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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론의 공방에서 몇 시간이고 끈덕지게 조교당하던 레이시아는 빠른 속도로 음란해져갔다.
분명 자위 경험도 거의 없는 숫처녀였건만, 몸도 마음도 완전히 성노예가 되어버린 것 같다.
이젠 베론의 냄새만 마토도 절정 할 수 있을 정도.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지는 듯한 기분이었으나, 감히 저항 할 수는 없었다.
주인의 성욕 해소용 장난감 따위가 감히 무엇을 요구한단 말인가.
그러나 행복한 시간은 언젠가 끝나기 마련.
공방의 밖에서 희미하지만 또렷하게 울려퍼지는 종소리가 레이시아의 마법을 풀어버렸다.
아직 감질맛나는 애무만 당하고 있던 그녀는 벌써 대회가 끝나버렸다는 사실에 화들딱 놀랐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을 줄 알았는데...'
비록 끊임없이 희롱당하는 입장이긴 했지만, 그녀 또한 은연중에 이번의 일탈을 즐기고 있었다.
슬슬 다음 단계로 넘어가리라는 기대를 안 했다면 그것이 거짓말이리라.
그러나 베론은 프로답게 즉시 동작을 멈추더니 그녀에게 채점하곤 일으켜세웠다.
푹신한 살집에 안겨있던 몸을 어렵사리 추스르는 레이시아.
아직 꿀물이 줄줄 흘러대는 꽃잎이 그녀의 마음을 완벽하게 대변한다.
"심사는 끝났다. 이제 돌아가봐라."
"네에? 아, 그..."
차마 계속해달라는 말은 못하겠고, 베론의 앞에서 머뭇거리는 입술.
아직 몸이 식지도 않았건만 그녀의 조존심과 상식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한때 몰락해서 이름값이 떨어졌다곤 해도 명색이 귀족.
이토록 추한 사내에게 아양을 떨어대는 것은 상상조차 힘들다.
결국 그녀는 얼굴을 발갛게 물들인 채 배론의 공방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힘겹게 걸음을 옮기면서도 무척 아쉽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샘솟는다.
대충 연기삼에서 희롱당해도 이 정도인데 제대로 상대를 당하면 어떻게 될까.
그런 상상을 하고있자 기껏 세탁해둔 의상이 따른 속도로 젖어들어갔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레이시아의 이름은 수상의 목록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사실 중간 즈으부터는 베론의 품에 안긴 채 정신없이 울부짖었을 뿐이다.
연기고 뭐고 할 수가 없었으니 점수가 낮은것이 당연하다.
다른 참가자들의 시상식을 구경하던 그녀는 할짝 허무한 심정으로 자리를 떠나려 했다.
역시 아까전에 자손심을 굽히고 부탁을 하는게 좋았을까?
회한과 한탄이 가슴 속을 가득 채우는데, 광장의 저편에서 기분나쁜 생김새의 사내들이 자꾸만 히죽거리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물론 그렇게 시시덕대는 꼴조차 베론에 비하면 보기 편하다.
당황한 레이시아를 벽면으로 몰아붙이는 사내들.
양팔로 가슴께를 가린 그녀는 늘 그랫듯 큰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아까 구경꾼들 사이에 섞여있던 이들 같은데... 갑자기 무슨 짓일까.
당혹감에 가득 차있던 레이시아의 눈 앞에 익숙한 형태의 단말기가 들이밀어진다.
외로운 방구석에서 그녀의 유일한 친구가 되었던 익명 SNS.
예전에 찍어서 올렸던 사진들이 단말기의 화면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얼굴을 가리고 가명을 쓰긴 했지만 몸매가 똑같은데다가 점의 위치까지 일치한다.
"잠깐만. 이거 네가 찍은거지? 아가 얼핏 보고 혹시 했는데 맞네."
"마르실라 백작가의 장녀가 누드 사진이나 올리고 있었다니. 사람들이 참 좋아할만한 소식이야."
"백작가가 이제 막 제자리로 돌아가는 와중에 이런 소식이 퍼지면 집안이 풍비박산 나버리겠는걸?"
오늘 처음 보는 사내들이 자신의 가문까지 알고있다니.
완전히 공황상태에 빠져버린 레이시아는 온몸을 덜덜 떨었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머릿속은 그 어떤 위화감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그저 가문의 위기를 무사히 넘겨야만 한다는 생각만이 온몸을 가득 채웠다.
그들은 대놓고 둔부와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노골적인 욕망을 드러냈다.
맛 좋은 먹잇감을 눈 앞에 둔 듯한 표정.
그녀가 저항하지 못하리란 것을 잘 알고있는 듯 하다.
"마르실라 백작 영애님. 왜 그렇게 벌벌 떨어?"
"저, 저어... 부, 부탁드려요. 다른 분들께는 부디 비밀로..."
"이런 옷 입고 엉덩이나 흔들어대는 주제에 부끄러운건 아는가봐?"
"네가 하는걸 보고 얌전히 넘어가줄 수도 있어. 아, 기왕 축제까지 왔으니 뒤풀이가자. 뒤풀이. 괜찮지?"
다소 뜬금없어보이는 사내의 제안에 레이시아가 눈에 띄게 동요한다.
마탑에서 개최된 행사의 두풀이는 대부분 침대에서 끝나기 마련이다.
그들의 주변에도 벌써부터 남녀끼리 짝을 지어서 엉겨붙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즉, 여기서 그들을 따라가는 것은 그 다음에 일어날 일을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레이시아가 섣불리 대답하지 못하고 있자 사내들은 흥이 식었다는 듯 몸을 돌린다.
"싫으면 말고. 돌아가서 이번 행사 후기나 올려볼까..."
"아, 아녜요! 저도 데려가주세요! 예전부터 뒤풀이에 꼭 참가하고 싶었어요."
가문의 사람들을 떠올리며 황급히 달라붙는 레이시아, 사내들은 비릿한 미소를 조용히 머금은 채 그녀를 데리고 오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약시 이런 행세아 참가하는 년들은 다 똑같다니까. 어서 따먹어달라고 야시시하게 입고 다니는거지."
"네가 원하는대로 성노예 취급 해줄테니까 걱정마."
두 사내의 틈새에 끼어서 걷게 된 레이시아의 심장이 미친 듯 날뛴다.
이대로 가다간 좋아하지도 않는 사내들에게 마구잡이로 범해질 것이 분명한데, 도망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장시간의 조교로 멍해진 머리는 온몸을 거침없이 주물러대는 손길을 은근슬쩍 반기고 있다.
잠시 뒤의 일을 조금 상상해보자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며 유두가 단단히 섰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그 심사위원에게 매달릴걸.
그녀가 자꾸만 파멸적인 생각만을 거듭하던 중, 사내가 골목 안쪽의 싸구려 술집으로 들어갔다.
마탑 답지 않게 후줄근한 인테리어의 그곳에는 레이시아와 마찬가지로 의상을 차려입은 참가자들이 가득했다.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실내에는 음탕한 분위기와 냄새.
남녀가 찰싹 붙어있는 꼴을 보아 뒷일이 어렵지 않게 상상된다.
그래도 빈 자리가 거의 없어서 다른 곳으로 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두 남자는 대뜸 다른 일행과 합석을 해버렸다.
그것도 시커먼 남자들 밖에 없던 테이블이다.
평생 솔로로 지낼 것이 분명한 그들은 두 사내의 틈새에 끼어있는 레이시아를 보고 시샘을 감추지 못했다.
술이 나오기 전에 자신들도 끼워달라는 듯 껄덕거리기 시작한다.
"노예 왕녀 에르제베스... 근사한 가장이네요. 같이 오신건가요?"
"아니, 계속 지켜보다가 행사가 끝나자마자 낚아챘지."
"마탑엔 이런 년들 엄청 많아. 대가리 속에 씹질 밖에 없는 변태들이라서 조금만 꼬리쳐도 금방 넘어온다고. 안 그래?"
마치 전리품을 자랑하듯 레이시아를 소개하는 사내들.
두 남자 사이에 끼인 그녀는 딱딱히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세 사람이 나란히 앉아있는 테이블 아래에 예의 SNS 화면이 들이밀어져 있엇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내들은 그 정도로 만족하지 않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장단을 제대로 맞추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공개해버리겠다는 협박.
결국 레이시아는 징그러운 눈길을 앞에서 하는 수 없이 치녀를 연기했다.
"빠, 빨리 가요. 저 더 이상 못 참겠어요."
"우와. 염전해 보이는데 완전 걸레년이었네."
"안 그럼 저런 옷 입고 못 돌아다니지."
맞은편의 사내들은 눈 대신 옹익멍을 달고있는 듯, 그녀의 발연기에 손쉽게 속아넘어갔다.
크게 만족한 듯한 사내가 피식 웃으며 손가락으로 꽃잎을 거침없이 쑤셔댔다.
음탕한 물소리가 무수한 소음 속에서도 적나라하게 울려퍼지며 그녀의 얼굴을 붉게 물들인다.
하지만 부끄러워할 시간조차 없었다.
사내들은 주문했던 술이 나오자마자 레이시아의 잔에는 술꾼들도 혀를 내두르는 독주.
그녀를 꽐라로 만들겠다는 속셈이 빤히 보였지만 역시 저항 할 수 없었다.
바들바들 떨린ㄴ 손으로 술잔을 입에 갖다대자, 냄새만 맡았는데도 취기가 올라온다.
진짜로 그럴리는 없겠지만 분위기가 분위기라서 현실감이 넘친다.
술과 인연이 아예 없던 삶도 아니건만, 좀처럼 잔이 기울어지지 않는다.
이대로 취하면 어떤 골을 아는지 대충 알고있는 탓이다.
"뭐야, 그대호? 빨리 마시자고."
"후읍..."
위협에 못이겨서 술잔을 입에 털어넣자 곧바로 머리가 핑 돌아간다.
불 같이 느껴지는 액체를 목구멍으로 넘기기도 전에 곧바로 한 잔 추가.
연가푸 몇 잔을 더 마시자 시야가 흔들린다.
방금 전가지만 해도 뻣뻣하게 굳어있던 사지가 흐믈흐믈 풀리는데 가슴을 주물러대는 손길은 되레 민감하게 느껴졌다.
찬물을 들이키며 정신을 부여잡을 새도 없이 술게임.
그녀의 속옷부터 빼앗아가는 기묘한 규칙이 있었지만 항의조차 할 수 없었다.
취기에 늘어진 몸을 움직이면 변변찮은 저항을 이어나가던 그녀는 오래지 않아서 알몸이나 다름없는 꼴이 됐다.
애초에 그리 두꺼운 의상이 아니었던 탓이다.
남자들의 시선에 고스란히 노출된 그녀는 그만 엉엉 울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가문을 생각하며 어떻게든 참았지만, 막상 취해버리니 그럴만한 여유조차 없었다.
옆쪽의 사내들은 눈치를 줬지만 흐느끼는 소리는 점점 커져간다.
참다못한 그가 레이시아의 뺨을 때리려고 손을 올렸을 때.
가게의 입구에서 나타난 거한이 그를 붙잡고 내동댕이쳤다.
레이시아는 난데없는 소음에 화들짝 놀라면서도 익숙한 모양세의 비만체를 올려다봤다.
"시, 심사위원님!"
"이무리 봐도 즐거운 술자리 같지는 않은데.. 어이, 이 자식들 끌고가서 조사해봐라."
"예, 베론님."
언제 왔는지 모를 경비들이 레이시아를 끼고있던 사내들을 끌고갔다.
경비들에게 깔려나가던 그들은 베론에게 엄지를 추켜세워 보였으나, 레이시아는 그것을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베론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그녀를 데리고 가게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