 내 꼴 비교할때마다 미쳐버릴 것 같았다고! 그 상황에 언니 대신 나를 대입하기도 했고, 언니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 헤헤, 근데 진짜로 언니가 죽어버렸잖아…… 오빠……. 난 지금 여기 살아서 오빠 앞에 있어…… 어쩌면 나 오빠랑 있다는게 너무 좋아서 이렇게 발정난 것 같아……”
어느새 난 멈춰 있었다. 은지의 풀린 동공이 공허해보였다. 흐드러진 미소 때문에 가뜩이나 아프던 가슴이 먹먹해왔다. 은지가 흘린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차갑기만 하던 은지의 예쁜 얼굴 위로 씌워져 있던 가면이 산산조각난 순간이었다.
“한동안 방황하다가 오빠 회사 입사하고나서 몸 더 이상 굴린 적 없어…… 그냥 먼발치에서나마 오빠 지켜보면서 행복했어……”
은지의 서글픈 고백에 오히려 난 달아올랐다. 여태껏 안달난게 은지였다면 이젠 역전된 것 같았다.
“은지야……”
나는 눈물을 핥아주면서 은지에게 입을 맞췄다. 은지는 빙긋 웃으며 나를 껴안았다. 은지는 입안으로 들어온 내 혀를 쭉쭉 빨아왔다. 혀뿌리가 뽑힐 것처럼 찐한 입맞춤이 이어졌다.
“으응, 쮸웁. 쭙. 쪽. 쭈웁. 쭙. 쪽…… 하아……”
은지가 탄성을 흘리자 타액이 길게 늘어졌다. 내가 일어서자 은지가 무릎을 꿇은채로 기어와 내 벨트와 바지를 풀렀다. 이미 잔뜩 발기한 페니스를 은지가 요염하게 웃으며 움켜쥐었다. 껄떡거리는 자지를 느끼는걸까. 속옷을 내린 은지는 그대로 귀두를 입에 물고 빨기 시작했다. 단순히 입에 무는 시시한 사까시가 아니라, 혀를 끊임없이 움직여 요도구를 자극하면서 기둥을 핥아올리는등, 스킬이 장난 아니었다. 윤슬이가 본능적인 움직임으로 즐거움을 준다면, 은지는 뛰어난 기교로 만족을 줬다.
“우움, 쭈웁, 웃, 쯔웁…… 쭈웁, 춥, 츄읍…… 으읍……”
자지를 쪽쪽 빨더니 은지가 침을 흘려 귀두를 잔뜩 적셨다. 그러더니 입을 벌려 천천히 귀두를 잡아당겼다. 딥 쓰로트를 시도하려는 것 같았는데, 아직 윤슬이도 힘들어하는 일이었다. 언제나 시도는 해보려하지만 헛구역질이 나오는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언제나 무리하려는 윤슬이를 다독이는 편이었다.
“켁, 우읍…… 하웁……!”
“으, 으읏…… 은지야, 무리 안해도 되. 난 충분히 좋으니까. 읏!”
은지를 쓰다듬으면서 달래보았는데 은지는 고개를 저으며 목구멍에 기어코 자지를 당기고 말았다. 입안에 삽입한다는건 보지에 삽입하는 거랑 다른 느낌이었다. 혀의 축축한 느낌이나 입안의 뜨거운 열기라던가. 쌀 것 같아서, 은지의 뒷머리를 톡톡 쳤지만, 오히려 은지는 살며시 자지를 입에 머금으면서 자지의 기둥을 움켜쥐면서 용두질을 했다. 머리를 흔들면서 혀로 귀두 표피를 긁는 느낌에 결국 난 은지의 입안에 싸고 말았다.
“으웁…… 우우웅……”
그런데 은지는 그대로 내가 싸는 족족 정액을 다 마셔주었다. 사정이 끝나자 그제서야 자지를 뱉어낸 은지는 자지 구석구석을 핥고는 그제서야 만족한듯 애무를 멈췄다.
“아아…… 오빠 자지 단단하다…… 헤헤……”
마치 정신줄 놓은 여자처럼 몽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은지의 모습에 뭔가 희열감이 치밀어올랐다. 은지는 침대 옆 탁자에 있는 가글을 머금고는 휴지통에 뱉었다. 나는 뒤에서 다가가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은지의 팬티를 벗겨내고는 은지를 눕혔다.
“하읏…… 오빠 자지 내 보지 안에 넣어줄거지?”
“응. 지금 넣는다?”
은지는 잔뜩 기대되는 표정으로 다리를 벌려줬고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은지의 보지와 음모. 매끈하게 펼쳐진 하얀 복부와 탄력있는 젖가슴. 땀에 젖어있는 쇄골을 감상하며 자지를 움켜쥐었다.
“하아아…… 하으읏……”
난 보지 위로 천천히 자지를 문지르면서 은지의 음핵을 조금씩 자극했다. 너무 괴롭히는 것 같아서, 잠깐 멈췄다가 보지 안으로 밀어넣었다.
배 안으로 뭔가가 들어온다는 느낌은 어떨까? 이물감이 느껴질까? 아니면 빈 곳이 꽉 차는 듯한 충만함일까? 하지만 그건 내가 여자가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남자가 삽입한다는건 역시 최고긴 최고다. 다만 템포를 조절못해서 서로에게 불만족스러운 섹스가 되어버린다면 그것도 나름 최악이겠지만.
일단 난 스타트를 만족스럽게 끊은 것 같았다. 목 뒤로 손을 둘러 은지를 끌어당기곤 입을 맞췄다. 이전처럼 격렬한 키스가 아니라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는 깊은 키스였다.
“후으응, 하읍, 우으웅…… 하웅, 웁!”
나는 살짝 지루 끼가 있는 편이라서 사정을 빨리 하지않았다. 그래서 성관계도 시간을 두고 느긋하게 즐기는 편이었다. 우리 둘은 숨막힐 정도로 입을 맞추면서 서로의 호흡을 느꼈다. 진퇴의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고 여유로운 편이었다. 은지의 신음도 한츰 편안해진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분위기에 비유하자면 클럽에서의 격렬하고 거친 스킨십같은 느낌이랑 카페에서의 달달한 애정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오늘따라 난 꽤 일찍 사정했다. 5분을 조금 넘기고나서 위기가 왔는데 다행히도 은지도 때마침 템포를 맞춰져서 오랜만에 욕정이나 욕구, 본능에 휘둘리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만족하는 애정 행위의 정점이었다.
사정을 한 이후에도 우리 둘은 서로 키스를 나눴다. 그러고서 신혼 부부라도 된 것 마냥 알몸으로 서로 껴안았다. 그러다가 문득 은지를 보니 잠이 들어있었고 나도 몰려오는 수마를 감당하지 못했다. 역시나 야근 후에 섹스는 무리다. 절대 무리야. 나는 은지의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다.
“언제나 고마워, 은지야……”
문득 의식이 차차 돌아오는데, 코를 찌르는 강렬한 냄새가 맡아졌다. 하지만 맡기에 싫은 냄새는 아니었다. 내 가슴 언저리에 닿는 호흡이 느껴졌는데, 간지러웠다. 슬그머니 눈을 뜨니 20대 후반? 중반? 청년이라기에는 좀 애매하지만 상당히 잘생긴 미남자의 얼굴이 들어왔다. 재현 오빠였다.
“쿡……”
나는 웃으며 곤히 잠든 재현 오빠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우리 둘은 알몸으로 부둥켜 안고 있었는데 한눈에 재현 오빠의 듬직한 몸이 들어왔다. 애딸린 아저씨라지만, 꽤 멋있었다. 이러니까 온통 여자들의 관심이 쏠리지. 사실 예슬 언니랑 사귈때도 둘이 위기를 맞았던건 한둘이 아니었다.
나는 오빠 품에 안기며 속삭였다.
“이젠 놓치지 않을거야…… 절대로……”
행복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어떤 마수가 도사리고 있는지 상상도 못한채로, 나는 난생처음 느끼는 사랑에 잔뜩 부풀어올라 있었다. 진작 이랬어야 했는데, 후회도 들었지만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오빠의 냄새를 맡으며 난 더욱 파고들었다. 그리고 또 무심코 잠들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