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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한테 덮쳐졌습니다. ─02, 감금(2) (2/10)

내 딸한테 덮쳐졌습니다. ─02, 감금(2)

절망의 아침이 지났다. 눈을 뜨자, 딸아이의 방이 눈에 들어왔다. 여자 아이 특유의 향긋한 냄새가 내 코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상당히 곤욕스러웠다. 머리가 지독하게 아팠다. 지난 밤에 아내 생각이 나서, 술에 거하게 취했었나 보다. 이크, 그나저나 윤슬이 방에서 깜빡 잠이 들다니. 딸이 싫어하겠는데.

무의식적으로 기지개를 펴려고 팔을 움직이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철컹─.」

‘두근……’

어……?

「철컹─.」

‘두근. 두근.’

쉬이 움직이지 않는 내 팔. 무겁고 차가운 감촉의 뭔가가, 내 양팔을 속박하고 있었다. 아무리 움직이려 애를 써봐도,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철컹─.」

‘두근!! 두근!! 두근!!’

「철컹─!!」

유리창 깨지듯이, 내 머릿속에 뭔가가 와장창 깨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아릿한 충격이 내 온몸을 갈가리 찢고 있었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바늘로 뇌를 콕콕 찌르는 것 같다. 그리고 뭔가 뭉쳐져 있는 웅어리들이 모여들었다가, 터져버렸다.

“크아악!!”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짐승처럼 괴성을 내지른 그 순간, 모든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몽롱한 기억에 취해 딸을 범한 어젯밤을. 나에게 딸이 아니라, 이성으로서 사랑한다고 고백했던 딸. 그 특유의 소름끼치는 눈동자가 지켜보던 그 날의 기억이 떠오르고 말았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고 있었다.

내 시야에 고정된 무거운 쇠사슬과 족쇄에서 파노라마 필름이 펼쳐지는 것처럼 기억들이 터져나온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끓어오르는 역겨움에 숨이 텁 막혀왔다. 딸을 범했다. 내가 직접 낳아, 기른 딸을. 아내가 유일하게 이 세상에 남기고간 고귀한 선물을. 내가 그토록 아껴오고 사랑했던 자식을. 내가…… 내가?!?

“크윽!”

시야가 어질어질했다. 죄책감이 홍수처럼 몰려들고 있었다. 미안하다는 감정, 나 자신에 대한 혐오가 목밑까지 차올랐다. 당장에라도 어딘가에 숨고 싶다. 내 이런 추한 꼴을 감추고 싶다──.

「어젯밤 그 일은 내 인생 일대 최악의 실수였다.」

그렇게 어질어질한 상태에서 30분을 있다가, 문득 내가 쇠사슬에 묶여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젯밤에 있었던 일들의 흔적은 눈을 뜨고 비벼봐도 없었다. 방금 전 기억을 떠올리지 못했더라면, 진짜 꿈결에 있었던 일인가? 하고 갸우뚱거릴 정도로 방안은 깨끗했다.

방문은 닫혀있었다. 하얀색 창문은 닫혀 있었는데, 밖으로 눈부신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벽에 걸린 원형 시계는 오전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평소에 일요일에는 늦게 일어나는 편이긴 한데, 오늘은 유독 늦게 일어난 편이었다.

나, 대체 몇시간동안이나 해버린거지……

머리를 움켜쥐며 괴로워해봐도,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크게 숨을 들이쉬고 복잡하기 짝이 없는 머릿속을 정리했다.이건 정말로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비록 어제의 일답지 않게 상당히 흐릿한 기억이지만, 아직은 바로잡을 수 있다.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논리적이고 정당한, 구체적인 이유가!

우선 여기서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쇠사슬은 두텁기 짝이 없었다. 침대 모서리에 쇠사슬의 이음쇠 부분이 연결되어 있어서 힘을 주면 빠질 법도 했지만, 왠걸. 아무리 애써봐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모서리 부분을 부수기도 그렇고…….

아니, 그보다 애초에 왜 내가 여기에 묶여있는 건지 이해가 잘 가진 않았지만, 우선 본능적으로 빨리 여기서 빠져나가라고 끈임없이 불길한 느낌이 느껴졌다. 초조했다. 불안했다. 안절부절못한 상태에서 결국 난 서랍에 들어있던 커터칼로 침대 모서리를 깎기 시작했다.

“으읏.”

안달난 상태에서 급히 칼로 나무를 깎다보니, 칼이 손가락을 베어 피가 흐르고 있었다. 대충 이불로 손가락을 압박하고서 계속 깎기 시작했다. 땀이 비오듯 흐르고 있었다. 몇번이나 커터 칼의 심이 부러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끈임없이 모서리를 깎았다.

“아빠── 뭐해──?”

……!!

순간, 내 뒤에 와서 빙그레 미소짓는 윤슬이. 그 아름다운 미소에는 형용할 수 없는 섬뜩함조차 존재해서, 난 그대로 그 상태에서 질려버렸다.

딸은 내게 후후, 웃더니 볼에 살짝 입을 맞추고는, 이내 피로 얼룩진 커터칼을 뺏어들었다. 윤슬이는 살짝 얼굴을 찡그리더니 이내 이불을 걷어냈다. 급히 피범벅이된 손가락을 가렸지만, 딸이 재빨리 내 손가락을 붙잡았다.

“……이게 뭐야.”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휴지 몇장을 뽑아들더니, 정성스럽게 내 손가락을 닦아냈다. 그런데 조금씩 딸의 표정이 변해가기 시작했다. 묘하게 야릇한 표정. 몽롱하다는 표정이려나? 아무튼 살짝 홍조가 어린 얼굴로 딸은 내 손가락에 얼굴을 가져갔다.

할짝.

딸의 빨간 혀가 뱀처럼 손가락을 감싼다. 끈적한 타액이 손가락 전체를 물들였다. 이내 힐끔 딸은 내 눈치를 보더니 베시시 웃었다.

“어딜 가려고.”

또다시 서늘한 기운이 내 전신을 엄습했다. 딸의 차가운 눈동자와 대조적으로, 가늘게 위로 올라간 입꼬리가 왠지 모르게 슬퍼보였다. 눈동자에 가득 담긴 그 열망과 광기 가득한 모습에, 난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돌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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