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한테 덮쳐졌습니다. ─01, 감금(1)
극히 어지러웠다. 내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내 바로 위에서 빨간 혀를 쭉 내밀고서 헐떡거리고 있는 여자의 얼굴이 내 딸의 얼굴로 보이고 있었다.
몽롱하다. 모든 것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늪 위를 허우적거리는 느낌이다. 발버둥치면 발버둥칠수록 더 깊게 빠져들어가는 깊은 늪…… 절망적이다. 당장에라도 이 개같은 현실을 외면하고 싶었다. 아니, 외면하고 있다. 내 위에 올라탄 이 여자아이는, 창녀다. 길 가다가 내가 돈 주고 산, 조금은 어리지만 걸레년이라고.
……아무리 자기자신에게 최면을 유도하려고 해도, 실패한다. 내 볼을 잡는 가느다란 손에 거의 흐릿해지던 의식이 똑바로 변한다. 내 딸이 아니야. 내 딸이 이럴 리가 없어. 설마.
“어때? 아빠. 내 몸, 기분 좋아?”
어째서. 넌 그렇게 해맑게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내뱉을 수 있는 거니. 너는 지금 제정신인거니? 내 딸아. 지금 뭔짓을 하는 거니.
그래. 내 딸일리가 없어. 내 딸, 윤슬이는─ 학교에서도, 동네에서도, 소문난 우등생에 예의있고, 또래들한테 인기도 많은 아이니까. 미래가 창창하다. 언젠간 이런 지긋지긋한 곳에서 벗어나, 겨우 개울에 불과한 이곳에서 빠져나가 바다로 나갈 아이다.
나같은 정자 은행 같은 녀석쯤이야, 버리고 가도 상관없으니까. 그저 묵묵히 웃어주며 딸 뒷바라지만 하고 있었다. 더 좋은 가정 환경에서 태어나게 해주지 못해서 미안했다. 몸이 약했던 아내는 딸이 7살이 되던 날 세상을 떠났다. 원망은 하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예쁜 선물 남겨주고 가서, 고맙다고. 전해주고 싶었다.
윤슬. 찬란한 햇빛, 혹은 아름다운 달빛에 비춰 반짝이는 잔물결을 의미하는 순 우리말에 죽은 아내 성을 따서 딸아이의 이름은 임윤슬이다. 몇번이나 죽을까 결심해봤지만, 그때마다 울먹이는 윤슬이의 얼굴을 외면할 수가 없어서, 힘을 냈다. 이미 붕괴하고 있는 정신과 육체. 리미트 끝을 향해 달려가는 육신을 겨우 일으켜 세워가며 하루하루 지옥같은 나날들을 견뎌냈다.
끈임없이 혁신을 꾀했다. 새로운 시도! 탈피! 이 모든 것은 윤슬이가 더 나은 세상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서 였다. 그 결과 사회적으로도, 지위적으로도 성공을 이루었다. 왠만큼 먹고 살 정도는 이룩한 것이었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이 광경은, 대체 뭐란 말인가.
“응? 대답해줘. 아빠. 나, 아빠한테 칭찬받고 싶단 말야.”
하얀 손결이 내 턱을 들어 올린다. 그러자 마주친 딸아이의 눈동자. 한없이 아름답다. 아내를 닮아서 그런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미인이다. 인형같은 이목구비. 살짝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 다행히도, 내 유전자는 그다지 전해지지 않은 것 같았다. 늘씬한 팔다리나, 중학생 답지 않게 빠른 발육.
이따금씩 윤슬이한테 연예인 캐스팅이 들어오곤 한다. 그건 어려서부터 빈번한 일이었다. 나는 당연히 찬성했다. 하지만 딸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주기로 해서, 매번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단호한 거절 뿐이었다. 어째서냐고 묻냐면 연예인이라는 사회적 지위가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극심한 스트레스나 그 화려한 이면 뒤에 숨겨진 각종 모순된 모습이냐는둥, 꼬맹이답지 않게 조목조목 말을 늘어놓기 일수여서, 상대하는데 빈번히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왜? 어째서 이렇게 보잘 것 없는 아빠한테 이렇게 매달리는 거니? 윤슬아.
“유, 윤슬아……”
간신히 마른 입을 떼자, 딸아이가 귀를 쫑긋이며 내 말에 집중한다. 잔뜩 기대하는 듯한 표정과 대답을 안달하는 듯한 다급한 태도. 보통 때라면 웃음이 자연스레 나왔겠지만, 지금은 가느다란 미소조차 지어지지 않아.
“지, 지금이라도 당장 그만두자…… 응? 이, 이거…… 진짜 미친 짓……켁!”
“……그걸 말이라고 해?”
섬뜩하다. 딸아이의 미소가 이렇게 섬뜩하다고 느껴질 정도는 처음이었다. 아름답지만, 그 미소에 담긴 살기가 장난 아니다. 어렸을때 취미 삼아 무협에서 흔히 나오는 살기가 뭔가 했더니, 이런 느낌이었나. 피부를 찌르는 듯한 무형의 기운이 온몸을 압박하고 있었다.
한창 상기되어 있던 딸의 불그스름한 볼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뭔가 분위기가 확 가라앉은 것이, 위험하다는 느낌이었지만 소신껏 말을 이었다.
“아빠하고 이런 짓 하는 거, 진짜 아니야. 크, 크윽. 윤슬이가 이런 짓을 몰라서 그런가 본데, 나중에 커서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는 거야……. 뭐 지금부터 남자친구를 사귀어도 아빠는 아무 상관 안할테니까……”
하지만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목을 쥐고 있는 딸의 연약한 손이, 어느 때보다 위협적으로 내 목을 죄여오고 있었다. 위험하다. 교수대에 매달려 죽음의 발걸음을 내딛는 사형수의 사형 직전이 이런 느낌일까. 시야가 뿌얘지고 있었다. 그리고 목어귀에 손이 풀리자, 아련한 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상관없어? 아니, 난 상관있는데? 그리고 아빠, 착각하나본데. 요즘 중학생들은 이런거, 다 알아. 게다가, 나 진정 사랑하는 사람은 아빠 밖에 없는걸?”
“그, 그런 말도 안되는……”
즐거운듯 빙긋빙긋 웃고 있는 딸의 얼굴이 원망스러웠다. 왜 스스로를 파멸의 길로 이끄는 걸까. 대체. 어째서?
“헤. 말 되는데. 사랑하니까 지금 이러고 있잖아. 안 그래~?”
허벅지를 타고 흘러, 침대보에 흐른 핏자국이 흐릿하게 보인다. 내 물건을 딸아이가 삼키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이미 진작부터 한계는 넘어섰지만, 차마 그 안에 내 씨를 뿌리고 싶진 않았다. 그건 정말 죄악이어서, 그건 정말 패륜이어서. 인륜의 선을 깨부수는 것이라서.
나는 도저히 행할 수 없었다. 하지만 딸의 몸이 나를 더 옥죄어 오고 있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병약한 아내와 성관계를 가진 적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언제나 아내를 배려해주고, 행위는 최대한 부드럽고 빨리 마무리했다. 아내는 항상 내게 미안해했지만, 난 그다지 성행위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아내같은 미인이 내게 결혼해줬다는 것과, 첫 잠자리때 아내가 흘린 선혈과 눈물을 똑똑히 기억한다. 그래서 더 감사했다. 그럼에도 아내의 몸은 정말 환상, 그 자체였다. 삽입하는 순간부터 엄청나게 조여오면서 생동감있게 움직이는 안의 근육. 게다가 천성적으로 민감한 몸.
태생적으로 타고난 것 같았다. 그런데 그랬던 아내의 몸보다, 더 극락을 선사해주는 육체가 있었다. 설명하기 부끄럽지만, 저 색기 가득한 눈빛이나, 내 물건을 조이는 조임, 창녀 아니 그 정도를 압도해 색공을 시전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환히를 선사해주는 딸의 육체가, 두려웠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뇌리가 불타버릴 것 같아. 이대로가다간……
정말로 미칠 것 같다.
“미안 아빠. 나 너무 오래 참았어. 더 참을 수가 없었어. 더 인내했다간, 내가 미쳐버릴 것 같아서. 그리고, 아빠도 싫진 않잖아?”
“그, 그게 무슨?!”
발끈하며 힘겹게 목소리를 낸다. 가뜩이나 그쪽의 신경을 참고 있는지라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나온다. 그러자 딸이 샐쭉하게 웃으면서 내 복부를 어루만진다.
“푸흣, 아빠는 너무 착해서 탈이야. 언제 한번 카드 결제 내역도 봤는데, 남자들 간다는 그런 이상한 동네도 안가고, 딸한테 추한 모습 보여주기 싫어서 야한 짓도 안하고♡ 자기 관리가 너무 지나쳤어. 후후.”
딸이 잠시 숨을 고르더니, 그 탱탱한 가슴을 내 가슴팍에 밀착시키며, 내 귓볼을 할짝인다. 간신히 인내하던 물건에 기합이 바짝 들어갔다. 그걸 느꼈던지, 윤슬이가 야릇한 신음을 흘리며 나를 껴안는다.
“이거봐. 아빠도 잔뜩 흥분했잖아~”
“그, 그럴리가…… 이건 꿈일거야.”
“헤헤. 이거 꿈 아니에요~ 아빠 지금 딸이랑 섹스하고 있다고? 정신줄 놓을 정도로 그렇게 내가 기분이 좋은 거야? 헤헤. 나도 기뻐요.”
“……”
망연자실하다. 애써 현실을 외면하려는 내 의지를 단박에 부숴버리는 딸아이의 말. 뭐라 할 말이 더 나오질 않았다. 분명 윤슬이가 준 냉수를 마셨던 것까진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이후로가 생각 나질 않는다. 처음에는 나를 향해 요염하게 웃으면서 아내에게 침대에 밀쳐졌던 것 같았다. 너무 그리웠던 사람이었던지라, 그저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따라줬다. 하지만……
꿈에서 깬 대가는 처절했다. 황폐하다. 차가운 콘크리트 사막 위를 맨발로 걷는 느낌이다. 사람들의 조롱 소리가 벌써 들리는 것 같다.
멍한 시선으로 딸을 바라보면서 입을 살짝 벌리고 있었는데, 그 틈을 노려 딸의 혀가 갑작스럽게 침입한다. 전격전에 나선 독일군 전투기처럼, 빠른 속도로 밀고 들어오는 딸의 혀. 청량한 침의 느낌이 느껴진다. 열기 가득한 내 입안에서, 차가운 딸의 혀가 들어오자 내 안에 있는 핑크색 이무기가 환호하며 침입자를 끌어안는다.
농염한 딥 키스. 아내는 이렇게 키스할때마다 부끄러워했는데, 딸아이는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익숙하게 내 뒷머리를 거칠게 어루만지면서 야릇한 눈빛으로 매섭게 내 눈을 바라본다.
“푸핫……”
“하아……”
겨우 숨을 내쉬는 나와, 아쉽다는 듯 입가에 묻은 타액을 혀로 핥으며 나를 빤히 바라보는 딸. 그 검은 눈망울에는 어떠한 갈망과 애증의 감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기분 너무 좋아. 아빠. 이렇게 아빠랑 함께하고, 키스하면서 몸을 섞고 있다니. 진짜 꿈만 같아. 너무 행복해서 죽을 것 같애.”
왜. 나는 이렇게 혼란스러운데, 넌 행복하다니. 이걸 정말 행복하다고 생각하니? 가끔 가다가 뉴스에서 나오는 경우가 있다. 친부가 딸을 강간했다는 심상치않은 기사.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다. 당연히 미친 짓이다. 그런데, 딸아이가 아빠를 역으로 덮쳤다는 소리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것 같다. 어째서. 나한테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어제까지만 해도 착하고, 발랄하던 내 딸이. 왜. 오늘 밤, 이렇게 상반된 태도로 말하고 있는 거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빨리 이 순간이 지나가길 비는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