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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한테 덮쳐졌습니다. ─03, 감금(3) (3/10)

내 딸한테 덮쳐졌습니다. ─03, 감금(3)

뭐라고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어쩌다가 우리 부녀가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걸까. 그건 아무래도 모를 일이다. 그저 혼란스럽다. 문득 허공에서 딸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흠칫─.

텅 비어 있는 것같지만, 그 안은 무수한 갈망으로 가득 차 있다. 새카만 우주를 보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그 광대한 우주에는 수없이도 많은 별들과 거대한 은하들로 가득한 것처럼…….

혼돈. 집념. 파괴. 갈망. 집착. 광기. 열망. 타락. 무질서. 위태. 애증. 갈증. 갈취. 소유.

두근두근. 두근두근!!

미친듯이 심장이 뛰고 있었다. 내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다. 여길 빠져나가라고! 머릿속 사이렌이 시끄럽게 울리고 있었다. 시야가 어지럽다. 모든 것이 새빨갛게 보이고 있었다. 사방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비아냥거리는 것 같다. 근친상간. 한국 사회에서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실로 말도 안되는 소리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윤슬이는 그저 빙긋 웃으며 내 뺨을 어루만졌다. 소름이 끼쳤다. 당장에라도 딸의 팔을 쳐내고 싶었지만, 족쇄에 묶여있는 팔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저 딸의 손짓에 농락당하고 있었다. 안간 힘을 쓰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딸은 쿡쿡 웃으며 내게 속삭였다.

“어때? 아빠? 재밌지 않아?!”

히죽히죽 웃는 모습에 차마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이런 미친! 이게 뭔 개같은 짓거리냐고!

내 일그러진 표정을 눈치챘던지, 딸이 베시시 야릇한 미소를 지으면서 내 코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기분 나빠하지마. 아빠도 날 오랫동안 가뒀잖아? 똑같이 당하는거야. 인과응보라고.”

“내가? 너를?”

내가 어이없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금이야 옥이야 하고 귀하게 키웠던 딸이다. 비록 아내의 빈자리를 채울 수는 없다고는 생각했지만, 최선을 다해서 남부럽지않은 아이로 길러냈다.

하지만 순간 싱글싱글 웃던 딸은 장난기를 뚝 그치고는 싸늘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니야──?”

순간 사이한 기운이 온몸에 몰려드는 것 같다. 움츠러들었던 소름이 피부 살갖으로 잔뜩 돋았다. 귀신이라도 봤다면 이런 느낌이 나려나.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머리는 하얗게 질려서 아무런 사고도 할 수 없다. 미친듯이 뛰던 심장이 멎는 느낌이었다. 이 울렁거리는 느낌은 상당히 안좋았다. 아니, 안좋다는 정도가 아니라 최악이었다. 숨이 쉬어지질 않는다. 뭔가 압도적인 것이, 그래. 기를 누른다는 표현이 맞는걸까.

“아니라고? 헤헤. 그래. 아빠는 잘 모르겠지. 하지만.”

딸은 잠시 입을 다물더니 이내 소름끼치는 괴이한 미소를 지으며 그 어여쁜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난 정말 힘들었어. 내가 그동안 아빠한테 얼마나 눈치를 줬는지 기억안나? 음…… 아마 엄마 죽고나서부터 같은데. 한번 들어볼래?”

욱, 머리가 순간 찡하게 아파온다. 강렬한 충격을 준 것처럼 시야가 흐릿하게 변한다. 마치 물감이 번지는 것처럼 바로 눈앞에 있는 딸의 이목구비가 흐드러진다. 모든 것이 뿌옇게 보였다. 창 밖 너머에서 희미하게 흘러들어오는 빛이 미친듯이 어우러진다. 방에 가득한 그림자가 동시에 섞이는데, 타르를 뿌린 것처럼 혼탁하게 변해간다.

“엄마한테 미안했어. 그리고 아마 충격이겠지. 도덕상 딸이 아빠를 사랑하는 건 아마 딸을 사랑하는 어머니로서 그건 좀 아닐거야. 가뜩이나 엄마 몸도 약하니까. 그래서 기다렸어. 엄마 죽을 날을. 히힛.”

욱씬──. 욱씬─. 욱……씬……

피를 울컥 토한다. 아니, 토한 것인가? 모르겠다. 아무 것도 모르겠어. 다만 모든 것이 흐리고 어두워서, 보이지도 않는다. 현실과 느껴지는 이 괴리감이 해소되는 때는 아련하고 은은하게 메아리처럼 들려오는 윤슬이의 낭랑하면서 고운 목소리와 허공을 휘저을때마다 손목에 느껴지는 싸늘하고 묵직한 쇠의 감촉이다.

마약을 하면 세상이 이렇게 보일까. 어지럽다. 토할 것 같다. 미칠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딸의 말이 너무도 듣기에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아직 충격이 체 가시기도 전에 어디선가 윤슬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매일매일 날짜를 셌다~? 엄마 죽을 날을~. 잘했지? 아빠? 응? 장례식 때도 기뻐서, 너무 기뻐서 아빠한테 와락 안기고 싶었는데, 사람들 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우는 척 했어. 근데 슬퍼서 운 건 아니야. 너무 기·뻐·서 운거지.”

……미친.

“그러니까 이제 된거야. 여태껏 너무 기다렸으니까, 이제 그 기다리고 인내한 날들을 보답받는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어. 근데 아빠도 그날 기억나지? 아빠가 울면서 내 방에 들어와 나 끌어안고 했던 말들.”

……하지만 그 말들은 이제 휴짓조각에 불과해. 군화 앞에 짓이겨진 평화 협정처럼. 무의미한 선언같이. 약속은 유리처럼 산산조각나고, 실날같은 작은 소망조차 이제는 없는걸.

“아빠가 날 안아줬을 때에는 너무 기뻤어. 사랑하는 사람한테 안기는 건 너무나도 기쁜 일인걸. 하지만…… 그게 부모 자식간의 애증뿐인 관계라면, 그것만으론 부족하지.”

순간 눈동자를 번뜩이는 이 소녀의 모습에, 난 압도된걸까. 이제 내년이면 고등학생이 되는 중3짜리 딸한테 이렇게 무력하게 당할 줄이야. 세삼 나 자신이 다시 한심스러워졌다. 아무리 매력적인 여자라지만, 내가 피 섞인 친딸과 잠자리를 할 줄이야. 나는 대체 어쩌다가 딸아이를 이렇게 만들어놓은걸까.

딸의 눈동자는 풀려 있었다. 동공은 나를 향해 똑바로 향하고 있었지만, 원초적인 눈동자에 담겨져 있는 특유의 이채가 없었다.

빛을 잃은 눈동자.

멍하니 나를 바라보는 딸의 시선에, 나는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모든 것이 붉게 변한 상태에서, 딸의 눈동자도 루비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마치, 그것은 광기에 현혹된 사이비 종교 집단이, 그들의 교주를 우러러보듯이─.

10대 소녀들이 자신들의 우상을 경배하는 것처럼.

그 광기에 가득찬 새카만 눈동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처럼 공허했다.

머릿속을 빙글빙글 도는 의식의 고리가, 맹렬하게 회전한다. 팽팽하게 끊어질 정도로 빨라지는 고리. 의식이 더욱 흐릿해진다. 정신이 아찔하다.

“더 참을 수가 없었어. 하지만 어쩔 수 없었는걸? 아빠는 내 건데, 정작 아빠는 자각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빙긋 웃는 딸의 얼굴을─ 차마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내 뺨을 어루만졌다.

“그냥,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이야.” 

그리고 내 입술에 맞닿는 부드러운 느낌을 끝으로, 나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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