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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 축제를 맞이한 마탑은 그야말로 방종의 도가니였다.
음탕한 차림새의 남녀들이 백주대낮에 나돌아다니는 꼴을 보고 있으니 음마들의 성채가 부럽지 않았다.
마탑의 안으로 들어갈수록 할말을 잃던 헤시아는 주변의 시선을 느끼며 몸을 살짝 떨었다.
주변의 분위기가 워낙 개방적이라 예복으로 몸을 감싼 그녀가 이상하게 보이는 듯 했다.
그것을 뒤늦게 눈치챈 듯한 티나엘이 걸음을 멈추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상점가의 근처에서 어렵지 않게 의상점을 발견한 그녀는 헤시아를 그곳으로 안내했다.
"헤시아 언니. 일단 옷부터 갈아입으시죠. 왕실의 예복도 나쁘진 않지만 붉은 달 축제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그, 그래? 하긴. 마탑에선 마탑의 법에 따라야 하니까..."
헤시아는 가슴이 콩닥거리는 것을 느끼며 즐겁게 티나엘을 따라갔다.
금욕적인 생활에 질려버렸던 그녀는 그런 제안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때마침 왕실을 대표해서 왔으니 훌륭한 변명거리도 생겼다.
여기서 너무 내빼다간 왕실이 마탑을 존중하지 않는 것 처럼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잠시 뒤, 의상점을 나선 헤시아는 하얀 살결을 여지없이 노출하고 있었다.
천의 면적을 최대한 줄이려고 발악한 듯한 의상이 그녀의 몸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다.
아니, 이걸 의상이라고 부르는 것은 의상에 대한 모욕이 될 터다.
유륜을 간신히 덮는 크기의 패치와 균열만 겨우 가리는 팬티. 강간죄의 폐지를 온몸으로 주장하는 차림새의 왕녀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살짝 가렸다.
그 때 바람잡이 역할을 맡고있던 티나엘이 배다른 언니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줬다.
"와, 정말 잘 어울리셔요. 붉은 달 축제는 역시 이래야죠. 이제 상층으로 갈 수 있겠네요."
"조금 부끄러운데... 어쩔 수 없지. 마탑에선 다들 이렇게 하니까..."
마음에도 없는 변명을 내뱉은 그녀가 티나엘을 따라서 쭈삣쭈삣 움직였다.
이전과 달리 주변의 공기가 피부에 달라붙는 듯한 노출감.
주변 남자들의 음흉한 시선을 받고 있으니 저절로 몸이 달아올랐다.
몇몇 마법사들이 그녀들에게 다가왔지만, 티나엘은 베론의 이름을 대며 그것을 어렵지 않게 물리쳤다.
애초에 그녀들과는 급이 맞지 않는 이들이다.
남자들의 구애를 받은 헤시아는 왠지 모르게 자신감이 생기는 듯한 기분이었다.
자신의 미모가 마탑에서도 충분히 먹힌다는 것이 적잖게 안심됐다.
그러나 승강기를 타고 상층에 올라간 순간, 그녀의 자신은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단순한 방종의 도가니였던 하층과는 다르다.
마탑의 상층에는 고위 마법사들 특유의 품격있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가지각색의 미를 자랑하고 있지만 하나같이 맛있어 보이는 남녀들.
여유가 가득한 표정의 스승들이 마음에 드는 제자들을 골라서 축제를 즐기고 있다.
척 봐도 범상찮은 기술의 소유자들은 저마다의 상대를 쉴새없이 신음하게 만든다.
안 그래도 후끈 달아올라있던 여체가 그 매혹적인 광경을 보자마자 살짝 젖어버렸다.
티나엘은 멍하니 굳어있던 그녀의 손을 붙잡고 이끌며 너무도 감사한 제안을 건넨다.
"이제 마탑의 상부 인사들과 말씀을 나누시면 될거에요. 하지만 지금은 축제 초기라서 좀 바쁠 것 같으니까, 일단 한 번 즐겨보시는게 어때요?"
"응? 내, 내가 저기에 끼어들어도 되는거야?"
헤시아의 말은 질문이 아니라 확인에 가까웠다.
티나엘은 그녀를 안심시키듯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은 붉은 달 축제인걸요. 하물며 헤시아 언니는 왕실의 사람이니, 거절 당하지는 않을거에요."
"그래. 기껏 여기까지 와서 멍청히 있는 것도 실례겠지..."
두 여자는 그대로 상층을 누비며 적당한 상대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흥분과 기대로 가득한 헤시아의 표정은 예전에 산적들에게 쳐들어갔을 때와 비슷했다.
자신의 새로운 주인님을 찾아나서던 그녀의 눈에 한 사내의 모습이 박혀든다.
마탑의 상층에서도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듯한 사내는 온몸이 구속당한 여성을 장난감 마냥 가지고 놀고 있었다.
남자의 몸을 형틀로 삼은 듯한, 혁신적인 자세.
여성 쪽은 눈가리개와 재갈을 착용하고 있었지만 명백히 흥분하고 있었다.
프레지아 왕비를 데리고 산책을 다니던 베론은 티나엘과 헤시아를 발견하곤 주변의 의자에 앉았다.
베론에게 매달려있던 그녀는 배면좌위의 자세가 되자 겨우 숨을 고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베론이 가벼운 여체를 위아래로 흔들어대자 다시금 거칠게 헐떡이기 시작한다.
"와아..."
두 사람의 관계를 지켜보던 헤시아가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베론이 보여주는 솜씨는 완벽 그 자체였고, 또한 그녀의 취향에 딱 맞았다.
상대가 울부짖든 말든 거칠게 밀어붙이는 남자다움과 결단력.
지금 저 사내에게 안겨있는 것이 자신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무언가에 홀린 것 마냥 두 사람을 지켜보던 그녀의 귀에 티나엘의 속삭임이 파고든다.
"언니는 역시 눈이 높으시네요. 저 분은 8등급 마법사인 베론님이에요. 상대는 이번에 새로 들어온 제자라는데... 요새는 저렇게 밤낮없이 오나홀처럼 써주신대요. 너무 부럽지 않나요?"
"그... 그렇네... 정말 굉장해보여. 혹시 저분에게 체험을 부탁 할 수 있을까?"
"그럼요! 언니는 알레시타 왕국 제일의 왕녀신걸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 티나엘이 헤시아와 함께 베론의 앞으로 다가갔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되었던 헤시아는 떨리는 다리를 간신히 옮긴다.
멀리서 볼 때도 굉장했지만, 가까이서 보니까 박력이 다르다.
푹, 푸욱, 하고 자그마한 여체의 안쪽이 사정없이 쑤셔지는 소리가 음란하게 울려퍼지며 그녀의 기를 꺾는다.
"안녕하세요 베론님. 이분은 알레시타 왕족의 첫 번째..."
"아, 헤시아 왕녀님이군. 예전에 전쟁터에 지원갔을 때 뵌 적이 있다. 그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피스톤 운동을 이어가던 베론이 숨소리도 흐트러뜨리지 않으며 인사를 건넨다.
헤시아는 뒤늦게 그의 정체를 눈치채곤 화답의 인사를 했다.
그녀에겐 아쉽게도, 예의 전쟁은 이상하게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런 사내와의 인연을 그리도 쉽게 잊어버리다니. 그녀로선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그런데 베론에게 안겨있던 파트너가 헤시아의 이름을 듣곤 갑자기 울부짖는게 아닌가.
베론은 그녀의 질투심을 달래려는 듯, 점잖게 타이른다.
"이런. 우리 제자님은 욕심도 많지. 너도 슬슬 쉴 때가 됐으니 너무 그러지 말거라."
"그흐웁! 구우우..."
"저... 괜찮으시면 제게 붉은 달 축제를 체험시켜 주실 수 있으실까요? 알레시타의 왕족으로서 마탑에 대한 것을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어서..."
그 새 마음을 가다듬은 헤시아가 용기를 내서 말했다.
지금처럼 알몸이나 다름없는 꼴로, 이런 추한 사내에게 자신을 따먹어 달라고 부탁하게 되다니.
평소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마탑의 붉은 달 아래에선 모든 것이 바뀐다.
헤시아의 부탁을 듣고 미소짓던 베론은 살짝 걱정스런 기색을 보이며 그녀에게 되묻는다.
"저야 괜찮지만... 공주님께선 괜찮겠습니까?"
"네? 그야 임신할 걱정 같은건 없으니..."
즐겁게 가슴을 졸이던 헤시아가 변명하듯 말하자 베론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는다.
자신에게 묶여있던 제자의 쇠사슬을 풀어낸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헤시아에게 다가왔다.
축제가 시작하기 전부터 혹사당했던 왕비는 의자에 앉혀진 채, 손가락 하나 까딱 할 수 없었다.
"그런 뜻이 아닙니다. 제 입으로 말하기도 뭣하지만, 이런 기회가 아주 흔한건 아니죠. 그런데 공주님께선 되도 않는 변명이나 지껄여가며 모처럼의 즐거움을 깎아내고 계시지 않습니까."
베론에게 지적당한 헤시아는 뒤통수가 싸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의 말이 옳다.
천한 성노예로서 주인에게 복종을 맹세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의식이며 크나큰 기쁨이다.
그런데 그것을 마음에도 없는 변명으로 더럽히려 하다니. 자신이 얼마나 멍청한 짓을 하고 있었는지 뒤늦게 이해했다.
베론은 헤시아의 아랫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조곤조곤 타이른다.
"왕족의 자존심 같은건 잠시 접어두십시오. 이곳에서는 아무도 그런걸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 그렇군요. 제가 아주 큰 실수를 했네요."
헤시아는 위대한 대마법사의 가르침에 따라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차가운 바닥의 냉기가 살결에 감겨드는 느낌.
고고한 왕족에서 한낱 암컷으로 추락해버렸다는 생각이 오싹한 쾌감을 선사했다.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대로 땅에 손을 짚고 머리를 숙이자 추락감과 쾌감은 배가 됐다.
단지 그것 만으로도 꿀물을 흘려대던 헤시아는 입에서 나오는 말을 가감없이 뱉었다.
"저... 저는 남성분들에게 마구 따먹히고 싶어서 보지를 적셔대는 변태입니다. 지난번에는 성노예가 되고싶어서 흑마법사의 소굴에 쳐들어가기도 했어요. 모자란 몸이지만 열심히 봉사할테니, 부디 베론님의 노예로 삼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잘 했다. 솔직하게 고백하니까 기분이 어떠냐?"
"후련하고 황홀합니다. 모자란 제게 깨달음을 내려주셔서 감사해요."
베론이 미리 준비해둔 목줄을 던지자, 헤시아가 허겁지겁 그것을 착용했다.
뒤쪽에서 그녀의 복종 맹세를 듣던 왕비가 말라버린 줄 알았던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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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시는 요새 열심히 쓰고있는데스... 역대급 성실연재인데스. 테에엥 테에에에엥!